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 추미애-윤석열 폭탄돌리기 막전막후

원전이 문정부 뇌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등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조차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 불과 몇 달 만에 실제로 벌어졌다. 이번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했다.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수사에서 배제하거나 감찰을 진행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찰총장의 직무를 아예 배제해 버린 것.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모양새다.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

추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브리핑에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고 폭탄발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 6가지 혐의를 들었다.

윤 총장은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대검 측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또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하루 만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자진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모양새다. 


윤 총장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직무배제의 근거로 제시한 6개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왜곡돼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추윤 대전 끝까지 왔다
결국 법적공방 갈 기세

실제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은 추 장관이 제시한 6개 혐의 중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추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윤 총장이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서는 선 직무배제 조치 후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당시 보고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정상적인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평검사들은 집단 움직임을 취할 태세다. 실제 일부 검찰청에서는 추 장관의 조치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문이 나왔다. 검찰 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검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집단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건 추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부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도 열렸다. 2013년에 이어 7년 만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과 법무부의 감찰 압박에 사의를 표하자 일선 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열어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집단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입장 요구에
대통령 침묵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의 발표 이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짤막한 입장만 전했을 뿐이다.

입장 표명을 계속 요구하는 목소리에 청와대 관계자가 “징계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한 정도다.

그러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 너무 이상하다. 추미애 장관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려는 윤석열 총장을 노골적으로 쫓아내려 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침묵은 곧 추 장관의 만행을 도와 윤 총장을 함께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본인이 불법비리로부터 자유롭다면 윤 총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윤 총장을 도와 대통령 주변의 비리 간신들을 내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여론은 일단 추 장관보다는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추 장관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과반(56.3%)으로 나타났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3%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최재형 감사원장 ⓒ고성준 기자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추미애 장관이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야 말았다”면서 “징계 사유의 경중과 적정성에 대한 공감 여부와 별개로 과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또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반대되는 발언이다.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도 자신이 진행하는 SBS러브FM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윤 총장이 오해받을 행동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직무정지 조치는 잘못됐고 정치적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 내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부 여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가 문재인정부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선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칼끝이 청와대로 향할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점, 윤 총장이 강연 등에서 일선 검사들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진짜 검찰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등이 추 장관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건과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원의 발표 이후 국민의힘은 관련자들을 고발했고, 검찰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이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시도가 이어졌고, 일주일 만에 직무배제 조치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주요 근거로 낮은 경제성을 들었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물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 글

감사원은 원전 조기폐쇄 타당성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관련 공무원의 문책도 최소화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주의’를 요구했다.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와 관련해선 산업부 공무원 2명에 징계를 요청했다. 또 문책 대상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국민의힘은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감사 과정에서 증거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과 월성 원전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고발했다. 이후 대전지검은 지난 5일 산업부와 한수원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윤 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많은 추측을 낳았다. 추 장관은 같은 날 “권력형 비리가 아닌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선 검사들 장관에 반기
징계위 “이미 결정됐다?”


대전지검의 수사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해석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감사원과 검찰을 향해 “경고한다, 선 넘지 마라”는 내용으로 SNS에 글을 올렸다. 

지난 13일 윤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공약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며 “이는 감사 대상도, 수사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공약을 지킨다는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 원리를 감사원과 수사기관이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성 원전 조기폐쇄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국민을 상대로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라며 “심각하게 선을 넘었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서도 “범죄 개연성 운운”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분명히 경고한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 선을 넘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전지검은 지난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정쟁은 물론 윤 총장이 계속 언급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

그 직후 윤 총장에 대한 직접 대면 감찰 시도가 진행됐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평검사 2명을 대검으로 보내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을 시도했지만 대검 측에서 접수를 거부했다. 또 대검은 우편으로 날아온 방문조사 예정서를 반송했다. 

법무부는 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다시 타진했지만 대검은 사실상 불응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방문조사 계획을 취소했다. 당시에도 법무부의 거듭된 방문조사 요구는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지난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했다.

못 채우고
해임 수순?

이제 관심은 오는 2일 열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추 장관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윤 총장이나 변호인에게 출석을 통지하도록 지시했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추 장관을 제외한 6명은 법무부 차관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각 1명씩이다.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며, 징계는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감봉 이상을 의결할 경우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위가 윤 총장의 해임을 의결하고 추 장관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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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