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3 12:58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나 부결과 가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을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피의자들의 진술이 180도 바뀌면서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사건과 혐의로 추가 영장 청구를 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두 사건이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 미적시 3개 내용은? 검찰은 보강수사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거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사건 등 남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를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향후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 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부결 통지 공문이 법무부,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여러 개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모해 성남도개공이 적정 배당이익을 받지 못하게 해 4895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를 시행사로 선정해 8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도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이번 영장 청구에서는 내용이 제외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428억 약정’ 의혹을 보충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백현동·정자동 세 의혹 추가 수사 보완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부지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백현동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부장검사 엄희준)가, 정자동 호텔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수사하다 지난달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서두르지 않고, 일단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후 보강수사 및 영장 재청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공소장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김씨를 오는 9일까지 구속수사할 수 있는 만큼 그 안에 최대한 관련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씨에게서 만족할만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소 시기는 유동적으로 점쳐진다. 위례·대장동 의혹 외에도 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줄줄이 수사 중이기에 수사 상황에 따라 기소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위례·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에 더해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까지 모두 포함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이 됐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던데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많았다. 태도 바꾸는 핵심 관련자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기류가 최근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부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까지 세 번이나 내리 부결했을 때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이 대표 신병 확보에 또 실패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수사로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전 부지사를 매주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에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이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검찰은 최근부터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대질 위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측에 대가를 건네고 부적절한 도움을 받았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북사업 관련 양측의 ‘연결고리’가 이 전 부지사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성태 대포폰 재판부 증거 인정 관건 키맨 엇갈린 진술 신빙성 다툼도 주목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성 등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나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의혹 핵심 관련자들이 기존에 했던 진술을 뒤집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전 부지사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를 대질 조사했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도와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 주최한 단체로, 이 행사에 수억원의 비용을 아태협이 부담했는데 실제 비용을 쌍방울이 냈다는 의혹이 있다. 안씨는 21만5040달러와 180만위안을 북측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 조사에서 안씨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김 전 회장을 원래 알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 소개로 2018년 무렵 김 전 회장을 처음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이 바뀐 것이다. 안씨가 진술을 바꾸면서 당초 쌍방울 방모 부회장, 김 전 회장 순으로 이어가려던 대질 계획도 다음 조사로 밀리게 됐다. 방 부회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최근 법정에서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추가 영장 통과 가능성 김 전 회장은 최근 대질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모르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를 연결 짓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가 확실시되면 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기소·불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맡겨보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 예규)에서 규정한다. 수사심의위가 논의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국민의 알권리, 사안의 중대성, 인권보호 필요성 등도 고려 요소다. 이재명 대표 사건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심의 대상은 ▲수사 계속 ▲기소 및 불기소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피의자·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이는 검찰 측의 소집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결 같은 부결 양측에 치명타 검, 물적 증거 확보 여부 핵심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무조건 열리는 건 아니다. 2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우선 관할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시민위원장이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심사 대상으로 인정하면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꾸려진다. 부의심의위는 신청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부칠지 검토한다. 여기서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수사심의위가 개최된다. 기존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뒤 개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수사심의위원은 150~300명이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검찰총장이 위원으로 위촉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특정 사건의 수사심의위에서 실제 심사를 맡을 위원들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추려진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15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의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이 나오면 검찰은 부담을 갖게 된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지만 ‘주임검사는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놓으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방어권 카드 수사심의위 카드는 위험 부담도 크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더해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서 무죄를 선고받기 전까지는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이 대표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객관·법률적 팩트보다 감정적이고 격양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굳이 영장에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신조어와 감정적인 문장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과 쌍방울, 성남FC 등의 의혹과 관련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민간인 같으면… 검찰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찍어 누르기식’ 표현으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례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시정 농단’ ‘내로남불’ 등 일반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기록과 공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식 서류에 원색적 표현을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 농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썼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적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과정이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객관과 법리로 법원을 설득하려 해야지 잘못된 표현이 많다. 누가 보면 이 대표에게 원한이 있는 검사가 작성한 줄 알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올 것이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중앙지검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이례적이다” 목소리 왜? 일반적 관행서 벗어난 표기 수두룩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대장동 사업은)지방 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의 불법적 정경유착, 지역 토착 비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소장 19쪽 중 혐의 사실은 3쪽에 그쳤으나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과대하게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인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공식입장을 내비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이 총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개인이 아닌 검찰을 대표한 입장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자들 간의 ‘티 타임’에서도 저런 입장은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를 두고 이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재빠르게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이 입증해야 할 이 대표의 주된 혐의는 배임이다. 검찰이 산정한 배임 액수는 약 4895억원로 이는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소 전부터 증거와 법리가 아닌 이 대표를 향해 감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검찰의 자신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내부서도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주요 근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이 작성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 검토의견서다. 지나친 자신감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사업 수익이 클 경우 공사의 이익을 개선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의견서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사에 사업 이익을 70% 이상 제공하는 경우 만점을 주는 등 배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개공 관계자 A씨가 2015년 2월 작성한 ‘대장동 공모지침 검토의견서’에는 당시 정민용 공사 투자사업파트장(변호사)이 작성한 공모지침서의 사업적 이익 배분 문제점 등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10여장 분량의 의견서가 참부됐다. A씨는 ‘신청자가 제안한 이익 분배 방법은 사업계획이 변경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수익이 예상치보다 못할 경우 무방하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이 판단한 이 대표의 배임 혐의 논리다. A씨는 공사에 제공하는 이익 비율에 맞춰 평가점수를 차등 배분하자는 의견을 냈다. A씨가 ‘예시’로 제시한 기준은 사업 수익 중 공사에 배분되는 이익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60점), 65~70%인 경우 50점 등 5%포인트마다 10점씩 점수를 줄여 35% 미만인 경우 0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공모지침서엔 임대주택용지 제공 여부와 용지 종류에 따른 배점 기준만이 제시돼있었다. A씨는 공사가 임대주택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고, 사업적 이익이 과도할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당시 이견을 제시한 A씨를 불러 ‘업자의 청탁을 받고 이의 제기한 게 아니냐’며 손으로 직접 이의 제기 내용을 써보라는 등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사는 사업협약 등의 과정을 거쳐 원안대로 임대주택용지 금액에 상당하는 1830억원의 확정이익을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배임 액수를 산정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체 이익 중 70%를 공사가 가져가도록 했다면 6725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확정이익 1830억원만 챙겨 4895억원가량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 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배임 액수 산정방식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남도개공 일부 의견일 뿐이다. 공사 측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참여자에 높은 점수를 주자는 의견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그 기준대로 배임액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배임 산정방식을 지적하게 되면 공소장 내용이 바뀌거나 심할 경우 다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24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열리는 본회의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169개 의석과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6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177명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친명(친 이재명)계서도 체포동의안 정국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의원 중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어느 의원이 찬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정 농단, 아시타비…보기 어려운 신조어 거친 문장들 태반...법리 및 증거 부족 지적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언론을 통해 “당 대표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침묵하는 의원 하나하나가 고심하는 만큼 표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간 대질조사를 추진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아직 쌍방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20일 낸 입장문에서 “검찰이 2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이 전 부지사는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이 전 부지사 측 요청에 따라 1대1 조사 방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차 조사 이후 전 부지사에게 두 차례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소환 시기와 다자간 대질신문 방식 등을 문제로 출석을 미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다음 대질신문서 1대1 방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자 대질 당시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냐”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회장이 “왜 나를 모른다고 하느냐”며 고성을 지른 후 이 전 부지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치아가 빠졌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후 재판 절차가 연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김 전 회장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통화를 주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북한에 건네진 800만달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이 아닌, 경기도와 이 대표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김 전 회장이 알고 지내던 이 전 부지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대북송금 입증될까?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기도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실을 전혀 몰랐고, 대북사업 역시 따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며 “이 전 부지사도 모두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6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밀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고, 2대 중 1대는 한국서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자진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버티다가 축출되느니 차라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음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다음 대권후보에 대한 동정표를 얻을 수 있고, 차기 총선서 ‘리스크’ 없이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최고 화두는 ‘명퇴 필승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민주당이 차기 총선서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 대표 자진 사퇴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야 간신히 중앙 정치로 들어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는 중이다. 미련 없이 떠나야? 명퇴 필승론을 꺼내든 쪽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도 한사코 반대해왔으며 이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총선까지 간다면 ‘필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이전에 (이 대표가)소환조사를 받으면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여러 번 소환됐는데도 아무런 (사퇴에 대한)소식이 없다”며 “지방선거 때나 전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태도로 총선까지 치른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서도 패배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서 패배한 이후, 지방선거까지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줄곧 승리해오던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승리를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승리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멈춘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민주당의 얼굴로 나선 시점과 맞물린다. 2021년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로 당이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대거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당 표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성기였던 2018년도 민주당 지지율인 평균 약 45%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후보가 정해지던 당시의 민주당 지지율은 평균 32%를 기록하며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 30%보다는 앞서 있었다. 전성기에 비해 10%p 낮았어도 중도 표심이 완벽히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지 않은 수치였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한 정치 평론가는 “전성기 때의 민주당 지지율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변화가 심했던 것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라며 “2018년도 국민의힘은 아직 (국정 농단 사태서)회복 전 단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통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그것을 회복한 것일뿐 중도층 표심은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지율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연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몇몇 여의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퇴필승론? 이만 나서면 선거 패배 이 나선 뒤 줄곧 민주당 지지율 하락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대선서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선거 양상이 쌍방에 의한 네거티브로 치달으면서 승리 가능성이 점점 모호해졌다”며 “후보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여러가지 흠결이 나올 때 민주당 쪽에서 떳떳했으면 조금 더 쉬운 선거전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서 패하면서 지방선거에선 차 떼고 포를 뗀 채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선거는 대선을 따라가게 되지 않나”고 민주당 연패의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대선에서는 역대 유례없는 대통령 후보 간의 네거티브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엮인 고발사주 문제를 폭로당하며 궁지에 몰렸고, 이 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제3자 뇌물죄 의혹으로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었다. 이들의 각종 가족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학력 위조 사건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에 충격을 줬고, 이중 학력 위조 건은 본인이 직접나와 대중에게 사과까지 했다. 이 대표 쪽은 아들과 배우자 둘 다 말썽이었다. 이 대표의 아들의 퇴폐업소 출입 의혹과 그가 과거에 작성한 욕설 게시글 등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자 김혜경씨에게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행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공금 횡령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역사에 가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만약 이때 민주당 후보 쪽에서 아무런 리스크가 나오지 않았다면 매우 유리한 형국이 됐을 것”이라며 “이미 선거는 끝나서 윤 대통령의 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는 아직도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민주당은 차기 총선서도 ‘대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다간 총선까지 패배할 것이란 정치 평론가의 이 같은 예측은 현재 지지율 추이를 볼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달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9.9%로 전주 42.8%보다 소폭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5%로 전주 42.5%보다 2.5%p 상승했다. 이 대표의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서 결집했던 민주당 전통 지지층은 다시 와해되는 데 반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쪽에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되는 분위기다. 차 떼고 포 떼고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3월에 우리 쪽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정은 한층 더 안정세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대두되는 상황서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전당대회를 하는데도 지지율이 역전되지 않았나”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즉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윤심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국민의힘이 총선까지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잠잠해지기는커녕 그 수위가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그에게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제3자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이날 오전 10시30분터 불러 열시간 넘게 그를 조사한 뒤 돌려 보냈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하던 시절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하며 성남 소재 다수의 기업에 3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 각종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은 부지 용도변경 및 건축 인허가 등이 포함돼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장동 특혜 혐의를 의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한 뒤, 이달 10일에 같은 서울중앙지검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작심 발언했다. 다소 감정적인 발언에 이 대표의 지지층은 더욱 결집했으나, 세 차례나 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바라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차츰 지쳐가는 모양새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제 정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의 역량을 쏟고 있다”며 “보통 총선 1년 전인 이맘 때에는 중도층 표심을 잡을 당 차원의 그럴듯한 전략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대화 면담 저의는? 그러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당심이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앞둔 불안함과 그동안 이 대표를 내세워서 패배했던 기억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처음엔 체포동의안 가결도 염두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온 적 있다”며 “한때는 그 주장이 힘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 최근 비명계 단속에 힘을 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 대표는 이달 초부터 비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1대1 면담을 가졌다. 이 대표가 만난 비명계 의원들은 비명계 중에서도 이원욱·전해철 등 이 대표에게 비판을 가장 많이했던 ‘스피커형’ 의원들 위주였다. 그는 가장 강성 비명으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을 만나더니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도 만났다. 이후 기동민·김종민·설훈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며 1대1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지켜본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일요시사>에 “의원님께서 직접 들어 정확한 내용은 세세히 모르지만, 총선 전략, 그리고 당이 처해 있는 문제점 등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저의에는 당에서 돌고 있는 체포동의안 가결 건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비명계 의원들과의 면담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의견은 부결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설득과 ‘역풍’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총선 같은 경우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대표)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체포동의안 가결 시 사퇴 논의? 정치거래 의혹 검찰 기소 시점 협박에 자진 사퇴로 대응하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주장은 동의자가 3만명이 넘어서며 점차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내부 총질러'로 규정한 뒤 그에 대한 사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은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이 대표를 대표직서 끌어내릴 인물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비명계도, 박 전 위원장 같은 당 외부의 스피커들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한 뒤 내려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기소와 구속 시점을 총선에 맞춰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간간이 소환조사해 망신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큰 변수가 없다면 기소는 총선 직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검찰이 기소 시점을 총선 직전으로 잡는다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물리적 시간도, 여건도 생길 수가 없다. 총선을 앞둔 상황서 수장이 공석이 돼버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비명계에서는 당헌 80조를 근거로 이 대표가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헌을 곧이 곧대로 적용한다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순간, 이 대표의 당원권은 그대로 정지되는 셈이다. 이런 사태가 온다면 이 대표는 당에서 ‘축출’되는 꼴이 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대표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선거서 봤듯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일반 대중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만약 부정적으로 봤다면 국민의힘이 이미 역풍을 맞고도 남았을 일”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이 대표도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자진 사퇴에 대해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렇게까지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며)가는 것은 말 그대로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이라며 “그 전에 친명계도, 비명계도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만일 스스로 물러서는 그림을 보여준다면 다음 대선후보로의 길은 계속 달릴 수 있다. 그가 현 정권에 탄압받아 물러서는 그림이 민주당 지지층의 동정표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 중도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리스크 없이 국민의힘과 맞붙어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보나마나… 역풍 불가피 행정부와 지방 권력을 빼앗긴 민주당이 의회 권력까지 빼앗긴다면 당 자체로도, 또 이 대표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 대표로선 자진사퇴 카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고발-경찰 불송치-고발인 이의 제기-검찰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해당 사건에서 뻗어 나온 ‘수사 무마 의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벌써 1년 가까이 이 사건을 쥐고만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일어난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2018년 고발 5년 걸렸다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사건이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이들이 차례로 구속기소되면서 ‘윗선’으로 의심받던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고 TV 토론회 등에 끊임없이 언급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첫 고발 이후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이 대표의 첫 검찰 소환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본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인데 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시유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네이버에서 뇌물을 받았는데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놓고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정치권에 공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그러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서 파생된 또 다른 의혹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졌다. 바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하 수사 무마 의혹)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한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 의혹을 두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해 6월 장영하 변호사(당시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장)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를 특가법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이 성남FC에 160억5000만원을 후원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항의성 사직 제자리걸음 경기 분당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2018년에 고발된 사건은 2021년 9월에 이르러서야 ‘불송치’라는 첫 결과가 나왔다.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2021년 이 과정에서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수사팀의 재수사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지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할 무렵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 실무를 맡았다. 이후 2021년 7월 성남지청장으로 승진했다.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검찰 내 요직이다. 수사 무마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지난해 1월 말이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전 차장검사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를 두고 항의성 사의를 표한 것이다. 박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 수사 무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을 친정부 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무마했다고 언급된 터라 파장이 컸다. 한 시민단체는 박 전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결국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불송치로 사건을 처리한 기관에서 다시 수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 선의 수사는 지난해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마무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 두산건설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능력 없나 봐주기인가 그다음부터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두산건설에 이어 네이버와 차병원 등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의료용 부지 용도변경 허가, 네이버는 정자동 제2사옥 건축 허가, 차병원은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 특혜 등을 성남FC 후원금과 맞바꿨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 사건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궤도에 접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곁가지로 튄 불똥은 아직 수습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장영하 변호사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지청 수사과는 2021년 6~7월경 박하영 전 차장검사의 전결로 네이버가 40억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낸 과정을 수사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사를 의뢰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박 전 지청장과 통화하면서 FIU 금융자료 요청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은 “당시 성남지청은 수사 중인 범죄사실 외에 경찰서 별도로 수사 진행 중인 내용까지 포함해 금융정보 자료제공 요청을 해달라고 했다”며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지적했고 성남지청도 받아들였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시민단체 등 고발만 3건 “진행 중이고 검토 중” 답변만 해당 조치가 일선 청에 대한 검찰총장의 당연한 수사지휘권 행사이며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압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의 해명처럼 성남지청이 수사하는 사항 이외의 금융정보 제공 요청이 포함돼 부당하다면 대검서 FIU에 요청할 때 그 부당한 부분을 제외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 전 총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해 처벌해야 할 총 책임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범죄 수사를 방해했다”고 명시했다. 박 전 지청장은 박하영 전 차장검사와 수사팀의 보완수사 혹은 직접수사 요구 건의를 사실상 거절해 정당한 수사요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할 정도로 극심하게 수사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장 변호사는 “김 전 총장과 박 전 지청장은 범죄를 적극 수사하거나 수사하도록 해야 하는 직무에 있으면서 오히려 직권을 남용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의 고발 건 외에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총장, 박 전 지청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공수처에서는 사건을 입건해 배당했다는 소식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진행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존재 이유 불거지나 박 전 지청장은 지난해 6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엔 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 지난 2일에는 박 전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퇴임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를)진행 중이고 검토 중이라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감찰 사건 공수처로 한변, 이성윤·박은정 고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들고 있는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 관련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무마 의혹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3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 전 지청장(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각하→항고→재기수사→이첩 2020년 12월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을 절차에 어긋나게 감찰했다면서 이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전 지청장(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인 조사 이후 2021년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한변이 항고하고 서울고검이 지난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박 전 지청장 등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감찰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윤 대통령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북한의 3세대 독재자 김정은’이 4세대 독재자를 키워내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만 9세인 장녀 김주애로, 한국식으로는 초등학교 졸업을 몇 년 앞두고 있는 미성년자다. 치열한 후계자 경쟁 끝에 친형을 살해한 김 위원장이 자녀들의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모양새다. 이 같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 덕분에 미성년자 김주애는 벌써부터 아버지의 독재정치를 배우고 있다. 북한의 4대 세습이 시작됐다. 최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양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부터 후에 성년이 된 장남이 진짜 후계자일 거라는 주장까지 천차만별이다. 급 뜨는 장녀 그는 누구? 북한 소식통이 4대 세습을 거론하게 된 시점은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퍼지고 나서부터다. 최근 <일요시사>가 만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북한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정은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체형적으로 봤을 때 10년도 못 가 단명할 것이라는 분석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체격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김 위원장은 현재 심각한 고도비만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고도비만인 이유는 ‘체제의 안정’ 때문이라고 <일요시사>를 통해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는 수십년간 후계수업을 받으면서 권력구도를 튼튼히 했던 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권력을 승계받은 김 위원장은 불안한 권력체계를 본인의 이미지 정치로 풀어가려 했다”며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이미지를 동일화하기 위해 일부러 몸을 불렸다. 즉, 현재 그의 풍채는 불안한 권력구도의 발로”라고 해석했다. 그의 말대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로 낙점된 후 약 22년간을 기다렸다가 권력을 넘겨받은 바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은 본인에게 충성을 맹세할 인사들을 착실히 모아왔고, 촘촘한 시스템을 건설해 ‘안전한’ 권력구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은 기간은 고작 1년3개월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구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던 김 위원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안정시키려 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10년 내에 죽는다” 김주애 까메오설…장남 후계설 진실은? 북한 전문가들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해 ‘공포정치’를 실행한 것도, 살을 일부러 찌워 ‘이미지 정치’를 실행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안한 권력구도가 김 위원장의 불안한 건강을 만들어낸 셈이다. 북한 잠입 취재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의료비에만 한 해에 수십억씩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 관계자들을 해외에 이주시켜 선진 의술을 배우고, 아니면 유능한 의사를 직접 초빙해 북한에 데려가기도 한다”고 건강이상설에 대해 평가했다. 그의 건강이상설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몇 년 전부터 북한의 후계구도를 분석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사이에 총 세 명의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대외에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자녀는 총 세 명으로 장남(2010년생), 장녀(2013년생), 막내(2017년생)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가 2010년생 장남이 다음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요즘 언론이 주목하는 유력한 후계자는 장녀 김주애다. 김주애는 최근 여러 번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후계경쟁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녀 김주애가 대외석상에 얼굴을 처음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18일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격려하기 위해 발사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김주애를 대동시켰다. 김주애는 행사 내내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지키며 김 위원장과 스킨십을 하고 군인들을 치하하는 등 ‘어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마친 김주애는 8일 후인 26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김주애는 이날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왜 등장? 그는 김 위원장과 걸어갈 때 그보다 더 앞서서 걷는가 하면, 직접 공로자들과 악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관영 매체들도 김주애의 이런 모습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27일 보도를 통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몇 개월간 잠잠했던 김주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8일이다. 평양 김일성광장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주애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어머니인 리 여사와 나란히 서서 행사를 관람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날 ‘김주애 백마’가 등장한 점이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통한다. 실제로 역대 북한의 지도자는 모두 백마를 소유한 바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물론, 김정은도 2019년 10월 <노동신문>을 통해 본인의 백마를 세간에 알린 바 있다. 지난 13일, 조선중앙TV는 녹화중계를 통해 “우리 원수님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내달리셨던 전설의 명마, 그 모습도 눈부신 백두산군마가 기병대의 선두에 서 있다. 사랑하는 자제(김주애)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충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고 보도했다. 김주애의 존재감은 열병식 후에도 이어졌다. 열병식 후 장성들과 가진 만찬 자리서 김주애는 시종일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며 주인공이 됐다. 군 장성들도 김 위원장보다 김주애 주변에 몰렸고,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옆으로 밀려났다. 김주애의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에 외신과 국내 언론은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김정은은 딸이 후계자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군사 고위 간부들로 가득 찬 연회장 사진의 정중앙을 차지한 소녀의 모습을 보고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삼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 협력 센터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김주애가 일찍부터 중요한 정치행사에 참석해 제왕학을 습득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처럼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마냐 백두냐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딸은 눈길을 끄는 의미만 있을 뿐 후에 진짜 후계자는 결국 장남이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팽배한 북한 사회서 ‘여성 수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점 ▲5세대 승계서 김씨 성을 물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 ▲백두혈통의 근본이 흔들릴 것이라는 점은 모두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까지는 이 ‘장남 후계설’이 가장 납득가는 분석으로 자리 잡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자녀를 공개한 김 위원장이 곧 장남도 관영 매체에 공개해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킬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장남의 등장은커녕 김주애의 재등장만 이뤄지고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후계구도가)이제 김주애로 굳어지는 것 같다. 아니라면 이렇게 자주, 많이 김주애를 관영 매체에 등장시키지 않는다. 이미 북한 주민 모두가 김주애를 봤지 않았나”라며 “후계자가 아니라면 저럴 필요가 없다. 북한 주민들이 후에 생길 진짜 후계자와 혼돈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주애가 한두 번 잠깐 나오는 수준이 아닌, 오랜 시간 북한 주민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그가 후계자로 키워지고 있다는 분석의 기반이 된다. <일요시사>와 직접 만난 다수의 북한 관련 취재원들도 한결같이 김주애가 사실상 다음 후계자일 것이라고 봤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남 신변에 모종의 어떤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장녀인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과의 소통업무를 맡았던 전직 공직자는 <일요시사>에 “후계 콤플렉스가 있는 김정은은 후계자 양성을 누구보다 빨리 진행시키려했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장남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김주애로 후계구도가 정해진 모양이다. 장남의 신변에 분명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아들 장애·사망·혈통? 루머만 무성 동요하는 북 주민들…내란 가능성도 어린 시절 후계자로 지목됐던 장남이 최근 후계구도가 밀린 데 대해 여러 북한 소식통은 그가 장애인이 됐거나 아예 사망했을 것이란 이른바 ‘사망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수령이라는 존재를 ’당과 인민대중의 사상의식을 이끌어내는 전일체’로 규정한다. 인민대중이 ‘강건한 지도자’로부터 옳은 지도를 받을 때만 공고한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주체사상의 본질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건함은 신체적, 정신적인 강건함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나 새로운 수령이 남들과 다른 조건의 신체와 몸을 가지고 있다면 주체사상의 본질이 뒤틀리게 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남성중심주의가 강한 북한서 김정은의 장녀가 후계자가 된 것에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후계자로 지목받았던 장남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어릴 때는 몰랐던 치명적인 병이 발견됐거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장남이 아예 죽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2013년생인 김주애는 여러 매체를 통해 어릴 때부터 선전하고 있는데, 장남은 그 나이 때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왔고, 현재는 생사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아예 죽었거나 혹은 없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주애보다 세 살 위인 알려진 장남은 올해 만 13세가 됐을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노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주애가 만 9세 나이 때부터 여러 행사장에 따라다닌 것에 비하면 장남은 이상하리만큼 베일에 쌓여있다. 그는 “이렇게 장남의 존재가 지워질 수 있을까 싶다. 심지어 리설주가 그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도 사실 확인이 안 된다. 존재가 없었거나 었어졌거나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설, 무존재설, 사망설 등 김정은의 장남에 관해 떠돌고 있는 소문은 무성하다.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후계구도가 완전히 김주애에게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인자 트라우마 북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한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주애가 이미 주민들에게 ‘각인’됐다고 분석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서는 이렇게 노출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는 구조”라며 “한국처럼 갑자기 중간에 나와서 지도자가 바뀌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선수교체가 안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키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 김주애를 선택했는지 미스터리지만 김주애가 4대 세습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문이 난무했던 북한의 4대 세습은 이제 현실화됐다. 무늬만 ‘민주국가’인 김씨 왕국은 미성년자인 딸에게 벌써부터 새 지도자 육성에 들어갔다. 이제 한국은 4세대 리더로 추대되고 있는 김주애가 어떤 인물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고작 9세인 김주애에게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배 다른 형제 가능성은? 북한의 첫 여성 지도자 탄생을 두고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사실상 왕국을 건설한 북한이 ‘여왕’의 탄생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일각에선 북한 지도부가 새로운 자녀의 탄생을 기다릴 것이라고 예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취재원은 이 같은 예측 또한 신빙성이 많이 낮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여성편력이 할아버지나 아버지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정은의 머리부터 발까지 다 체크한다. 그런데 여자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른 문제는 여러 가지 일으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자 관련 이슈는 없었다”며 “리설주가 김정은에게 잘해주어서 그런 것도 있고, 김정은 스스로도 그런 욕구가 적은 편으로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