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재명’ 대권 내전 관전 포인트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2 10:04:19
  • 호수 12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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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은 끝났다…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이젠 본격 정치의 영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결에 눈길이 쏠린다. <일요시사>는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두 잠룡의 대결에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를 끝낸 정치권의 시선은 두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유력 정치인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경쟁을 펼쳐왔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가 먼저 고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깨뜨릴 것인가.

관전 포인트①
안정 VS 폭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스타일은 극명히 나뉜다. 이 대표는 특유의 무게감 있는 발언과 정무감각으로 안정감을 보인다.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등 조직을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안정감을 증명하는 타이틀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고 나서도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자칫 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사는 이유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해 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도 이 대표 리더십의 산물로 평가된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에는 ‘검찰 수사 우선’ 기조를 고수,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주당은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기민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발 빠르게 대처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직으로 임명해 선거 후유증을 미연에 차단했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 사태의 확전을 막았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대비되는 스타일, 민심 얻는 쪽은?

반면 이 지사는 특유의 날선 발언과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강단으로 대권주자로서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지난 7월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빠르게 이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사법족쇄에서 벗어난 이 지사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모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이재명이 홍보비로 남경필의 2배를 썼다’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가 43%로 많다’ 등 홍보비가 과도하다고 비난한다”며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했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유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간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가계 부채는 박근혜정부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니 박근혜(전 대통령)의 경제참모를 자처한 유 전 의원과 국민의힘은 반성부터 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받아쳤다.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는 ‘대권주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효과,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관련 청탁 의혹 등을 놓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측이 종일 설전을 벌였다. 

공방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꺼내들었다. 앞서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표,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저격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사건을 ‘경기도판 분서갱유’라고 명명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세연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이 지사의 적극적인 변론은 한방을 준비하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국민의힘 측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수혜자로 이 지사를 꼽는다.

관전 포인트②
호남 VS 경기

두 사람은 정치 기반도 다르다. 이 대표는 ‘호남’, 이 지사는 ‘경기’로 대표된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지역을 토대로 지금의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 출생인 그는 제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많은 호남 인사들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꼽힌다. 그는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의 현역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이 대표의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이 대표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등용한 민주당 박래용 메시지실장도 전남대를 나온 호남 인사다.
 

▲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 대표는 ‘포스트 DJ(김대중)’로 주목받고 있다. 호남은 포스트 DJ의 부재로 대권 불임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이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호남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남은 기간 PK(부산·경남)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연합론’이다. 호남 기반을 토대로 PK 민심까지 잡는다면 대권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지역연합의 힘은 과거 DJ가 증명해냈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호남+PK’ 연합의 힘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이낙연 ‘동진’ 이재명 ‘남진’‘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

PK와 연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낙연 체제’에서 약진하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의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8월부터 당 수석대변인, 부산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대표 정무실장, 해운대여고와 부산대를 나온 한정애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당 요직에 PK 인사가 다수 진출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PK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탄탄한 수도권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등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이 지사는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로 당선, 수도권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굳혔다. 

이 지사를 돕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다. 원내 인사 중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 양주시 최초의 4선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시험 동기이자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경기 수원병의 현역 재선 의원인 김영진 의원도 친이재명계로 통한다. 그는 현재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제20·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 재선 의원으로 발돋움한 김병욱 의원도 친이재명계다. 성남은 이 지사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그 외에도 경기 광주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임종성 의원, 경기도 안성 출신의 초선인 이규민 의원 역시 이 대표를 돕는 정치적 협력 라인으로 분류된다.

참모 라인도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지난 2016년 이 지사와 함께 다니엘 라벤토스가 지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를 공동번역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 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을 당시 인수위원장,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조만간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구체화 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김용 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지난 2018년에는 선거조직 총괄을 맡으며 활약한 바 있다.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측근이다.

이 지사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다. 영·호남으로의 진출이다. 이는 최근 경기도 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부산 출신의 친문 인사다. 지난해 8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된 강위원 원장은 전남대를 나와 더불어광주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인사다.

관전 포인트③
동교동 VS 무계파

이 대표는 동교동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교동을 출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기간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동교동계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동교동을 출입하던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 대표가 핵심 친문으로 거듭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동교동계는 최근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추진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복당 논의를 했다는 것. 그러나 지도부는 동교동계의 복당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로들은 원로답게 밖에서 민주당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친문 측은 동교동계 복당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며 집단 탈당한 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대거 합류했다.
 

▲ ▲▲ 박래용 더불어민주당 메시지실장 ⓒ페이스북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친문과 동교동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향후 두 계파의 갈등을 풀어야하는 숙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무계파 정치인이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은 ‘정치적 유산’이 없다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과 맞붙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는 “나는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도 세력도 없는 흙수저”라고 강조했다.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와 친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 이 지사는 “그 분(이낙연)은 엘리트 대학(서울대) 출신에 (<동아일보>)기자를 하시다가 (DJ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을 하신 분”이라며 “나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시장을 한 게 전부”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에 다 어렵게 살았고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엘리트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엘리트 대 흙수저’ 구도가 형성된 이상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는 동안 이러한 프레임이 계속 언급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동 건 ‘SK계’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인 ‘SK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K계가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광화문포럼은 지난 26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초청해 ‘10월 조찬 강연’을 열었다.

5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광화문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총리가 광화문포럼의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총리 측은 “단순한 공부 모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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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