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터닝포인트’ 이낙연 11월 위기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12 10:53:10
  • 호수 12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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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풍이 몰아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정감사 이후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정가로부터 들려온다. 당 대표로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도 중대한 사건이 예정돼있다. <일요시사>는 이 대표가 맞닥뜨릴 운명의 11월을 미리 살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ㄱ지ㅏ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팎에선 ‘이낙연 체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취임 후 곧바로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던 상황서 강경했던 의료계와의 갈등을 해결해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각종 사안
정면 돌파

4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 문턱을 넘게 한 일은 백미였다. 이낙연 대표는 앞선 취임 일성서 야당과의 ‘원칙 있는 협치’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야당이 추경안을 마냥 반대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이 대표는 취임 일성을 통해 한 자신의 말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추석 연휴 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을 약속한 정부여당에 선물보따리를 안긴 셈이다.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전될 수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도 미풍에 그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해당 논란에 ‘검찰 수사 우선’이라는 기조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고, 추 장관과 그의 아들은 검찰 조사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격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도 발 빠르게 대처해 주목받았다. 이 대표는 국회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북한군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며 규탄했다.

관련 상임위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집도 지시했다. 주말 동안 북한에 남북 공동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전당대회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도 미연에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권 경쟁상대였던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기용한 일이 대표적이다. 추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서 나온 자당 의원들의 설화 문제도 “과잉대응은 자제하라”는 지시로 해결,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서울·부산시장 공천 여부 초읽기
‘친문 적통’ 항소심 선고 임박해

민주당이 발목 잡힐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철퇴를 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불리는 윤리감찰단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와 비리 의혹의 주역인 이상직 의원, 10억원대 재산을 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을 1차적 윤리감찰 대상으로 선정했다.

결국 김 의원은 제명됐으며, 이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탈당했다.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당직 정지에 이어 당원권 정지가 결정됐다. 이 대표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순항하고 있는 이 대표지만, 정치권에선 ‘11월 위기설’이 감지된다. 이달 당 대표로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도 중대한 사건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11월에 결정 난다.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내년 4월에 열린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권력형 성비위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서 부산시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지난 4월 초 부산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4월 중순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미투’ 의혹에 휩싸였던 박 전 시장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오 전 시장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박 전 시장 사건 또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당일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박 전 시장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두 사건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이 과연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모아졌다. 야권은 잇단 성비위를 저지른 광역단체장들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도 시끄러웠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월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을 의미한다.

이는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지사의 발언에 “정말로 옳은 말씀”이라고 밝힌 반면,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는 비공개 회의서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냐”는 취지로 이 지사의 발언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발언은 의견일 뿐 주장이 아니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예정된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내년 2월에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 늦어도 올해 연말쯤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낼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11월 초에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6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사견을 전제로 “(후보 공천 결정은)11월 초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적인 논의가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테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먼저 끄집어내 당내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 일인가”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낸다면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야권의 공세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재보궐선거 비용만 약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을 지난 7월 펼친 바 있다. 만약 후보를 냈다가 선거서 패배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후보를 내지 않는 결정 역시 상수가 아니다. 재보궐선거는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서 치러진다. ‘미니 대선’인 셈이다. 1000만명이 넘는 유권자의 투표가 예상되는 상황서 민심을 점검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느낄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대선 전 야권과의 기싸움서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 민주당에는 서울·부산시장을 노리는 후보들이 많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만약 이 대표가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부산시장을 원하는 이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1월쯤 입장을 정리한 후 전 당원을 대상으로 무공천을 명시한 당헌 개정에 대해 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부담 
끌어안을까

앞서 이 대표는 조만간 공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후보를 낼 것인지 늦지 않고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한 뒤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후보를 내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6일로 다가왔다. 정치권이 그의 선고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 경쟁을 벌이는 양강 구도를 3파전으로 만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경향신문>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와 지난 3~4일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가 각각 24%의 응답을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서 김 지사는 1%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두를 달리는 두 사람과 김 지사의 격차는 커 보인다. 그러나 차기 대선은 아직 1년5개월이나 남았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사법족쇄’를 풀어내는 데 성공, 이 대표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지사 역시 사법족쇄를 풀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부상할 공산이 크다. 

재보궐 패배하면…
친문 표심 이동하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언론 인터뷰서 김 지사의 대권 가능성에 대해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며 “김 지사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 이 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고 언급했다.

친노 좌장이자, 친문의 핵심인 이 전 대표의 발언으로 정치권은 김 지사의 선고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김 지사는 친노·친문을 가리지 않고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주자로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으며,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활동했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앞서 김 지사는 경남 스마트산업단지 보고대회(지난달 17일)서 문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정치권의 큰 주목을 이끌어냈다. 당시 김 지사가 “문 대통령께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친문 적통’이다. 그가 만약 사법족쇄를 풀어내 대권 경쟁에 뛰어든다면 유일한 친문 대권주자로 분류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로 중립적 대권주자에 가까우며, 이 지사는 비문으로 통한다.

정치권은 이 대표와 친문이 ‘시한부 동거’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친문의 지지는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강 구도
3파전으로?

김 지사가 사법족쇄를 풀면 친문 지지층 다수가 이 대표에게서 김 지사로 옮겨갈 수 있다. 이 대표 역시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문 대통령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친문의 눈도장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노 전 대통령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김 지사를 향한 친문 진영의 호감도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경수 항소심 쟁점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쟁점은 김 지사가 과연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하는 장면을 봤느냐다.

김 지사 측은 재판부에 시연회 당일인 지난 2016년 11월9일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하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드루킹 일당 등 경공모 회원들과 닭갈비를 먹었을 뿐 시간 관계상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 측이 제출한 영수증은 경공모 회원들이 가게서 식사한 것이며, 김 지사는 시연회를 봤다고 맞섰다.

목격자들의 증언도 엇갈린다.

증인으로 나온 당시 닭갈비 가게 사장은 “닭갈비 15인분을 가게에서 먹고 갈 수 없다. 포장해 간 것이 맞다”며 김 지사 측 주장을 뒷받침한 반면, 경공모 사무실서 식사 준비를 도왔던 드루킹 동생 김모씨와 경공모 회원 조모씨는 당시 김 지사의 식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다른 쟁점은 ‘역작업’에 대한 판단이다.

특검팀이 제출한 증거 중에는 드루킹 일당이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에 ‘공감’ 버튼을 클릭한 이른바 역작업도 포함돼있다. 

특검팀은 역작업 비율이 전체의 0.7%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 그마저도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특검팀이 제출한 댓글 조작 증거의 30% 이상이 역작업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드루킹과 공모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증거라고 맞서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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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