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19 14:13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이 지속된 지 7개월여 만이다. 헌재가 시간을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안이 중대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법조계서 이 장관이 정치·정무를 제외한 법률적 책임을 지는 게 무리라는 분석도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했다.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서조차 무리수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헌재가 이 장관 탄핵을 기각할 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과거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도 헌재가 국회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례 없는 반대 위원 이 장관의 ‘탄핵 재판’ 키맨 역할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았다. 헌재 심판 규칙 57조에 “소추위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탄핵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소추위원단 및 대리인단 구성은 김 위원장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탄핵 반대파가 소추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세 차례 탄핵 심판은 모두 법사위원장이 탄핵 찬성파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소속 김기춘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이었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때도 이를 추진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의원이었지만, 탄핵 찬성파였다. 권 위원장은 표결 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 장관 탄핵의 정당성 자체에 의구심을 품었다.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헌재 심판 과정서 이전의 소추위원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거셌다. 특히 장관 탄핵 심판은 전례가 없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인용한 경우는 단 세 차례다. 이 중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총 9명 의원으로 구성된 소추위원단이 꾸려졌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3명, 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소추위원단 구성 대신 67명의 변호사로 이뤄진 대규모 대리인단이 심판에 대응했다. 당시 김용균·박희태·강재섭 한나라당 의원과 박상천·함승희 새천년민주당 의원 등 율사 출신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 당시엔 사실상 법사위원장이 홀로 소추위원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소추위원으로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야권의 우려에 대해 “헌재는 민주당이 제출한 증거자료·참고자료와 함께 이 장관이 대응하는 자료를 보고 나서 판단할 것”이라며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드라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헌정사상 첫 장관 심판…의석수 과반 민주당 주도 ‘특수본 무혐의’가 방증? 정치적 책임 고려 가능성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은 지난 9일 열렸다. 이 장관 측 대리인단에는 김능환(72·사법연수원 7기), 안대희(68·7기) 전 대법관을 비롯해 윤용섭(68·10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진만(59·18기)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에는 장주영(60·17기), 최창호(59·21기), 김종민(57·21기), 노희범(57·27기) 변호사가 대리인단과 김 위원장이 출석했다. 이날 변론기일은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참석한 상태서 진행됐다. 앞선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에선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사전에 제출한 서면을 토대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채부 등을 결정했다. 이날 양측 대리인은 여러 쟁점 가운데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재난 예방 조치와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섰다. 국회 측은 “헌법 제34조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 헌법 규정에 따라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과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재난 발생 시 초동조치와 지휘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해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할 의무가 규정돼있다”며 “용산구청과 경찰서와 같은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공동으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할 의무가 있는데, 이 장관은 이 같은 사전 재난 예방조치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헌법 제65조 탄핵제도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이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이유로 고위공직자를 파면시켜 공직서 배제하는 규범적 심판 절차기 때문에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엄격한 헌법 규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률 평가는 재난안전법이 어떻게 규정하는지 초점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대한 법 위반 핵심 재판부는 청구인 측 탄핵소추 사실 요지 진술과 피청구인 측 의견 진술이 끝난 뒤 소추사유 쟁점을 정리했다. 이 장관이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계획 및 대책 마련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는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 및 고도화 연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이 외에도 ▲참사 당시 경찰력 등 대응 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재난 현장에서의 긴급구조 활동 지휘와 관련해 구체적인 권한 또는 의무가 있는지 ▲참사 대응이 헌법 제10조 및 제34조 제6항, 재난안전법상 의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에 위배되는지 ▲참사 발생 이후 장관의 발언이 공무원의 품위를 훼손하거나 위증에 해당해 국가공무원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있다면 그것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등이다. 재판부는 오는 23일과 다음 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청 등의 책임자 4명을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헌재가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집중심리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 및 심판 당시에도 두 달여간 심리가 진행됐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직접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헌정사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집중적으로 심리한 바 있다. 이 장관 탄핵서 주된 쟁점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국면서 ‘중대한 법 위반’을 했느냐다. 탄핵소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고,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탄핵 심판청구는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 누구도 장담 못 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헌재는 세월호 참사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무능하게 대처했는가 ▲정치적으로 무능했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대통령과 임명직인 장관은 헌법서 규정한 탄핵소추의 의사와 의결정족수부터 다르다. ‘중대한 법 위반’의 수준이 대통령 파면에 적용됐던 기준보다는 낮을 수 있고 경미한 헌법·법률을 위반해도 법리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인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보장할 권한과 책무를 위임받았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행사가 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실패했다면 안전사고에 대한 중대한 법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이 사법적 판단이지만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탄핵 심판 과정을 봤을 때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병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헌재가 전직 두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공통되게 인정하고도 인용·기각 등 각기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대통령의 임기 시점·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정치적 고려”라고 해석했다. 반면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탄핵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계 분석 갈라져 “재판관 성향도 중요” 집중심리 올 하반기 결과 따라 총선 영향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바로 탄핵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탄핵을 통한 파면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조치해야 할 구체적 행위 의무가 인정돼야 하고, 이를 행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최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한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순 해임이나 사임이 아닌 탄핵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결론에 따라 민주당, 국민의힘 중 한쪽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변론과 심리가 길어질 경우, 판결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서 파급이 달라질 수 있다. 정국 유동성이 증폭되는 22대 총선 시즌인 가을에 결과가 나온다면 타격을 입는 쪽의 내상이 더 클 수 있다. 탄핵 인용 결정 시 이 장관은 법적으로 완전히 면직되며, 장관 임기는 강제 종료된다. 이 장관은 헌정사상 탄핵된 최초의 장관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되며, 이후 행보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특히 탄핵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치명적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향후 정계 입문 시도나 다른 임명직을 맡으려 할 때 골머리를 썩을 수 있다. 곤란해지는 건 그를 기용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는 식의 연대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서 윤정부 및 국민의힘 심판론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이 장관은 개각이 진행되지 않는 한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게 된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탄핵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수반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이용한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판과 맞물려 총선서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장관 탄핵 추진 전부터 역풍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당내 이견으로 불발됐을 정도다. 결과 따라 타격 불가피 지난 2월 초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총괄 책임자인 이 장관을 직접 문책하는 데 나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탄핵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될 만큼 반발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한 의원은 “이 장관 탄핵안이 내년 총선 직전에 헌법재판소서 기각되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존재하고 있기에,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이 국민적 인식과 충돌해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으로 비판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대첩’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은 ‘어부지리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해졌으며, 오랫동안 ‘공천설’이 떠돌았던 한 장관 또한 정계 데뷔 플랜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두 사람이 총선 등판 시 맞붙게 될 전장은 다름 아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다. 종로전 승자는 여러 모로 정치적 이익을 챙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낭설’로만 떠돌고 있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대결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내년 총선까지 약 11개월이 남은 가운데, 4년 전 뜨거웠던 열기만큼 유권자들은 차기 총선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선거 때마다 그렇듯 주로 관심을 끄는 지역구와 인물들이 있다. 내년 총선서 유권자들 사이서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어느 전장에, 어느 장수가 등판하느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구도를 벌써부터 그리고 있다. 다음 총선 최대 관심 매번 총선마다 주목받는 지역구들이 있다.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 종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서며 격전지로 떠오르는 수도권 일부 지역구 및 부산과 충청권의 경합지 등도 관심이 높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차기 총선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서 초박빙이 예상되며 충청권서도 박 터지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주목받는 기준이 꼭 지역구에만 국한돼있는 것은 아니다. 전·현직 및 스타 정치인들의 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박남춘 전 인천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전·현직 대결이 좋은 예로, 지난 21대 총선의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의외의 인물들 간 대결 가능성이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직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둘의 대결은 연초만 해도 ‘낭설’에 불과했지만,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지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사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그동안 그 누구도 점치지 않았다. 지난 대선·지선서 패배한 민주당의 주요 원인이 조 전 장관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감싸기’ 전략은 당을 수렁으로 빠트렸다고 평가받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도덕과 청렴함을 앞세웠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국 수호’라는 당 차원의 감싸기 전략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몇몇 관계자들은 연이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지난해 6월15일, 국회서 열렸던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 논의됐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더민초’ 등에서는 선거 연패의 원인에 대해 ‘문재인정부 실정’ ‘조국 사태 후속 조치’ ‘이재명 책임론’으로 짚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대결 가능성 주목 맞붙으면 누가 이익? 양당 복잡한 계산 이날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정부, 이재명, 민주당 모두에 공히 있다”며 “복합적인 패배 원인을 한쪽 탓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고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사태서 비롯된 내로남불 문제와 선거 직전에 불거졌던 중진 의원들의 당내 성추문, ‘총선 압승’서 비롯된 독단적인 국정운영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재선 김병욱 의원은 아예 “우리당이 지속적으로 조국 사태 이후 강성 당원 팬덤에 상당 부분 끌려왔다”며 “우리 당의 의사결정이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일부 당원에게만 어필하는 수준이 됐다”고 조 전 장관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들이 하나 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조국 일가의 자녀 입시비리와 이를 감싸던 친문계의 내로남불식 대응이었다. 조 전 장관은 문정부 초기만 해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놓고’ 조 전 장관을 위해 판을 깔아줬고, 조 전 장관도 정부 초기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문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일조했다. 날개를 단 후 비상할 것 같던 그의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부터다. 그는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강력한 사법개혁을 예고했는데 이는 문정부의 국정과제와 같은 맥락의 기조였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며 비리 의혹을 하나씩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나온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는 7개의 허위경력 기재와 가짜 표창장 등 자녀 입시비리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이미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아 지난 2020년부터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고,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은 부산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입학이 취소돼 고졸 상태로 돌아가 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다소 논란거리가 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유죄’로 점철되는 상황서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가장 예민한 문제인 ‘입시비리’와 관련돼 2030세대 표심과 4050 부모 세대 표심 모두가 이탈했다. 내로남불 조국 일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과 함께 ‘조국 지키기’를 선택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문제가 됐던 공주대학교 인턴 건과 단국대학교 논문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기회”라며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해당 관련 토론회서 “(인턴십을)누구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신청하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고, 다른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은 “배려는 맞지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조국 지키기’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까지 가세하며 민주당의 딜레마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이어진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는 원흉이 됐다. 그런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민주당을 오래 지켜봤던 지지자들에겐 다소 ‘생뚱맞은’ 소문이었다. 민주당 당사를 찾은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것에도, 지방선거서 패배한 것에도, 친문계가 힘을 잃은 것에도 ‘조국 리스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국 전 장관의 공천 문제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 그의 출마설은 친명계가 ‘이재명 리스크’로 세력이 매우 약하지고 있는 점과 맞물린다. 조 전 장관의 공천에 대해 ‘이재명 리스크’를 ‘조국 리스크’로 덮으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현재 조 전 장관과 이 대표의 상황은 매우 닮아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3일 재판 3년여 만에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곧 민주당서 공천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민주당 공천 규정에 “하급심 유죄 판결을 받으면 부적격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항 삭제 출마 가능? 해당 규정은 이 대표에게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대표는 현재 지난 대선서 불거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대장동·위례 신도시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1심서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공천 규정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공천 규정서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하면서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사라졌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당규’서 ‘중대한 비리’ 관련 내용만 남겨놓고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했다. 비명계는 공천 규정 변경을 두고 “속이 뻔히 보이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딱 그 부분만 수정된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대대적인 수정도 아니고 이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만 삭제됐다. 지난번 당헌 80조 논란 때와 마찬가지다.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이 같은 조치를 무마하기 위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문제를 꺼내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처럼 조 전 장관에게 공천권을 주면서 친문계 의원들의 원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다음 총선서 조 전 장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다, 점차 힘이 빠져가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구슬릴 카드로 공천 문제를 염두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 전 장관이 ‘쉬운’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공천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조 전 장관의 지역구를 ‘험지’로 생각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조 전 장관이 출마할 지역은 부산과 서울 주요 도시다. 특히 서울은 관악을이나 종로 출마도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조 전 장관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총선 출마는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즉, 친명계가 생색내기로 준비 중인 ‘조국 공천’ 카드를 민주당 텃밭이 아닌 험지에 사용해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지역구를 탈환해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지역에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그 자체로도 흥행거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커지는 차출론…제대로 활용하려면? 조, 이 대표 처지 비슷…친문 아우르기 여권서도 한 장관의 총선 차출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계에 소문이 파다하며, 총선 전 한 장관의 국민의힘 입당설을 두고서도 여의도 관계자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장관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계 일각에선 ‘한동훈 송파구 출마설’도 돌았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달 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출마를 위해 서울 송파병으로 이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송파병이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신기하다. 최근에 재산등록을 했고 거기에 제 집주소가 나오지 않느냐. 당연히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차출설은)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송파라는 게 왜 나왔는지 알게 되면 알려달라”고 반박했다. 최근 한 장관이 제출한 재산등록 목록에 따르면 한 장관은 서울 서초구 소재 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강남구 소재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송파 출마설’에 대해 “여러 유튜버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한 한 장관에 대해 언론이 섣부른 추측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 장관이 주거지를 옮긴 건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장관의 총선 합류가 현실이 된다면 그가 강남3구에 나갈 것 같지는 않다. 한동훈이라는 스타 장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공천이 될 것”이라며 “가게 된다면 용산이나 종로 등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한 장관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은 윤석열정부가 그의 출마를 고려한다면, 종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권에 한 장권이 출마하는 그림 자체가 좋지 않다”며 “또 친윤이 즐비한 송파, 강남, 서초 지역구로 가면 괜한 친윤 의원 자리 하나를 빼앗는 꼴이 된다. 제대로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고려한다면 정치1번지(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출마 예상지로 종로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되찾아 오기 쉽지 않은 지역에 조 전 장관을 내보내 ‘명예회복’을 도모할 수 있고, 국민의힘으로선 ‘차기 대통령’으로 한 장관의 이미지를 굳힐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명예회복 차기 대선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맞대결은 장담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은 어수선한 민주당 분위기와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이겨내야 하고, 한 장관은 ‘정치인 데뷔’라는 무거운 의미와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담대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 모두 ‘아직은’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상황 속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정계 관계자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의도에 입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차기 총선서 우 전 수석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당 관계자들은 <일요시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이 (총선 출마를)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변호사 면허도 박탈당했던 그가 어떤 연유로 주가 높은 ‘여의도 블루칩’이 된 것일까? 아무리 인생사가 새옹지마라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정치 인생은 누구보다 굴곡이 심하다. 어릴 시절부터 학업에 두각을 나타낸 우 전 수석은 사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해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정치 검사로 평가받으며 조직 내에서 좌천되더니, 대통령이 바뀜과 동시에 다시 정권의 실세로 등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말에는 국정 농단 혐의에 휘말려 한동안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후유증 민주당은 국정 농단 사건 당시 우 전 수석을 중심 인물로 낙인찍은 바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은 그는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하며 최씨와 대통령을 직접 연결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후 우 전 수석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정 농단 사태에 관해 항변했지만, 본인이 몸담았던 검찰 조직으로부터 위증·강요·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는 2018년 2월22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어 2021년 항소심서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판결돼 형량이 1년으로 줄어들었으나 우 전 수석은 다시 상고했고, 대법원은 2021년 9월16일 1년을 확정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 농단 방조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세 번의 재판을 하면서까지 우 전 수석이 끈질기게 지키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변호사 면허’였다. 2심이 끝난 시점, 우 전 수석은 변호사 개업을 요량으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등록 신청을 했다. 변협은 그의 변호사 신청을 수리했다가 3심 판결을 지켜본 뒤 취소했다. 현행 변호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즉, 우 전 수석은 대법원의 최종 선고와 함께 2027년까지 변호사 면허를 유지할 수 없는 신분이 됐던 것이다. ‘특수통’으로 인정받던 검사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서 쫓겨나다시피한 변호사 시절, 또 박근혜정부서 민정수석으로 승승장구했던 시절까지 우 전 수석의 정치 인생은 흥망성쇠를 걸었다. 새옹지마 몸소 경험…굴곡진 공직 인생 대법원 판결로 지난해 변호사 면허 박탈 그런 그에게 다시 ‘흥’할 기회가 찾아왔다. 2023년 신년 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된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하며 정권은 다시 보수 진영으로 넘어오면서 회생의 기회가 생겼다. 복권되자마자 그는 변호사 등록 후 현재는 서초구서 ‘변호사우병우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현재도 의뢰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의 공천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흘러나온 것일까? 배경은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서의 반란 가능성에서부터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논란, 최근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등은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을 점차 악화시켰다. 지난달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20%대를 기록했으며, 전체 통틀어서도 평균 40%가 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임기 초 지지율이 높았던 진임 대통령들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그의 지지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개인 역량이 뛰어나고 인지도가 높은 PK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총선서 떨어지느니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할 것이라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이 최근 TK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 지역에 머물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TK 신당 창당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서 대구시장에 출마했던 유영하 변호사,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옹호하며 지지를 받았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그리고 우 전 수석이 신당 창당의 주요 멤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영남권 최적의 카드? 영주서 출마설 솔솔 이들은 각각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으며 개인적인 인지도와 인기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TK 지역의 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면서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황이다. ‘우 전 수석 공천’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그런 TK 의원들의 반발을 ‘박근혜 챙기기’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해 감옥에 집어넣은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 전통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화해 무드가 먼저 조성돼야만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신당 창당에 앞서 이들 모두를 포섭해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여야만 한다. 최 전 부총리나 유 변호사는 비교적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끈끈한 반면, 우 전 수석은 포섭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우 전 수석의 공천 지역구는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으로, 현재는 박형수 의원(초선)이 버티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경북 봉화 출신으로 영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유권자가 몰려 있는 영주·봉화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지율도 하마평에 오른 타 후보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리스크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인지도와 지지율 측면서 압도적인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그에 대한 다른 홍보전은 필요 없을 정도”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는 끝까지 걸림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가습기살균제 재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질 중 하나인 CMIT·MIT가 호흡기를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된 것이다. 해당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건 지난해 12월이다.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재판부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1심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의 판단에 반박할 증거가 생겼지만 힘겨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통상 사실심인 1심과 2심의 결론이 다른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인과성 인정 조건 모두 충족 서울고법 형사5부는 지난달 27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 2심 공판서 검찰이 제출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앞서 2021년 1월 1심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에 사용한 CMIT·MIT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성분들이 폐 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준다고 결론 내린 보고서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에 사용한 성분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선행 연구 결과가 이미 있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증거로 채택한 정부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에 발표됐다. CMIT·MIT가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는 평가를 받는다. CMIT·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쥐의 코에 노출한 뒤 추적한 결과 5분 뒤 폐와 간, 심장 등에서 CMIT·MIT가 확인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달 26일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연구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라고 재판부에 촉구해왔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새로운 실험 결과를 항소심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증거 조사 절차를 통해 검찰 측과 연구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다투게 됐다. 지난 공판에는 김재용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나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간질성 폐 질환·천식은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역학조사 결과를 증언하기도 했다. SK케미칼과 애경 등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인체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은 CMIT·MIT를 제조·판매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메이트’를 만들고, 애경산업이 이를 판매, 이마트는 이 제품을 납품받아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출시했다. 2006년부터 원인미상 폐 손상 주범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한 질병관리본부는 CMIT·MIT 제품 제조사들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고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HMG·PGH) 계열 제품들에 대해서만 강제 수거 명령을 내렸다. 환경과학원 발표 논문 “질환 일으키기 충분” 손상 관련 염증·섬유화 노출 농도 따라 증가 당시 실험서 PHMG·PGH에 노출된 쥐들은 이상 소견을 보였으나 CMIT·MIT에 노출된 쥐들은 명확한 ‘폐 섬유화’ 증상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질본의 설명이다. 문제는 CMIT·MIT 계열 제품을 사용했다가 병을 얻거나 사망한 피해자가 상당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약 8000명이다. 정부가 구제급여 지급을 결정한 사람이 4417명인데, 이 중 SK케미칼·애경·이마트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16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원을 결정한 피해자 3명 중 1명이 CMIT·MIT 계열 제품을 사용한 셈이다. 재판부는 CMIT·MIT 노출과 건강 영향 간 인과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3가지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기준으로 ▲CMIT·MIT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함 ▲CMIT·MIT가 흡입으로 폐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함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정도의 양이 축적돼야 함 등이 있다. CMIT·MIT가 비강이나 기도를 통해 폐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1심 재판부가 판단한 ‘CMIT·MIT의 폐 도달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물리화학적 특성상 CMIT·MIT가 폐까지 도달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분자중합체로 체내에 잔류하기 쉬운 PHMG·PGH와 달리 저분자 화학물질인 CMIT·MIT는 물에 잘 녹고, 몸에서 잘 분해돼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된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호흡기로 흡입한 물질은 상기도와 하기도를 거쳐 폐로 전달된다. 재판부는 CMIT·MIT를 흡입하더라도 대부분 비강 등 상기도서 흡수돼 폐까지 전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허점 파고들 ‘스모킹건’ 환경과학원은 몸속에서 CMIT·MIT가 실제 어떻게 이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CMIT·MIT에 방사성 추적자를 합성했다. 방사성 추적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하면 해당 물질이 몸속에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성 추적자를 합성한 CMIT·MIT를 실험용 쥐의 비강과 기도에 노출시킨 결과, CMIT·MIT가 비강과 기관지를 거쳐 폐까지 이동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확인됐다. 폐를 통해 전달된 물질이 간과 신장, 위장과 심장, 뇌 등 전신으로 퍼져나간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환경과학원은 이들 물질이 체내에 얼마나 머무는지 확인하기 위해 5분, 6시간, 1주일 단위로 방사능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최초 노출 후 1주일이 지난 후에도 기관지와 폐에서 CMIT·MIT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지금까지 불명확했던 CMIT·MIT의 위험성도 확인됐다. CMIT·MIT를 반복 노출한 후 실험용 쥐의 기관지 폐포세척액을 분석한 결과, 폐 손상과 관련 있는 염증 및 섬유화 지표가 노출 농도에 따라 증가했다. 연구진의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상위 5% 수준의 국제학술지인 <국제환경>에 ‘비강 및 기관 내 투여 후 CMIT·MIT의 체내 거동 및 호흡독성’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진은 논문서 “CMIT·MIT가 호흡기를 통해 폐로 전달돼 폐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첫 번째 보고서”라며 “이 연구의 결과는 CMIT·MIT 노출과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적시했다. 항소심 뒤집힐까? 연구진은 “최근 한국서 진행된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의 노출이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재판서 제조사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법원 판결문에는 현재까지 CMIT·MIT 노출과 폐 손상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이 같은 결론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SK케미칼 등의 항소심 재판서 기존의 판단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가 제시했던 3가지 판단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 단장은 “이번 연구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가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까지 도달돼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체내 분포와 독성 연구 결과로 종합 분석해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CMIT·MIT가 함유된 제품이 호흡기 이외의 장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근거로 건강영향 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1심 재판부가 판단 근거로 들었던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연구”라며 “CMIT·MIT가 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됐고, 물질이 코를 통해 폐까지 이동하며, 폐 내에서 꽤 오래 잔류하는 것도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같은 기술로 분석한 것이지만, 이번에 사용된 방사성 동위원소는 PHMG·PGH 때 사용한 인듐-111보다 반감기가 훨씬 길어 분석하기가 까다로웠다”며 “다행히 CMIT·MIT가 비강→기관지→폐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방사선 영상기법으로 확인돼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신 보고서 증거 채택 깨지는 재판부 논리 왜?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통상적으로 형사소송은 민사소송보다 피고의 책임을 입증하기 힘들다. 1심서도 CMIT·MIT의 위해성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가 증거로 제출된 바 있다. 한 실험에서는 CMIT·MIT에 노출된 실험용 쥐가 6일 만에 사망했고, 또 다른 실험에서는 CMIT·MIT에 노출된 임신한 암컷 쥐가 사산하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실험용 쥐에 사용한 용량이 지나치게 과도했다 ▲코로 물질을 흡입한 게 아니라 기관에 물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사망의 원인이 폐 손상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실험 결과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과 같은 환경서 동물실험을 진행했을 때, 폐 섬유화 등 명확한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반면 학자들은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 확보에 집중하면서 물질의 노출 농도와 실험 방식 등을 바꿨다. 한 전문가는 “폐에서 염증 지표가 증가했다고 해도 폐 섬유화까지는 여러 단계가 있기에 1심 재판부처럼 완벽한 증거를 요구한다면 여전히 상황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의 시각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CMIT·MIT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오해로 부득이하게 이번 연구가 수행됐다는 견해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CMIT·MIT를 비강에 노출했을 때 폐까지 간다는 결과는 과학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PHMG·PGH가 폐로 들어가서 석회층을 일으킨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런데 PHMG·PGH는 고분자인 반면, CMIT·MIT는 단분자로 크기가 훨씬 작다. PHMG·PGH가 폐까지 들어가는데, 그보다 작은 CMIT·MIT가 폐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은 시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학자들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상황 바꾸기 역부족 지적 일부 연구자들은 CMIT·MIT 성분의 동물흡입시험을 수행했다. 시험 결과가 나오면 비강과 기도에 물질을 묻혀 체내 반응을 관찰한 이번 실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실험에서는 염증이 일어나기 전, 단계의 면역반응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사망 원인의 인과관계가 아닌 CMIT·MIT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진행되는 SK케미칼 등 재판의 주요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인데 가습기살균제와 상해 간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으로 검찰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달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서 이변이 일어났다. 친윤 세력이 강하게 밀고 있던 김학용 의원을 제치고 윤재옥 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윤 원내대표도 범친윤계로 평가받지만, 친윤 의원들이 ‘대놓고’ 김 의원을 밀고 있었던 터라 세간의 충격은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당내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은 친명계가 아닌 비명계서 원내대표를 배출한 것이다. 주인공은 3선 중진의 박광온 의원으로,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인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실 비명(비 이재명)계는 지난해부터 ‘역습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2021년 대선 경선부터 친명(친 이재명)계에 주도권을 내준 이들은 호시탐탐 주류로 돌아갈 기회만 엿보고 있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차곡차곡 세력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그 징조가 이미 수차례 나타났으며, 박광온 원내대표의 당선은 대외에 알리는 신호탄 정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신호탄? 징조는? 이들이 짚은 앞선 징조는 지난 2월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본회의 투표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지속적인 몸살을 앓고 있었다. 몇 달 동안 각종 재판과 검찰 소환으로 인해 당무 볼 시간을 허비했고, 그럴 때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빠져가고 있었다. 몇 달간 이 대표를 조사하던 검찰은 지난 2월16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넘겼다. 이를 넘겨받은 김진표 국회의장은 곧장 국회 표결에 부쳤는데, 제1야당에 대한 체포동의한 표결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당초 정가에선 ‘압도적인’ 부결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표결에 앞서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과 만나는 등 꾸준히 단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요시사>와 만난 몇몇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매일 한두시간씩 민주당 의원들을 접견하고 있으며 주로 이 대표에 반대 의견을 타진해오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요즘 (2월 첫째주)이 대표가 차례차례 비명계로 알려진 의원님들을 만나고 다닌다”며 “길게는 두 시간, 짧게는 한 시간가량 만난 자리에 보좌진을 모두 물리고 둘이서만 대화하신다. 전해 듣기로는 체포동의안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고 (주로 이 대표에 대한)불만을 주로 경청하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비슷한 얘기는 수많은 관계자로부터 들었으며, 이를 지켜본 보좌관들은 비명계 의원들도 그런 이 대표의 면담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분위기도 좋게 보였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의도하듯이, 비명계 의원들의 협조가 이뤄졌다면 약 160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압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본회의 표결서 그는 찬성 138표라는 ‘불안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38표는 과반에 단 10표만 모자란 표수로,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중 약 30명가량이 이 대표 체포에 ‘동의’했다는 의미다. 월초부터 비명계 단속에 나섰던 이 대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본회의 재석 의원 297명 중 반대 138표, 기권은 9표, 무효표는 11표였다. 민주당에선 기권표와 찬성표 중 상당수가 비명계 의원이 던진 표라고 해석했다. 세력 다시 규합 “당권 찾아온다” 2차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주목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 무효표나 기권표도 상당수가 민주당 의원들의 표일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강하다. 실제 체포될 것이로 생각은 안 했지만, 이렇게 이탈표가 많이 나올 줄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에 ‘반감을 가진 세력이 꽤 되는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표결이었다. 이번 표결은 당권은 내줬지만 속으로 불만을 가진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이 드러났던 투표였다”고 덧붙였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때부터 세력을 다시 규합했고, 친명계에 빼앗겼던 당권을 다시 찾아올 시점을 노리고 있었다. 그들이 계산하고 있던 타이밍 중에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와 연말에 있을 공천 룰 재점검, 그리고 다음에 있을지도 모를 ‘2차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이다. 이 중 첫 번째였던 원내대표 선거서 그들은 친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명계 후보 세 명과 비명계 후보 한 명의 3대1 싸움이었다. 일찌감치 구도가 잡힌 이번 선거서 유일한 비명계 후보였던 박광온 원내대표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원내대표 토론회서 그는 “국민들은 윤석열정권에 절망하면서도 민주당을 향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진짜 위기”라며 “통합과 단합으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나부터 앞장서겠다. 윤정부의 실정을 바로 잡고, 야당에 대한 공격과 와해 기로에서는 단호히 싸워 이기겠다”고 친명계에 대한 경고와 포부를 밝혔다. 친명계 후보로는 김두관·박범계·홍익표 의원이 나섰다. 당초 민주당 의원들은 친명계 맹주로 평가받고 있는 홍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종 정책 발의서 두각을 나타내며 내부서도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던 탓이다. 게다가 인품과 덕망도 있어 젊은 의원들 상당수가 그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은 의원들의 표를 사기 충분했다. 실제로 그는 문재인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오래된 친분이 있어 그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에 입성했던 바 있다. 3대1 압도적 홍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친문’ 의원으로 이름을 알리며 당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 대선 경선서도 친문 의원들이 대거 합류한 이낙연캠프에 몸담았으며 캠프 안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아 전면서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를 잘 알고 있던 의원들은 친문 행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하고 당내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그였기에 많은 이들이 연초부터 차기 원내대표 감으로 점찍었다. 홍 의원을 추천한 무리 중에는 친명계 의원들도 있었다. 친문 의원으로 오랜 시간 당내 정치에 참여했던 홍 의원이었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었기 때문이다. 당내 적이 없고, 신망이 두터운 홍 의원을 친명계서 전격적으로 영입하려 한 것이다. 하마평에 홍 의원 이름이 올라왔을 당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강한 친명색을 띠는 후보를 밀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고 당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홍 의원은 당내에 ‘적’이 없는 인물로 유명하다. 친명계가 밀 수 있는 카드로선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본선에 올라 보니 오히려 홍 의원의 옅은 계파색이 문제였다. 적이 없었지만 강하게 밀어줄 아군도 없었던 것이다.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서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토론회 참석 후보들은 그에게 일제히 “친명계가 맞느냐”며 공격을 퍼부었다. 김두관 후보는 “대선 경선 때 이낙연 후보를 열심히 도왔는데 언론에선 친명으로 분류하더라”고 공격하자 홍 의원은 “한 번도 사람에 충성해본 적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결국 갈 곳 잃은 친문 표들은 행선지를 찾고 있었고, 모두 박 의원에게 쏠렸다. 그는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정치를 시작했던 ‘성골’ 친문 민주당 의원이다. MBC 기자 출신으로 보도국장까지 지냈고, 오랜 시간 동안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를 맡기도 했다. 성골 친문 2012년 MBC 퇴사 후 같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었던 정동영·박영선·신경민 등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들어갔으며 그해 치러진 대선에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 대변인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치 역량을 드러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친문이었던 그는 2014년 수원정 재보궐선거 때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보필했고, 2016년 20대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계파의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는 2021년 민주당 경선서 친문 의원들과 함께 이낙연 캠프에 들어가 총괄본부장을 지냈다. 캠프서 박 원내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비록 이 전 대표의 경선 탈락으로 빛이 바랬지만, 친문 의원들은 그가 친문 진영의 사람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당선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으로 친명계의 세가 많이 약해진 탓을 꼽았다.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명계는 연이어 사고를 치며 민주당에 마이너스가 될만한 뉴스만 생산해내고 있다. 그 선두에는 이 대표가 있고,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잇따른 실언을 쏟아내며 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중이다. 여기에 얼마 전 터진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은 휘청대던 친명계에 어퍼컷을 날렸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서 ‘대놓고’ 이재명 당시 후보를 밀어주어 친명 인사로 낙인찍힌 바 있다. 친명계인 송 전 대표에게 뇌물 관련 혐의가 터지면서 당심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기류를 읽은 지도부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그런 민주당 의원들의 걱정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민주당 의원들은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번 돈봉투 사건으로 당 자체의 인기가 빠져가고 있는데 ‘미온적’ 대처만 주장하고 있다”며 “‘과연 이 상태로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구심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만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돈봉투’사건으로 불만 고조 의원들 걱정·우려 반영 결과 박 원내대표를 잘 아는 당내 관계자들은 그의 개인 기량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그가 정통 친문 인사로 평가받으면서도 계파색을 상대적으로 옅게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가 당내는 물론, 국민의힘과도 가깝게 지내며 소통을 자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민주당 내 계파를 막론하고 여당 의원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박광온 의원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그를 존경하기도 하고 저런 정치력은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는 데 사용하시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외에 알려진 것은 없다. 앞서 지도부는 후보들간 협의로 구체적인 표 차이는 언론에 알리지 않겠다고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타 후보들을 따돌렸다.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공식적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90표 이상이라고 봐주시면 된다. 결선투표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나 표 차가 너무 커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결선투표까지 가게 돼 관계자들이 ‘늦게’ 퇴근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으나 투표가 예상외로 쉽게 끝나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민주당 계파 의원들의 정확한 숫자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어림 잡아 “비명계 50, 친명계 50, 중도층 50 정도”라고 <일요시사>에 전한 바 있다. 즉, 박 원내대표의 득표수를 감안했을 때 비명계가 모두 결집했고, 여기에 중도 의원들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차례 역습에 성공한 비명계는 이제 다음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바로 연말에 있을 ‘공천룰 심사’ 과정과 곧 있을지도 모르는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다. 수차례 세력의 규모를 확인한 비명계 의원들은 돈봉투 사건을 잘 매듭짓지 않으면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지난 3일 의원총회서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던 걸로 전해 들었다. 직접적으로 이 대표에게 돈봉투 문제를 물어본 의원도 있었고, 당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며 “이 불만을 잠재우지 않는다면 이번에 박 원내대표에게 투표한 약 90명의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동의’할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친명계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 2차전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일, 첫 원내대책회의서 “지지자들만으로는 선거서 이길 수 없다”며 “확장적 통합 비전을 준비하겠다”고 친명계 지지층으로 알려진 ‘개딸(개혁의 딸)들’에게 선전포고했다. 1라운드(원내대표 선거)서 압승을 거둔 비명계가 2라운드(공천 룰 심사), 3라운드(2차 체포동의안 표결)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