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찍어내기 투트랙 히든카드

감찰 막히면 공수처로 토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대한 여야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집권여당은 공수처 출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공수처를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작업이 끝내 무산됐다. 공수처의 출범 시기는 이미 4개월 이상 넘긴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공수처장 후보를 내놨지만 이를 추리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7명 위원 중
6명 찬성해야

지난 1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3차 회의를 진행했다. 10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대상으로 약 4시간30분간 마라톤 검증 작업을 진행했지만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는 못했다. 

앞서 추천위는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갖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조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위원회가 생산적으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을 받고 정식 출범한 추천위는 조 위원장을 포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종철 연세대 교수, 박경준·이헌·임정혁 변호사 등 총 7명이다.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의결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구조다.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을 임명한다. 김종철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천, 이헌·임정혁 변호사는 국민의힘 추천 2인이었다. 

추천위는 지난 9일 추천위원들로부터 1차 후보 추천을 받았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 김 선임연구관은 판사, 이 부위원장과 한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다.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은 판사 출신인 전종민·권동주 변호사 2명을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소추위원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등 검찰 출신으로만 4명을 추천했다. 김 전 대구고검장은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중수부장을 지냈다. 강 변호사, 석 변호사도 검사장 출신이다. 

후보 추천위 3번 회의에도
2명으로 못 좁히고 종료돼

추 장관은 전현정 변호사를 추천했다. 김재형 대법관의 부인인 전 변호사는 공수처장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조 위원장은 최운식 변호사를 추천했다. 최 변호사는 이명박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던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추천위는 11명의 후보군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힌 손기호 변호사를 제외하고 총 10명의 후보를 두고 검증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측 추천 후보였던 손 변호사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추천위는 2차 회의를 열고 10명의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지만 실패했다. 심사 대상에 오른 10명의 후보 가운데 단 1명도 제외하지 못했다. 추천위원 간 신중론과 신속론이 맞서면서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한 것.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추천위 실무지원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회의에서 추천위원들은 먼저 각자가 추천한 심사 대상자에 대한 추천 사유 및 공수처장으로서 갖는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해 공수처장으로서 꼭 필요한 자질 및 부적당한 자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에 이어 속개된 오후 회의에서는 각자가 추천한 심사 대상자뿐 아니라 다른 위원들이 추천한 심사 대상자 중에서 적절한 사람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도 “후보자 추천을 위해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며 18일에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후로 열린 지난 18일 3차 회의에서도 추천위는 2명의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활동을 마쳤다. 이날 회의에서 후보 선정을 위한 표결까지 진행됐지만 모두 정족수인 6명을 넘기지 못했다. 다수 득표자 4명으로 범위를 좁혀 표결을 시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다수 득표자는 변협이 추천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와 추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다. 김 연구관과 전 변호사가 5표씩을, 이 부위원장과 한 변호사가 4표씩을 받았다.  

빈손으로 
마무리?

추천위는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회의를 계속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위원회 결의로 부결됐고, 이로써 추천위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전했다.

추천위원 3분의 1 이상(3명)의 속개 요청이 있거나 국회의장 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이 소집을 요구하면 회의가 다시 열릴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을 제외한 5명이 활동 종료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3차례에 걸친 추천위 회의가 ‘빈손’으로 마무리되면서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앞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6일 2차 회의에서 후보 압축 불발과 관련해 “이번 수요일(18일)에 다시 회의를 연다고 하니 반드시 결론 내주길 바란다”며 “혹시라도 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선다면 우리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달 안에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공수처가 출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데드라인으로 잡았던 18일까지도 후보가 압축되지 않자 법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천위원 6명의 지지를 받아야 공수처장 후보로 결정되는 현행법을 고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다시 말해 공수처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는 현 상황을 법 개정을 통해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다. 
 

▲ 윤석열 검찰총장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논평에서 “사실상 국민의힘의 반대로 합의에 의한 추천이 좌절된 것”이라며 “법사위를 중심으로 대안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할 것이다. 법을 개정해서 올해 안에 반드시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야당 쪽 추천위원들이 회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했음에도 공수처장 추진위를 자진 해체한 것은 민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마음대로 하도록 상납한 법치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공수처법을 만들 때는 야당 추천권이 보장되면 대통령 마음대로 운영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강조하지 않았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한 뒤 오는 12월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의결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탓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는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들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를 또 다른 카드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1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윤 총장은 검찰인사에서 패싱당하기도 하고,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수사에서 배제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비롯해 수족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좌천당했다. 식물총장이라 불리며 자진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검찰청 국감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달 22일 법사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윤 총장은 2013년 국감 때처럼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약 10개월에 걸쳐 쌓아둔 불만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모양새였다. 정치권은 윤 총장의 발언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윤 총장에게 저격당한 추 장관은 감찰 지시로 응대했다. 흥미로운 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두드릴 때마다 그의 지지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윤 총장이 이 대표나 이 지사와 각각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초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아시아경제> 의뢰로 15~16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고위공직자수사법

그 결과 윤 총장은 이 대표와 맞불을 경우 42.5% 대 42.3%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 3.09%) 내에서 앞섰다. 이 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서는 윤 총장 41.9% 대 이 지사 42.6%로 나타나 윤 총장이 근소하게 뒤졌다. 

특히 윤 총장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무당층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압도했다. 무당층만 놓고 보면 49.6% 대 15.1%(이 대표), 44.2% 대 24.6%(이 지사)로 압도적으로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의 존재감이 대선후보급으로 커지면서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윤 총장의 정치 진출을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된다. 추 장관은 좀 더 노골적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 “법 개정 해서라도 연내에”
야 “정권 비리수사 막으려고?”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의 공격에도 윤 총장이 사퇴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감찰 카드로 찍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강행하려 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포석은 미리 깔아뒀다. 추 장관은 지난 3일 법무부 훈령인 ‘법무부 감찰 규정’을 기습 개정했다. 법무부가 검찰총장 등 중요사항을 감찰할 때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한 강제조항을 임의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다시 말해 윤 총장을 겨냥한 법무부 감찰에 따른 징계 결정은 외부인사가 포함된 감찰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지난 17일 법무부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던 평검사 2명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관련 대면조사를 위해 대검찰청을 찾았다가 대검 반발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의혹에 대한 사전 자료 요구나 질문 검토도 없이 윤 총장과 면담을 하겠다며 평검사를 보낸 것은 윤 총장을 의도적으로 망신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은 사실상 사퇴에 대한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감찰에 착수하면 직무배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 입장에서도 이번 감찰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사퇴 여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나마 법무부에서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지난 19일 오후 2시 직전 취소를 결정하면서 파국은 피한 상태다. 하지만 추‧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어지고 있는 갈등 상황에서 공수처가 윤 총장을 압박하는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검찰 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공수처 출범을 촉구하면서 윤 총장이 ‘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초유의 감찰
윤, 버틸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조작 사건, 초유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여권 실세들이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정권 비리를 매장해버리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공수처 조기 출범에 목을 매는 것은 악취가 진동하는 각종 정권 비리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 수사대상 1호는 윤석열이라는 여권의 오랜 으름장은 빈 말이 아니다”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 공수처장이기에 최소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최소한의 업무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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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