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한때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였지만, 최근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으로 주요 대권 주자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전 대표가 반등의 기회로 노릴만한 구석은 어디일까.
국회로 돌아올 국무총리에 대한 기대는 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이며 여권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3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까지 지낸 굵직한 정치 경력 역시 그를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게 했다.
유력 주자서
하위권으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로 올라섰다. 재직 기간은 192일이었다. 민주당 당헌에 따라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당 대표직에서 1년 전에 물러나야 해서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전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특히 지지율에서 그렇다. 이 전 대표는 과거 40%대 지지율에 비해 최근에는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뒤를 잇고 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이다. 이 전 대표는 이 기간 동안 반등의 기미가 될만한 구석을 찾는 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 소회를 밝혔다. 이날 그는 “당 대표로서의 복무는 참으로 영광스러웠다”며 “당 대표 경험이 잘됐건 잘못됐건 향후 제 인생에 크나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최대 성과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 경찰 및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그리고 공정경제 3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특히 민주당 정부마저 하지 못한 일”이었다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퇴임이 곧 차기 대권 출마로 여겨지는 만큼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는 퇴임일에 넌지시 자신의 향후 계획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우선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이 함께 잘사는 세계 선도국가로 나가도록 하는 미래 비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재보선에 집중하면서 차기 대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어느 정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직을 맡게 됐다. 이번 선거는 대선 1년 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당 대표 6개월 지내며 지지율 반 토막
선대위원장 맡으며 재보선에 승부수
당장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8∼9일 서울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여야 양자 가상 대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가상 대결에서 각각 39.5%, 44.3%를 얻었다. 이어 민주당 박 후보 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가상 대결에서도 각각 37%, 44.9%를 얻었다.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박 후보에게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다만 3자 가상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35%로 선두를 달렸다. 안 후보와 오 후보는 각각 25.4%, 24% 순이었다. 야권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요인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현재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갖은 진통 속에서도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를 놓고 봐도 민주당에게는 경계할만한 요소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측 실무협상단은 지난 11일 진행된 2차 협상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오는 17~18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 등록일 마지막날인 오는 19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KBS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부산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40.9%,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27.1%로 나타났다.
서울·부산
결과 따라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KBS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전 대표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펼쳐질 의제 선점에 대해서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얻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난 9일 ‘돌봄국가책임제’를 내세웠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시점이 곧 차기 대권 출마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그가 대선 본선에서 강조할 의제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신복지구상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기조강연을 통해 국민생활기준 2030을 실현할 첫 번째 정책으로 돌봄국가책임제를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생활 기준 2030은 소득·주거·교육·노동·의료·돌봄·문화·환경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8대 생활영역을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국가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는 ‘교육기회 평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LO(국제노동기구) 사회보장 관련 협약의 단계적 비준을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역시 의제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일찌감치 정책적 마스코트로 결정한 바 있다.
곧 대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정세균 총리는 개혁과 포용을 함께 언급하는 중도적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들과 함께 의제 설정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제 선점을 두고 이 전 대표는 이들과 첨예한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놓고 그랬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한 해 세금으로 거두는 게 300조원쯤이다. (기본소득을 할 경우) 지금의 두 배를 거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의제 선점
누가 먼저?
이 전 대표는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10만원에 대해서도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대인 접촉을 유발하는)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쟁자인 정 총리 역시 이례적인 공개 비판 발언을 통해 “왜 쓸데없는 데다가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냐”고 언급한 바 있다.
정 총리는 “아무리 좋은 것도 때가 맞아야 한다”며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얘기할 때이지, 어떻게 나눠줄까 말할 타이밍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어떻게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회복시키고,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브이(V)자 반등을 이룰 것이냐,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소득도 늘어나고 더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할 거냐(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돌아선 친문(친 문재인)의 표심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전 대표는 애초부터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문재인정부 최장기 국무총리로 지내면서 친문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65%가 넘는 지지가 이 전 대표에게 쏠린 만큼, 사실상 친문 ‘적자’로 꼽혔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재임 당시 외연 확장의 명목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친문 진영 사이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든 시기는 올해 1월1일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목소리인 만큼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전 대표가 신년 메시지로 사면을 거론한 점은 간과하기 어려웠다.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개인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사면론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 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이로 인해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형벌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어젠다’ 선점 경쟁 치열
사면론 후 놓친 집토끼 어떻게?
이어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로서는 강수를 둔 셈이지만 효과는 오히려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지지층 이탈로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탈이 돋보였다. 당시 이 전 대표는 10%대로 떨어진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퇴임 날에도 이를 언급하며 ‘아픈 공부’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국민의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친문 표심 자체가 사면론으로 인해 이 전 대표에게 등을 완전히 돌렸다고는 볼 수 없다. 다시 이 전 대표에게로 발길을 돌릴 여지 역시 있다. 다만 현재의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제3후보론’도 이 전 대표로서는 간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대선판에 등장한 가운데 제3후보론이 슬그머니 관측된 배경에는 이 전 대표의 예전 같지 않은 지지율이 있다. 이 전 대표를 대항마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윤 전 총장이 ‘반문’ 성향으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진영 대결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이 전 대표 이외에 다른 후보들이 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친문 진영에서 윤 전 총장 등을 비롯해 결집하는 반문에 대항하기 위해 이 전 대표를 밀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 적합도 조사는 이 지사와 윤 전 검찰총장의 접전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이 지사가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윤 전 검찰총장이 24%로 뒤를 바짝 쫓았다. 반면 이 전 대표는 12%에 그쳤다.
고전…
끝까지 갈까?
지난 조사에 비해 이 지사는 2%포인트 하락했고, 윤 전 총장은 15%포인트 급등했다. 이 전 대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