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윤석열 대망론’ 막전막후

꽃놀이패 쥐고, 못 먹어도 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대망론’이 세간의 화제다. 정권을 가리지 않던 ‘칼잡이’였기에 중도층에서 각광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확실한 ‘계파’가 없다. 현 정부 지지자들에게는 ‘정치 검찰’로 찍혔고, 보수 세력에게는 박근혜정부 몰락에 일조했다는 점 때문에 미움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경직된 원칙주의자’로 불리는 그가 살아 움직이는 정치판을 견딜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지난달 23일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그의 “정무 감각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발언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선언’이었다.

혜성인가
계륵인가

반향은 엄청났다.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수사어인 ‘봉사’라는 단어에 그의 지지율은 15.1%로 상승했다. 대권 물망에 오르는 인물 중 3위로, 야권 정치인 중에서는 1위였다.

국감장에서 윤 총장은 줄곧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똑바로 앉으라”는 여당 의원의 호통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으며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한 마디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에는 능구렁이가 담 넘어가 듯 대처했다. 당일 국감 시청율은 10%에 육박했다.


온 국민의 시선이 국감장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하나를 물으면 열 개를 답한다. 누가 누구를 국감하는지 모를 지경”이라며 불만을 터트릴 정도였다. ‘윤석열스러운’의 기개를 보여준 국감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총장의 정계 입성론을 두고 인물난을 앓고 있는 야권에서는 기대가 터져 나왔다. 야권의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의원은 “윤 총장은 국민들이 좋아할 타입”이라며 “박근혜정권에서도, 문재인정권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열광한다. 윤석열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퇴임 후 봉사? 야권 1위 지지율
인물도 없는데…꽃가마 태우나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여의도 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 잘 모실 테니 정치판으로 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역시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윤 총장에게는 확실한 ‘뒷배’가 없다. 그는 정권을 가리지 않던 ‘칼잡이’로 유명하다. 참여정부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금원 대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구속기소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의 칼날은 예리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항명 논란이 있었다.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의 체포를 강행했고, 상부 보고 누락과 지시 불이행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해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 대화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은 2016년11월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그는 사법농단 사건을 파헤치며,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두 명의 전직 대법관을 기소했다.

검찰 조직에서 좌천된 검사였던 윤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였다. 그는 문 대통령의 각별한 총애를 입었다. 윤 총장은 사법시험 9수생이다. 환갑이 돼야 검사장 정도 달 수 있어,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이 총장직을 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치 몰라도?
중도층 각광

하지만 윤 총장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5기수를 건너 뛰어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 재벌 총수, 전직 대법원장 등을 구속하면서 ‘적폐 청산’ 수사를 이끈 그의 공로 때문이다.

그의 지명은 문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였다. 윤 총장은 여권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검찰 조직의 정점에 올랐다.

적폐 청산의 상징이었던 그가 ‘적폐’로 몰린 것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친 후부터였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했다. 적폐 청산 수사를 일관적으로 해온 검사들이 조 전 장관을 수사하면서 ‘역적’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후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웠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기싸움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이후 그는 여권 지지자들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권의 날선 지탄에 대한 반사이익도 상당했다. ‘반문’(문재인), ‘반추’(추미애)‘ 연대는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검찰청 앞에 그를 응원하는 수백 개의 화환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윤 총장이 대망론에는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까.

현재로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는 평소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시장 논리와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친문 세력에게 ‘정치 검사’로 찍힌 상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권에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나란히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들의 지지 세력은 공고하다. 2022 대선에서 쟁쟁한 여권 후보들을 제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날개 달아준
문 대통령


다른 시나리오는 그가 보수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다. 야권이 인물난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다. 다만 당내 세력 확장 여부가 변수다.

정치는 세력 다툼이다. 대선 후보는 당과 지지자들에게 ‘우리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가 보수 진영의 맹목적인 환영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 총장은 적폐 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몰락과 이번 정권 창출에 큰 공을 세웠다.

그가 이명박·박근혜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시킨 것에 대한 보수 세력의 불만은 크다. 중도층에서는 각광을 받을지 몰라도, 당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까지는 꽤 긴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

마지막 시나리오는 그가 제3당의 후보가 되는 길이다.

하지만 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비정치인 출신이었던 제3의 후보들의 ‘대망론’은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표적인 예다. 2012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그랬다. 모두 여론조사에서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대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정치는 그들의 예상보다 녹록지 않았고, ‘정치 신인’들은 대선 레이스도 완주하지 못한 채 스러졌다.

이들은 모두 혜성처럼 나타났다. 정치에 대한 불신도가 높은 한국 정치 특성상 국민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을 좋아한다.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주목도 역시 높다.


정치권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어 국민들에게는 잠시 매력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반짝하는 인기는 ‘허상’에 불과하다. 정치는 정무적 감각을 무장한 채 외교·안보·남북관계·경제 등을 두루 섭렵한 훈련된 인물이 해야 한다.

정권 가리지 않던 칼잡이
원칙주의자에서 ‘킹’으로?

인기에 영합한 정치의 단면은 반기문 전 유엔 총장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난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했다. 여야를 통틀어 단연 1위였다. 국민의힘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을 영입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하지만 2016년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과 함께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잡음을 견디지 못하고, 대선 출마 를 선언한 지 3주 만에 정계를 떠났다.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 관료 출신의 씁쓸한 뒷모습이었다.
 

▲ 김무성 전 대표

야권은 그대로 흔들렸다. 당시 김무성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을 ‘킹’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대권 출마를 포기하는 결단을 한 상태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반기문 전 총장의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거품과 같은 지지율에 기댔던 야권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이 같은 전례에 빗대어 봤을 때 ‘윤석열 바람’에 휘둘리다 야권에 또 변수가 생기면, 당으로서는 궤멸적 참패를 맞을 공산이 높다.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윤 총장이 ‘계륵’으로 전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물이 가진 리스크도 크다. 윤 총장은 칼을 휘두르는 데 익숙한 천직 검사다.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원칙주의자’인 그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불리는 정치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인물난을 겪고 있는 범야권에서 정치력을 증명해야 할 과제가 그에게 남는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윤 총장이 다음 대선에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의 임기는 내년 7월이다. 2022 대선까지 6개월이 남은 시점이다. 국회의원 선거도 진흙탕 싸움으로 쉽게 번지는 정치판이다. 세력을 구축하고 민심을 얻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다. 지금까지 쌓아 온 커리어마저도 다 망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다음 어렵다?

야권에서도 ‘꽃가마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무임승차할 수 있는 대권은 없다”며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국회의원을 하든 대표를 하든 정당에서 훈련과 검증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정치도 경륜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 영역인데 정치를 해 보지 않고 곰삭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에 와 자꾸 실패한다. 정치인을 인기 투표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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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