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19 14:13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계엄 문건’ 의혹의 중심에 선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디다. 해외 도주 후 입국한 지 석 달이 됐으나 추가 소환조사조차 없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윗선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라던 관측은 저물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김 전 장관을 품으면서 검찰도 손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게 있다면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 ‘계엄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3월 말 해외로 도주했다가 5년 만에 귀국해 한 말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귀국을 두고 정권이 바뀐 게 배경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솜방망이 처벌’을 기대한 걸까? 실제 조 전 사령관을 향한 검찰의 칼끝은 녹이 슬어가고 있다. 해외 도주 후 5년 만에 왜? 검찰은 지난 3월 인천공항 입국장서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고 멈췄던 수사를 재개했다.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동향을 보고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관제 집회를 열게 한 혐의로 조 전 사령관을 재빠르게 기소했다. 그러나 계엄 문건 작성 혐의는 현재까지 제자리걸음 상태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2018년 당시 계엄 문건 수사 개시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성과를 냈었다. 수사단은 기무사 요원들이 “비상사태로 보기 어려운 상황서 병력을 동원해 집회 시위 등 국민 기본권과 입법·행정·사법·언론 기능을 제한하는 계엄 문건을 작성했고, 문건의 상당 내용이 기무사 직무범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단은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이던 김관진 전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의 공모 여부 등을 입증하기 위해 조 전 사령관 본인 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수사를 잠정 중단해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단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잠잠하다. 법조계에선 조 전 사령관의 귀국이 ‘윗선 수사’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계엄 문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사그라들고 있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출신 민병삼 전 대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단순 검토 문건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돼 기무사가 해편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자들과의 만남에선 “계엄이 발령됐을 때 기무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검토한 것”이라며 “1년에 2번 하는 검토다. 문제가 되면 파기했을 텐데, (문제가 없어)나중에 활용할 목적으로 정식으로 (시스템에 비밀로)등재했다”고 말했다. 계엄 문건 사건은 단순히 조 전 사령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를 고리로 박 전 대통령,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 전 장관, 한 전 장관 등 박근혜정부의 주요 인사 여럿이 얽혀 있다. 이들 모두 수사단의 수사 대상에 올랐었다. 귀국 석 달…추가 수사 지지부진 갑자기 김관진 품은 정부 비호? 조 전 사령관의 귀국 직전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는 계엄 문건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측은 계엄 문건이 단순 검토보고서여서 불법성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무사가 내란음모를 꾸민 것처럼 송 전 장관 등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건 국민의힘 TF에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도 민간위원으로 참여했었다는 점이다. 그는 조 전 사령관의 지시로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해 합수단의 수사를 받았다.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면서 그도 다시 수사 대상이 됐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해 7월 TF의 1차 회의서 “과거 기무사 참모장 시절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앞두고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검토한 계엄령 사안에 대해 쿠데타 등 정치적 몰이를 하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계엄 문건 작성을 내란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다. 다만 조 전 사령관은 문건 작성 과정서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기무사의 정치 관여 활동, 기무사 자금 유용 등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사단은 수사 당시 조 전 사령관의 자금 사용처가 담긴 ‘장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무사는 2017년 2~3월 8쪽 분량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여기에 딸린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 자료’를 작성했다. 박정부 인사 여럿이 얽혀 2016년 12월 국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이었다. 문건에는 탄핵 선고 이후 전망되는 상황이 서술돼있다. 여기에는 ▲대규모 시위대의 청와대·헌재 진입 및 점거 시도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사이버상의 유언비어 난무 ▲집회·시위 전국 확산 등이 핵심이다. 중요시설과 광화문·여의도 등 집회 예상 지역 2곳에 기계화사단 6개, 기갑여단 2개, 특전사 6개 이상 등 병력을 배치하는 계획도 담겼다.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무력화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문건에 포함됐다. 내란음모가 성립하려면 2명 이상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는 구체적인 합의와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 계엄 문건이 실제 실행을 위한 계획이라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 수사단의 수사 결과 계엄 문건이 실행을 위해 작성됐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우선 기무사는 계엄 문건 작성 과정서 TF를 구성했는데, ‘미래 방첩수사 업무체계 발전방안 연구’로 계엄 문건과는 전혀 무관한 이름이다. 이 TF로 인사명령을 내고 예산도 책정했다. 부대원들은 인터넷과 인트라넷이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컴퓨터로 작업했다. TF 운영 종료 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초기화했다. 이는 계엄 문건 작성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리에 움직였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계엄 문건의 본래 제목은 언론에 공개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시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3월 계엄 문건서 ‘계엄임무 수행군’으로 편성된 20사단장과 8사단장을 만나기도 했다. 내란음모 처벌 가능? 기무사는 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일에 해당 문건을 온라인시스템에 훈련 비밀로 등재하려 했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수사단은 문건을 훈련비밀로 등록하면 훈련 때 다른 부대원들이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문건의 존재가 탄로날까봐 우려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문건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나왔다. 계엄 문건은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을 맡도록 했다. 그러나 현행 계엄 관련 계획에는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 역할을 수행토록 한다고 돼있다. 계엄 문건에는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했을 때 체포 등 대응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계엄 문건 작성에 앞선 2016년 10월 김 전 장관은 국방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에게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을 선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행정관은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는 방안,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대응하는 방안 등도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특히 육군본부 작전과도 2017년 2월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조 전 사령관도 부하 간부에게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건의할 경우 국회를 해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수사단은 이 지시가 실제 계엄 문건에 실제 반영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11월~2017년 2월 모두 네 차례 청와대를 방문했다. 세 번은 김 전 장관을 만나 대북 관련 보고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계엄 문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기무사 실무진들은 “장관이 현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 절차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장관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 전 장관을 배후로 지목했다. 조 전 사령관 역시 미국서 보낸 우편 진술서를 통해 “한민구 장관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이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방부 장관은 계엄 선포 건의 권한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국힘 TF 활동하던 소강원 유죄 판결 조, 기소 넘어 집유 이상 가능성 ↑ 그러나 한 전 장관은 2018년 검찰 조사에서 “당시 국회서 위수령에 대한 질의를 두 번 받았는데 일관된 답변을 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검토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조현천이 그 얘길 듣고 먼저 ‘그럼 저희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고, 그래서 ‘그럼 한 번 해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사령관은 실무진에게 정치인 가택연금 상황과 계엄 선포 뒤 발생할 20여 가지 상황을 상정하고, 심지어 수도권 군부대 통제계획까지 작성 지침을 주고 계엄 문건을 작성시켰다. 당시 국회서 질의한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시사인>과의 인터뷰서 “위수령을 폐지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민간을 상대로 군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검토했다는 얘기”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차 수사에서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방문 당시 김 전 장관을 만나거나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문건을 보고받은 적도 없어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수사가 더디지만 조 전 사령관이 기소를 넘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재판부가 계엄 문건 핵심 인물로 분류되는 소 전 참모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은 소 전 참모장에 대해 군사법원의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소 전 참모장은 “간첩 대응 방안을 연구하는 TF를 만들었다”며 예산을 타냈는데, 재판부는 “계엄 문건의 위법 가능성을 알고 조직을 숨기려 했다”고 판단했다. 어느 부대가 시위대를 통제할지, 국회 반발은 어떻게 막을지 검토한 것 모두 직무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봤다. 조 전 사령관의 책임도 분명히 했다. 2심 재판부는 “사령관 지시에 따라 ‘계엄 문건’ TF가 구성·운영됐다”며 “문건을 사령관에게 네 차례 보고했고 사령관이 3차례 수정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정권교체 뒤 계엄령 검토 문건을 훈련 비밀인 척 급조해 은폐한 부분도 사실로 인정했다. “피하긴 힘들 것” 소 전 참모장은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돌연 취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부하 1명은 군사법원 판결이 대법원서 확정됐고, 예편한 대령 1명은 현재 민간법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 전 참모장은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도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2월 법정 구속됐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1심 군사법원 판단이 2심서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사실관계와 법리가 일치한다는 검찰의 판단을 인정한 것이다. 판결문에까지 조 전 사령관의 책임 문제가 적시된 만큼 조 전 사령관이 유죄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장관급 인사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잇단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을 지명할 정도로 외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서조차 우려하던 ‘설마’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각각 방통위원장,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지지율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서조차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두 사람 모두 방통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경력은 충분할 수 있으나 논란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부터 임명 강행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우려도 상당하다. 자칫 윤석열정부 정책 동력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굳이? 갸우뚱∼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자리를 지켰던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새 수장에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와 이 특보가 내정됐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본래 임기가 7월 말까지였던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면직 처분됐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이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새 수장을 맞는 두 기관은 당분간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특히 방통위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을 포함해 이른바 ‘방송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방통위의 자체 권한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다만, 두 위원장 임명 시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둘 다 장관급이지만, 권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지만 방통위원장은 이를 거쳐야 한다.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는 김 교수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는 방문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 교수는 이명박정부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했고 윤석열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방 실장은 행정고시 28회로 박근혜정부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을, 문재인정부서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여권 내부는 싸늘함과 안도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그대로 내정된 게 문제라는 견해도 나온다.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서조차 이 특보와 김 교수에 대한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에서부터 걱정이 많았다. 이동관 특보는 아들 문제와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김 교수는 언행이 문제”라며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예찬 최고위원도 지난달 6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특보가)후보자로 지정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해명이나 후속 조치,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런 우려를 지지자분들이나 당원분들이 문자로 많이 보내주신다. 1주일 사이에 문자가 1000통 넘게 왔다”고 덧붙였다. 방통위·통일부에 이동관·김영호 “철회 없다” 내정 전부터 언급된 ‘문제 인사’ 임명 강행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일부 기관에 극단적 우파 성향의 인물이 안착하면 내년에 있을 총선에 화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사상이 개인의 자유이긴 하나 ‘기관장’은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 아들의 학폭 문제는 장인홍 전 서울시의원이 2015년 8월26일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행정사무조사에서 “하나고에 다니던 시절 교내서 폭력사건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위원회에 출석한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피해자의 진술서를 갖고 있던 일부 젊은 교사들이 교직원 회의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왜 열리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던 사실이 있었다”며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도 “이동관씨 부인이 학교에 와서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것에 이의를 제기한 교사들 명단을 적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특보 아들이 2012년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사건은 묻히는 듯했다. 2015년 하나고 입시비리가 공개돼 서울시의회의 진상규명이 진행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특보는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이었고,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종로구 경선에 출마했다. 사건 당시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이 특보 아들의 가해 정황은 상세한 편이다. “복싱·헬스를 1인 2기로 해 배운 후 연습한다며 팔과 옆구리 부분을 수차례 강타했고,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 “이유 없이 1주일에 2~3회 꼴로 때렸으며 식당서 잘못 때려 명치를 맞기도 했다” “공부에 방해된다며 피해 다니자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그 친구가 나보고 ××를 때리라고 시켰다. 그래서 나는 ××를 살짝 때렸는데 약하게 때렸다고 내가 대신 맞으라고 해서 주먹으로 팔뚝을 맞았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즐비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소속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장은 학폭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당시 하나고는 피해 학생들이 일부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을 인지했지만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다. 법무부 검증 여전히 부실 하나고의 학폭위 개최 의사 결정 과정에 ‘고위공직자(이동관 특보) 출신 인사의 자녀라는 사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후 그가 김승유 하나고 초대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15년 9월,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학폭위를 열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당시 교감(학폭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11월 해당 교감을 ‘혐의 없음’ 처리했다. 논란이 재점화되자 이 특보는 지난달 입장문을 냈다. 그는 2011년 아들과 친구 A씨 사이에 물리적 다툼이 있었지만 일방적 가해는 아니었고 당사자 간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 A로 추정되는 인물도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이 특보 아들에게)사과를 받고 1학년 1학기에 화해했다. 올해 4월에도 만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신을 학폭 피해자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 특보가 낸 입장문에 등장하는 아들의 학폭 피해 학생은 한 명으로 언론에 입장문을 보낸 A씨다. 그러나 2012년 피해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는 두 건이 더 있다. 진술서를 작성한 학생 2명과 진술서 속 ‘친구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은 최소 4명으로 늘어난다. 학폭위 개최 없이 이 특보의 아들 전학으로 마무리된 사건은 이 특보가 개입된 은폐 의혹으로도 연결된다. 이 특보는 이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문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입장문 속 다른 항목서 이미 자신의 배우자가 학교에 방문해 담임교사와 아들 학폭 문제로 상담했다고 밝혔고, 이 자리서 전학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황 파악을 위한 문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특보 자신은 이명박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2017~2018년 진행된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재판기록 곳곳에 담겨있다. 이 특보는 KBS 개입 의혹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특보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이 수사 과정서 다수 언급됐다. “내년 총선에 적잖은 영향” 지난달 28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국익전략실서 근무한 B씨는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해 작성된 것”이라며 “청와대서 이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는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를 솎아내겠다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정원의 2010년 6월3일 자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문건의 중간 결재자였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정보분석관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좌편향 등 부적격 간부에 대해 파악해달라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KBS 문건에는 시사프로그램 PD 등 직원 10여명이 ‘좌편향 간부’로 분류돼 이름과 성향이 적혀 있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좌편향’이라는 규정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 노조 활동을 했던 인물 등을 좌편향 인사로 분류했다”면서 “청와대 지시사항 및 국정원 지휘부 지시사항 자체가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편향 인사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한다면 홍보수석실서 직접 KBS 사장에게 취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KBS 담당 IO(국정원 정보관)의 나이가 40대 후반에 불과하고 직급도 4급으로 낮았다”며 “이런 급의 인사가 KBS 사장을 찾아 내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정도 급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정원 개입·아들 학폭 의혹 진행 중 “남북관계 적대세력” 주장 인물이 수장? 홍보수석실이 문건 작성을 요청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특보가 홍보수석일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사례만 수십 건에 이른다. ‘언론 장악’을 두고 국정원과 청와대 홍보수석실 사이 활발한 소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언급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1년 2월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서 “(한 언론사)편집국장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그 사람 평가를 지원한 게 거기서 끝나야 하는데 그것이 다시 옆으로 흘러가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김 교수의 언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왔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평결을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하고, 당시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성향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2018년 7월6일부터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문패를 달고 지금까지 2800여개에 이르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2019년 4월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기고를 통해 “김정은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뤄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며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민족통일’이 아닌 ‘체제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윤석열정부를 포함한 탈냉전기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과 대조적이다.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윤정부의 공식 방침과 거리가 멀다. 특히 ‘흡수통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헌법 4조에 반하기도 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두고는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해 역사학계와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몰아온 단행본 <반일종족주의>의 북콘서트(2019년 7월17일) 자리서 밝힌 의견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번에도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법무부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셌던 만큼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폭 피해자에 대해서 굉장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특보 아들 사건과 관련해 하나고나 서울시교육청에 어떤 자료 요구도 하지 않았다. 법무부가 교육부에 요청한 자료 내역서도 이 특보 아들의 학폭 관련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대통령실이 이 특보에게 학폭 전력과 이후 소송이 있었는지 구두로만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서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의 개인정보 비공개 조치를 도입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소송 과정서 당사자나 대리인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에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서다. 개정 전에는 피해자가 민사소송 청구 과정서 신변노출을 우려해 소송을 꺼렸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신변 보호를 향한 문제 해결은 갈 길이 멀다.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안다. 그때 때린 것보다 2배로 때릴 것이다.” 지난해 부산 서면서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가 보복을 암시하면서 한 말이다. 1심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반성문에는 “묻지 마 범죄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징역을 받아야 하느냐”고 써 공분을 일으켰다.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간소송법 개정안에는 민간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될 우려가 있을 경우 제3자나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보호 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같은 내용에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묻지 마’ 범죄 솜방망이, 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현실적 문제도 뒤따랐다. 현 민사사건이 전자소송으로 이뤄지면서 현행 전자소송 시스템 전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자소송 진행 시 개인정보를 일부 가리는 준비기간이 필요해 피해자 신변 노출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전자소송시스템 개편 작업 지연으로 인해 민사 재판에 차질을 빚었던 바 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자소송 시스템 변경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올 하반기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개편이 이뤄진 이후 1~2년 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년까지 그간 종이문서로 진행된 형사사법절차가 전면 전자문서화된다. 당시 법원 관계자는 “형사사법절차의 전자화를 실현함으로써 형사사건의 투명성과 신속성이 증진될 것”이라며 “기록 열람·복사 등에 편의성을 증대해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형사재판서 증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피해자가 범죄를 당한 사실을 증언하는 것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증거가 된다. 최근 대법원 판례서도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피해자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앞서 부산고법 형사 2-1부(재판장 최환)는 항소심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바 있다.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돼 ‘양형부당’을 이유로 삼을 수 없다며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는 “언제까지 직접 증명해야 하나. 평등한 재판을 받는 게 왜 이렇게 어렵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과 무관한 목격자나 증인이 없다면 피해자는 피해 소명을 위해 홀로 증인신문에 나서야 한다. 2021년에는 도심 대형매장서 처음 본 10대 여학생을 남자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돌려차기 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여학생을 남자 화장실로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재판부는 반성하는 태도와 피해자가 선처를 원하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양형을 내렸다. 반성·합의 시 무조건 집행유예? “어쩔 수 없이…보복 두려워서” 지난 5월에도 중고거래 피해자가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사기꾼에게 협박성 편지를 받았다. 사기꾼은 전과 5범으로 출소 3개월 만에 범행을 저질러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었다. 피해자는 배상명령 신청과 영치금 압류 신청을 통해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편지를 받고 나서야 배상명령 신청을 한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가 전부 다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피해자 신상정보가 범죄자에게 들어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민사소송은 개인과 단체 간의 권리·의무에 대한 불이익을 해결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를 동일선상에 두고 권리를 판별하는 것이다. 인적 사항을 기재했던 이유는 원고가 피고를 특정해 어떤 권리와 의무를 주장하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정 범죄를 다루는 것이 아닌 개인 간 문제를 법적으로 다루는 만큼, 어떤 상대가 소송을 냈는지 인적 사항이 없으면 동명이인이 한 개인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묻지 마 범죄를 막는 예방책은 전문가들 사이서도 입장이 갈린다. 묻지 마 폭행이 ▲대부분 여성 혐오범죄고 중범죄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는 입장 ▲정신질환 문제로 인한 범죄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그러나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다반사고, 동종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많다. 범죄를 특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징역 5년 이상일 경우 집행유예가 불가하다. 동종 범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집행유예를 받은 사건도 있다. 지난해 1월 인천 미추홀구 한 도로서 아무 이유 없이 운행 중인 택시 안에서 40대 남성이 60대 기사를 2차례 폭행했다. 당시 가해자는 아무 이유 없이 “죽여버리겠다”며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 길 먼 신변 보호 당시 재판부는 “사건 범행 이전에도 여러 차례 동종 또는 이종 범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다만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및 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동종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범죄자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또다시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묻지 마 범죄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구치소에 복역되지 않는다. 재판부의 이 같은 선고에 피해자는 항소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민사소송에선 2차 가해를 우려한 피해자들 대부분이 오히려 가해자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1심서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다. 신상정보를 공개 대상 범위는 성범죄자·아동 범죄자·재범 확률이 높은 범죄자 등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범죄자 신상 공개 범위를 두고 테러·마약·묻지 마 폭력 등까지 확대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후속대책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경우, 기소 이후 DNA가 검출되고 성범죄 증거가 나왔지만 아직 피고인 신분이라 신상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가해자가 2심 판결에 상고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신상 공개는 불가능하다. 이에 현재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기소 이후 피고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사 단계서 신상 공개할 정도의 강력범죄나 성범죄 물증이 나오지 않다가 재판 중 추가로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범죄자 신상 공개 때마다 실물과 사진이 달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현재 모습을 촬영할 수 없었던 터라, 주로 신분증의 과거 증명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신상 공개가 결정된 흉악범들도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머그샷’ 득실은? 미국의 경우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을 공개한다. 당정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처럼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얼굴을 촬영해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는 특별법을 넣기로 했다.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필요하다면서 신상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피의자 인권침해 우려에 관해 “신상정보 공개는 검사 청구에 의해 법원이 결정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며 “인권 침해적 측면을 막기 위한 장치는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서도 묻지 마 폭력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고 머그샷도 공개하자는 법안을 낸 것으로 아는데,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헌법재판소도 신상 공개 제도의 위헌성을 심리한다. 헌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1항의 위헌성을 따져 달라는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황승태 부장판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지난해 11월 접수했다. 해당 조항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성폭력 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증거를 바탕으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을 두고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구매자로 실형을 확정받은 피의자는 경찰이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하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신상 공개 처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어떤 절차나 규정 없이 대상자 정보 공개 여부가 사법경찰관의 결정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헌법서 명시한 적법 절차 원칙과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반 소지가 있으며 피의자의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신상 공개 추진…위헌 지적도 “피해자도 기록 열람하게 해야” 재판부는 “피의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대상을 넘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유죄가 낙인되는 효과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당정이 추진하는 특별법이 헌재 결정에 따라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2주 간 국민생각함을 통해 ‘강력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생각함은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 소통 플랫폼으로 결과는 신상 공개 제도 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범죄 피해자가 형사 재판 과정서 당사자에서 제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등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해자에게 사건 관련 사실을 통지하고 수사 진행 상황 등 핵심 사안은 의무 통지 대상으로 정하자는 것이 골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와 기소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에 열람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했지만,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1심 형사소송에선 사건의 진상규명과 범죄 당사자의 신분 및 형벌 결정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서 제외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선 형사사건 피해자의 공판기록 열람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 4항에 따르면,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서 소송기록 열람 또는 등사권을 재판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 재판장은 신청이 있을 때에는 검사·피고인·변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해야 한다. 소송기록을 열람한 경우 재판 관계인의 명예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는 당시 JTBC 과 인터뷰서 “처음에는 나도 재판의 당사자라고 생각해 재판부에 정보 열람을 신청했는데,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하지 못했다”며 “그때부터 민사로 신청해 자료를 1심 끝나고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사 뿐” 대부분 포기 피해자는 구체적인 이유 없이 열람 불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재판장에 의해 열람·등사권이 거부당했을 경우, 이에 불복할 수 없고 불허 판단에 대해 명시할 법적인 필요가 없다고 형사소송법에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1심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재판기록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관련 기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노출된 신변이 가해자에게 노출된다. 추후 보복 범죄에 대한 우려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묻지 마 범죄’ “대책 없다” 범죄통계는 아직 데이터 확보 ‘난항’ 전문가들은 묻지 마 범죄가 발생하는 주원인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주로 꼽는다. 그러나 묻지 마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과 불평등 때문으로만 단정할 수 없다. 원인을 분석할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경찰은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정의하고 통계를 작성해 범죄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으나,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 마 범죄에 대한 정의조차 애매모호해서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통계를 작성하려면 정의나 분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통계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고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울렸다. 직접 소리 내서 알린 사람도 있다.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촉구됐다. 정부 기관에 신고가 접수됐고 시민단체의 형사 고발이 이어졌다. 정치권서도 좌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학교 내부의 자정작용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립대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 역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지난해 4월 <일요시사> 보도(1369호 <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 이후 이미 1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총장 되면 면죄부? 불씨는 그보다 앞선 총장 선거 때부터 있었다. 총장 임명권이 이사장에게 있는 사립대와는 달리 국립대는 교육부와 청와대의 결정이 총장 임명 시 중요하다. 대학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서 결정된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2021년 11월 총장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선거를 통해 1순위 후보자로 결정됐다. 이후 지난해 2월 교육부의 임용 제청을 거쳐 같은 해 3월 국무회의를 통해 총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에 총장으로 발령나면서 ‘문재인정부 마지막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고 총장의 자질은 물론 임명 과정서 불거진 의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고 총장은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총장 선거가 진행될 무렵부터 방송대 내부서 관련 의혹에 관한 소문이 불거졌다. 교육부는 방송대 종합감사 시기(2021년 10월25일~11월5일)에 고 총장과 관련된 논란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대 관계자는 “고 총장은 최소 10년 이상 겸직한 사실을 숨겼다. 채무 문제로 급여까지 압류당하다가 총장 후보자로 선출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정리했다. 국립대 총장을 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며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전부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총장으로 제청했다. 가장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고 총장은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 5월 설립된 한 주식회사의 이사,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을 지냈다. 방송대 전임교원 임용계약서에 따르면 교수는 ‘교육공무원’이다. 공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64조 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 문제 제기했다 인사조치 권익위 “복직+임금 보전” 해당 회사는 2017년 12월에야 해산됐다. 그 사이 고 총장은 교무부처장, 인문대학장 등의 보직을 맡았다. 고 총장의 겸직 사실은 총장 선거에 이를 무렵에야 알려졌다. 여기에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세금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지방소득세 등 38건, 총 42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한 것. 또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서 대출을 받아 10억원 이상의 채무가 발생했다. 원금과 이자가 더해진 액수로 고 총장은 당시 회사의 연대보증인이었다. 방송대는 국립대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대한민국’이 제3채무자로 지정된다. 고 총장의 급여에 말 그대로 ‘압류 딱지’가 붙은 이유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 총장은 방송대 제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고 총장의 임명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교육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끄집어 올렸다. 방송대 총장 선거 전에 종합감사를 진행한 점, 종합감사 시기에 다양한 경로로 민원이 제기된 점으로 미뤄봤을 때 교육부는 고 총장에 대한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하지만 교육부는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고 총장을 임용 제청했다. 당시 교육부 차관은 정종철 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다. 지난해 2월 방송대 관계자는 정 전 차관을 만나 고 총장에 대한 의혹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2주 뒤 교육부는 고 총장에 대한 임용 제청을 진행했다. 교육부가 앞장서서 고 총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 전 차관은 <일요시사> 보도 이후 방송대 관계자와의 통화서 ‘인사혁신처’를 언급했다. 정 전 차관은 “인사위원회가 되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인사혁신처가 그렇게 통보해 오는데…. (중략)”라고 말했다. 논란·의혹 대부분 인정 당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에 “(인사혁신처에서는)행정 절차를 진행할 뿐 국립대 총장 후보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총장 임용 제청 여부는 교육부서 인사혁신처로 전달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 전 차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일요시사> 보도로 총장 임용 과정이 ‘교육부-인사혁신처-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인사혁신처-교육부’로 이어지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방송대 이외의 다른 국립대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부의 총장 임명 거부와 관련해서도 의심의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송대 총장 논란을 대하는 교육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사태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지난 1년여간 방송대 관계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에서 고 총장 임용을 두고 다양한 방식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 과정서 강문희 방송대 전 부산지역대 학장(행정학과)은 보직해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강 교수의 인사 발령 소식은 지난해 6월 방송대 앞에서 ‘고성환 총장 퇴진’을 외친 집회 당일 학내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다. 강 교수는 보직해임 조치 과정서 방송대 측이 사유를 밝히거나 공식적으로 통보하는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인 인사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강 교수가 고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신분보장 등 조치’ 신청과 관련해 “부산지역대학장 보직을 다시 부여하고 보직해임으로 인해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또 강 교수에게 불이익 조치를 가한 고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소송서도 다 이겼다 강 교수에 대한 인사발령 조치가 문제 제기로 발생한 일종의 보복 조치였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고 총장은 권익위 결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1월31일)에 이어 항고심(5월19일)까지도 권익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고 총장은 권익위의 결정을 현재(지난달 30일 기준)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학내 인사의 문제 제기, 시민단체의 형사고발, 정부 기관의 결정 등 고 총장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수차례에 걸쳐 울리고 있는 경고음에 오로지 교육부만이 침묵을 지키는 모양새다. 급기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 총장 관련 논란이 언급되는 등 정치권의 목소리가 들어간 상황서도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19일 국회 교육위원회서 방송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정경희 의원은 고 총장에 대한 논란을 언급한 뒤 ▲겸직 허가를 받았는지 ▲이로 인해 징계나 처벌을 받았는지 등을 질의했다. 고 총장은 정 위원의 질문에 모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논란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고 총장은 총장 사퇴 의사를 묻는 말에는 “답변을 곧바로 드리기 좀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서 방송대 구성원이 해당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서도 자신을 총장으로 뽑아줬기 때문에 사퇴 문제는 구성원의 의견을 따라야 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국감서 언급 “수사 결과 보겠다” 정 위원은 “교육부는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 그리고 최근 제기된 직권남용 의혹 등 비리 의혹을 세밀히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당시 국감에 참석한 김일수 고등교육정책실장을 향해 방송대 감사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실장은 검토해서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교육부는 고 총장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 질의에 대한 교육부 답변서는 단 3문장으로 구성됐다. 정 의원실은 지난해 국감 이후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총 4가지 질의를 보냈다. ‘방송대 관련 2022 국정감사 후속 조치’와 관련해 ▲2022 교육부 등 국정감사에서 정경희 의원이 지적한 방송대 고성환 총장의 각종 비리와 관련한 교육부의 후속 조치 상세내역 ▲2022 국정감사 이후 고성환 총장과 관련해 교육부와 방송대 간 주고받은 공문 사본 일체 ▲2022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정종철 전 교육부 차관의 방송대 관계자 회유(고성환 총장 관련 건) 관련 교육부의 후속 조치 상세 ▲고성환 총장의 인사전횡(비리행위를 비판한 고속 교수에 대한 부당한 징계)과 관련한 세부 다툼 경과, 교육부의 조치 상세 등이다. 교육부는 정 의원실의 질의에 “의원님께서 요구하신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 드립니다” “요구내용에 대해 해당 내용이 없습니다” “현재 관련 내용은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를 검토할 예정입니다”라고 답했다. 시민단체 등에서 진행한 고 총장, 정 전 차관 등에 대한 고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감독 기관이 남의 일처럼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했고 인사 조치까지 당한 강 교수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강 교수는 “고 총장이 국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고 총장에 대한 교육부의 인사 검증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 아닌가. 방송대 총장 사태서 교육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의원실에 한 답변만 보면 마치 제3자처럼 굴고 있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정부서 보인 행보를 전부 되돌려 받는 듯한 모습이다. 임기를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서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중립과 공정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사법부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은 특히 뼈아프다. <일요시사>가 대법원장 김명수의 6년을 짚어봤다. 정부 기관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표현이 ‘기대’와 ‘우려’다. 새로운 수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진폭이 상당히 컸다. 국민은 ‘김명수 대법원’에 사법부 신뢰 회복을 기대했다. 깜짝 발탁 기대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김명수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직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13기수나 낮다. 대법관 가운데 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은 ‘선배’가 9명이나 되는 상황이었다.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대법원장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보수적인 조직인 사법부서 ‘파격 인사’라고 할만한 인선이었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한편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서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 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으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의 지명은 사법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김 대법원장 임명안 가결 이후 여야는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사법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바른정당은 “사법부의 좌편향 정치화를 우려한다”고 토로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24일까지로 3개월가량 남았다. 후임 대법원장 후보군의 하마평과 함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는 시기다. ‘김명수 대법원’에 관한 평가 중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사법부의 정치화’다. 사법부 정치화 비판에 재판 지연 야권 인사만 1심 선고 질질 끌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대법원의 위상이 크게 무너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전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을 임명할 당시 불거졌던 ‘코드 인사’ 논란이 현실화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최근 대법원 판결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국회서 논의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과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나온 것.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작된 시민의 모금운동서 유래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5일, 현대차가 노동자 4명을 상대로 낸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서 노동자가 사측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 결정‧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는 노동조합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합해 실행된다는 점을 볼 때 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귀속 주체가 된다”고 봤다. 즉 쟁의행위는 조합에 의해 결정되고 개별 조합원은 지시에 불응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20억원 전액을 노동자가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진보 성향 편향 인사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갑론을박이 나오는 지점은 ‘개별적인 책임 범위’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제3조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 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대목이다.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입법화에 앞서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여권을 중심으로 해당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례적으로 반응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과 주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과정서 대법원은 ‘부당한 압력’ ‘사법권 독립’ ‘국민 신뢰 훼손’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김명수 대법원’의 6년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김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코드 인사’ 논란에 시달렸다. 이 시기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는 요직으로 가는 비율이 높았다. 능력보다는 이념에 편향된 인사를 주로 해왔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재판 지연 문제가 더해졌다. 일선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 비해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선택적 지연 노골적 개입? 실제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사 본안 1심이 1년 넘게 걸린 경우가 2016년 2만6879건서 2018년 이후 2020년 4만5121건, 지난해 5만3084건으로 늘어났다. 항소심은 2016년 3442건서 2020년 7194건, 지난해 9225건으로 급증했다. 형사 공판 1심까지 1년 넘게 진행된 경우는 2016년 7366명서 2020년 1만1733명, 지난해 1만5563명으로 늘어났다. 항소심 역시 2016년 923명서 2020년 1850명, 지난해 4790명으로 증가했다. 현행법은 민사소송의 경우 1심과 항소심 모두 5개월 이내에 형사소송은 1심 6개월, 항소심은 4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재판 지연이 ‘선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이다. 특히 진보 성향 판사 인선이 늘어나면서 진보 성향 인사에 대한 재판만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김명수 대법원’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인사의 최후의 방패 역할을 한다고 언급될 정도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 사건은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2년5개월이 소요됐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진행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은 3년2개월 만에야 1심 판결이 나왔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대학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최강욱 의원 사건은 3년5개월째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최 의원 사건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으로 이뤄진 재판부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거나 기존 판례 등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경우 회부된다. 임기 3개월 앞두고 인사 갈등 퇴임 이후에도 가시밭길 예고 1심은 “입학 담당자들로 하여금 조씨(조 전 장관의 아들)의 경력을 고의로 착각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서 상고를 기각할 경우,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고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서 최 의원은 시간을 벌게 됐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이 의원 임기 보장과 총선 출마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오해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최 의원은 2020년 1월 기소된 이후 3년5개월째 법원을 들락거리며 국회의원 임기를 차곡차곡 채웠다”며 “이번 조치로 사실상 대법원이 최 의원 임기를 끝까지 지켜주고 총선 출마의 길까지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 또는 보수 진영 인사들 사건은 상대적으로 신속한 1심 판단이 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2017년 4월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다스 실소유주·횡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1심 선고가 났다. 각각 1년, 6개월 만이다. 2019년 4월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올해 5월 대법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판결받았다.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의혹의 대상인 조 전 장관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신고자는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과 강서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지난 4월,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한 달 만에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주심인 박정화 대법관이 시민단체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안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바뀐다. 사법부 지형이 완전히 교체되는 셈이다. 이미 윤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사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김 대법원장을 동시에 비판하는 현직 판사의 글도 공개적으로 올라왔다. 안팎서 동네북 퇴임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안 좋아 질 수도 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종용하는 과정서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은 고발로까지 이어져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최대 흑역사로 꼽히는 ‘양승태 대법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대법원장이 박수를 받으며 퇴임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