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악수’ 역풍 맞은 청와대

출구가 없다 이대로 레임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법원과 감찰위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악수’는 전국민에게 증명됐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남았지만,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추-윤 갈등’에 대해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을 뗐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대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지시했다. 윤 총장 해임에 대한 청와대 배후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숨 고르기
청 배후?

이 차관은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해 이에 따른 후속 인사다. 징계위원장이었던 고 전 차관은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내세운 뒤 직을 던졌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징계위 연기로 평행선을 달리던 추-윤 갈등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원래 법무부는 징계위 개최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시로 상황은 판단을 번복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제동을 건 셈이다.

법무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징계위 연기를 발표했다. 표면적 이유는 윤 총장의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위함이다. 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중징계가 내려졌을 때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징계위 절차를 두고 공정성 비판이 일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징계위 결정까지는 위원 명단을 두고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위원은 모두 7명이다. 장관과 차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하는 외부 인사 3명으로 채워진다. 사실상 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구성이다.


판정승 거둔 윤, 뻔한 감찰위 결과
결국엔 살아나나…청 향한 수사는?

윤 총장 측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기피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특정 위원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위원의 사생활 비밀을 내세워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사생활 침해와 무관하다며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이미 전세는 윤 총장 쪽으로 기운 상태다.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가 잇따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일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감찰위는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만장일치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봤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징계위 결정은 이미 윤 총장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결과는 국민들에게 그다지 신뢰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무리한 ‘악수’였던 셈이다.

윤 총장은 업무에 다시 복귀하자마자,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추 장관의 내려찍기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엄포다. 정부를 조준한 수사로, 칼 끝은 청와대를 향해있다. 월성 원전 수사가 윤 총장의 무기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죽은 추
살아난 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여권을 향한 수사가 재점화돼 정계가 통째로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의 거취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징계위에서 해임 결정이 내려진다면, 추 장관은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재가 뿐이다. 법적으로 문 대통령은 징계위 결정을 거부하거나 조정을 요청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역시 징계위 이전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미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청와대는 침묵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징계위에서 경징계 결정을 내린다면 추 장관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원하는 친문(친문재인) 핵심 지지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임과 같은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이다.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의 본격 대립각이 세워진다.

이러나 저러나 문 대통령의 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침묵…
초대형 악재

민심 역시 윤 총장에게 기울어져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곳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조사한 결과, 추-윤 갈등에서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8%였다. 윤 총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18%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안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것이다. 징계가 결정되면 윤 총장은 곧바로 징계에 불복, 소를 제기할 것이다. 그는 추 장관의 징계 청구 직후에도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후 법원에서 징계안이 뒤집힌다면, 그야말로 정권의 초대형 악재다. 정권의 운명이 사법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 카드 역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문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말씀을 전했다”면서 임기를 지킬 것을 시사했다. 최근 윤 총장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가 없다”고 측근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SNS에 고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올리며 “소임을 접을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두 인물 모두 사퇴 의사가 없는 셈이다.

물 건너간 검찰개혁?
공정성 비난 쏟아져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 장관을 교체하고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고자 하는 노림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정부의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간 문제다. 검찰 내부의 ‘검란’까지 일어났다. 여권 지지율 이탈 역시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마저 폭락했다.

TBS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에서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율은 37.4%를 기록했다. 문정부 들어서 최저치다. 40%라고 불리던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졌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함을 방증한다.


추-윤 갈등이 정점을 찍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선택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추 장관이 정치적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다.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로 추 장관 엄호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민심은 양 극단으로 갈렸다.

대통령 시간
민심 어디로

영국 주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개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권력 투쟁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제는 대통령의 시간이다. 추 장관의 ‘자살골’에 대해 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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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