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성 친문’ 리스크

친박 설친 박정부 오버랩?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최근 강성 ‘친문(친 문재인)’ 지지자들의 공세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뭉쳐 정부·여당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행한다. 여당 정치인들도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며 침묵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강성 친박(친 박근혜)이 주류를 이뤘던 박근혜정부의 몰락과 오버랩된다.
 

▲ ▲ (사진 왼쪽부터)‘금조박해’로 통하는 금태섭·조응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용진·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 조응천 의원, 박용진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을 가리키는 ‘금조박해’라는 용어가 있다. 김해영 전 의원만 성 대신 가운데 글자인 ‘해’를 썼다. 이들은 소신 발언으로 소위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찍힌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선 금조박해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박해’를 받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웃지못할 해석도 나온다.

금조박해

김해영 전 의원은 20대 국회서 대표적인 당내 소신파로 꼽혔다. 당 주류 의원들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미스터 쓴소리’로도 불렸다. 그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 극단적 박원순 전 시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수도인 서울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당의 일원으로서 서울 시민과 국민 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탈당해라’ ‘야권의 부산시장 후보로 가라’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들이 대거 쏟아졌다. 김 전 의원은 최고위원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당의 주류 의견과 다르더라도 소수의견을 과감하게 말하는 것이 당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그것이 결국 국민 전체와 당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금조박해의 금태섭 전 의원 역시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지나친 테러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공수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그의 제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쇄도했고, 결국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조국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 등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조 전 장관에게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 동문서답으로 상처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한 말이 화근이 됐다. 결국 금 전 의원은 21대 총선 민주당 공천서 배제됐다.

최근엔 박용진 의원이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 국민의 역린”이라며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당의 일원으로서 사과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 직후 그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의 SNS 게시물은 “더럽고 비열한 인간” “등 뒤에서 칼 꽂는 양아치” “제2의 금태섭이냐" “민주당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수치” “항상 혼자 튀면서 민주당 덕을 보려고 애쓴다” 등 욕설과 막말로 도배됐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의혹을 처음 제보한 당직사병 현모씨 역시 강성 친문 공격에 시달리면서 페이스북을 닫은 상태다. 현모씨의 가족를 향한 원색적 비난부터 국민의힘과 결탁해 제보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쏟아졌다.

정부·여당 반대파에 무차별 공격
각종 여권발 악재에도 서로 눈치만

현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상식 밖의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시달려 정신과 병원에라도 가봐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당원 게시판이나 친여 커뮤니티에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 3000명 정도가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권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우리가조국이다 #우리가추미애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무조건적인 여권 인사 지키기 운동이다.


이들은 SNS에 #우리가추미애다 해시태그와 댓글을 연달아 달고, 총공격에 나설 ‘좌표’를 찍기도 한다. 야권에선 이들의 캠페인에 ‘내가 당직사병이다’으로 맞불을 뒀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정치권이 다시 두 갈래의 목소리로 갈라지는 양상이다.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은 2017년 대선 정국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여권 내 문 대통령 경쟁 후보에게 욕설과 모욕이 난무한 문자폭탄을 날려댔다. 욕설과 비슷한 발음의 18원을 보내는 ‘18원 후원금’은 문 대통령의 경쟁 후보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를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다음 날 곧바로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하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조국 사태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화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을 거치면서 역설적이게도 문정부의 역린은 ‘공정’과 ‘정의’가 됐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여권발 악재가 터지고 있음에도 여권에선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년을 대변하겠다던 2030 의원들조차 청년세대의 박탈감을 위로하기보단 오히려 과도한 추 장관 엄호에 역풍을 맞고 있다. 당내서도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여당 의원들 역시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타격은 물론이고, 소속 정당에 대한 분열을 걱정하는 눈치다.

결국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침묵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민주당을 위한 길이 아니다. 양 극단에 있는 이들은 상대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며, 모든 사안을 선악으로 구분한다. 이분법적인 논리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캐스팅 보터’인 중도층은 진영논리서 벗어나 보편적 상식에 입각해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대로라면 정권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해 여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이뤄질 공산이 높다.

역풍

박근혜정부는 ‘진박(진짜 친박)’ 논란이 일고 비상식적인 강성 지지자들이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강성 지지자들의 무차별적인 공격과 이를 눈치 보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극단에 매몰되면 이들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 역풍’ 맞은 여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옹호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발언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추 장관 아들 군 특혜 비리 제보자를 향해 ‘단독범’이라 해 사과했고, 윤건영 의원은 “가족이 국방부에 전화한 게 청탁이라면 동사무소에 전화한 모든 것이 청탁”이라고 말했다가 잘못된 비유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정청래 의원은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다라고 하면 청탁이냐, 민원이냐”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또 민주당 박성민 원내 대변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빗대 논란이 되자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의 청년의원인 김남국 의원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군대 갔다 왔으면 이런 주장 못 한다”고 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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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