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양정철 복귀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23 10:08:57
  • 호수 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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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정권 구원투수로 나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복심’이 잠행을 끝마친 걸까.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론, 여권의 다른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이를 양 전 원장의 복귀 신호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 전 원장의 복귀에는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선거 전략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오랜 잠행을 마치고 기지개를 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각각 만났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두 사람과 전략가인 양 전 원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았다.

군기반장
전략가로

양 전 원장은 두 사람 외에도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만났다. 양 전 원장은 이들과 정국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전 원장의 등장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4월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민주당은 야권과 민심의 지탄을 무릅쓰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지지율뿐만 아니라 이낙연 대표의 대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날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는 “당원의 뜻이 모였다고 해서 서울·부산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우리의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논리다.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

양 전 원장은 민주당에서 손꼽히는 선거 전략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그는 ‘광흥창팀’에서 문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13명으로 꾸려진 광흥창팀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뛸 때부터 활동한 핵심 참모 그룹이다.

양 전 원장은 광흥창팀의 수장이었다. 그는 광흥창팀에서 선거 전략 수립과 인재 영입, 메시지 작성 등 핵심 실무를 담당했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광흥창팀 멤버 중 상당수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1기 참모진으로 활동했다.

‘잠행’ 끝내고 대선주자 회동
보궐선거 전 새판짜기 돌입?

양 전 원장은 청와대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며 미국·일본·뉴질랜드 등에서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초에 발간한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통해 해외로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괜히 한국에 있다가 ‘비선 실세’ 따위의 억측이나 오해를 받기 싫었다. 권력과 거리를 두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문) 대통령을 돕는 길이고, 청와대 참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꺼이 머나먼 유랑의 길에 나선 이유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정권의 ‘개국공신’이다. 또 자타공인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정치 입문을 주저하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양 전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는 재단 사무처장을 맡아 그를 보좌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 <사람이 먼저다> 등도 양 원장이 기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 전 원장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금의 ‘공룡여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오랜 잠행을 거듭하던 양 전 원장을 신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해외로 떠난 지 2년 만이었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선거 전략의 본거지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민주당의 총선 준비를 총괄하는 총선기획단 15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획단은 민주당의 조직, 재정, 홍보, 정책, 전략 등 산하 단위를 구성해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조직이다. 

또 양 전 원장은 이해찬 당시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속한 비공식 ‘5인 협의체’에서 총선 전략을 이끌었다.

양 전 원장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민주당이 영입한 19명의 정치 신인 중 1호 영입인재인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는 양 전 원장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거리두기 
끝냈나?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광폭 행보를 보여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회동했다. 양 전 원장과 서 원장의 회동은 야당으로부터 “선거공작이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기 전까지 이들은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들이었다. 양 전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2월에는 그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났던 사실이 인사청문회 도중 알려지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낙연 대표, 이 지사와 함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양 전 원장은 동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양 전 원장은 다수의 여권 대선주자들을 만났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이낙연 대표와 이 지사 등 현 시점에서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들과 회동했다. 정치권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양 전 원장의 등판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양 전 원장이 복귀한다면, 보궐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지난 21대 총선 때처럼 선거를 총괄하는 전략가의 역할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원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자 교통정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가진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임종석 ⓒ청와대

지난 2월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게 호남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문 적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실형 선고로 대선주자를 잃은 친문 세력이 제3의 대선주자를 추대할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민주당 전해철·도종환 의원 등 60여명의 친문 현역 의원이 참여한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출범으로 이러한 우려는 당내에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실세 재등장
정치권 긴장

양 전 원장은 최근 여권 대선주자들과의 회동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련의 선거 국면에서 친문 적통 경쟁을 피하고 ‘원팀’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번 (21대)총선 성과는 당이 계파, 계보 없이 혼연일체가 됐기에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이어가려면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원팀 기조는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의 연승을 이끈 원동력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기조를 앞세워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양 전 원장은 대선주자들에게 ‘민주주의 4.0 연구원’ 출범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져 자칫 보궐선거에서 패한다면, 그 타격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까지 이를 수 있다. 야권 광역자치단체장이 문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그림이 그려진다. 양 전 원장의 원팀 강조는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 종료를 위한 의지로 읽힌다.

양 전 원장은 공식 직함이 없는 상태다. 21대 총선 압승 직후 양 전 원장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정치권을 떠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주자를 비롯해 민주당 핵심 인사들과의 회동을 지속할 경우 비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의 행보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올 연말 내지는 내년 초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가 예상된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노 실장은 앞서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 당시 사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 측은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노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전월세 등 부동산 대란을 공격 타깃으로 설정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일제히 공세에 나선 상태다.

‘원팀’ 강조 이유는…
사전 정지작업 관측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며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가 침해되면서 부동산 사회주의를 꿈꾸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주택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차기 대선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임대차 3법 전면 수정’ 등 부동산 정책 대안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여론도 좋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 발표한 11월 2주차(13~16일) 문재인정부 정책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긍정평가가 71%로 가장 높은 반면, 주거·부동산 정책이 1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6개월 평균에서도 보건·의료 정책(71%)이 가장 높았고, 주거·부동산 정책(19%)이 가장 낮았다(자세한 조사개요는 한국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 전 원장은 혼란한 청와대를 수습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문 대통령의 ‘순장조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청와대 참모들과 친문 인사들이 양 전 원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차기 비서실장직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뒤를 이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양 전 원장은 이 같은 주변의 권유를 고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정치권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꾸준히 밝히고 있다고 한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여권에서는 양 전 원장과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양 전 원장은 이 중 최 수석을 노 실장 후임으로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상황이 마땅치 않다. 최 수석은 정무수석으로 취임한 지 3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아 내년 초 인사이동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우 전 대사는 대형 로펌 고문인 데다 최근 대학 석좌교수로 취임해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재성 추천
그러나…

이 때문에 양 전 원장의 고사에도, 문 대통령이 권한다면 비서실장을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하다. 과연 양 전 원장이 본인의 뜻을 접고, 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정철 개인정보법 위반 무혐의 처분

검찰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개인정보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양 전 원장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위치정보 자료를 활용한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21대 총선 당시 이동통신사 가입자들의 위치정보를 가공한 통계자료 등을 총선 유세 전략에 활용했다는 혐의(개인정보보호법 및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지난 4월 고발당했다.

앞서 민주연구원은 총선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에서 받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시간대별 인구 이동,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등을 파악해 선거에 활용했다.

수사를 진행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9월 양 전 원장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으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송치했다.

양 전 원장이 활용한 자료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저촉되는 내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양 전 원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고발인은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하고 재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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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