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라이즈F&T P2P 펀딩 사기 추적

피해자 넘치는데 가해자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차철우 기자 = P2P 펀딩 상품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3년 반이 지나도록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돈을 빌린 채 손을 닦아버린 회사 주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됐고, 어찌된 영문인지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를 짚어내기 힘든 형국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금이 필요한 대출자와 높은 투자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는 금융 방식이다. 예금 금리가 연 2~3%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연 10%대 이자를 내세우는 P2P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됐고, 지금껏 국내에서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중개했다.

그러나 ‘부실’이라는 어두운 면도 존재했다. 부실 P2P업체가 속출했고, 상당수 투자자가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목격됐다. ‘펀딩하이대부(이하 펀딩하이)’에서 발생했던 연체 사건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매력적인 
투자 상품?

2017년 4월 첫 P2P 펀딩에 나선 펀딩하이는 동산 담보 펀딩 상품에 주력한 업체였다. 이 회사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을 내세웠다.

펀딩하이는 단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표면상이나마 투자금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 담보물에 대한 선하증권 및 보세창고 보관증을 양도받아 수입 상품이 승인 없이 보세창고에서 반출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되자 펀딩하이가 내놓은 펀딩 상품에는 저위험·고효율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펀딩하이는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펀딩하이가 2018년 5월 기준 누적 대출액 200억원, 누적상환액 100억원, 연체율 0%를 달성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2018년 6월20일을 기점으로 펀딩하이에서는 심각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펀딩하이를 대표하던 수입 농산물 펀딩 상품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한층 크게 다가왔다.

펀딩하이는 이날 ‘마늘 시즌2-17차(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이 연체됐음을 알렸다. 만기 3개월짜리였던 해당 펀딩은 2018년 3월21일 모집 금액 3억원 규모로 개설됐고, 연수익율 18% 보장을 내세워 29초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이 상품의 연체는 시작에 불과했다. 상환을 앞두고 있던 ▲세척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도 차주가 투자금 상환에 실패할 거란 불안요소가 감지됐고,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공교롭게도 연이은 상환 지연은 차주 네 곳의 관련성이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8년 6월25일 펀딩하이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세척당근 차주였던 지엔티에이치를 중심으로 승리산업(마늘), 상아농산(김치), 월량완코리아(번데기)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사업상 협력 관계로 분류되는 상아농산을 제외한 세 곳의 관계가 이목을 끌었다.

일단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이 하나의 회사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에서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윤모씨는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월량완코리아는 김치 펀딩, 당근 펀딩, 마늘 펀딩의 수입 대행을 책임졌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투자된 현금이 월량완코리아로 모이고, 나머지 3개 업체는 월량완코리아에서 수입 대행 수수료와 각종 비용을 뺀 만큼의 상품을 수입하게 되는 구조였다. 윤씨는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확연한 명암
피해자 속출

첫 연체 이후 차주들은 조속한 투자금 변제를 약속했지만, 지금껏 투자금 상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환일 도래를 앞두고 있던 나머지 펀딩 상품 역시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네 곳의 업체가 연체한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은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연체율 100%를 찍은 펀딩하이 역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연체 발생 이후 펀딩하이의 담보물 관리에서 큰 허점을 발견됐다. 펀딩하이는 상환이 지연되면 수입된 농산물을 담보 삼아 원금 회수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애초부터 차주들이 투자금을 농산물 수입에 활용하지 않았던 탓에 담보 확보가 불가능했고, 투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금을 변제 받을 길이 막혀 버렸다.

졸지에 증발한 75억 어디에
제3자처럼 보이는 공모자?

흥미로운 점은 크게 결부되지 않았던 것처럼 여겨졌던 '제3자'가 생각 이상으로 해당 사건에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0년 설립과 함께 평택항 인근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선라이즈F&T(현 카리나F&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라이즈F&T는 고관세 농산물 수입 및 가공, 보세창고 운영 등을 영위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지엔티에이치 ▲승리산업 ▲상아농산 ▲월량완코리아 등이 연루된 펀딩에서, 물품을 인계받아 보세 창고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하고 있었다.

펀딩 초창기부터 펀딩하이와 협력 관계였던 선라이즈F&T는 특정 시기를 거치며 지엔티에이치의 지배를 받게 됐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선라이즈F&T 주식을 매입했고, 2017년 초 10%였던 지분율을 2018년 6월 기준 27.6%(16만1400주)로 끌어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내용은 2018년 6월12일 펀딩하이가 지엔티에이치에 대한 신용 보강 차원에서 선라이즈F&T 건물 10개동을 담보로 2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당시 펀딩하이는 지엔티에이치가 선라이즈F&T 최대주주라고 언급했다.

돌이켜 보면 선라이즈F&T는 연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앞서 승리산업이 처음으로 연체한 직후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씨는 선라이즈F&T 경영권 인수 목적으로 펀딩 자금을 일부 사용했고, 경영진의 판단 실수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에 의한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펀딩하이는 지엔티에이치가 투자금을 연체할 시 활용하겠다고 밝힌 선라이즈F&T에 대한 근저당권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끝내 행사하지 않았다. 선라이즈F&T 부동산 등기부 확인 결과 펀딩하이 측이 근저당을 설정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고, 선라이즈F&T 측 역시 근저당권 설정자로 이름을 올린 적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모관계?


지엔티에이치가 선라이즈F&T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는 건 외부 세력이 회사의 주인으로 급부상했음을 의미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부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산물 무역업 관계자는 “선라이즈F&T는 세관 공무원이 주축이 된 상태에서 무역업자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수년 전 몇몇 기존 구성원은 독립해 회사를 차렸고, 내부인들도 다수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7월11일자로 선라이즈F&T 임원 명단에서는 변화가 목격됐다.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아버지에 이어 선라이즈F&T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는 퇴임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빈자리를 꿰찼다.

경영권 교체 과정에서 지엔티에이치 측 법률 자문은 A법무법인이 수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A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선라이즈F&T 경영권 분쟁에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A사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직무집행정지처분 명령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한 정지 처분을 이끌어낸 국내 최고 권위의 법무법인이다.

이후 A사는 선라이즈F&T와 관련된 법정 공방에서 또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1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명의개서절차 이행’에 대한 민사재판(원고 펀딩하이, 피고 선라이즈F&T)에서 피고 측 변호인으로 참여해 재판부가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5월16일 투자금 미상환 시 보유 중인 선라이즈F&T 주식 16만1400주를 펀딩하이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F&T 주식을 펀딩하이와 상의 없이 난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고의 손을 들었다. 중국의 ‘난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가 지엔티에이치의 이중 양도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원고가 패소하면서 투자자들을 구제할 길은 사실상 막혀버렸다.

이상한
연결고리

연체 건으로 인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윤씨마저 법적 처벌을 피했다. 해당 재판 역시 지엔티에이치가 난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양도한 선라이즈F&T 주식 16만1400주가 화두였다. 검찰은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서 윤씨가 8억700만원(1주당 5000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고 봤지만,  2020년 10월 대전지방법원은 윤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이 재판에서 윤씨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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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