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정중동 행보’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0:49:14
  • 호수 1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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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대선판 커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중동’ 행보가 심상찮다. 고요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바로 대권이다. <일요시사>는 ‘제3후보론’의 중심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정 총리의 노림수에 대해 취재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여권 제3후보론의 중심에 있다. 제3후보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더욱 탄력받았다.

대선 구도
흔들흔들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을 뒤집어놨다. 사면 제안 이후 여권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고,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사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낸 민주당 의원만 10명이 넘는다. 권리당원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재신임’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사태는 이 대표의 민주당 내 입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여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임에도 사면론 한 번에 재신임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사면론에 대한 반발은 특히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강성 친문(친 문재인)계에서 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반발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것.

친문계 지지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이 대표의 약점이 노출된 순간이다.


사면론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제3후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제3후보론 역시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친문’ 간 시한부 동거가 곧 종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문계는 이 대표가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와의 동거는 친문계 입장에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다. 이 대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친문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아 대권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사면론이라는 친문계의 ‘역린’을 건드렸다. 여권은 뒤집어졌고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보활동 대부분 중단 이유?
‘장관 교체’ 내각 중심 잡아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3후보론은 이 대표 대안찾기의 성격이 짙다. 친문계 비공계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해체되고 난 후 당시 회원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주주의4.0’에서는 “언제든 새 인물과 손잡을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 인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유시민 작가 등이 있다.


제3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사는 정 총리다. 정 총리의 정세균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범친노의 최대 계파로 불렸다. 이후에도 정세균계는 친노(친 노무현)와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연합해왔다.

▲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정세균계를 ‘호남 친노’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 총리의 정치적 뿌리가 호남이기 때문이다. 친노의 정신을 계승한 친문계 입장에서는 이 대표보다 정 총리와 정치적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4.0 회원인 홍영표 의원은 앞서 “현재는 두 분(이 대표, 이 지사)이 경쟁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가 온다면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해서 경쟁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자격과 비전을 가진 분들’ 중 한 명으로 정 총리를 꼽았다.

문제는 정 총리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이다. 복수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의 지지율은 2%대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10~20%대를 기록하는 이 대표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본다. 앞서 취임 300일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정신’을 언급하며 대권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또 정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꾸리며 보폭을 조금씩 넓혔다. 각 분야 관련 연구단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가 주축이다. 정 총리는 이들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총리의 또 다른 눈과 귀, 입이 돼 총리와 국민 사이에 가교 역할을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문위원단 등을 ‘차기 대선 캠프’라고 해석한다.

여의도
풍향계는?

정세균계도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세균계가 주축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해 10월26일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매월 공부 모임에 돌입한 상태다. 광화문 포럼은 50여명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 총리는 이번 달 내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에 대한 하마평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정중동’(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을 선택했다. 당분간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그 이유로 꼽힌다.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총리는 최근 홍보활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매주 진행을 계획했던 정 총리의 정책 토크쇼 ‘총리식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대를 끝으로 더 이상 방영되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대선주자라기보다는 총리”라고 전제한 정 총리는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대권의 꿈을 접었다기보다 정국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읽힌다.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정 총리 대권 도전의 최대 분수령이다.

4월 보궐 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 행정을 지휘하는 서울시장 당선인이 어느 진영에서 나오느냐는 여권이 정권 연장에 성공할지, 야권이 정권 심판을 이룰지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현대 정치사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부산·경남 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유신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체제를 쓰러뜨린 도화선이었다. 이 같은 정신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바뀐 분위기
4월 분기점

1987년 5월 문 대통령이 변호사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광주의 실상을 담은 비디오를 부산 시민들에게 보여준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광주의 진실을 알려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인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기는 데 함께한 ‘동지’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보궐 선거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공동사진취재단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KBS부산과 부산MBC의 의뢰로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같은 달 4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민주당 후보군과의 1대 1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서치앤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정 총리의 대권가도에도 악영향이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 방역을 총지휘하고 있다. 방역의 성과가 정 총리의 대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말한 점은 코로나19의 상황을 마무리 한 이후 대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심은 백신 도입이다. 백신 도입 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안정세로 전환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총리직을 사임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정 총리의 사임 시기는 자연스레 해외 백신이 도입된 후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1분기부터 1000만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제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등 심사 자료를 기반으로 허가·심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2월 말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후임자 물색 난항에…
지지율 부진 정면돌파?

얀센(600만명분) 백신은 2분기에 도입되며,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또한 2분기 공급이 예상된다. 문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도입 시기를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4월 사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이는 정치 일정을 고려한 분석이다. 여야가 4월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 총리가 이를 앞두고 사임할 경우 후임 총리 인선에 유권자들과 언론 매체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후임 총리의 비리 등이 터질 경우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새로운 장관이 입각한 상황에서 내각의 중심을 잡아야 할 정 총리가 사임한다면 부처 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정 총리를 이을 후임자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복수의 언론은 추 장관이 ‘자진 사퇴’가 아닌 사실상 ‘경질’ 당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얘기를 보도했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추 장관은 지난 7일 법무부를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경질설을 부인했다. 친문 일각에선 추 장관을 차기 대선주자로 세우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4일 교체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이 높았던 점이 교체 이유로 꼽힌다. 이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청와대 측은 당시 김 전 장관 경질설에 대해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맞춰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변화”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국민적 공분을 산 김 전 장관이 당장 후임 총리로 임명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성과 중심
전략 통하나?

과연 정 총리는 총리직을 무사히 마치고 차기 대권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6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을 거친 정 총리에게 남은 한 자리는 대권뿐이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 정 총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등판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장 차출론 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력 인사 차출론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이는 인물난에서 비롯됐다. 7일을 기준으로 민주당 진영에서 출마선언을 한 인사는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지만, 장담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내각에서 물러난 이후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10여명 안팎의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뒤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출마 선언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도 예상된다.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제3의 후보가 민주당 진영에서 절실해졌지만, 실제 정 총리와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 선거기획단 측은 김 전 부총리 출마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고, 정 총리 역시 이미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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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