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정중동 행보’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0:49:14
  • 호수 1305호
  • 댓글 0개

4월부터 대선판 커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중동’ 행보가 심상찮다. 고요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바로 대권이다. <일요시사>는 ‘제3후보론’의 중심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정 총리의 노림수에 대해 취재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여권 제3후보론의 중심에 있다. 제3후보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더욱 탄력받았다.

대선 구도
흔들흔들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을 뒤집어놨다. 사면 제안 이후 여권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고,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사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낸 민주당 의원만 10명이 넘는다. 권리당원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재신임’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사태는 이 대표의 민주당 내 입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여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임에도 사면론 한 번에 재신임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사면론에 대한 반발은 특히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강성 친문(친 문재인)계에서 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반발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것.

친문계 지지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이 대표의 약점이 노출된 순간이다.


사면론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제3후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제3후보론 역시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친문’ 간 시한부 동거가 곧 종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문계는 이 대표가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와의 동거는 친문계 입장에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다. 이 대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친문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아 대권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사면론이라는 친문계의 ‘역린’을 건드렸다. 여권은 뒤집어졌고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보활동 대부분 중단 이유?
‘장관 교체’ 내각 중심 잡아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3후보론은 이 대표 대안찾기의 성격이 짙다. 친문계 비공계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해체되고 난 후 당시 회원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주주의4.0’에서는 “언제든 새 인물과 손잡을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 인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유시민 작가 등이 있다.


제3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사는 정 총리다. 정 총리의 정세균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범친노의 최대 계파로 불렸다. 이후에도 정세균계는 친노(친 노무현)와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연합해왔다.

▲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정세균계를 ‘호남 친노’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 총리의 정치적 뿌리가 호남이기 때문이다. 친노의 정신을 계승한 친문계 입장에서는 이 대표보다 정 총리와 정치적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4.0 회원인 홍영표 의원은 앞서 “현재는 두 분(이 대표, 이 지사)이 경쟁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가 온다면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해서 경쟁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자격과 비전을 가진 분들’ 중 한 명으로 정 총리를 꼽았다.

문제는 정 총리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이다. 복수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의 지지율은 2%대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10~20%대를 기록하는 이 대표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본다. 앞서 취임 300일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정신’을 언급하며 대권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또 정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꾸리며 보폭을 조금씩 넓혔다. 각 분야 관련 연구단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가 주축이다. 정 총리는 이들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총리의 또 다른 눈과 귀, 입이 돼 총리와 국민 사이에 가교 역할을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문위원단 등을 ‘차기 대선 캠프’라고 해석한다.

여의도
풍향계는?

정세균계도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세균계가 주축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해 10월26일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매월 공부 모임에 돌입한 상태다. 광화문 포럼은 50여명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 총리는 이번 달 내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에 대한 하마평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정중동’(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을 선택했다. 당분간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그 이유로 꼽힌다.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총리는 최근 홍보활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매주 진행을 계획했던 정 총리의 정책 토크쇼 ‘총리식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대를 끝으로 더 이상 방영되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대선주자라기보다는 총리”라고 전제한 정 총리는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대권의 꿈을 접었다기보다 정국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읽힌다.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정 총리 대권 도전의 최대 분수령이다.

4월 보궐 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 행정을 지휘하는 서울시장 당선인이 어느 진영에서 나오느냐는 여권이 정권 연장에 성공할지, 야권이 정권 심판을 이룰지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현대 정치사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부산·경남 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유신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체제를 쓰러뜨린 도화선이었다. 이 같은 정신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바뀐 분위기
4월 분기점

1987년 5월 문 대통령이 변호사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광주의 실상을 담은 비디오를 부산 시민들에게 보여준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광주의 진실을 알려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인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기는 데 함께한 ‘동지’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보궐 선거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공동사진취재단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KBS부산과 부산MBC의 의뢰로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같은 달 4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민주당 후보군과의 1대 1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서치앤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정 총리의 대권가도에도 악영향이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 방역을 총지휘하고 있다. 방역의 성과가 정 총리의 대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말한 점은 코로나19의 상황을 마무리 한 이후 대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심은 백신 도입이다. 백신 도입 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안정세로 전환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총리직을 사임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정 총리의 사임 시기는 자연스레 해외 백신이 도입된 후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1분기부터 1000만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제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등 심사 자료를 기반으로 허가·심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2월 말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후임자 물색 난항에…
지지율 부진 정면돌파?

얀센(600만명분) 백신은 2분기에 도입되며,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또한 2분기 공급이 예상된다. 문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도입 시기를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4월 사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이는 정치 일정을 고려한 분석이다. 여야가 4월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 총리가 이를 앞두고 사임할 경우 후임 총리 인선에 유권자들과 언론 매체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후임 총리의 비리 등이 터질 경우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새로운 장관이 입각한 상황에서 내각의 중심을 잡아야 할 정 총리가 사임한다면 부처 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정 총리를 이을 후임자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복수의 언론은 추 장관이 ‘자진 사퇴’가 아닌 사실상 ‘경질’ 당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얘기를 보도했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추 장관은 지난 7일 법무부를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경질설을 부인했다. 친문 일각에선 추 장관을 차기 대선주자로 세우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4일 교체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이 높았던 점이 교체 이유로 꼽힌다. 이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청와대 측은 당시 김 전 장관 경질설에 대해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맞춰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변화”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국민적 공분을 산 김 전 장관이 당장 후임 총리로 임명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성과 중심
전략 통하나?

과연 정 총리는 총리직을 무사히 마치고 차기 대권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6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을 거친 정 총리에게 남은 한 자리는 대권뿐이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 정 총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등판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장 차출론 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력 인사 차출론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이는 인물난에서 비롯됐다. 7일을 기준으로 민주당 진영에서 출마선언을 한 인사는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지만, 장담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내각에서 물러난 이후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10여명 안팎의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뒤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출마 선언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도 예상된다.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제3의 후보가 민주당 진영에서 절실해졌지만, 실제 정 총리와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 선거기획단 측은 김 전 부총리 출마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고, 정 총리 역시 이미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펜스로 둘러쳐진 땅에는 드문드문 잡초만 나 있었다. 입구 쪽의 주차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거리 주변서 이 땅만 ‘이가 빠진 듯’ 공터 상태다. 누가 봐도 ‘목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한 위치지만 오늘도 텅 비어있다. “원래 보건소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 청사)가 있었고요. 노인분들이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그랬어요.” 한 성남시민이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대기업 사옥, 오른편으로는 상가,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자리한 이른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도를 확인한 뒤 “완전 정자동 메인이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했다. 앞 뒤 양 옆 꽉꽉 찼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 일원 2832㎡(약 854평) 규모의 땅. 원래 성남시 소유의 땅이었다가 용도변경을 거쳐 기업에 매각됐다. 성남시가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부지의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2020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기업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6월에 이르도록 건물 건립을 위한 삽 한 번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사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부지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다. 한 성남시민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보건소를 세우려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16일 성남도시관리계획에 의거해 공공청사 부지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성남시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6년 1월2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16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시의원이 “정자동에 있는 공공청사 부지를 매각해서 업무 단지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라고 질문하자 성남시 회계과장은 “고용도 창출하고 시 재정의 효율성도 증대시키고, 실제로 보면 기업체가 유치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시의회는 2016년 1월과 3월, 5월에 ‘정자동 163번지 기업 유치를 위한 매각’ 안건을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2016년 5월24일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대금이 지역주민들께 일정 부분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부르는 게 값’ 노른자위 땅 보건소 부지였다가 용도변경 성남시는 2017년 5월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부지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공모 지침과 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를 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11억원(㎡당 745만원), 감정평가액은 376억원(㎡당 1329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상태였고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청사)는 그해 9월 분당정자 청소년 수련관으로 옮긴다고 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입 자격을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 시설 ▲문화산업 진흥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지식산업, 전략산업, 벤처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성남시는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3대 산업집적지와 한 축을 이뤄 도시 균형발전과 첨단사업 고도화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접수는 그해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성남시는 공급 신청서, 기업 현황, 사업 계획, 입찰 계획 등을 작성해 성남시 창조산업과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라고 고지했다. 8월 중에 개발 방향 이해도,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득점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서도 지역 기여 강조 성남시는 ▲기업 현황(정량 300점) ▲사업 계획(정성 500점) ▲토지 가격(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황의 경우 규모와 재무 상태로 구분해 각각 70점, 230점을 배점했다. 사업 계획은 사업 평가(200점), 건축 운영(150점), 지역 기여(150점) 등 세 분야로 나눴다. 2018년 4월 성남시는 드림시큐리티가 제안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설치 사업 계획이 시 첨단산업 육성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드림시큐리티는 핀테크 서비스와 FIDO 기반의 생체인증 기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과 암호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의 IT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드림시큐리티 간의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 측에서 매입을 철회했다. 이후 재차 공모 절차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및 구조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웹 비즈니스 통합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20년 2월14일 424억원에 해당 부지를 샀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1114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963㎡,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 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하고 판교제1테크노밸리에 있던 마이다스아이티 직원 600명이 모두 옮겨온다고도 덧붙였다. 삽 한 번 안 떠 시민 의문 제기 그러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업보육 지원, 커뮤니티 공간 조성, 청소년 자인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 주차장(240면)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 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성남시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150점을 배점한 ‘지역 기여’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공사 완공 시점으로 2023년을 언급하면서 조감도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정자동 163번지 부지는 분당벤처밸리 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고 인근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등 첨단지식산업 업체가 대거 포진해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의 한 축이 돼 자족 기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각 이후 5년이 지났다. 매각 전인 2019년 12월부터 주민 자율 주차장(90면)으로 사용되던 것도 이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운 ‘개발 부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구/업무 공간 ▲자연주의 인본 경영 공간 ▲시민 행복 공간 등이라고 쓰여 있다. 한 성남시민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기업에 매각된 이후 계속 비어있다. 성남시가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따지면 8년, 마이다스아이티가 땅을 산 시기로 보면 5년째 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성남시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정은 둘째치고 성남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판교 벤처기업 매입 “구체적인 내용 안내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2020년 10월16일 진행한 경제환경위원회 제4차 회의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매각 이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당시 한 시의원은 “빨리빨리 언제까지 안 되면 계약위반으로 통보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꼼꼼히 따져서 빨리빨리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이 “지금 그곳은 설계 단계다. 주차장 사용 문제는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은 “우리가 정해진 규칙대로 (첨단산업)육성위원회에서 심의했던 내용대로 계약위반이 아닌지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거고…(중략)…우리한테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을 안 했을 경우 계약위반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 이후 성남시의회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설계 변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약서에 공사 시점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그 부분에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다스아이티서 단서 조항을 통해 공사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공사 지연에 대한 성남시 대응을 묻자 “더 이상 저희도 같은 사유로는 연장을 안 해주려는 상태”라면서도 “성남시 차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에 법적으로 공사를 재촉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 명확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 직무유기? 제재 못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사옥을 지을 예정”이라며 “사옥을 처음 세우는 것이다 보니 잘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보도자료에 언급된 부분(지역 기여 관련)이 설계에 포함돼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추가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