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찍어내기 투트랙 히든카드

감찰 막히면 공수처로 토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대한 여야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집권여당은 공수처 출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공수처를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작업이 끝내 무산됐다. 공수처의 출범 시기는 이미 4개월 이상 넘긴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공수처장 후보를 내놨지만 이를 추리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7명 위원 중
6명 찬성해야

지난 1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3차 회의를 진행했다. 10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대상으로 약 4시간30분간 마라톤 검증 작업을 진행했지만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는 못했다. 

앞서 추천위는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갖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조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위원회가 생산적으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을 받고 정식 출범한 추천위는 조 위원장을 포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종철 연세대 교수, 박경준·이헌·임정혁 변호사 등 총 7명이다.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의결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구조다.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을 임명한다. 김종철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천, 이헌·임정혁 변호사는 국민의힘 추천 2인이었다. 

추천위는 지난 9일 추천위원들로부터 1차 후보 추천을 받았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 김 선임연구관은 판사, 이 부위원장과 한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다.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은 판사 출신인 전종민·권동주 변호사 2명을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소추위원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등 검찰 출신으로만 4명을 추천했다. 김 전 대구고검장은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중수부장을 지냈다. 강 변호사, 석 변호사도 검사장 출신이다. 

후보 추천위 3번 회의에도
2명으로 못 좁히고 종료돼

추 장관은 전현정 변호사를 추천했다. 김재형 대법관의 부인인 전 변호사는 공수처장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조 위원장은 최운식 변호사를 추천했다. 최 변호사는 이명박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던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추천위는 11명의 후보군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힌 손기호 변호사를 제외하고 총 10명의 후보를 두고 검증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측 추천 후보였던 손 변호사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추천위는 2차 회의를 열고 10명의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지만 실패했다. 심사 대상에 오른 10명의 후보 가운데 단 1명도 제외하지 못했다. 추천위원 간 신중론과 신속론이 맞서면서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한 것.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추천위 실무지원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회의에서 추천위원들은 먼저 각자가 추천한 심사 대상자에 대한 추천 사유 및 공수처장으로서 갖는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해 공수처장으로서 꼭 필요한 자질 및 부적당한 자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에 이어 속개된 오후 회의에서는 각자가 추천한 심사 대상자뿐 아니라 다른 위원들이 추천한 심사 대상자 중에서 적절한 사람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도 “후보자 추천을 위해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며 18일에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후로 열린 지난 18일 3차 회의에서도 추천위는 2명의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활동을 마쳤다. 이날 회의에서 후보 선정을 위한 표결까지 진행됐지만 모두 정족수인 6명을 넘기지 못했다. 다수 득표자 4명으로 범위를 좁혀 표결을 시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다수 득표자는 변협이 추천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와 추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다. 김 연구관과 전 변호사가 5표씩을, 이 부위원장과 한 변호사가 4표씩을 받았다.  

빈손으로 
마무리?

추천위는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회의를 계속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위원회 결의로 부결됐고, 이로써 추천위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전했다.

추천위원 3분의 1 이상(3명)의 속개 요청이 있거나 국회의장 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이 소집을 요구하면 회의가 다시 열릴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을 제외한 5명이 활동 종료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3차례에 걸친 추천위 회의가 ‘빈손’으로 마무리되면서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앞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6일 2차 회의에서 후보 압축 불발과 관련해 “이번 수요일(18일)에 다시 회의를 연다고 하니 반드시 결론 내주길 바란다”며 “혹시라도 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선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달 안에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공수처가 출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데드라인으로 잡았던 18일까지도 후보가 압축되지 않자 법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천위원 6명의 지지를 받아야 공수처장 후보로 결정되는 현행법을 고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다시 말해 공수처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는 현 상황을 법 개정을 통해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다. 
 

▲ 윤석열 검찰총장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논평에서 “사실상 국민의힘의 반대로 합의에 의한 추천이 좌절된 것”이라며 “법사위를 중심으로 대안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할 것이다. 법을 개정해서 올해 안에 반드시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야당 쪽 추천위원들이 회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했음에도 공수처장 추진위를 자진 해체한 것은 민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마음대로 하도록 상납한 법치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공수처법을 만들 때는 야당 추천권이 보장되면 대통령 마음대로 운영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강조하지 않았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한 뒤 오는 12월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의결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탓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는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들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를 또 다른 카드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1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윤 총장은 검찰인사에서 패싱당하기도 하고,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수사에서 배제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비롯해 수족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좌천당했다. 식물총장이라 불리며 자진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검찰청 국감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달 22일 법사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윤 총장은 2013년 국감 때처럼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약 10개월에 걸쳐 쌓아둔 불만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모양새였다. 정치권은 윤 총장의 발언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윤 총장에게 저격당한 추 장관은 감찰 지시로 응대했다. 흥미로운 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두드릴 때마다 그의 지지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윤 총장이 이 대표나 이 지사와 각각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초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아시아경제> 의뢰로 15~16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고위공직자수사법

그 결과 윤 총장은 이 대표와 맞불을 경우 42.5% 대 42.3%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 3.09%) 내에서 앞섰다. 이 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서는 윤 총장 41.9% 대 이 지사 42.6%로 나타나 윤 총장이 근소하게 뒤졌다. 

특히 윤 총장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무당층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압도했다. 무당층만 놓고 보면 49.6% 대 15.1%(이 대표), 44.2% 대 24.6%(이 지사)로 압도적으로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의 존재감이 대선후보급으로 커지면서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윤 총장의 정치 진출을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된다. 추 장관은 좀 더 노골적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 “법 개정 해서라도 연내에”
야 “정권 비리수사 막으려고?”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의 공격에도 윤 총장이 사퇴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감찰 카드로 찍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강행하려 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포석은 미리 깔아뒀다. 추 장관은 지난 3일 법무부 훈령인 ‘법무부 감찰 규정’을 기습 개정했다. 법무부가 검찰총장 등 중요사항을 감찰할 때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한 강제조항을 임의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다시 말해 윤 총장을 겨냥한 법무부 감찰에 따른 징계 결정은 외부인사가 포함된 감찰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지난 17일 법무부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던 평검사 2명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관련 대면조사를 위해 대검찰청을 찾았다가 대검 반발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의혹에 대한 사전 자료 요구나 질문 검토도 없이 윤 총장과 면담을 하겠다며 평검사를 보낸 것은 윤 총장을 의도적으로 망신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은 사실상 사퇴에 대한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감찰에 착수하면 직무배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 입장에서도 이번 감찰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사퇴 여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나마 법무부에서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지난 19일 오후 2시 직전 취소를 결정하면서 파국은 피한 상태다. 하지만 추‧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어지고 있는 갈등 상황에서 공수처가 윤 총장을 압박하는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검찰 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공수처 출범을 촉구하면서 윤 총장이 ‘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초유의 감찰
윤, 버틸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조작 사건, 초유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여권 실세들이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정권 비리를 매장해버리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공수처 조기 출범에 목을 매는 것은 악취가 진동하는 각종 정권 비리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 수사대상 1호는 윤석열이라는 여권의 오랜 으름장은 빈 말이 아니다”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 공수처장이기에 최소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최소한의 업무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