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추미애의 자충수

작아지던 윤석열 잠룡으로 키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찍어내려다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의 구원투수에서 아킬레스건이 돼 가는 모양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5선 국회의원, 당대표 등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의 법무부행에 정치권이 들썩였다. 집권여당은 검찰 개혁의 선봉자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야당은 사법 장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반대했다. 

처음에는
야심찼으나…

지난해 12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추 의원은 소외계층의 권익보호를 위해 법조인이 됐고 국민 중심의 판결이란 철학을 지켜온 소신 강한 판사로 평가받았다. 정계 입문 후엔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의원으로 활동하며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과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 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 취임 당시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차였다. 추 장관은 법무부에 입성하자마자 인사권과 조직개편으로 검찰과 윤 총장 힘 빼기에 나섰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10여개월 동안 추 장관은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해서는 강공 일변도였다. 1월과 8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윤 총장의 수족이 잘려 나갔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좌천됐고 이 과정에서 검복을 벗는 사례도 늘어났다. 

수사지휘권을 발동시켜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두 번째였다. 추 장관 이전까지 딱 한 번 발동됐던 수사지휘권은 문정부 들어서만 두 번이나 등장했다. 한 번은 윤 총장의 측근을 겨냥하고 또 한 번은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한 조치였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 총장이 작심발언을 터트리자 추 장관은 감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 장관의 거듭된 공격으로 윤 총장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손발이 다 잘리고 주요 사건의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식물총장으로 전락했다. 집권여당에서는 윤 총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특활비 카드 꺼냈다가…
청와대까지 번질 기세

하지만 최근 들어 ‘다 죽어가던’ 윤 총장을 추 장관이 다시 살려내고 있다. 추 장관의 지시가 헛발질로 드러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아이러니하게 윤 총장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 또 추 장관의 행보가 정부나 청와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며 국회의 현장 검증까지 진행했지만 되레 법무부에 불똥이 튀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온 추 장관의 발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자살골을 넣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 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사의 기밀성 등을 고려해 비공개가 원칙이고 검찰은 감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영수증 등을 비공식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은 지난 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일선 검사들의 고충을 들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가 배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윤 총장을 표적으로 한 공격이었다. 추 장관은 특활비와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 점검과 조사를 지시했고 법사위 검증이 이어졌다. 

하지만 법사위 검증 이후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측이 검증 과정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검찰국에 10억원대의 특활비가 지급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검찰국은 수사나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국회의 현장 검증 자리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90여억원 중 법무부가 사용하는 특활비 규모가 10억6100만원이며 이 중 추 장관이 올해 배정받거나 사용한 특활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이 법무부 특활비가 추 장관의 재소자 선물 비용이나 검찰국장의 직원 격려비 등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점점 자살골
부메랑 되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난 설 명절 서울소년원을 방문해 햄버거와 문화상품권을 줬는데 업무추진비였느냐”고 묻자 추 장관은 “조수진(국민의힘) 의원이 무조건식 의혹 제기를 해서 신문과 지라시의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전날 법무부 지출 내역에 ‘서울소년원 특활비 291만9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설날에 이 돈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기관운영 경비와 직원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집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291만9000원은 사회복무요원 인건비로 업무추진비나 특활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은 내년부터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법무부가 직접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지급 및 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예산 배정 권한에까지 손대는 모양새라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자 법무부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해 받고 법무부나 일선 검찰청으로 배정하는 것은 법무부의 권한”이라며 “대검이 특활비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법무부가 직접 배정할 수 있다”고 나섰다.


대검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상황을 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대검이 효율적으로 특활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관행인데 법무부가 이를 부당하게 침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특활비 논란이 검찰과 법무부를 넘어 청와대까지 번지면서 추 장관의 공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측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전 부처 특활비를 검증하자고 나섰기 때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 장관이 언급했다시피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쓴다고 하는데 이 정부에 있는 수많은 특활비를 조금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 검찰의 특활비 사용내역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며 국정조사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추 공격에
윤 존재감↑

이어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은 자기 임기 중에는 특활비를 쓴 것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조국 전 장관과 박상기 전 장관 때는 위법하게 쓴 게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추 장관이 쓴 적이 없다면 불필요한 특활비여서 법무부 특활비를 없애야 하는지도 보겠다”고 전 장관들까지 언급했다. 

박상기 전 장관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과 관련해 해명을 내놨다. 법무부가 특수활동비를 검찰에 내려 보낸 뒤 일부를 돌려받아 사용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이었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에는 검찰 예산뿐만 아니라 교정이라든가 인권, 출입국, 범죄예방 관련 예산들이 다 포함된다. 전체로써 법무부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과 법무부-검찰 상황이 비슷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국정원은 전혀 다른 별개의 기관인데 그것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법무부에는 검찰 외에도 출입국이나 범죄 예방 등에서 특활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검찰만 특활비를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서울중앙지검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헛발질은 특활비 문제에서만 불거진 게 아니다. 특히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윤 총장의 가족 비리 의혹 사건 등의 수사가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윤 총장을 압박했지만 뚜렷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아직 기소하지도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지난 8월 구속 기소했지만 한 검사장에 대한 처분은 아직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수사하던 정진웅 차장검사가 압수수색 도중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만약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검언유착이 없었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에게 오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수사지휘권 발동한 사건도
소득 없이 헛발질 가능성

윤 총장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도 시작부터 삐끗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9일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와 협찬 기업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통째로 기각했다.

수사의 핵심 쟁점은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전시회와 관련한 기업 협찬 금액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다.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증거들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영장 집행 시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압수수색부터 하려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 총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이 지검장이 수사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강행했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고려 없이 법률과 증거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무런 근거 없는 무리한 의혹 제기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릴수록 그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윤 총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대선후보 지지율 결과 1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지지율이 폭등하면서 깜짝 등장한 것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고성준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의 지지율은 24.7%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22.2%로 2위, 이 지사는 18.4%로 3위였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지율 1위 결과에 “차라리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장본인이 정치 야망을 드러내면서 대권 후보 행보를 밟는 것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며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끌고 나가는 정책을 검찰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이 검찰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양측의 자제를 요청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좀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인 만큼 가족과 측근이 어떤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자중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도
보다못해…

추 장관에 관해서는 “검찰 개혁을 위해 수고하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또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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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