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여의도 뒤흔들 민주당 공천 살생부

잔가지 쳐낼 칼춤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이맘때 즈음이면 ‘공천 살생부’가 구설처럼 떠돌기 마련이다. 이는 정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진위와 상관없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이 공천룰을 일부 수정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방해되는 잔가지를 쳐내기 위한 무자비한 칼춤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총선 경선서 현역 의원에게 주어진 페널티를 강화하고, 전당대회 때 대의원 비중을 낮추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요구해온 사안이었던 만큼 친명(친 이재명) 세력이 강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의 입김이 들어간 ‘비명(비 이재명)계 찍어내기’ 꼼수라는 지적이다.

지도부
데스노트

이날 통과한 안건은 당헌 제100조와 제25조 개정안이다. 현역 의원 하위 10%에 관한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기존 20%서 30%로 상향하고,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이 행사하는 표의 반영 비율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당 최고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두 안건은 당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지난 7일 치러진 중앙위 투표 결과 최종 확정됐다.

이날 이 대표는 투표에 앞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에 많이 반영되는 민주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당헌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 평가와 관련해서도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공천 시스템에 약간 변화를 줘서 혁신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의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이번 개정안은 특정 세력을 솎아내기 위한 ‘장치’라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특히 하위 10%를 가려내기 위한 평가 과정이 일부 불투명하다는 점에 공통된 의견을 모았다. 현역 의원 평가 지표에 따르면 평가점수는 총 1000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의정활동(380점) ▲지역활동(270점) ▲기여활동(250점) ▲공약이행활동(100점)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대부분은 ▲대표발의 법안 수 ▲본회의·상임위 출석률 ▲공약이행도 등 측정 가능한 부분이지만 가장 배점이 높은 의정활동(380점)은 정성 평가로 진행된다. 특정인의 주관적 견해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만큼 불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개정이 당헌 위반이라 할지라도 이 대표 체제는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고, 결국 성사되게 할 것”이라며 “하위 10%에 찍히는 순간 살생부처럼 이름이 나도는 건 시간문제다. 거기에 이름을 올리는 건 결국 민주당의 누구겠느냐”고 소리 높였다.

총선 앞두고 공천룰 ‘만지작’
마침내 다가오는 복수의 시간?

이날 표결에 앞서 진행된 중앙위 자유토론서 ‘원칙과 상식’ 소속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독일의 ‘나치’ 정당을 언급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포퓰리즘과 정치권력이 일치될 때 독재권력이 된다”며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국민 눈높이라는 게, 그 국민이 과연 누구인지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투표 전날인 지난 6일, 민주당 중앙위원들에게 서한을 발송해 부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집행부가 편의주의적 태도로 당헌을 누더기로 만들고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는 내용이므로 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선출직공직자평가위가 구성돼 현역 의원에 대한 각종 평가가 진행됐고, 당원과 지역주민 대상 여론조사도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 도중에 규칙을 바꾸거나 시험 도중 배점을 바꾸는 일은 부정시비를 스스로 일으키는 불공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4일부터 국회의원 평가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시스템 공천은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지도부 등이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공천심사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당헌당규에 담아 제도화한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바꾸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총선기획단은 민주당의 혁신을 위한 선택이라며 진압에 나섰다. 총선기획단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일부 의원님들께서 우려하시는 지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성 평가에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우려가 있는지 총선기획단 회의를 통해 확인해봤다”며 “평가위원회는 우리 당과 상관이 없는, 제3자의 독립 기구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내 의원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얼룩진
과거사

다만 “주관적으로 ‘찍어내기’ 우려에 관해서는 아예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시스템상 특정 의원만 솎아낼 매우 가능성은 낮다고 시사했다.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된다면 당 차원서 투명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역시 입을 모아 숙청 시나리오에 발 빠르게 선을 그었다. 이들은 당의 균열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당무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당무감사는 현역 의원 평가(1000점) 중 80점에 불과하지만 현역의 지역구 관리 현황을 서열화할 수 있는 민감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국민의힘이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고된 대대적인 물갈이로 인해 혼란에 빠졌던 만큼 민주당은 당내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내 균열을 무릅쓰고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서 공천룰을 변경했다. 그 의중을 두고 비명계의 쓴소리가 이어졌지만 일각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전에 이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탄탄히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대표의 구심점이 약하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친낙(친 이낙연), 친문(친 문재인), 친명(친 이재명) 등으로 민주당의 세가 나뉜다면 당내 혼란은 불가피하다. 만일 뜻을 달리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할 경우 표가 분산되는 것 역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있어 걸림돌이 되는 세력은 뽑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친문·친낙 세력이 가시방석에 앉았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성향이 짙거나 주요 직을 맡았던 의원이라면 더욱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깊어진
갈등 골

‘팬덤 정치’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특정 세력의 국회의원이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계기도 여러 가지다. 개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 리스트’나 ‘공천 자객’이 가능한 지역구 지도는 두고두고 온라인서 회자된다.

일부는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을 색출한 뒤 반란군으로 낙인찍기도 했다.


이들이 수박으로 칭하는 부류는 대부분 친낙계지만, 간혹 친문계 의원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강성 친명계가 두 인물과 대립하는 이유는 그들이 과거 이 대표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분노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서 당시 이재명 후보는 같은 당 문재인 후보의 강성 지지자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1위 후보이자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그를 향해 날을 겨누자 친문의 반감을 산 것이다.

이 후보는 토론회 등에서 문 후보를 향해 “기득권자들과 재벌의 사외이사 등이 문 후보 주변에 대규모로 몰린다” “기득권 대연정이다”라고 말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를 두고 친문 진영에서는 ‘수위를 넘은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하루빨리 이 후보를 탈당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런 와중에도 이 후보는 “경찰이 진실 대신 권력을 택했다”며 끝까지 각을 세웠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되돌아보니 정말 싸가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며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측의 감정도 다소 누그러진 듯했다.

이, 친문·친낙 누르고 세력 구축
이미 블랙리스트 작성? 재선 비상

하지만 이들의 악감정은 20대 대선서 이 후보가 고배를 마시고 지방선거서 참패를 겪으면서 되풀이됐다. “문재인이 이재명을 도와주지 않아 패배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친명계 의원은 패배의 원인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조국 사태, 부동산 문제 등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이 대표의 실책이 없진 않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는 현 정부(당시 문정부)에 평가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친문계 의원은 “결국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문제”라며 ‘이재명 책임론’으로 맞불을 놨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웃돌았던 만큼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와 그의 아내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계기 역시 비슷하다. 지난 20대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때 이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 친낙계가 의도적으로 대장동 사건을 흘렸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사건의 발단은 대장동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증언으로 시작됐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민주당 윤영찬 의원에게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다.

대표적인 친낙계로 꼽히는 윤 의원은 “남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극구 부인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 지지자들은 “대장동 의혹을 최초 제기한 쪽이 친낙계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개딸은 ‘이재명 명예 살인을 사주했다’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 등의 포스터를 만들어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 9월, 이 전 대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 민주당 커뮤니티가 그를 향한 혐오 발언으로 도배됐던 만큼 두 집단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인 모양새다.

과거의 혈투를 짚어가다 보면 이번 공천 작업은 이 대표의 설욕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비명계 의원은 “아무리 당에서 친낙·친문 세력과 화합한다고 말해도 결국 다 잘라낼 것”이라며 자신과 같이 ‘반이재명파’로 꼽히는 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상된
시나리오

현역 의원 중 하위 10%에 포함되면 사실상 컷오프나 마찬가지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 대표와 결을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도부는 당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만큼 정당성이 보장된다고 팽배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는 여의도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이 해체되고 다시 끼워 맞춰지길 반복한다. 컷오프 대상자가 추려지는 다음 해 1월을 기점으로 정치권 지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낙회동 시즌2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두 번째 ‘명낙 회동’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이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 등을 시사하며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자 지도부가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사진 한 장 찍고 단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 (만날)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난 7월에 성사된 회동 역시 약 한 달 진통을 거친 만큼 이번에도 양측의 기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