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재명’ 대권 내전 관전 포인트 셋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2 10:04:19
  • 호수 12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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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은 끝났다…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이젠 본격 정치의 영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결에 눈길이 쏠린다. <일요시사>는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두 잠룡의 대결에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를 끝낸 정치권의 시선은 두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유력 정치인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경쟁을 펼쳐왔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가 먼저 고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깨뜨릴 것인가.

관전 포인트①
안정 VS 폭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스타일은 극명히 나뉜다. 이 대표는 특유의 무게감 있는 발언과 정무감각으로 안정감을 보인다.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등 조직을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안정감을 증명하는 타이틀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고 나서도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자칫 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사는 이유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해 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도 이 대표 리더십의 산물로 평가된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에는 ‘검찰 수사 우선’ 기조를 고수,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줬다.

결국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민주당은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기민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발 빠르게 대처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권 경쟁자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직으로 임명해 선거 후유증을 미연에 차단했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 사태의 확전을 막았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대비되는 스타일, 민심 얻는 쪽은?

반면 이 지사는 특유의 날선 발언과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강단으로 대권주자로서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지난 7월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빠르게 이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사법족쇄에서 벗어난 이 지사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모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이재명이 홍보비로 남경필의 2배를 썼다’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가 43%로 많다’ 등 홍보비가 과도하다고 비난한다”며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했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유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간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가계 부채는 박근혜정부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니 박근혜(전 대통령)의 경제참모를 자처한 유 전 의원과 국민의힘은 반성부터 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받아쳤다.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는 ‘대권주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효과,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관련 청탁 의혹 등을 놓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측이 종일 설전을 벌였다. 

공방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꺼내들었다. 앞서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표,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저격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사건을 ‘경기도판 분서갱유’라고 명명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세연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이 지사의 적극적인 변론은 한방을 준비하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국민의힘 측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수혜자로 이 지사를 꼽는다.

관전 포인트②
호남 VS 경기

두 사람은 정치 기반도 다르다. 이 대표는 ‘호남’, 이 지사는 ‘경기’로 대표된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지역을 토대로 지금의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 출생인 그는 제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많은 호남 인사들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꼽힌다. 그는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의 현역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이 대표의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이 대표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등용한 민주당 박래용 메시지실장도 전남대를 나온 호남 인사다.
 

▲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 대표는 ‘포스트 DJ(김대중)’로 주목받고 있다. 호남은 포스트 DJ의 부재로 대권 불임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이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호남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남은 기간 PK(부산·경남)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연합론’이다. 호남 기반을 토대로 PK 민심까지 잡는다면 대권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지역연합의 힘은 과거 DJ가 증명해냈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호남+PK’ 연합의 힘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이낙연 ‘동진’ 이재명 ‘남진’‘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

PK와 연이 있는 정치인들이 ‘이낙연 체제’에서 약진하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의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8월부터 당 수석대변인, 부산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대표 정무실장, 해운대여고와 부산대를 나온 한정애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당 요직에 PK 인사가 다수 진출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PK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탄탄한 수도권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등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이 지사는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로 당선, 수도권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굳혔다. 

이 지사를 돕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다. 원내 인사 중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 양주시 최초의 4선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시험 동기이자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경기 수원병의 현역 재선 의원인 김영진 의원도 친이재명계로 통한다. 그는 현재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제20·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 재선 의원으로 발돋움한 김병욱 의원도 친이재명계다. 성남은 이 지사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그 외에도 경기 광주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임종성 의원, 경기도 안성 출신의 초선인 이규민 의원 역시 이 대표를 돕는 정치적 협력 라인으로 분류된다.

참모 라인도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지난 2016년 이 지사와 함께 다니엘 라벤토스가 지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를 공동번역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 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다.

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을 당시 인수위원장,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조만간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구체화 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까지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김용 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지난 2018년에는 선거조직 총괄을 맡으며 활약한 바 있다.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측근이다.

이 지사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다. 영·호남으로의 진출이다. 이는 최근 경기도 인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부산 출신의 친문 인사다. 지난해 8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원장으로 임명된 강위원 원장은 전남대를 나와 더불어광주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인사다.

관전 포인트③
동교동 VS 무계파

이 대표는 동교동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교동을 출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기간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동교동계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동교동을 출입하던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 대표가 핵심 친문으로 거듭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동교동계는 최근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추진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복당 논의를 했다는 것. 그러나 지도부는 동교동계의 복당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로들은 원로답게 밖에서 민주당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친문 측은 동교동계 복당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 인사들은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며 집단 탈당한 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대거 합류했다.
 

▲ ▲▲ 박래용 더불어민주당 메시지실장 ⓒ페이스북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친문과 동교동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향후 두 계파의 갈등을 풀어야하는 숙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무계파 정치인이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은 ‘정치적 유산’이 없다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과 맞붙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는 “나는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도 세력도 없는 흙수저”라고 강조했다.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와 친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 이 지사는 “그 분(이낙연)은 엘리트 대학(서울대) 출신에 (<동아일보>)기자를 하시다가 (DJ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을 하신 분”이라며 “나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시장을 한 게 전부”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에 다 어렵게 살았고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엘리트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엘리트 대 흙수저’ 구도가 형성된 이상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치는 동안 이러한 프레임이 계속 언급될 것이라 예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동 건 ‘SK계’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인 ‘SK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K계가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광화문포럼은 지난 26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초청해 ‘10월 조찬 강연’을 열었다.

5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광화문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총리가 광화문포럼의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총리 측은 “단순한 공부 모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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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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