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재명’ 대권 내전 관전 포인트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2 10:04:19
  • 호수 12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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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은 끝났다…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이젠 본격 정치의 영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결에 눈길이 쏠린다. <일요시사>는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두 잠룡의 대결에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를 끝낸 정치권의 시선은 두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유력 정치인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경쟁을 펼쳐왔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가 먼저 고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깨뜨릴 것인가.

관전 포인트①
안정 VS 폭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스타일은 극명히 나뉜다. 이 대표는 특유의 무게감 있는 발언과 정무감각으로 안정감을 보인다.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등 조직을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안정감을 증명하는 타이틀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고 나서도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자칫 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사는 이유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해 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도 이 대표 리더십의 산물로 평가된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에는 ‘검찰 수사 우선’ 기조를 고수,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주당은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기민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발 빠르게 대처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직으로 임명해 선거 후유증을 미연에 차단했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 사태의 확전을 막았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대비되는 스타일, 민심 얻는 쪽은?

반면 이 지사는 특유의 날선 발언과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강단으로 대권주자로서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지난 7월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빠르게 이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사법족쇄에서 벗어난 이 지사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모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이재명이 홍보비로 남경필의 2배를 썼다’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가 43%로 많다’ 등 홍보비가 과도하다고 비난한다”며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했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유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간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가계 부채는 박근혜정부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니 박근혜(전 대통령)의 경제참모를 자처한 유 전 의원과 국민의힘은 반성부터 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받아쳤다.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는 ‘대권주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효과,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관련 청탁 의혹 등을 놓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측이 종일 설전을 벌였다. 

공방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꺼내들었다. 앞서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표,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저격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사건을 ‘경기도판 분서갱유’라고 명명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세연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이 지사의 적극적인 변론은 한방을 준비하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국민의힘 측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수혜자로 이 지사를 꼽는다.

관전 포인트②
호남 VS 경기

두 사람은 정치 기반도 다르다. 이 대표는 ‘호남’, 이 지사는 ‘경기’로 대표된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지역을 토대로 지금의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 출생인 그는 제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많은 호남 인사들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꼽힌다. 그는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의 현역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이 대표의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이 대표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등용한 민주당 박래용 메시지실장도 전남대를 나온 호남 인사다.
 

▲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 대표는 ‘포스트 DJ(김대중)’로 주목받고 있다. 호남은 포스트 DJ의 부재로 대권 불임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이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호남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남은 기간 PK(부산·경남)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연합론’이다. 호남 기반을 토대로 PK 민심까지 잡는다면 대권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지역연합의 힘은 과거 DJ가 증명해냈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호남+PK’ 연합의 힘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이낙연 ‘동진’ 이재명 ‘남진’‘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

PK와 연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낙연 체제’에서 약진하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의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8월부터 당 수석대변인, 부산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대표 정무실장, 해운대여고와 부산대를 나온 한정애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당 요직에 PK 인사가 다수 진출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PK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탄탄한 수도권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등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이 지사는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로 당선, 수도권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굳혔다. 

이 지사를 돕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다. 원내 인사 중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 양주시 최초의 4선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시험 동기이자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경기 수원병의 현역 재선 의원인 김영진 의원도 친이재명계로 통한다. 그는 현재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제20·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 재선 의원으로 발돋움한 김병욱 의원도 친이재명계다. 성남은 이 지사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그 외에도 경기 광주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임종성 의원, 경기도 안성 출신의 초선인 이규민 의원 역시 이 대표를 돕는 정치적 협력 라인으로 분류된다.

참모 라인도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지난 2016년 이 지사와 함께 다니엘 라벤토스가 지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를 공동번역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 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을 당시 인수위원장,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조만간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구체화 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김용 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지난 2018년에는 선거조직 총괄을 맡으며 활약한 바 있다.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측근이다.

이 지사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다. 영·호남으로의 진출이다. 이는 최근 경기도 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부산 출신의 친문 인사다. 지난해 8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된 강위원 원장은 전남대를 나와 더불어광주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인사다.

관전 포인트③
동교동 VS 무계파

이 대표는 동교동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교동을 출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기간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동교동계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동교동을 출입하던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 대표가 핵심 친문으로 거듭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동교동계는 최근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추진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복당 논의를 했다는 것. 그러나 지도부는 동교동계의 복당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로들은 원로답게 밖에서 민주당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친문 측은 동교동계 복당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며 집단 탈당한 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대거 합류했다.
 

▲ ▲▲ 박래용 더불어민주당 메시지실장 ⓒ페이스북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친문과 동교동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향후 두 계파의 갈등을 풀어야하는 숙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무계파 정치인이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은 ‘정치적 유산’이 없다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과 맞붙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는 “나는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도 세력도 없는 흙수저”라고 강조했다.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와 친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 이 지사는 “그 분(이낙연)은 엘리트 대학(서울대) 출신에 (<동아일보>)기자를 하시다가 (DJ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을 하신 분”이라며 “나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시장을 한 게 전부”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에 다 어렵게 살았고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엘리트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엘리트 대 흙수저’ 구도가 형성된 이상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는 동안 이러한 프레임이 계속 언급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동 건 ‘SK계’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인 ‘SK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K계가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광화문포럼은 지난 26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초청해 ‘10월 조찬 강연’을 열었다.

5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광화문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총리가 광화문포럼의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총리 측은 “단순한 공부 모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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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