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추 라인’ 타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30:37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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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지우기’ 협공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용구 전 법무실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출근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선 여권 성향의 이 차관의 합류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새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전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법률 전문성은 물론 법무부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인사의 배경을 밝혔다.

첫 출근
행보 주목

이 차관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에 대해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주시기 바란다”며 “모든 것은 적법한 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기자들이 ‘징계위에 참석할 예정이냐’고 묻자 “제 임무”라고 답하면서 “모든 개혁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만, 특히 이번에는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모시고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통이 막힌 곳은 뚫고 신뢰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여러 중요한 현안이 있다. 그런데 가장 기본인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 작용이 적법 절차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요청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라며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발탁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며 “다만 문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차관에는 추 장관이 원하는 측근을 임명해도(윤석열 징계위) 징계위원장으로는 그를 임명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출신
국민의 힘 “임명 철회 촉구”

당초 예정됐던 ‘윤석열 징계위’의 위원장은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하지만 고 전 차관은 징계위 개최에 반발해 지난달 30일 추 장관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효력 중지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표했다. 위원장 공석과 함께 징계위도 오는 10일로 연기됐다.

지난달 30일 사임계를 제출한 고 전 차관은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임식 없이 지난 2일 법무부를 떠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고 전차관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사직 인사를 했다.

고 차관은 “이제 공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제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4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저와 함께하거나 인연을 맺은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고 전 차관은 “검찰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해내리라 믿는다”며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고 차관은 지난달 30일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 등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청와대

검사징계법 5조에 따르면 검사 징계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게 돼있다. 다만 추 장관은 징계 청구 당사자라 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추 장관이 징계위원 중 1인을 위원장으로 지정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신임 차관 징계위원장 불가 지시는 “대통령이 ‘윤석열 징계위’ 위원장을 직접 임명했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질질∼
징계위 연기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반발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을 들어 법무 차관의 후임을 신속하게 임명했다”며 “징계위를 강행해 기어코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고야 말겠다는 문 대통령 의도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은 추미애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가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명시했고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 형사소송법, 국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며 “윤 총장 축출 시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 윤 총장 징계를 즉각 중단하고 추 장관을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 차관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방지에 저촉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아마 추미애 법무부 장관만으로 검찰을 핍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니 응원군으로 이용구를 보낸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망가지려면 너무 망가지는데 지금이라도 중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차관은 경기 용인시 출생으로 서울 대원고등학교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노동대학원을 수료했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전임 고 차관과 동기다. 또 1994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법원에서 재직했다.

이 차관은 2003년 최종영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라’며 서열에 따른 인사를 비판했고, 동료 판사들의 ‘연판장’을 돌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이광범 변호사가 창업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했다. 또 판사 시절의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멤버였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연공서열로만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비판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또 소장 판사들이 서명 연판장을 돌렸던 ‘4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다.  

칼자루 
쥐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2차 사법파동의 영향으로 창립한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 모임이다. 2차 사법파동이란 1988년 6·29 선언 직후 민주화 물결이 거센 가운데 노태우정부가 전두환 정부 시절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이 유임시키자 젊고 개혁적인 판사들이 이에 반대해 사법부 수뇌부의 개편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건이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였던 이 차관은 당시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에 가르친 제자들이 공익 전담 변호사가 돼 힘들게 활동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단체 창립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의 회원은 노무현정부 당시 140여명에 이르렀으며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법무부 장관,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이 단체 회원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이로 인해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논란 끝에 2010년 해체됐다.

또 2016년 말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 대리인에 합류했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이 국민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파면 사유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다만 김이수, 이진성 두 재판관이 ‘대통령이 성실의무를 져버렸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2017년 8월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는데, 당시에도 50년간 검사가 독점해 온 법무실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것은 처음이었다. 법무실장 시절이던 지난해 12월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정되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을 만큼 추 장관의 측근으로 꼽힌다.

당시 청문회 준비단에는 이종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 심재철 서울 남부지검 1차장 검사가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추 장관 취임 이후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검 형사부장(이종근), 법무부 검찰국장(심재철)을 맡아 ‘추미애 핵심 라인’ 검사들로 활약했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아내가 추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면 감찰 조사를 시도하고 수사 의뢰를 주도했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

법률 전문성 인정받아 단행
추미애 장관 측근으로 평가


한편 ‘고위공직자에 1주택자를 우선적으로 앉힌다’는 청와대 인선 기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차관이 집 한 채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차관은 강남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는 문정부에서 고위 공직자가 됐음에도 2년 반 이상 팔지 않고 버텨온 아파트 2채 중 1채였다. 호가(呼價)대로 팔릴 경우 8억5000만원 시세차익을 본다. 매입 4년 만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차관 아내 명의의 서울 도곡동 A아파트(34평형)가 이날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 이 차관 측이 요구한 가격은 16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시세보다 특별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아파트는 투자용으로 보인다. 이 차관 부부는 서초동에 B아파트(50평형)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던 2016년 2월, 8억4000만원을 주고 A아파트를 샀다. 집값 상승기 초입이었다. 이 집에사는 세입자는 월세를 120만원씩 이 내정자 부부에게 낸다. 월세 계약 기간이 2022년 상반기까지여서 당장 입주가 가능한 다른 아파트보다 5000만원 정도 싸다.

이 차관이 부른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 4년여 만에 8억5000만원, 매입가의 100%가 넘는 이익을 본다. 도곡동 아파트를 팔더라도 이 차관 부부에겐 서초동 아파트 한 채가 남는다. 2014년 12억5000만원에 매입한 서초동 아파트도 현 시세는 25억원으로, 매입가격 대비 이익률이100%다.

이 차관 부부에게는 또 다른 부동산이 있다. 본인과 아내, 두 딸 각각의 명의로 경기도 용인의 땅(임야) 총 300평가량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예금 16억원이 있고, 본인 명의의 그랜저 1대, 부부 명의의 독일제 아우디 A6 한 대가 있다고 신고했다.

아파트 2채
용인 땅도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월에도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1주택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인사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다주택자가 임명되자 “처분 의사를 확인하고 인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차관이 다주택자라는 점에 대해 “매각 의사를 확인했다”며 인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이용구 차관 법조계 우려 왜?

이용구 차관 취임 소식을 법조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

청와대는 이를 “징계위의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차관이 월성 1호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점을 들면서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온 법조인을 윤 총장 해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인데 위원장을 안 맡긴다고 중립성이 지켜지느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로선 고 차관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비(非)검찰 출신인 이 내정자를 발탁한 만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 차관은 월성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온 법조인이 법무차관으로 가게 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이해 충돌이자 사실상 ‘정권 수사 저지’ 목적의 인사”라며 “대통령이 이를 모르고 이 변호사를 임명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월성 원전 감사에 착수한 이후 선임계를 정식 제출했고, 최근 검찰 조사 단계까지 백 전 장관의 변호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지난달 초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할 때 현장에 있었고, 백 전 장관 휴대전화 등에 대한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복구)에도 참관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이 차관은) 월성 사건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이날 대한변협에 휴업계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월성 원전 사건 변호인을 차관으로 투입해 징계위원으로 투입하는 건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현 집권 세력이 태도를 바꿔 검찰총장을 공격하게 된, 계기가 된 조국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이 차관이)어떤 입장을 보이셨는지에 대해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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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