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악수’ 역풍 맞은 청와대

출구가 없다 이대로 레임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법원과 감찰위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악수’는 전국민에게 증명됐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남았지만,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추-윤 갈등’에 대해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을 뗐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대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지시했다. 윤 총장 해임에 대한 청와대 배후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숨 고르기
청 배후?

이 차관은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해 이에 따른 후속 인사다. 징계위원장이었던 고 전 차관은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내세운 뒤 직을 던졌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징계위 연기로 평행선을 달리던 추-윤 갈등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원래 법무부는 징계위 개최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시로 상황은 판단을 번복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제동을 건 셈이다.

법무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징계위 연기를 발표했다. 표면적 이유는 윤 총장의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위함이다. 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중징계가 내려졌을 때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징계위 절차를 두고 공정성 비판이 일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징계위 결정까지는 위원 명단을 두고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위원은 모두 7명이다. 장관과 차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하는 외부 인사 3명으로 채워진다. 사실상 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구성이다.


판정승 거둔 윤, 뻔한 감찰위 결과
결국엔 살아나나…청 향한 수사는?

윤 총장 측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기피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특정 위원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위원의 사생활 비밀을 내세워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사생활 침해와 무관하다며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이미 전세는 윤 총장 쪽으로 기운 상태다.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가 잇따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일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감찰위는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만장일치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봤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징계위 결정은 이미 윤 총장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결과는 국민들에게 그다지 신뢰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무리한 ‘악수’였던 셈이다.

윤 총장은 업무에 다시 복귀하자마자,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추 장관의 내려찍기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엄포다. 정부를 조준한 수사로, 칼 끝은 청와대를 향해있다. 월성 원전 수사가 윤 총장의 무기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죽은 추
살아난 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여권을 향한 수사가 재점화돼 정계가 통째로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의 거취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징계위에서 해임 결정이 내려진다면, 추 장관은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재가 뿐이다. 법적으로 문 대통령은 징계위 결정을 거부하거나 조정을 요청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역시 징계위 이전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미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청와대는 침묵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징계위에서 경징계 결정을 내린다면 추 장관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원하는 친문(친문재인) 핵심 지지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임과 같은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이다.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의 본격 대립각이 세워진다.

이러나 저러나 문 대통령의 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침묵…
초대형 악재

민심 역시 윤 총장에게 기울어져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곳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조사한 결과, 추-윤 갈등에서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8%였다. 윤 총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18%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안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것이다. 징계가 결정되면 윤 총장은 곧바로 징계에 불복, 소를 제기할 것이다. 그는 추 장관의 징계 청구 직후에도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후 법원에서 징계안이 뒤집힌다면, 그야말로 정권의 초대형 악재다. 정권의 운명이 사법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 카드 역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문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말씀을 전했다”면서 임기를 지킬 것을 시사했다. 최근 윤 총장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가 없다”고 측근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SNS에 고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올리며 “소임을 접을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두 인물 모두 사퇴 의사가 없는 셈이다.

물 건너간 검찰개혁?
공정성 비난 쏟아져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 장관을 교체하고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고자 하는 노림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정부의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간 문제다. 검찰 내부의 ‘검란’까지 일어났다. 여권 지지율 이탈 역시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마저 폭락했다.

TBS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에서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율은 37.4%를 기록했다. 문정부 들어서 최저치다. 40%라고 불리던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졌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함을 방증한다.


추-윤 갈등이 정점을 찍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선택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추 장관이 정치적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다.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로 추 장관 엄호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민심은 양 극단으로 갈렸다.

대통령 시간
민심 어디로

영국 주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개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권력 투쟁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제는 대통령의 시간이다. 추 장관의 ‘자살골’에 대해 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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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