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윤석열 ‘대권’ 큰그림

이낙연 잡고 이재명 맞장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야인이 된 윤 총장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그의 선택에 따라 재보궐선거는 물론 대선까지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1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윤 총장이 또 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입법 추진을 반대하며 직을 던진 것. 지난 2일 언론 인터뷰, 3일 대구 방문 발언, 4일 사의 표명 등 중수청에 대한 작심 비판 발언을 쏟아낸 지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다. 

작심 발언
이틀 만에

윤 총장은 이날 대검철창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중수청 입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중수청법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개의 범죄 수사권조차 완전히 폐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면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이 됐다.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킨 윤 총장이었기에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결국 중도 사퇴를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즉각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공개 사의 표명을 통해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표 수리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수청 반대 명분으로 사의
문 대통령 초스피드로 수용

지난 1월18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을 마무리하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직을 다하라는 시그널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수용 이후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했다. 신 전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은 빚은 후 여러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다. 후임 민정수석에는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민정수석에 다시 비 검찰출신을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윤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검찰 내부망에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을 올려 고별인사를 남겼다. 그는 “오늘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며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며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이라며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정수석도
사표 수리

그간 윤 총장의 중도 사퇴를 주장해왔던 민주당은 그의 이번 행보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이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검찰의 능력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해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윤 총장이 결국 직을 내려놓았다.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전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이어 “문재인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며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 희희낙락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총장 사의를 두고 여야가 극과 극의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사퇴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1년 가까이 갈등을 빚으면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떠오른 바 있다.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할 무렵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여론조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 비난
야, 떨떠름

실제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버리고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여야는 윤 총장의 선언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여권의 경우 가덕도 신공항, 재난지원금 이슈 등이 윤 총장 이슈에 모두 잠식될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민의힘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했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슈는 국민의힘 후보자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였다. 민주당 박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문제를 두고 기싸움이 한창이었던 것. 

이 와중에 ‘윤석열 이슈’가 불거지면서 선거판은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와는 딴판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여야 일대 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쉽게 승자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인 상황에서 정치권은 윤 총장의 사퇴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두고 셈 계산에 나선 상황이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한 2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재보선 성격에 대해 ‘국정 안정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3%, ‘정권 심판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로 팽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을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현재 대선주자 구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선두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야권에서는 변변한 후보조차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윤 총장은 그 사이에서 대선지지율 3위권에 안착해 있다. 보수 잠룡이 전멸하다시피 한 야권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윤 총장의 사퇴에 대선주자들이 말을 보탰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한 명의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표현도 충분히 하고 결국 정치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리적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후폭풍에 촉각 세워
재보궐·대선판 요동칠 듯

그러면서도 “착잡하다. 선축된 권력으로부터 임명된 공직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검찰이 있는 죄를 덮고 없는 죄를 만들며 권력을 행사하는 적폐 노릇을 하지 않았느냐는 점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 대표는 윤 총장 사퇴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며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보다, 하는 느낌은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윤 총장 사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물론 내가 예상을 하지는 않았다”며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사퇴 시점이 절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법’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현직 검사나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판·검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되는 것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됐다면 윤 총장은 오는 9일까지 물러나야 내년 대선(2022년 3월9일)에 나설 수 있다. 최 대표가 법안을 발의할 당시 윤 총장은 대권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야권에선 최 대표가 발의한 법안을 두고 ‘윤석열 죽이기 완결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윤 총장 사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마 제가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판·검사 출마제한법’ 때문에 오늘을 택한 건 아니겠지요?”라고 올렸다. 

출마방지법
5일 전에…

윤 총장이 당장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1년여 전에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은 만큼 충분한 시간을 거쳐 거취 표명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미 선거 정국에 들어선 상황에 윤 총장이 또다시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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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