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 이낙연 세 번의 기회

큰 거 한방이면 30% 당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한때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였지만, 최근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으로 주요 대권 주자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전 대표가 반등의 기회로 노릴만한 구석은 어디일까.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국회로 돌아올 국무총리에 대한 기대는 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이며 여권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3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까지 지낸 굵직한 정치 경력 역시 그를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게 했다.

유력 주자서
하위권으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로 올라섰다. 재직 기간은 192일이었다. 민주당 당헌에 따라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당 대표직에서 1년 전에 물러나야 해서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전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특히 지지율에서 그렇다. 이 전 대표는 과거 40%대 지지율에 비해 최근에는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뒤를 잇고 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이다. 이 전 대표는 이 기간 동안 반등의 기미가 될만한 구석을 찾는 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 소회를 밝혔다. 이날 그는 “당 대표로서의 복무는 참으로 영광스러웠다”며 “당 대표 경험이 잘됐건 잘못됐건 향후 제 인생에 크나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최대 성과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 경찰 및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그리고 공정경제 3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특히 민주당 정부마저 하지 못한 일”이었다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퇴임이 곧 차기 대권 출마로 여겨지는 만큼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는 퇴임일에 넌지시 자신의 향후 계획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우선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이 함께 잘사는 세계 선도국가로 나가도록 하는 미래 비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재보선에 집중하면서 차기 대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어느 정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직을 맡게 됐다. 이번 선거는 대선 1년 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당 대표 6개월 지내며 지지율 반 토막
선대위원장 맡으며 재보선에 승부수


당장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8∼9일 서울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여야 양자 가상 대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가상 대결에서 각각 39.5%, 44.3%를 얻었다. 이어 민주당 박 후보 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가상 대결에서도 각각 37%, 44.9%를 얻었다.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박 후보에게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3자 가상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35%로 선두를 달렸다. 안 후보와 오 후보는 각각 25.4%, 24% 순이었다. 야권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요인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현재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갖은 진통 속에서도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를 놓고 봐도 민주당에게는 경계할만한 요소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측 실무협상단은 지난 11일 진행된 2차 협상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오는 17~18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 등록일 마지막날인 오는 19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KBS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부산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40.9%,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27.1%로 나타났다.

서울·부산
결과 따라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KBS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전 대표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펼쳐질 의제 선점에 대해서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얻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난 9일 ‘돌봄국가책임제’를 내세웠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시점이 곧 차기 대권 출마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그가 대선 본선에서 강조할 의제로 해석된다.
 

▲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신복지구상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기조강연을 통해 국민생활기준 2030을 실현할 첫 번째 정책으로 돌봄국가책임제를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생활 기준 2030은 소득·주거·교육·노동·의료·돌봄·문화·환경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8대 생활영역을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국가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는 ‘교육기회 평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LO(국제노동기구) 사회보장 관련 협약의 단계적 비준을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역시 의제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일찌감치 정책적 마스코트로 결정한 바 있다.

곧 대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정세균 총리는 개혁과 포용을 함께 언급하는 중도적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들과 함께 의제 설정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제 선점을 두고 이 전 대표는 이들과 첨예한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놓고 그랬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한 해 세금으로 거두는 게 300조원쯤이다. (기본소득을 할 경우) 지금의 두 배를 거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의제 선점
누가 먼저?

이 전 대표는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10만원에 대해서도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대인 접촉을 유발하는)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쟁자인 정 총리 역시 이례적인 공개 비판 발언을 통해 “왜 쓸데없는 데다가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냐”고 언급한 바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정 총리는 “아무리 좋은 것도 때가 맞아야 한다”며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얘기할 때이지, 어떻게 나눠줄까 말할 타이밍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어떻게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회복시키고,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브이(V)자 반등을 이룰 것이냐,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소득도 늘어나고 더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할 거냐(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돌아선 친문(친 문재인)의 표심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전 대표는 애초부터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문재인정부 최장기 국무총리로 지내면서 친문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65%가 넘는 지지가 이 전 대표에게 쏠린 만큼, 사실상 친문 ‘적자’로 꼽혔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재임 당시 외연 확장의 명목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친문 진영 사이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든 시기는 올해 1월1일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목소리인 만큼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전 대표가 신년 메시지로 사면을 거론한 점은 간과하기 어려웠다.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개인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사면론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 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이로 인해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형벌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어젠다’ 선점 경쟁 치열
사면론 후 놓친 집토끼 어떻게?

이어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로서는 강수를 둔 셈이지만 효과는 오히려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지지층 이탈로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탈이 돋보였다. 당시 이 전 대표는 10%대로 떨어진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퇴임 날에도 이를 언급하며 ‘아픈 공부’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국민의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친문 표심 자체가 사면론으로 인해 이 전 대표에게 등을 완전히 돌렸다고는 볼 수 없다. 다시 이 전 대표에게로 발길을 돌릴 여지 역시 있다. 다만 현재의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민주당 ‘제3후보론’도 이 전 대표로서는 간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대선판에 등장한 가운데 제3후보론이 슬그머니 관측된 배경에는 이 전 대표의 예전 같지 않은 지지율이 있다. 이 전 대표를 대항마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윤 전 총장이 ‘반문’ 성향으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진영 대결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이 전 대표 이외에 다른 후보들이 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친문 진영에서 윤 전 총장 등을 비롯해 결집하는 반문에 대항하기 위해 이 전 대표를 밀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 적합도 조사는 이 지사와 윤 전 검찰총장의 접전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이 지사가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윤 전 검찰총장이 24%로 뒤를 바짝 쫓았다. 반면 이 전 대표는 12%에 그쳤다.

고전…
끝까지 갈까?

지난 조사에 비해 이 지사는 2%포인트 하락했고, 윤 전 총장은 15%포인트 급등했다. 이 전 대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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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