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종인 ‘정치 9단’ 수싸움

‘물면 낚인다’ 고도의 미끼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당 투톱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줄다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간 주요 현안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이 대표였던 만큼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묘수?
자충수?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그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 여권의 독보적인 대권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당내 여러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경쟁 상대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 대표는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부동산 집값 상승,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형평성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국난 속 당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 대표의 신중론은 이러한 위기 정국에서 오히려 독이었다. 모든 사안을 과도할 정도로 엄중하게 보는 탓에 ‘엄중낙연’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그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이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선명한 메시지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무적 판단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이 그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정점을 찍었을 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결국 이 대표는 이를 철회했다.

최근 불거진 사면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발은 상당했고, 여권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돌연 사면론 던진 이…당내 비판 쇄도
심판대 오른 리더십…멀리 보고 투척?

최근 국정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1%로 또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7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4~6일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지지율)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내린 35.1%(매우 잘함 17.8%, 잘하는 편 1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주중 집계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당내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정청래·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가 이 대표의 사면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김용민 의원은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 외에도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볼 수 있는 호남 지역과 친문 지지층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당 대표실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커뮤니티 인증 글이 쇄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댓글창에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 등의 악성 댓글이 주를 이뤘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면론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자 잠시 물러났다. 그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저에 대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아닌 ‘묘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면은 2021년 새해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로 지내온 그의 첫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도 없다. 게다가 그의 대표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다.

국민 통합
물밑 교감?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평소 이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감안했을 때 오래 전부터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14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 사면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대대적인 사면 요구가 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사면론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을 흔들기 좋은 카드다. 야권 후보들이 각자 사면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이 이어질 때 민주당은 정책과 선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사면론을 꺼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류 없이 사면론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을 것이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물론 사면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냄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 층 줄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면론을 통해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에 대한 영남권 지지층 확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던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단행했던 정치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에 전두환·노태우 사면으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 나갔다.


팽팽한
샅바싸움

민심 역시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크게 야박하지 않다. 지난 6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찬성(47.7%)과 반대(48%) 의견은 팽팽했다. ‘표심’만 보더라도 그의 사면론 카드를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잠시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추후 사면론을 다시 꺼낼 공산이 크다. 다만 여권 내부와 강성지지층의 반발 속 이 대표의 사면 카드가 무산된다면 차후 대권 행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박근혜 탄핵 찬성파인 개혁파들을 더 끌어안았다는 평가다. 당내 장악력도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연일 터지는 여당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 역시 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진행했던 ‘과거사 사과’를 통해 이 대표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이 대표에게 사면론을 제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서 ‘외통수’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봤다.
 

▲ 한 자리에 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란 것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 대통령 스스로 사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면하면 그만”이라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사면론으로 인한 야권분열을 막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칭했던 재보궐 선거를 두고 고심이 큰 상황이다. 현재 야권에선 단일화 후보를 내지 못하면 필패다. 다행히도 후보 단일화가 야권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상승세 김, 단일화 전략 고심
오세훈 등판 4월 재보선 총력

다만 단일화 방식에서는 후보마다 ‘동상이몽’이라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팽팽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된다. 그중에 누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우리가 여론조사 100% 경선을 한다고 해도,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려면 우리 당원이 돼야 한다. 입당이 전제가 안 되면 같이 경선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다. 안 대표로서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야당의 후보로 최종 선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안 대표는 야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포기할 이유 역시 없다.

오히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당 밖에서 제1야당을 품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야권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두고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날 일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 역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안 대표가 당 밖에서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 사실상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에 안 대표는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권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 중순까지 단일화 협상의 줄다리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후보 등록 직전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들러리 신세?
초조함 감지

김 위원장이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에 야권이 서로 협의를 해서 단일화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의 늦어진 백신 접종과 부동산 집값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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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