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검증대 오른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갈길 구만리인데 곳곳 돌부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낙점했다.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의 과제를 맡을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재산신고 누락, 폭행 의혹 등으로 연일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다. 박 후보자의 답변 전략에 따라 청문회 때는 물론, 장관 임명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성원 기자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을 낙점했다. 박 후보자는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신임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서초동 동기모임’ 등을 언급하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보자 발탁
그의 관심사

문 대통령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청구 등으로 혼란스러운 검찰조직을 수습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등 새 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제를 맡을 적임자가 박 후보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후보자가 전임인 추 장관의 검찰개혁과는 다른 길을 걸을지, 아니면 추 장관과 같은 방향을 유지한 채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의 검찰개혁 방향을 예상해 볼 척도로 이달 중 진행될 검찰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정기인사를 1월 하순경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2월1일 부임일에 맞춘 것이다.


특히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단행 시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던 검사들을 주요 보직으로 이동시킬지가 관심이다. 또 직무가 정지됐다가 복귀한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참모진의 구성 변화도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추 장관이 인사를 마무리하고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추 장관이 한 차례 더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고, 박 후보자는 부담을 다소 덜게 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박 후보자가 검찰개혁 ‘2라운드’를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여당이 추진하는 ‘2단계 검찰개혁’의 실현 여부도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추 장관이 언급했을 당시 검찰 내 반발이 심했던 방안인 만큼, 박 후보자는 정부 입장에서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 상급자의 사건 지휘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당의 방안 역시 검토해야 할 과제다.

또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등 이미 추진 중인 문재인정부의 주요정책을 제대로 정착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도 안게 됐다. 공수처의 경우 초대 공수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한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관련 사전 준비는 앞서 진행돼왔으나,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큰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시스템 정비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의 주요 관심사는 과거 그가 발의한 법안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의 민주당 3선 의원(19·20·21대)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그가 검찰청법·형사소송법·출입국관리법 등 법무부 소관 법률에 대해 발의한 법안을 통해 법무부 정책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검찰개혁·수사권 조정 과제 맡을 적임자?
인사 청문 준비 돌입…법무부서 업무보고

그는 판·검사의 전관예우 방지, 피의 사실공표죄, 이주민 인권 등에 관심을 보였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박 후보자는 검찰의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징계 강화를 추진했다. 2016년 8월 현직 검사와 검찰청 직원이 사건 이해관계인과 사적 접촉하는 경우 기관장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징계하는 검찰청법·검사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판사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법원조직법·법관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전관예우는 사법부 불신을 심화시키고 사회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전관예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검사·법관의 사적 관계를 변론에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의 피의 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처벌 방법도 내놨다. 박 후보자는 2012년 12월 ‘범죄 피해의 급속한 확산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을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경우’ ‘범인의 검거나 중요 증거 발견을 위해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인 경우’ 처벌하지 않는 규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후보자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 사실공표가 필요한 특수한 사정도 배제할 수 없는데 처벌만 규정하고 있어 아예 처벌하지 않는 관행이 형성됐다”며 “현실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특별한 사유)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불법체류 이주민을 국가의 인권침해로부터 보호하는 법안도 냈다. 2015년 8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이 속한 단체·업소를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출입해 조사할 때 법원 영장을 발부받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후보자는 “체류자격 위반 외국인에 대해 강력범죄자를 다루는 듯한 가혹한 방식으로 집행하는 비인도적 행위는 강력히 금지하고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 나이나 심신장애를 이유로 약한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2017년 11월 소년범 소년원 최장 보호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중·장기 소년원 송치 대상을 12세 이상에서 1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흉포화된 소년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소년범의 교정·교화 목적, 사회의 법 감정, 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11월에는 판사가 심신장애를 인정하려면 전문가 감정을 의무적으로 받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후보자는 “심신장애 판단을 법관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판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잇따른 논란
청문회 고비


박 후보자는 5일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고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심우정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부 관계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청문회를 앞두고 박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논란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지난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박 후보가 5년 전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자신에게 면담을 요구한 고시생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매체는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음성 녹음파일을 바탕으로 박 후보자가 지난 2016년 11월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고시생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피해자라고 밝힌 고시생은 박 후보자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수행비서를 시켜 강제로 얼굴 사진을 찍었고, 협박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언급하며 오피스텔 방문을 항의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사실과 반대”라며 “제가 폭행당할 뻔 했다”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역시 폭행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박 후보자가 오후 10시쯤 귀가했고 1층에서 대여섯명이 다가와 그를 둘러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후보자가 놀라 ‘내 숙소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하니 멈칫 했고, 멀리 있던 수행비서가 와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그제서야 물러서며 사과까지 받았다는 것. 


하지만 또 다른 매체에 따르면 현장에 있었던 당시 고시생의 지인도 “박 후보자를 보자마자 사시를 존치시켜 달라며 무릎을 꿇고 빌었는데 박 후보자는 다짜고짜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고 말해 폭행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부인 소유 상가를 친인척에게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자가 3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8월 아내 명의의 대구 주택·상가, 경남 밀양의 토지·건물을 손윗처남 및 그 자녀들에게 매각 또는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처분 과정인데, 대구 부동산 매각 가격이 시세 14억원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7억원에 불과했다. 박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야당의 반발
도덕성 공세

아내 소유의 밀양 토지를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후보자 아내는 2018년 11월, 100평 상당의 경남 밀양시 가곡동 대지를 물려받았으나, 박 후보자는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에야 해당 토지에 대한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박 후보자는 이와 별개로 충북 영동 토지를 지난 8년간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에 신고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자 “이유불문하고 제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또 2018년 자신에 대한 불법선거자금 의혹을 제기했던 전직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1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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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박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당일까지 공세 수위를 높여 박 후보자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전임 장관에 대한 논란 만큼이나 여야는 격한 충돌을 예고한 상황이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의혹과 그가 민·형사 피고인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부적격 사유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와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전략 등을 논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 후보자를 겨냥해 “각종 부적격 사유들이 벌써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며 “조국(전 장관)·추미애(현 장관)에 이어 세 번째로 각종 위법 논란에 휩싸인 후보자”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어떻게 가장 윤리적이고 위법이 없어야 할 법무부 장관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들은 공직 ‘데스노트’에 다 올라가는 듯하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같은 당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박 후보자가 검찰을 향해 공정의 정의, 보편 타당의 정의를 주문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선택적 정의’냐고 호통치자 윤 총장이 ‘선택적 의심 아니냐’고 되물었던 장면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정의를 지키는 장관인데 박 후보자가 과연 정의를 대표할 자격이 있나 의심스럽다”며 “박 후보자는 그간 내편이라고 생각하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적이라고 생각하면 모욕 수준의 비난을 쏟았다”고도 비판했다.

박 후보자를 “문재인정부 내로남불, 이중잣대의 표본이라 칭해도 손색없다”고도 말했다.

꼬리 무는 의혹들
야 집중공세 시작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민주당은 ‘시간끌기’와 ‘꼼수’라고 치부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월5일 “국민의힘은 명분 없는 반대를 마치고 대안을 갖추라”고 응수했다.

특히 법무부 장관과 공수처장 자리는 모두 여권의 숙원사업인 검찰개혁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더욱 기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장관 후보로 지명한 이유는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가 돼달라’는 뜻으로 안다”며 “검사들께 검찰개혁에 동참해 달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장관 지명 후 처음 서울고검을 찾아 인사청문회 준비단(단장 이상갑 인권국장)과 상견례를 했고, 이날 서울고검 15층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했다.

박 후보자는 “그동안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까지 검찰개혁 관련 제도개선이 많이 진전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고 수사권 개혁, 형사공판 중심의 조직 개편, 인권친화적 수사를 위한 환경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검사들을 향해 검찰개혁 동참을 호소하며 “검찰청법상 검사동일체 원칙은 개정됐으나 상명하복의 검찰 특유 조직문화가 여전히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들은 준사법기관으로 대우해 달라고 요구한다. 경청할만한 얘기”라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검사들과 다양한 의견, 외부 사이에 소통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이어 “그것을 ‘공존의 정의’라 이름 붙이고 싶다. 우리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존할 수 있는 정의여야 한다”며 “그 중 으뜸은 인권이다. 검사들이 얘기하는 정의, 사회구성원 집단의 정의가 다르다. 보편타당한 공존의 정의를 말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박 후보자는 “인권과 함께 조화되고 어울리는 정의가 ‘공존의 정의’의 첫 번째 길이라 생각한다”며 “이 화두를 갖고 검사들을 만날 예정이고 만남의 방식에도 복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향후 중간간부, 검사장 인사에 관해선 “검사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장관은 제청권자다. 검찰총장과 협의하도록 돼있다”며 “장관 임명이라는 감사한 일이 생기면 정말로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에 준비를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의혹들 송구”
고개 숙이다

서울고검 청사에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꾸린 이유에 대해선 “민심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서초동 중심 검심(檢心)만 있는 게 아니고 법원, 많은 변호사 로펌, 법조 기자들이 있다. 법심(法心)을 경청할 생각이다. 검찰개혁에 검사들이 동참해 조직문화 개선에 스스로 주체가 돼달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앞서 언급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제 불찰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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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