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짜뉴스’ 극우 못 버리는 대통령실, 왜?

영부인 고모가? 유튜버 물밑 추천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인사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 출신이 장·차관과 공공기관에 포진돼 비판도 거세다. ‘적임자’라며 임명한 인사 대부분이 수위 높은 발언을 일삼아왔다. 여당 내부서도 반대 기류가 흐른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능력만 있다면 비도덕적·비상식적이라고 할지라도 ‘무조건적 기용’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잘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정치 유튜버거나 출연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공무원 중에서 챙겨보는 사람도 많다.” 최근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개각을 단행하면서 전문성과 능력을 우선시해 지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정작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막말과 도를 넘은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배경을 가진 게 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훈수꾼들
존재감↑

정치 유튜버 대다수는 혐오를 무기로 삼고 있다.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이 일상이다. 이들은 올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몸풀기를 시작하더니 출사표까지 던진 바 있다.

당시 유튜브 채널 <따따부따>의 민영삼 전 윤석열 대선캠프 국민통합특보·<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신의한수> 신혜식 대표는 최고위원에,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전 대표로서 유튜브 채널 <강신업TV>를 운영하는 강신업 변호사는 대표에 도전했다. 이 중 1차 컷오프를 통과한 민 전 특보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특보로 임명됐다.


지난달에는 한국자유총연맹이 미디어분과 자문위원으로 보수 유튜버를 대거 위촉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던 인물이다. 유튜버로 구성한 자문위원단은 자유총연맹에 이른바 ‘아스팔트 투쟁’ 과정서 발생하는 벌금에 관한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

자유총연맹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매해 약 4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사람은 황경구 애국순찰팀 단장 겸 유튜브 <시사파이터> <시사창고> 운영자, <짝지tv> 운영자 유승민씨 등이 임명됐다. 지난해 8월 <한겨레>가 공개한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에 따르면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지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자유청년연합> <정의구현박완석>의 관계자들은 김건희 여사의 추천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황 단장은 미디어분과 자문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황 단장은 2021년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왔다. 황 단장과 유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산마을서 시위를 벌였던 극우 유튜버 중 <한동훈삼촌tv(구 우파삼촌tv)> 운영자 김기환씨도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욕설·막말로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정권씨의 측근도 자문위원이 됐다. 자유총연맹 신규 자문위원이자 <홈런왕 김탁탁> 운영자인 김정환씨는 안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벨라도’의 본부장이다. 그는 안씨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서도 활동했다.

김영호 후보 유튜브서 “시진핑 제거” 발언
김채환 인재개발원장 가짜뉴스로 혐오 장사

안씨의 누나는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관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했다가 동생인 안씨가 극우 유튜버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돼 사임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인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깨시연)’ 대표도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18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서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사랑’ 카페의 성장을 나와 깨시연이 도와줬다”며 “윤 후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3·1절날 식당서 나랑 마주 앉자마자 ‘와이프 팬카페 만드는 걸 도와줘 고맙다’며 사인을 해주더라”고 말했다.

황 단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상진 신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9월 “묵묵히 흘린 땀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우리의 미래를 비출 것입니다. 대통령 내외 윤석열 김건희”라고 적힌 엽서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외에도 자문위원 명단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지지하거나 부정선거론을 펼치는 유튜버 등이 다수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초 김채환씨를 차관급인 신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임명했다. 지명되기 직전까지 그는 자신의 유튜브 ‘김채환의 시사이다’를 운영했다. 채널 설명에는 ‘진실된 뉴스, 팩트를 기반으로 정치 사회적 사건의 이면을 분석해 전달하는 채널’이라고 돼있다. 그가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0년부터 인재개발원장으로 지명되기 전까지 올린 동영상은 277개, 편집해서 올린 짧은 영상(쇼츠)이 50여개였다.

경력의 대부분을 교육업계서 보냈던 김 원장은 1990년대부터 서울 신림동서 고시 영어를 가르쳤다. 당시 고시촌서 잘나가는 강사였던 그는 수백명의 수강생이 강의를 듣기 위해 전국서 몰릴 정도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직전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사상가

김 원장의 유튜브 초기 영상(2020년)은 지지층 가운데도 타깃 구독층이 선명하다. 부정선거론을 믿는 극우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김 원장은 초기 영상서 “선거에 외세 개입이 없었다, 조작이 없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십시오.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측면이 있진 않을까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총선 무효 소송이 187건 제기됐다. 무슨 이유인지 법규를 어겨가면서까지 선거 소송 모조리 뭉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유한국당 당 대표 지냈고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검사 황교안 전 대표마저 이렇게 얘기했다”며 “4·15 총선은 선거 부정이다. 대법원이 증거인멸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했다”거나 “양정철이 기획한 부정선거”라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내보냈다.

근거 없는 극단적인 주장만 가득하다 보니 결론도 극단적이다. 그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이 땅에 존재하는 회사 대부분을 민노총이 접수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문재인정부하에서 이들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민노총의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서 민노총의 모든 행동 방향을 정하고 움직여왔다는 사실입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의 배후에 문 전 대통령이 있다거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간첩이라는 식의 뻔하지만 호응이 높은 극단적인 주장이 상당했다. 원장에 임명되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2030이 지금처럼 중국을 극혐한 적이 있었습니까”라며 중국 혐오를 조장하거나, “세월호의 죽음, 이태원의 죽음. 죽음을 제물로 삼아 축제를 벌이고자 하는 자들의 굿판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논란이 많은 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신을 밝혀왔다. 그는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해당 채널을 삭제했다.


김 후보자의 유튜브 채널은 북한 문제, 국제 정치 등 외교·안보 분야서 남북 간 합의를 비판하고 북한 체제에 적대적이며 독자 핵무장에 찬성하는 시각을 드러내왔다.

엉뚱한
상상들

김 후보자는 ▲미국이 신냉전서 중국을 이기는 길은 시진핑 제거하는 것(2021년 1월29일) ▲한국, NPT 탈퇴 선언해야 할 때(2022년 5월26일) ▲북한과 중국 공산당 붕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2021년 7월21일) ▲한국 핵 개발 않으면 우크라이나 꼴 당한다(2021년 12월5일) ▲목숨 걸고 핵 개발 시도한 유일한 한국 지도자는?(2021년 12월11일) ▲힘 실리는 한국 독자 핵무장론(2022년 12월23일)과 같은 제목의 컨텐츠를 올렸다.

2018년 7월 개설된 유튜브 채널에는 후보로 지명되기 전까지 모두 5000여개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구독자는 24만여명이었다.

위험할 정도로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윤 대통령은 한 기관의 장으로 임명했다. 윤정부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이 여당과 동교동계 원로들 사이서까지 나오는 이유다.

한 동교동계 원로 인사는 “현재 외교안보 멘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김한길 전 장관이다. 통일부나 외교부 장관은 참고 수준일 뿐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잡아주는 인물 중 1명”이라며 “김 전 장관 본인도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극우 유튜버들이 언급하는 걸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정치권 전면에 나서면서 김 여사의 고모인 김혜섭 목사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 목사는 지난해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에게 큰손으로 불리는 ‘로뎀지기’로 확인됐다.

로뎀지기는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마다 돌아다니며 슈퍼챗을 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실제 김 목사로부터 옷이나 신발을 선물받은 이가 다수였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을 그만둔 안씨도 김 목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막말’ 유튜버 자유총연맹 자문위원 대거 위촉
일부 대통령실 직접적 친분…김 라인 통했나

김 목사는 기하성여의도총회 로뎀교회 소속 목사다. 2002년 2월 대한중앙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04년 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여목총회서 안수를 받았다. 예장 연학여목총회 산하 교육 기간은 정식 인가하지 못했다. 이후 2006년 2월 기하성 목회연구원(서상식 목사)을 수료하고 2013년 9월 기하성여의도총회 연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김 목사 남편인 장모씨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장씨는 경기도 평택 물류항서 큰 이권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관세포탈과 세금 탈루를 일삼던 최순실 국정 농단 세력이 쥐고 있던 가공식품 제조업체 선라이즈F&T를 꿰차는 과정서 비리를 제보하던 이성열 슈퍼마린종합물류회사 대표를 도산으로 몰아넣은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직전 대검찰청 앞에 많은 화환이 놓였던 일화도 있다. 앞서 안씨와 같은 성향을 띠면서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이 된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윤 대통령을 임명했을 당시 계란을 들고 출근하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하는 방송을 진행하다 구속된 바 있다.

김씨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고 안씨는 김씨를 마중 나갔다.

안씨는 이후 대검찰청 앞을 화환으로 꾸며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목사는 본인이 직접 해당 화환을 둬왔다고 주장했었다. 안씨가 김 목사의 지시를 받아 화환을 놓아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과 친분을 강조한 유튜버도 있다. 이봉규씨는 직접 지난 대선 과정서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이봉규TV>를 즐겨본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는데, 이씨는 해당 사진이 자신의 채널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된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직과 분명한 친분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전에도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 간의 접점은 꾸준히 문제가 됐다.

관계없다고?
수상한 접점

지난 지방선거 과정서 무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튜버 강용석씨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상대 후보를 공격해야지 왜 김은혜(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공격하느냐, 함께 잘 싸워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선거개입 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통화 사실을 부인했고 강씨도 “노코멘트”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문자 파동’ 사건 때 등장한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도 극우 유튜버 출신이다. 강 행정관은 과거 ‘자유의 새벽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를 진행해왔다. 그는 ‘중국 속국 문재인’ ‘박근혜 탄핵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 ‘페미와 대선과 간첩’ 등 소재를 방송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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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