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젠더갈등, 정치적 이용 말아야" 바른인권여성연합을 만나다

[기사 전문]

Q. 바른인권여성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전: 저희 단체가 2019년 11월에 설립이 되었어요.
그 당시에 이제 우리나라에 이제 좀 떠들썩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뭐였냐면 인헌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내에 페미니즘 사상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학교와 싸우는 그런 사건이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남녀갈등으로 확산돼 왔을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완화시키고 도울 수 있을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저희 단체가 설립된 계기예요.

 

Q. 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 : 우리나라의 가부장제가 사실 다른 해외에 비해서 굉장히 좀 심각하게 문화 깊숙한 곳에 있었던 것이고, 그 문화 깊숙한 곳에 있는 가부장제로 인한 폐해를 모든 여성이 사실은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거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까 해결하는 구심점이 정부가 되어서 해결해 왔던 것이고, 해결이 잘 됐죠.

이제 그런 것들이 과도하게 가는 문화가 또 다시 깊숙이 들어간 것이죠.



전 : 우리나라가 사실상 여성정책이 가시화되고 구체화 되었던 게 1990년대 들어서거든요.

그때 이미 글로벌한 여성운동에서는 ‘성주류화’라는 정책을 내세워서 UN 산하에 있는 국가들에게 ‘앞으로 여성정책에 있어서 성주류화의 정책을 도입하고 반영해야 된다’라는 그런 기조들이 있었고요.

우리는 거기에 굉장히 빠르게 발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이 우리나라 여성정책에서는 잠정적인 여성우대정책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게 지금 벌써 30년을 왔거든요.

근데 이제 이 잠정적 우대조치를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가져가야 되는가. 우리 사회가 그런 것들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을 해요.

 

연 : 한쪽 다리가 약한 사람이 있으면 목발을 주잖아요.

다리가 부러졌다, 회복기에도 목발을 주죠. 목발을 주고 목발을 짚고 걷습니다.

목발을 짚고 걷다가 아직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의사는 목발을 놓고 걷기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리에 균형이 맞아지니까. 
사실 약한 다리는 원치 않아요. 힘들겠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저는 목발을 놓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전 : ‘그 보조장치가 전면적인 보조장치여야 하는가, 아니면 부족한 어떤 일부에 대한 보조장치여야 하는가’

이런 부분들을 우리 사회가 얘기를 해야 되는 시점인 거죠.

 

Q.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왜 ‘페미니즘’인가?
연: 5년 전과 지금의 여성의 위상과 우리나라 국가정책에 있어서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가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지금 공무원 비율로 보면 거의 남성과 여성이 50:50입니다.

지금 50:50이라면 이대로 똑같은 노력을 경주한다면 몇 년 후가 되면 임금격차도 많이 줄일 거예요.

여성정책에서 추구하는 바는 사기업에 있어서도 50:50의 비율을 맞추어야만 한다는 것이고 임금격차도 완전히 50 대 50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인데...

사기업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인데 국가 주도로 끌고가는 것에 대한 폐해, 부작용, 반발감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 마침 대선이 맞물려 진 것이고, 그것이 폭발하면서 서로의 요구가 극단적으로 가고 있는 거죠. 

연 : 젠더갈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표로 이용하는구나.
지금의 젠더갈등의 양상은 너무 극한 전쟁상태에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서 이 싸움을 더 극대화해서는 안 되거든요.

 

Q. 신지예 사퇴에 대하여...
전 : 일단 저희 단체의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
왜냐하면 이미 2030 남성들이 너무 실망하고 분노하고, 지지 철회를 하고… 거기에 대한 반발이 너무 거셌거든요.

그것들이 실질적으로 윤 후보에 대한 어떤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뭐 일부에서 후보교체론까지 강력하게 이렇게 들고 나오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충분히 신지예씨와 이야기하고 또 2030 청년들과 남성들과도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너무 타이밍적으로 늦었다.

 

Q. 여성가족부에 대하여...
연 : 다른 정부부처는 전부 다 기능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기재부, 통일부…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런데) 여가부, 그리고 보훈처 정도만 대상을 중심으로 짜인 부서입니다.

대상을 중심으로 해서 20년간 열심히 끌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성과가 났던 거죠.

그래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왔으니 다시 기능 중심으로 보내야 객관화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죠.

페미니즘 자체가 맨 처음에 시작할 때, 기조가 ‘여성을 가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어요.


여성의 개별 인권을 중시하면 가족에 대해서는 집중해서 가족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가족해체나 또 저출산 문제 대해서 여가부는 전혀 답을 내놓고 못하고 있죠. 

 

전 : 여성가족부는 가족해체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가족해체를 해체된 가족을 지원해야 된다는 식으로 방향을 가족정책을 가져가고 있어요.

저희는 그것에 굉장히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 이거든요.

일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연 : ‘여성인권은 이제 필요 없는 논의다’ 이런 것이 아니라.

여가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하고 있는 여성 지원 사업이 완전히 없어져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국가주도로 급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과가 있었다면, 이제는 속도 조절 차원에서 조금은 완화하고 사회의 변화 추이와 같이 잘 맞춰서 나가야 된다.


Q. 바른인권여성연합이 바라보는 페미니즘은?

연 : 저는 사실 국가 지도자들께서 갈등을 이용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젠더갈등 심하니까 여성 표를 얻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더 지원해주는 형태라면 국민의힘당에서 했던 것처럼 지원해 주는 형태를 하고, 남성들에 대해서는 2030 남성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뭘 더 지원해 주고… 이런 행태는 정말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입니다.

이것을 절대 이용하지 마시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사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이걸 바라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이 끝을 모르는 싸움을 계속 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전 : 페미니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 자체를 젠더폭력이 일상화된 사회로 보는 거예요.

일종의 확대 해석인 거죠.

그 사람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남성들의 잘못이고 이 남성들이 이렇게 하도록 만든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구조를 타파해야 되는데,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길은 급진적인 페미니즘 밖에 없다’ 이런 거죠.

저는 페미니즘,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낳은 최대의 그림자, 어두운 점은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라고 봐요.

지금 30년 동안 여성의 지위나 이런 것들이 많이 향상이 되면서 여성들에게 기회로써의 공정은 이미 주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그게 완벽하진 않죠.

사회 전체,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완벽하진 않지만 여성들이라고 해서 어떤 직업에 진출하는데 제한이 있다든가 승진에 제약이 있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계속해서 뭔가를 달라고, 내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약자이기 때문에 뭔가를 달라고 계속 떼를 쓰는 형태로 가게 되면요.

그렇게 되면 여성들은 거기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죠. 내가 부족한 것을 그 혜택으로 채우고자 할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발전을 막는, 스스로 발전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우리가 이제 벗어나야 된다.

내가 이 사회와 더 나아가서 인류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페미니즘 밖에서 생각해야 돼요, 이제는.

총괄: 배승환
취재: 장지선
촬영: 배승환/김미나/박성원(사진)
기획&구성&편집: 강운지/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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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