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대망론’

갈 길 바쁜데 너무 멀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 야권의 ‘잠룡’들이 몸풀기에 들어갔다. 그중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가장 빨리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소장 개혁파’로 외연 확장에 적합한 인물이지만, 한계점도 적지 않다.
 

▲ 원희룡 제주지사

“내 평생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기지개를 켰다. 원 지사는 “여당의 후보가 누구든 치열하게 승부를 할 것”이라며 대권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대권주자 경선에 참여해 경선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하고, 주자가 되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존재감 부족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일각에선 원 지사에 대한 우호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보수 세력의 대선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며 원 지사 띄우기에 나섰다.

21대 국회의원들 사이서도 원 지사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다. <동아일보>서 21대 초선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서 원 지사는 보수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 1위로 꼽혔다.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대답이 가장 높았지만, 홍준표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처럼 중앙 정치권에서 뛰었던 인물들을 제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원 지사가 ‘소장 개혁파’라는 점은 보수야권 후보로서 큰 경쟁력이다. 현재 통합당은 ‘꼰대’ 이미지 탈피와 당 내부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원 지사는 2000년에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남원정 트리오’를 형성했다. 원 지사를 주축으로 한 소장파들은 한나라당의 부패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당을 중도보수 쪽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했다.

진보, 보수를 망라한 정치적 행보 역시 원 지사만의 강점이다. 제주 출신으로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지역 문제서 자유로울 수 있다. 386세대의 대표주자로,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경력도 있다.

원 지사는 지난 2018년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서 “노무현 정신인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모두의 정치를 하셨던 그 정신에 존경과 감사의 뜻을 올린다”고 했다. 또 정치를 하는 동안 가장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순간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때 당론주의에 매몰돼 찬성표를 던진 것’을 꼽았다.

‘킹메이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의 궁합은 어떨까. 원 지사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 초기에는 다른 결의 행보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 9일 미래혁신포럼서 ‘보수’를 강조했다.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며 보수 색채 빼기에 나선 김 위원장을 저격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을 ‘용병’에 비유하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원 지사는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 대한민국의 역사적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왔던 바로 그 보수의 위풍이 승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잠룡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
소장 개혁파 정치적 내상 적어 급부상


하지만 원 지사의 행보는 최근 달라졌다. 원 지사는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제와 같은 진보적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데이터청 설립 제안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원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함께 잘사는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데 좌파와 우파가 왜 나오나. 제한된 자원과 목표하는 효과 사이에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념에 매몰된 정책보다는 보편적인 관점서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 지사는 김 위원장의 급속한 ‘좌클릭’을 경계할 뿐, 김 위원장과는 나쁘지 않은 궁합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 나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 지사는 다른 야권 잠룡들과 달리 정치적 ‘내상’이 적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21대 총선 서울 종로서 이낙연 의원과 붙어 낙선했다. 아울러 황 전 대표의 ‘우클릭’으로 당은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당의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 투표를 강행했지만, 결국 시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이후 긴 공백기를 거쳐 2016년 총선 서울 종로서 정세균 전 의원과 붙었지만 역시 패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였던 21대 총선에선 서울 광진을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배했다.

정치 신인에게 진 만큼 다음 대선 전까지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준표 의원 역시 과거 여러 막말 논란으로 당의 외연 확장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홍 의원은 이번 선거 공천 과정서 당과 여러 마찰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한계점 역시 뚜렷하다. 우선 대선후보로 존재감이 부족하다. 6년 가까이 중앙 정치권서 떨어져 있었다. 탄핵 이후 보수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는 비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뚜렷한 정치색이 없어 당내 입지가 약한 편이다.

원 지사는 국정 농단 사건 이후 새누리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되자 “당은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며 보수 개편을 주장했다.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을 담았으나,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하자 “개혁 정치를 현재 정당구조서 실현하기 어렵다”며 당을 탈당했다.

또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서 “도민들이 명령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도 입당할 수 있다”며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내 입지 약해

또 중앙 정치권서 대선 준비를 하기에는 제주라는 지역적 한계에 부딪힐 공산도 높다.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말한 원 지사의 과거 발언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민숙 의원은 “지사께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아닌 지금 당장 도민에게 절박한 문제에 더 집중하셔야 한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올 가을 제2차 대유행 우려도 전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캠프’ 합류 이태용은?


정치권에 따르면 7월부터 이태용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내달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선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 전 부원장은 황교안 전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 민정실장을 맡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황 전 대표의 조직단장을 맡아 당선에 크게 공헌했다.

2년 전 6·13지방선거에선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제주지사로 출마했을 때 선거를 도와 승리를 이끌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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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