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선두’ 이낙연 흔드는 세력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9 10:35:40
  • 호수 1296호
  • 댓글 0개

친문의 토사구팽?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라는 평가에 균열이 생겼다. 11월 위기론은 현실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이야기다. 잇따른 악재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흔드는 세력의 존재를 의심한다.
 

▲ 경제상황 점검회의서 발언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꽃가마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당 안팎에서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어대후 이낙연’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옛일이 됐다. 

고꾸라진 
지지율에…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2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21.5%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재명 경기도지사(21.5%)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권을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17.2%로 3위에 올랐다.

이 대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동 기관 조사에서 30.8%를 기록했던 이 대표의 지지율은 7월 25.6%, 8월 24.6%, 9월 22.5%를 거쳐 10월 21.5%로 떨어졌다. 4개월여 동안 9.3%p 빠진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지난 8·29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럼에도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컨벤션 효과(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를 연 직후에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마저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대표와 함께 1위에 오른 이 지사는 60대와 7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즉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요 연령층인 30대와 40대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누른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다가올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에게 잇따라 악재가 겹친 결과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논란이 그중 하나다. 앞서 민주당은 소위 무공천 조항으로 불리는 당헌 96조2항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데 대한 찬반조사를 실시했다. 

총 투표수 21만1804표 중 18만3509표(86.64%)가 찬성했다. 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 행위로 실시되는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6월부터 하락세 계속 왜?
잇단 악재에 리더십 흔들

이 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찬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당원의 뜻이 모였다고 해서 서울·부산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우리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논리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 공정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으로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당헌 개정 결정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조 친노’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당헌을)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저렇게 뒤집었다. 너무 명분 없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성준 기자

강은미 원내대표는 “정치적 손익만을 따져 손바닥 뒤집듯 쉽게 당의 헌법을 바꾸는 것을 당원 투표라는 미명으로 행하는 것이 어디 자기 얼굴에만 침을 뱉는 것이겠느냐”며 “성 비위라는 중대한 범죄에 연루된 단체장의 보궐 선거에 또 다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려는 철면피는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한 어떤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찬반조사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26.35%에 불과한 총 투표율 때문이다. 민주당 당규 38조에 따르면, ‘전 당원 투표는 전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로 효력을 발휘한다. 전 당원 투표의 유효 투표율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번에 실시한 투표는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당원들의)의지를 묻는 것이고, 당헌 개정은 내일(지난 3일) 열릴 중앙위 의결을 통해서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권이 최종 목표인 이 대표에게 당헌 개정 논란은 분명한 악재다. 민주당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은 “당 대표로서, 대권주자로서 민주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 할 외길이었다. 이 대표는 머뭇거리지 않고 독배를 들었다”며 일련의 논란을 평가했다.

욕먹어도
공천 강행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회 사의 표명 사태’ 역시 이 대표에게 몰아닥친 악재다.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전체회의 도중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최근 2개월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사태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나온 돌발 발언이었다. 전체회의에 배석했던 여야 의원들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흐른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설사 결심했더라도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며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소속의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질문도 없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스스로 밝혀 위원들이 애써 준비한 정책 질의와 예산 심의를 위축시켰다”며 “위원회 권위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국회 사의 표명 사태는 청와대가 사직서를 반려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반려가 있고 난 후 홍 부총리는 “인사권자 뜻에 맞춰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부총리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그러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대주주 기준을 언급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홍 부총리의 기획재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의 민주당은 현행 10억원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분파하면  
이삭줍기?

결론은 민주당의 승리였다. 고위당정청 회의는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그동안 쌓아 왔던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줄곧 강조해왔던 당정청 ‘원팀’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원팀 기조는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의 연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이뤄내는 원동력이었다.

이 기간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을 중심으로 뭉쳤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만 다를 뿐 모두 친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당정 사이에 균열이 발생함으로써 민주당이 당장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부터 원팀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련의 과정이 거대여당의 폭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선거에서 악재다.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국면이었던 지난 3월,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와 홍 부총리가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향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며 응수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반대를 꺾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시켰다.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이 대표의 대권 명운을 가늠할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당정 갈등 논란에 대해 “(대주주 기준은 당정이)그다지 갈등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내)일부 의원들의 충정은 알겠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친문이 이 대표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선택할 가능성도 대두됐다. ‘부엉이 모임’ 사조직 논란으로 잠행하고 있던 친문 핵심 인사들이 ‘민주주의4.0 연구원(이하 연구원)’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 연구원은 오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코로나19와 신문명’이라는 주제로 창립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결국 양갈래 독자노선으로?

과거 부엉이 모임을 주도했던 친문 인사들이 대거 연구원에 합류한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연구원의 초대 의장을 맡으며, 부엉이 모임 출신으로 유일하게 원내대표로 당선된 홍영표 의원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전해철 의원이 가세한다.

그 외에도 다수의 청와대 출신과 86그룹 민주당 의원, 민간전문가 다수가 연구원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엉이 모임 사조직 논란을 의식한 듯 연구원은 정책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적 논의보다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정책 어젠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그러나 내년부터 매해 굵직한 선거가 예정돼있어 정치권은 연구원이 선거 국면에서 친문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구원에 합류한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대권 도전을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해철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 민주당 당대표·원내대표 선거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내년 5월에 치러진다. 현재 연구원은 싱크탱크의 성격이 강하지만, 향후 정치세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친문은 이 대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친문의 지지는 지난 8·29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친문이 잠행을 깨고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정치권은 대선주자들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꼽는다.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누구 한 명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전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주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잠행을 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지지율 답보 상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친문이 제3의 인물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친문 세력 일부라도 흡수해야 당내 경선에서 승산이 있다. 친문 인사들은 이낙연 체제에서 당의 요직에 대거 등용됐다.

일등공신들
분파 가능성도

박광온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 홍익표 의원은 민주연구원장, 최인호 의원은 수석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의 김영배 의원은 당 대표 정무실장,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의 정태호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으로 기용됐다. 이 대표 측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친문의 분파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싱크탱크’ 실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내년 3월 출범을 준비 중이다.

출범 이후 대선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이낙연표 대선 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싱크탱크의 대표를 맡을 것으로 전해지며, 민주당 내 경제공부 모임인 ‘경국지모’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최운열 전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이 싱크탱크에 합류한다.

이 대표가 내각을 이끌던 시절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들도 일부 싱크탱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경제 분과 소장에는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 분과 소장에는 정근식 서울대 교수, 정치 분과 소장에는 김남국 고려대 교수, 국민건강 분과 소장에는 김재상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됐다. 

싱크탱크는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시점인 내년 3월 법인으로 전환해 정식 싱크탱크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였던 시절 곁을 보좌한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이 실무를 준비한다.

친문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연구원과 함께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