‘이낙연 최측근’ 사망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0:04:47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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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안갯속에 빠졌다. 관련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측근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측근 이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을 수색하던 도중 이씨가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타살 흔적 X

이씨는 갑작스레 종적을 감췄다.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씨는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여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변호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이로부터 이틀 뒤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씨가 발견된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타살이라고 볼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10월 최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씨와 옵티머스 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핵심은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 캠프의 조직 업무를 담당했다. 

‘10년 지기’ 극단적 선택…왜?
검찰 소환조사 중 종적 감춰

의혹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신의 주변에 “옵티머스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 복합기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라고 실무진에 수차례 당부했는데 누락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18·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서 이 대표의 당시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관리를 맡았다. 이 대표와 이씨는 같은 전남 영광 출신이다.

이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남도지사로 출마했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 2만6117명의 당비 3278만여원의 대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1년 2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이씨가 출소한 후 그를 정무특보로 기용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결정을 두고 공무원 임용 규정 위반 및 보은·특혜 인사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돼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바깥에서 보기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그 사람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이씨에게 신뢰를 보였다. 

이 대표가 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가 되자 이씨는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이씨는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가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해왔다.

비서관 출신
지역 관리

이씨의 극단적 선택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남겼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찾기 힘들어서다. 76만원 대납 의혹만으로 이씨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이 약식기소 내지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냈을 정도의 사안이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씨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유죄를 받더라도 이 대표와 옵티머스가 서로 연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76만원 대납 의혹 외에 다른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찰은 이씨 소환 직전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옵티머스 로비스트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 사용했던 여의도 사무실의 보증금을 옵티머스 측에서 부담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소환했을 당시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사태가 여러 의혹으로 확전되는 상황에서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옵티머스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검찰 사건 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수사 난항
해 넘기나

이 때문에 정치권은 미스터리로 남을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야권은 고작 76만원가량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과 연관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만연하던 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반 년째 공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펀드 사기 의혹과 관련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사건의 핵심인 경영진 4인방과 브로커들의 신변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반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잰걸음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 지검장이 ‘추미애 사단’으로 꼽히면서 국민의힘 측은 이 지검장이 여권에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월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 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검에 가서 한 점의 의혹을 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여 “강금원 떠올라”
야 “이유를 밝혀라”

고인이 된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린다. 지난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후원금을 지원한 일을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차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같은 당 신동근 최고위원 역시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별건수사, 강압수사, 피의사실 사전 공표, 모욕수사를 가져왔다”며 “또 피의사실 흘리기라는 검찰의 고질적 버릇이 도지는 일이 발생했고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씨의 옵티머스 외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 이씨가 전남에 있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급여 형식으로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를 이씨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 민주당은 별건수사로 이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옵티머스와 무관한 전남 지역 업체들의 급여 제공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이씨를) 소환 조사했다든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이 없었는지 철저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윤 총장
진상조사

또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조사 중 별건 범죄사실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조사 주체, 증거 관계, 가벌성 및 수사 시기 등을 인권감독관에게 점검받은 후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수사에 착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윤 총장은 “중요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해 지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원 통신영장 기각, 왜?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근인 이모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강제 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경찰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사망한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수첩, 지갑 등을 발견했다.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주변인 및 유족의 진술 등과 이를 비교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종적을 감췄고,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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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