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안보수사단의 한계

국정원 노하우? 수십년 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대북 수사 업무의 지형이 바뀐 게 크다. 경찰은 안보 우려를 잠재우려 ‘안보수사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몸집을 키움과 동시에 수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노하우’를 습득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안보수사단이 기존 인력의 3배로 증원된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첩보를 바탕으로 국내 주 간첩 수사를 진행한다. 해외 정보활동만 담당하게 된 국정원이 안보수사단의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사실상 전문적 대북 수사 경험이 전무한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상실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머드급
인력 증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산하의 안보수사단은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이 단장을 맡는다. 142명 규모, 4개의 수사대로 구성된다. 안보수사단장 아래 안보수사1과와 안보수사2과가 편성되고, 한 개 과에 각각 2개 수사대가 들어가는 식이다.

기존에도 국수본 산하에 50여명의 안보수사대가 있었지만 안보수사단 신설로 조직이 3배 가까이 커지게 됐다.

경찰은 인력 증원을 위해 일선 경찰서의 안보 경찰 정원 82명을 안보수사단으로 이관했다. 또 경험과 역량을 겸비한 안보 수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안보 수사 인력풀 선발’을 진행해 298명을 뽑았고, 다음달 15일까지 366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전국 18개 시도청은 소속 안보 수사 인력 191명을 증원했다. 서울청의 경우 기존 5개이던 안보수사대를 6개로 늘렸고, 조직 규모도 190명서 280명 규모로 키웠다. 앞으로 안보 수사는 시도청 중심의 광역 수사 체계로 개편하고 일선 경찰서는 탈북민 신변 보호, 안보 상황 관리, 첩보수집 등에 집중하게 됐다.

이 같은 경찰의 개편은 2020년 말 문재인정부가 국정원법을 개정해 3년 유예기간을 두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서 경찰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정보 및 보안 업무 기획·조정 규정 개정안(대통령령)’에 따라, 국정원의 안보 수사 조정권은 대폭 축소된다.

검경 등 수사기관이 정보사범에 대한 신병처리 및 공소보류 의견을 제시할 때 의무적으로 국정원장의 ‘조정’을 받도록 한 규정을 국정원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권고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대공수사에서 국정원을 전면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조정을 추진했다. 국정원이 수십년간 쌓아온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 등 해외 정보 네트워크를 사장하지 않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안보 수사 역량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있다. 지난 4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탈북민 A씨(44) 부부가 갑작스럽게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경찰이 내민 압수수색 검증영장에는 A씨 부부가 국내 탈북민들의 의뢰로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실속 없는 몸집 키우기
습득만…안보 구멍 우려

A씨 부부가 ‘재북 가족을 볼모로 탈북민을 상대로 송금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거나, 북의 가족에게 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반국가단체(북한) 기관원과 공모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대공 용의점을 시사했다.

경찰은 최근 탈북민들로부터 주로 송금받은 A씨 아내를 기소 의견(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부부는 “지금까지 탈북민을 상대로 가족 송금을 주선해주면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처럼 탈북민 B씨도 지난달 경찰로부터 대북 송금 문제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2020년부터 2021년에 걸쳐 약 6개월간 자신의 위안화 계좌를 이용해 다른 탈북민의 송금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대북 송금의 구조는 탈북민이 국내 브로커에게 원화계좌로 송금한 이후 국내 브로커가 중국 브로커에게 돈을 전달하게 돼있다. 중국 브로커는 이 돈을 위안화로 북측 브로커에 전달해 북한 내 가족에 전달하는 순이다.

엄밀히 말하면 외국환거래은행을 통한 정식 환전과 외환 송금이 아닌, ‘환치기’ 방식이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중국 측 브로커가 탈북민의 돈을 북한에 전달한 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아 합법적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경찰이 탈북단체들에 관한 수사를 하더라도 대공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간 정부는 탈북민의 가족 대상 송금은 인도적 차원서 묵인해왔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이관 정당성을 채우기 위한 ‘실적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 지하조직
경험이 없다

경찰의 안보 수사력 우려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국정원 소관 법령인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시행령은 대공수사권 이전 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력 방식 등을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정보수집 및 추적 ▲안보위해자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 지원 활동 ▲경찰·검찰 등 안보침해 범죄를 다루는 유관기관의 수사에 국정원 직원 참여 ▲국가안보 침해 활동을 저지하는 과정서 습득한 유류물이나 임의로 제출받은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국정원의 협력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경찰이 단기간 내에 충분한 대공수사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첩보수집과 깊이 있는 분석평가를 통해 정보를 생산해내는 능력 등은 단기간에 갖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간 북한의 대남공작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온 국가 핵심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일정 수준 안보공백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경찰과 내수사 협업 및 직무 교육을 실시했고, 현재 ‘대공 합동수사단’을 운영하며 대공 수사기법을 경찰에 전수 중”이라며 “국가정보원법서 위임받은 직무 범위에 따라 유관기관과 직무교육 및 협업체계 구축, 합동수사 기구 참여를 통한 정보지원 등 국가 대공 역량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보기관 출신 한 전문가는 “경찰 실적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단기간에 검거가 가능한 국보법 제7조(찬양, 고무 등) 위반 사범이 대부분”이라며 “직파간첩이나 북한 연계 지하조직, 고첩망 사건과 같은 중요사건은 대부분 국정원서 처리해왔다. 이는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5년에 걸친 내사 끝에 직파간첩을 체포한 것이 일례다. C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2019년 7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처음부터?

정보당국에 따르면 C씨는 2011년 당시 북한서 중국으로 이동해 중국인 한족 D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 한국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C씨를 내사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정보원 노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이 5년간 내사를 거쳐 북한서 서울로 보낸 직파간첩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사를 기반으로 정보당국이 2016년 7월 안양의 한 공사장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C씨를 체포했다. 당시 C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를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C씨가 암암리에 남한 정세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C씨는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 신문서 간첩활동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부인했다.

C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선 남한에 정착한 다음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서 기반이 안정되면 그때 지령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분에 위협을 느끼거나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지령은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C씨가 일종의 암호로 과천 서울대공원 앞에서 신문지를 들고 있으면 자신의 신변상태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한국에 있는 다른 요원들이 C씨와 접선해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정보당국은 C씨를 검거하면서 “국내에 있는 직파간첩이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수본, 100명 넘게 늘려 우려 해소
“인력과 기술·수사기법은 다른 문제”

경찰은 안보수사단 인력 증원 이전에 내부적으로 아직 대공수사 역량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대공수사 관련 3개 과제가 모두 ‘다소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탈북민 보호 강화’와 ‘안보수사 활동 강화’는 다소 미흡, ‘안보 정보수집’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각 과제를 ‘매우 우수’부터 ‘부진’까지 7개 등급으로 평가했는데, 대공수사 관련 과제는 모두 5~6등급에 머물렀다.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 위한 준비 작업들이었다. 통일부와 협업해 탈북민 안전지원팀을 신설하거나, 안보수사 경력·전문성을 검증받은 수사관을 선발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등이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미치는 기대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작성됐다. 수사권 이관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대공수사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9월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서도 국정원과 경찰로부터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와 관련한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추가 보고를 받기로 하기도 했다.

국수본 출신 한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올 초에 작성된 것으로 지금과 수사 역량이 비슷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많지만 국정원과 합동수사단 및 교육·협력 과정을 통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서도 대응 중이다. 지난달 14일 국정원은 “중국 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나라한
자체 평가

이달 국정원은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사이버안보·인프라보호청(CISA)’과 사이버 안보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탈취와 사이버 해킹 저지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를 발표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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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