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 추미애-윤석열 폭탄돌리기 막전막후

원전이 문정부 뇌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등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조차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 불과 몇 달 만에 실제로 벌어졌다. 이번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했다.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수사에서 배제하거나 감찰을 진행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찰총장의 직무를 아예 배제해 버린 것.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모양새다.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

추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브리핑에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고 폭탄발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 6가지 혐의를 들었다.

윤 총장은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대검 측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또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하루 만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자진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모양새다. 


윤 총장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직무배제의 근거로 제시한 6개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왜곡돼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추윤 대전 끝까지 왔다
결국 법적공방 갈 기세

실제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은 추 장관이 제시한 6개 혐의 중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추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윤 총장이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서는 선 직무배제 조치 후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당시 보고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정상적인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평검사들은 집단 움직임을 취할 태세다. 실제 일부 검찰청에서는 추 장관의 조치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문이 나왔다. 검찰 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검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집단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건 추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부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도 열렸다. 2013년에 이어 7년 만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과 법무부의 감찰 압박에 사의를 표하자 일선 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열어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집단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입장 요구에
대통령 침묵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의 발표 이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짤막한 입장만 전했을 뿐이다.

입장 표명을 계속 요구하는 목소리에 청와대 관계자가 “징계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한 정도다.

그러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 너무 이상하다. 추미애 장관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려는 윤석열 총장을 노골적으로 쫓아내려 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침묵은 곧 추 장관의 만행을 도와 윤 총장을 함께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본인이 불법비리로부터 자유롭다면 윤 총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윤 총장을 도와 대통령 주변의 비리 간신들을 내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여론은 일단 추 장관보다는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추 장관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과반(56.3%)으로 나타났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3%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최재형 감사원장 ⓒ고성준 기자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추미애 장관이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야 말았다”면서 “징계 사유의 경중과 적정성에 대한 공감 여부와 별개로 과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또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반대되는 발언이다.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도 자신이 진행하는 SBS러브FM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윤 총장이 오해받을 행동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직무정지 조치는 잘못됐고 정치적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 내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부 여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가 문재인정부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선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칼끝이 청와대로 향할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점, 윤 총장이 강연 등에서 일선 검사들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진짜 검찰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등이 추 장관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건과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원의 발표 이후 국민의힘은 관련자들을 고발했고, 검찰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이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시도가 이어졌고, 일주일 만에 직무배제 조치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주요 근거로 낮은 경제성을 들었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물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 글

감사원은 원전 조기폐쇄 타당성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관련 공무원의 문책도 최소화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주의’를 요구했다.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와 관련해선 산업부 공무원 2명에 징계를 요청했다. 또 문책 대상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국민의힘은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감사 과정에서 증거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과 월성 원전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고발했다. 이후 대전지검은 지난 5일 산업부와 한수원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윤 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많은 추측을 낳았다. 추 장관은 같은 날 “권력형 비리가 아닌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선 검사들 장관에 반기
징계위 “이미 결정됐다?”


대전지검의 수사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해석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감사원과 검찰을 향해 “경고한다, 선 넘지 마라”는 내용으로 SNS에 글을 올렸다. 

지난 13일 윤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공약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며 “이는 감사 대상도, 수사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공약을 지킨다는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 원리를 감사원과 수사기관이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성 원전 조기폐쇄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국민을 상대로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라며 “심각하게 선을 넘었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서도 “범죄 개연성 운운”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분명히 경고한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 선을 넘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전지검은 지난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정쟁은 물론 윤 총장이 계속 언급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

그 직후 윤 총장에 대한 직접 대면 감찰 시도가 진행됐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평검사 2명을 대검으로 보내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을 시도했지만 대검 측에서 접수를 거부했다. 또 대검은 우편으로 날아온 방문조사 예정서를 반송했다. 

법무부는 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다시 타진했지만 대검은 사실상 불응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방문조사 계획을 취소했다. 당시에도 법무부의 거듭된 방문조사 요구는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지난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했다.

못 채우고
해임 수순?

이제 관심은 오는 2일 열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추 장관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윤 총장이나 변호인에게 출석을 통지하도록 지시했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추 장관을 제외한 6명은 법무부 차관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각 1명씩이다.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며, 징계는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감봉 이상을 의결할 경우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위가 윤 총장의 해임을 의결하고 추 장관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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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