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0’ 정의당 암울한 리브랜드

겉만 바꾸고 속은 그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기업이나 조직은 쇄신을 위해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정의당도 위기를 맞아 새롭게 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당장 내일도 기약할 수 없을 지경이다. 당내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창당 과정에서 내부 투쟁의 우려가 큰 탓이다. 정의당이 옛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정의를 세울 수 있을까.

정의당은 과거 진보에 방점을 찍고,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던 정당으로 어느 덧 창당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재 정의당 안에서는 위기상황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진보정당의 위상은 온데간데 없고 정치노선은 실종됐으며, 누구를 위한 정당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존폐 위기

정의당의 강령은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다. 현재 정의당의 노선은 다소 변질됐다. 몰락의 시작은 페미니즘에 방점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본격적으로 망조의 기조가 드러난 때는 지난 21대 총선 이후로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의 위기 상황은 최근에도 계속되는 형국이다. 결국 급히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띄웠다.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면서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비대위 출범 이후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 당원 총 투표까지 실시했다. 투표 결과 전체 선거권자 1만7957명 중 7560명(42.10%)이 참여했다.

찬성 2990표(40.75%), 반대 4348표(59.25%), 무효 투표 수는 222표다. 


결과를 받아든 비례대표들은 속으로는 한숨 돌렸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게 전부였다.

정의당도 당 스스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 평가서’에 따르면 정의당이 지난 2020년 총선 이후 현재까지 계속 비호감도가 상승했고 지지 기반이 붕괴했다고 분석했다. 대선에서는 정의당 후보로 또다시 심상정 전 대표가 출마했으나 2%대 득표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정의당이 배출한 광역·기초의원은 고작 9석에 그쳤다.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헛발질이 이어졌고 뿌리인 당원들이 정의당을 외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당내 기반, 재정 상황 열악
청산주의 매몰되면 더 악화

노동자 당원의 이탈은 물론 구체적인 성과 없는 페미니즘 노선은 여성과 청년 지지층의 균열과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의당은 페미니즘 정당임을 자부하며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를 당내에서조차 문제삼았다. 실체적이거나 조직적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는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당시 정의당은 정치제도 개혁을 통해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으나 오히려 악수로 돌아갔다. 현재 정의당은 6석을 가진 정당이지만 5석이 비례대표다. 지역구 의원은 심 전 대표가 유일하다. 당 내부에서는 비례대표 앞 순번을 위한 투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재정상태도 건강하지 않지 않다. 2020년 총선 직후 부채는 43억원에 달했다. 현재는 다소 감소된 36억원을 떠안고 있는데 한 달에 1억5000만원 정도의 경상 부채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수입 60억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출항목은 인건비다.

중앙당 인건비, 시도당 인건비, 시도당 교부금을 합치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다. 꾸준한 당원 이탈로 당비도 쉽게 충당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울한 현실이다.

현재 정의당의 당원 수는 소위 과거 잘나가던 시절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정의당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 재창당이라는 수를 뒀다. 

재창당 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당 부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의안에는 ▲대안 사회 모델 제시 ▲정체성 확보를 위한 노동에 기반 ▲정책 혁신 ▲지역에 뿌리내리는 정당 등이 재창당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됐다. 

총선 이후 쭉 내리막길
창당 과정서 암투 우려

대의원의 만장일치로 승인한 재창당 결의안에서 결과적으로 정의당의 “10년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실패를 발판삼아 당명과 당헌·당규 등의 개정이 포함됐고 재창당 작업은 내년 안으로 완료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신임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당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재창당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함께 당명까지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노선을 확실히 정해 재정립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이 같은 결의에도 불구하고 재창당이 새롭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정의당의 재창당이 “별로 의미 없다”는 반응이다.

당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재창당이 단순 청산주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자신들의 과오를 청산할 필요도 있지만 자칫 청산에만 매몰됐다가 서로 네 탓 공방으로 또다시 혼란에 빠져 내부 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검수완박 등 굵직한 현안에서 어느 쪽에 붙을 지 눈치만 봐왔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에 붙었지만, 당시 정의당만의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단순히 손절보다는 연합정치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됐으나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정의당만의 독자노선을 꾸려나가야 할 필요성을 언급해서다. 무게감을 가진 당내 스피커 확보도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정의당 내에서 가장 큰 스피커로 분류된 인물은 진중권 교수가 유일하다. 

심 의원은 대선 이후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지역구를 가진 의원이지만 어느 순간 당내에 개입하지 않아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지도 관건이다.

어두컴컴


신임 대표 후보군으로는 이정미 전 의원,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 등이 거론된다. 이마저도 정치권에서는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정의당이 재탄생해도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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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