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최측근’ 사망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0:04:47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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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안갯속에 빠졌다. 관련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측근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측근 이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을 수색하던 도중 이씨가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타살 흔적 X

이씨는 갑작스레 종적을 감췄다.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씨는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여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변호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은 이로부터 이틀 뒤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씨가 발견된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타살이라고 볼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10월 최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씨와 옵티머스 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핵심은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씨는 지난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 캠프의 조직 업무를 담당했다. 

‘10년 지기’ 극단적 선택…왜?
검찰 소환조사 중 종적 감춰

의혹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신의 주변에 “옵티머스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 복합기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라고 실무진에 수차례 당부했는데 누락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18·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으로서 이 대표의 당시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관리를 맡았다. 이 대표와 이씨는 같은 전남 영광 출신이다.

이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남도지사로 출마했을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 2만6117명의 당비 3278만여원의 대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1년 2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이씨가 출소한 후 그를 정무특보로 기용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결정을 두고 공무원 임용 규정 위반 및 보은·특혜 인사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는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돼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바깥에서 보기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그 사람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이씨에게 신뢰를 보였다. 

이 대표가 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가 되자 이씨는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이씨는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가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해왔다.

비서관 출신
지역 관리

이씨의 극단적 선택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남겼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찾기 힘들어서다. 76만원 대납 의혹만으로 이씨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이 약식기소 내지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냈을 정도의 사안이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씨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유죄를 받더라도 이 대표와 옵티머스가 서로 연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76만원 대납 의혹 외에 다른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찰은 이씨 소환 직전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옵티머스 로비스트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 사용했던 여의도 사무실의 보증금을 옵티머스 측에서 부담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소환했을 당시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사태가 여러 의혹으로 확전되는 상황에서 이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옵티머스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검찰 사건 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수사 난항
해 넘기나

이 때문에 정치권은 미스터리로 남을 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야권은 고작 76만원가량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과 연관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만연하던 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반 년째 공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펀드 사기 의혹과 관련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사건의 핵심인 경영진 4인방과 브로커들의 신변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반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잰걸음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 지검장이 ‘추미애 사단’으로 꼽히면서 국민의힘 측은 이 지검장이 여권에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월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 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검에 가서 한 점의 의혹을 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여 “강금원 떠올라”
야 “이유를 밝혀라”

고인이 된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린다. 지난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후원금을 지원한 일을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차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같은 당 신동근 최고위원 역시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별건수사, 강압수사, 피의사실 사전 공표, 모욕수사를 가져왔다”며 “또 피의사실 흘리기라는 검찰의 고질적 버릇이 도지는 일이 발생했고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씨의 옵티머스 외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 이씨가 전남에 있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급여 형식으로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를 이씨의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 민주당은 별건수사로 이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옵티머스와 무관한 전남 지역 업체들의 급여 제공 관련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이씨를) 소환 조사했다든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그런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이 없었는지 철저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설명이다. 

윤 총장
진상조사

또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조사 중 별건 범죄사실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조사 주체, 증거 관계, 가벌성 및 수사 시기 등을 인권감독관에게 점검받은 후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수사에 착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윤 총장은 “중요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해 지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원 통신영장 기각, 왜?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근인 이모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강제 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경찰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사망한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수첩, 지갑 등을 발견했다.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주변인 및 유족의 진술 등과 이를 비교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종적을 감췄고,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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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