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위험한 이태원 음모론

156명 떠난 자리 카더라만 들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의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음모론 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 음모론이 애도 현장에도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과 의심은 ‘애도’로 치환될 수 없다.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 <일요시사>는 직접 애도 현장을 찾아 음모론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단순한 호기심도 때로는 무례한 법이다. 그곳에 누군가의 불행이 엮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음모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누군가는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을 던졌다.

막 퍼지는 
유언비어

참사 소식이 빠르게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마약 유통설·가스 누출설 등이 제기됐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이유가 마약이나 가스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압사사고로 추정된다. 화재‧마약‧가스누출 등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지만, SNS 등지에선 여전히 각종 낭설이 난무했다. 

참사 직후 한 SNS에는 “단순한 압사사고가 아니다. 한 술집에서 난 화재로 가스가 누출돼 사람들이 기절한 것”이라거나 “건물 자재가 무너지면서 거기에 사람들이 깔린 것” 등의 뜬소문이 돌았다. “이태원에 방문했더니 계란 썩는 가스 냄새가 났다. 황화수소 누출이 추정된다”는 등 목격담을 빙자한 허위사실도 유포됐다. 

특히 사고를 촉발한 ‘가해자’를 특정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토끼 머리띠 등 어떤 인상착의를 가진 이가 군중을 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온라인 일각에선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기름을 뿌리고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욱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CCTV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미국 위스키의 일종)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며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관련 의혹이 해소되긴 커녕 외려 “경찰이 진상을 덮으려 한다”는 새 음모론이 추가됐다.

이때까지 온라인상에만 존재했던 음모론자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부터 참사 추모 공간이 본격적으로 설치되면서다. 음모론은 대부분 ‘유튜버’를 매개로 추모 공간에 발을 들였다. 분향소를 찾은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를 통해 음모론을 전파하는 방식이었다.

국가 애도 기간 중 운영된 분향소 중 가장 큰 규모로 마련됐던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분향소가 열린 첫날(지난달 31일)부터 다음 날까지 분향소 인근을 살폈다. 분향소 정면에는 추모하는 시민들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가 가득했다. 

사고 원인부터 책임 주체까지…판치는 루머 
온라인서 시작돼 현장으로…유튜버가 매개

한 남성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선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잠시뿐, 이윽고 현 정부에 대한 비난에 근거 없는 사실들을 섞어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나가다 이를 들은 시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쏟아냈다.

점심시간을 틈타 헌화하러 분향소에 방문했다는 A씨는 <일요시사>에 “정말 진절머리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자기 시청자 수, 조회 수 늘리려고 참사 피해자를 이용하는 짓이다. 뒤에서 해도 욕먹을 짓을 대놓고 나와서 하니 기가 찬다”며 “저러라고 만들어 둔 곳이 아니다. 곳곳에 유족들도 있는 것 같던데 그분들이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나”고 안타까워했다. 


A씨 말대로 이 남성의 몇 걸음 뒤에는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소복에 팻말을 든 채로 무릎을 꿇었다. 팻말에는 ‘아들아 미안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사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에 얽힌 음모론도 가중됐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참사 당일 있었던 정권 퇴진 시위가 사고를 촉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초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했던 시위대는 사고 현장에서 600m가량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이동했고, 오후 9시30분에 해산했다.

이때 해산한 시위대 중 일부가 이태원으로 가서 군중을 밀었고, 이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당일 시위를 주도한 노조의 조합원 2명이 이태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모론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낭설에 불과하다.

직접 가서 
들어보니…

야권을 중심으로는 이른바 ‘경찰 인력 급감설’이 유포됐다. 과거 핼러윈 때는 늘 800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투입돼 현장을 통제했지만, 올해는 유독 인원 배치가 적었다는 의혹이다. 의혹과 덩달아 정부 책임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137명이다. 과거 5개년(▲2017년 90명 ▲2018년 37명 ▲2019년 39명 ▲2020년 38명 ▲지난해 85명)에 비해 많은 수치다. 마약 단속에 나선 사복경찰 50명을 빼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인데다, 과거 투입 인원도 800명과는 동떨어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모론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음모론자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주장이 무산되자 사고 책임에 관한 음모론을 퍼트렸다. 일각에서는 이와 동시에 이태원 상권에 관한 의심을 곁들였고,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할 움직임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은 지난 5일 종료됐다. 이날 오전에는 새로운 음모론이 돌았다.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과 라운지 바 등이 5일 자정이 넘어가길 기다렸다가 6일 새벽(0시1분)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는 주장이었다. 

<일요시사>는 이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5일 저녁 직접 이태원역을 찾았다. 의혹과는 달리 이태원은 조용했다. 여전히 엄숙하고 무거운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로변의 몇몇 식당을 제외한 점포 대부분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른바 ‘야간 개장’을 하려면 그날 저녁에는 영업 준비에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이태원 상권은 이미 참사 다음 날부터 엿새간 휴무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일요시사>는 여러 차례 골목을 돌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점포는 없었다. 자정을 넘어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야간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태원 상권의 라운지 바는 대부분 1번 출구 인근, 즉 사고 현장 주변에 몰려있다.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경찰은 여전히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출입구가 경찰 통제선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영업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라우마
2차 가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이날 이태원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이었다. 시민들은 늦은 시간에도 이곳을 찾아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지하철이 이미 끊기고,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난 자정 이후로도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시민들은 묵념·헌화·메모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서도 음모론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조용히 묵념하는 시민 뒤에서도 누군가는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사실과 다른 의혹들을 꺼내들었다.

<일요시사>는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현장에서 ‘음모론자’ 여럿을 마주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대화를 요청한 끝에 이 중 한 명과 어렵사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A씨는 참사 이후 이태원에 여러 번 방문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검증해본 결과, 경찰과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믿을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156명이라는 희생자가 나오기에는 저 골목이 너무 좁지 않냐.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시신이 산처럼 쌓여야 하더라.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단 저 골목뿐 아니라 옆쪽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는 정황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은 그런 이야긴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을 대충 처리하고 넘기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했다. 주장 곳곳에는 논리적 비약이 숨어있었다. 이 중 일부를 차근차근 반박했다. 예컨대 “희생자 상당수는 선 채로 사망해 공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와 같은 지적이었다.

이에 그는 “과학적 팩트는 아직 부족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러니까 기자들이 더 열심히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일개 시민이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불신으로 양산
입맛 따라 의혹 제기

A씨는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유가족은 과거 참사 때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 같다”거나 “유가족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희생자 명단을 확보하고, 희생자가 제대로 집계됐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방금 발언들은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을 끊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그는 “계속 취재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거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언뜻 보인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방송 중’이었다.

6일 새벽, 비교적 한적해진 거리에 나타난 한 시민은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참사 현장을 방치한 결과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경찰에게 ‘개XX’ ‘양XX’ 등의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개를 떨군 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계속 등장하는 요인으로 ‘정신적 충격’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에서 “이번 참사는 SNS를 통해 참혹한 현장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가 많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사고를 예방하지도, 추가 피해를 잘 막지도 못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불신이 커졌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음모론이 양산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한 복잡한 참사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인지적 오류’도 음모론 생산에 기여한다는 의견이다. 복잡한 연관관계 중 간단한 요인 하나만 꼽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앞서 등장했던 ‘토끼 머리띠’ ‘각시탈’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원인 단순화
인지적 오류

음모론이 잠시나마 자취를 감춘 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진심 어린 애도였다. 오전 5시를 살짝 넘긴 시각. 아직 첫 차도 움직이지 않을 때였지만 한 중년 여성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았다. 그는 품에 있던 흰 국화 여러 송이를 모두 내려놓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자라서 죽었다? 도 넘은 여성단체

일부 페미니스트가 이태원 참사를 ‘여성 학살 사건’으로 규정하고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가 유가족 반대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페미니즘연대는 지난 6일 SNS 계정을 통해 “이태원 시위는 주최 측이 유가족의 반대 요청을 받아 긴급하게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당초 이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 규탄 시위를 계획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비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호흡·공간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생한 걸로 추정한다.

성별 간 신체 특성 ‘차이’로 벌어진 결과에 여성 ‘차별’을 지적하는 페미니즘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속에 여권 인사가 직접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은 SNS에 집회 주최 측을 겨냥해 연일 글을 올렸다. 

곽 부대변인은 지난 5일 “마치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들이 혐오했던 집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온갖 음모론과 비논리적 음해성 프레이밍을 내던진다”고 쓴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156명의 사람이 명을 달리하고 157명의 사람이 부상당한 끔찍한 참사를 자신들의 혐오장사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당신들의 반인륜적 세계관”이라고 맹폭했다.

한편 이번 시위 주최자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주최 측이 후원 모금을 위한 계좌번호를 공개하면서도 예금주명은 반익명(초성)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시위 참석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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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