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19 14:13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1대 국회는 어느덧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고,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 맞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선거구제에 관한 논의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 외에도 인재 영입, 당내 반란, 비대위 가능성, 나아가 윤석열정부에 향한 견제까지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총선이 1년 남은 시점에 남은 기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짚어봤다. 어느 회기보다 역동적이었던 제21대 국회가 드디어 다음 회기를 맞이하려 한다. 제21대 국회는 지난 3년 동안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를 모두 경험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정국과 각 당 의원들의 사건·사고, 패스트트랙 논란 등 수많은 진통을 겪었다. 벌써부터 내년 준비 내년 4월10일엔 제22대 총선이 치러지며 5월29일은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 임기가 1년가량 남은 국회의원들은 차기 총선을 위한 플랜을 미리 짜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은 다음 선거서 적용할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다. 선거제 개편은 총선 시기마다 논의됐던 단골손님으로, 각 정당은 이때만 되면 본인에게 유리한 개편안을 관철시키려 힘쓴다. 보통 총선 1년 전쯤 선거구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국회는 그에 맞춰 수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주로 국회가 이행하지만, 불을 지피는 건 항상 대통령들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늘 국회에 먼저 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해왔다. 본인의 ‘친정집’이 승리해야 국정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뒤 몇 달 후 “2004년 총선서 중대선거구제로 지역 편중성이 극복됐을 때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정당 또는 과반수 연합에 총리를 넘기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야 한다”며 선거구제 개편의 화두를 유권자들에게 던졌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시키며 선거구제 개편에 열의를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작은 정당도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얻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구분을 없애고 지지율로만 의석을 분배하는 제도다. 문 전 대통령은 “호남과 영남서 (특정 정당의)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의회에 강하게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안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텃밭표 잠식’을 우려한 당시 여당과 야당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고, 문 전 대통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각각 출범하며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렇게 대통령들이 제안하고 국회가 거부하는 과정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계서 쭉 반복돼왔던 그림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음 총선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서 선거구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현행 선거구제로 계속 간다면 사표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선거구제 논의 위해 전원위 열어 “각자 입맛대로 주장하다 날 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터뷰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에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화답했다. 입법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이 힘을 실어준 ‘선거구제 개편안’은 결국 국회 전원위 소집으로 이어졌다. 전원위는 뜻 그대로 의원 300명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로 ‘국회의원 모두의 뜻이 반영되는 회의’를 지향한다. 이번 국회 전원위 개최는 2004년 이라크 파병 이후 19년 만으로, 이를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이번엔 모든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전원위 자체는 ‘300명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는 실제 회의에 100명의 의원만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각 정당은 의석 비율에 따라 의원을 회의에 참여시킬 수 있으며, 이번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54명, 국민의힘 의원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 참여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번 회의를 위해 최종 결의안 세 가지를 제시했고, 전원위 참석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정개특위가 안건으로 올린 세 가지 개편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이다. 1안은 현행 의석수 300석을 유지한 채로, 한 선거구서 3인 이상 5인 이하의 의원을 뽑고, 도시와 농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즉, 세분화된 지역구를 묶어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 뒤, 한 지역구서 여러 명의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안이다. 해당 안은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과 수도권서 약세를 보이는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인 만큼,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등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불리한 병립형으로 바뀌어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로 유리하게 2안은 1안의 중대선거구제와 개념이 비슷하지만, 의원을 선출하는 규모가 더욱 크다. 2안에 따르면 한 지역구에서 뽑는 국회의원 수는 4~7명이다. 또한 2안에는 후보자 명부를 유권자에게 개방한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기존 정당은 후보 순위를 임의대로 결정해 제시하는 ‘폐쇄명부식’ 제도를 따르고 있었다. 개방형 명부제 하에서는 이 자체가 불가능하며 각 정당은 최종 명부뿐 아니라 이를 작성하는 과정까지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안에서는 비례대표제는 역시 군소후보들이 싫어하는 병립형을 택했다. 마지막 3안은 현행 선거구제를 크게 바꾸지 않고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3안에서는 비례대표를 전국구가 아닌 6개의 권역별로 나눠서 뽑으며 권역별 지지율을 계산한 뒤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일, 한 권역서 높은 지지율을 받은 정당이 권역에 지역구 의원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받는 것이다. 이 또한 사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소선거구제는 군소정당들이 싫어하지만 비례대표 제도는 병립형보다 선호하는 분위기다. 세 개의 개편안이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정당 간의 뚜렷한 선호도는 도출되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3일간의 전원위를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각자의 주장만 발표하다 끝이 났다.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각자의 입맛에 맞는 선거구제만 주장하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훨신 높다. 내년 총선도 크게 바뀌지 않은 선거구제서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각자 ‘당내 반란’에도 민감한 레이더를 돌리고 있다. 양당 관계자들은 비록 지금 정계가 선거제도 개편에 모든 힘을 쏟고 있지만, 공천 시즌이 곧 돌아오면 당내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발 리스크에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힘을 합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지켜본 PK(부산·울산·경남, 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시스템을 이용한 공천을 도입해 유권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라는 슬로건 앞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정당당히 공천 경쟁에 임했고, 유권자들은 그들을 믿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런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난 총선의 승리 비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들어놨던 ‘청렴함’이었다. 그 맥락에서 나온 시스템 공천과 인재 영입 등이 호응을 었었고, (총선서)대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저러고 있으니 그런 승리가 가당키나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법리스크 검찰공화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민주당의 만성병으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 관계자들은 그런 민주당의 만성병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말에 이 대표의 재판이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거 직전 재판에 불려가는 대표의 당을 중도층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선거는 중도층 싸움이다. 중도층은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에 관심이 없는 계층이라 보면 된다”며 “그럼에도 투표를 할라면 관심을 가지려 할 것이다. 그 시기쯤 당대표가 재판받는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좋지 않은 인식만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직전 접하는 뉴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도층 유권자가 이 대표의 재판 뉴스를 본다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역시 당내 반란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4·5 재보선서 민주당의 교육감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비록 고인이된 전임 교육감의 남편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는 하나 당 대표인 김기현 후보의 지역구서 패했다는 점은 PK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긴장케 했다. 김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선 전 분당 사태나 당내 반란은 민주당보다 여당 쪽의 역사가 더욱 깊다”며 “본인의 자리가 위태롭게 느껴진다면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란이 일어난다면)그 구심점은 분명 PK 지역의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스크·비대위 가능성 대두 또 지면 ‘식물 대통령’ 전락 PK 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모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거나 개인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이다. 이 관계자는 “반란에는 분명히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며 그 주인공은 이번 재보선으로 잔뜩 긴장한 의원들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각 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서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관전 포인트다. 한쪽은 불안한 대표를 안고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힘 없는 대표라는 약점이있다. 대표의 낙마나 당내 반란이 지지자들에게 관철된다면 양당은 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에선 이미 물밑서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퍼진 바 있다. 하마평엔 민주당 박지원 고문, 이낙연 전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김부겸 전 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중 김 전 총리의 영입이 총선 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비대위 전환이 이뤄지건 그렇지 않건, 비명계서 김 전 총리에게 총선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잠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역량도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김 대표의 낙마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부진과 자책골이 이어질 때마다 비대위 전환 논의는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하마평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윤 대통령의 역할론이다. 만일 민주당이 다음 총선서도 압도적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의식한 대통령실 측이 이미 총선 전 정보수집과 전략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역할론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처럼 윤 대통령이 총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총선의 패배는 윤석열정부의 실패와 맞물려 있으며 일부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남은 1년 동안 어떤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패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윤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그런 윤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해 지금부터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공천받을까? 차기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이목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공천 문제로 쏠렸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 공천 문제가 딜레마다. 막상 공천을 주자니 부담스럽고, 안 주자니 여론과 일부 당원의 반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고향인 서울 노원구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 지도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볼 심산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당이 변화하는 노선을 보여줘야 된다”며 “유승민 전 의원을 죽이겠다고 마지막까지 기다리면서 대구 공천을 주느니, 안 주느니 이러다가 나중에 가서 당이 파탄났다. 나는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 있다. <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움직일 조직 때문으로 보인다. 애써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리스크 중 하나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내 선거에서는 득이지만, 민심 선거에서는 확실한 독이다. 당장에 선을 그어버리고 쉽게 내치기도 어렵다. 현재 폭주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국민의힘 내 서열 2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설화 이후 전 목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의힘에 과시 중이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잡기도 놓기도 해당 자리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칭송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의 예배 참석 배경에 대해 ‘보답’ 형식이 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 목사가 상당수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설화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와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확전 중이다. 이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는 김 최고위원의 구애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 보다는 총선 전략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전당대회 때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전당대회 직전 전 목사가 주관한 3·1절 국민대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서 “존경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하여금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 안팎서도 이를 두고 끊임없이 공방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균열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과거부터 전 목사와 국민의힘은 흔히 말하는 밀당을 하는 관계다. 사실상 전 목사를 두고 목사보다는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300회가량의 집회를 이끌어왔다. 2018년에는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선 이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걸맞지 않게 정치적인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끊임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더욱 세력이 커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기회를 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곧 한기총의 내분을 불러왔고, 회원 교단의 대부분이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재원이 쏴 올린 신호탄 과거 동맹 인사도 손절 중 그는 자주 “종북 좌파를 끌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전 목사는 총선에 앞서 ‘문재인정부가 총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논리로 수차례 집회를 반복했다. 황 전 총리와는 말 그대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절, 황 전 총리는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서기도 했다. 전 목사도 황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정치적인 기반을 닦았고, 안팎으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2019년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결성을 주도했다. 당시 결성식에 참여한 인물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이외에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성동·장제원 의원, 김기현 당 대표,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전 목사는 황 전 총리가 단식투쟁을 했을 때 손을 맞잡기도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진 시기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총선 패배 이후다. 최근 들어선 황 전 총리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전 목사를 고소했다. 지난달 전 목사는 “전당대회 과정서 과거 황 전 총리가 공천을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전 목사가 과도한 공천 요구를 해왔다”고 반박에 나섰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두 사람의 좋았던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를 내놓으라”며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 목사는 자신의 입으로 ‘공천위원장 임명 시 사흘 전에 상의하자는 약속을 해달라’는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문수 당시 자유통일당 대표가 아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언급한 것. 뒤늦게 손절각? 황 전 총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옛날부터 (전 목사와)하나 되는 게 힘들었다”며 “과거에는 괜찮았다. 지금은 우파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혼자서 자기 갈 길만 간다. 협력이 전혀 안 되고 본인 말을 안 들으면 손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수 세력과 전 목사는 협력적 연대 형식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연대를 통해 큰 조직을 꾸렸는데, 현재는 그 진영에 균열이 생겨 버렸다. 한때는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지지율을 갉아먹는 존재로 인식된다. 공격당하는 이는 황 전 총리 뿐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 목사의 표적이 돼 버렸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로 두 인물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승리는 내 도움 없이는 안 된다” “200석을 얻고 싶으면 나와의 거리두기를 포기하라”는 식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전 목사 측은 “정당에 조언하겠다는 의미였다”며 정정 자료를 냈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전 목사는 자신이 김 대표를 밀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나왔던 김 최고위원이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 덕분이라고 했다. 과거 전 목사와 함께 동맹관계였던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이런 사람이 설치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전 목사와 함께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목사에게)당 지도부가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며 한껏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 목사의 이 같은 독자적 정치활동은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강화돼오고 있다. “언급 자체 하지 말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진화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 시장을 향해 “시정에나 집중하라”며 홍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에는 홍 시장을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전 목사의 손절이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사야’로 치켜세우는 등 전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자 당 지도부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당초 전 목사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던 김 대표는 그 사람의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초반의 소극적인 대처와 달리 이번 김 대표의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력해진 측면이 있다. 전 목사를 ‘그 사람’으로 지칭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당원도 아니고,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김 대표의 경고를 받고 한 달 동안 모든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며 셀프 반성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사실상 면책이나 감봉 등의 유의미한 징계가 아닌 김 최고위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서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에게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힘은 재빠르게 윤리위원장 인선에 나섰다. 황정근 변호사가 새 윤리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도 빠르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징계를 통해 전 목사와 명확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 목사에게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당내 현역 의원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전 목사 리스크를 두고 당 중진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받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까지 거론됐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시 김기현 지도부의 첫 징계로 정치권에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한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도부는 이중 당적자에 대한 출당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당원 수는 84만명에 이른다. 당내 분란 심해지는 형국 중도 민심 더욱 악화 우려 이번 전 목사 사태로 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 윤정부 국정운영, 22대 총선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당장 하락을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에 전 목사 리스크까지 더해져 당내는 참담한 분위기가 감돈다.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전 목사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 깊게 침투할수록 내분이 가속화되고, 김기현 체제 돌입 후 혼란이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정화’를 꿈꾸며 지도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되레 더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전 목사와의 동행은 국민의힘 총선 패배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만큼 전 목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의 가장 큰 화두가 전 목사였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총선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에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홍문표 의원도 “전 목사가 국민의힘에 30만 당원을 심어놨고, 그 힘으로 당이 버티고 있다고 선전한다”며 “당론으로 결정해 하루빨리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과 전 목사를 연관짓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위의 발언처럼 일부 중진 의원들은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까 하는 걱정이 담겨있다. 전 목사 리스크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반색할만한 먹잇감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데 반해,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인해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극성 조직이 안성맞춤이지만, 민심이 걸린 선거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국면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이 얽힐 경우, 자연스럽게 중도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도움? 어쩌나∼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지는 중도층은 차기 총선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정당 지지도 지지율을 내줬으며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써 ‘골목 선거’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가득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다. 중도를 노린 행보들은 줄줄이 전 목사 리스크에 가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 목사가 반성하려는 조짐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옛날부터 보수당과 완벽한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새 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했다. 황 변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주도한 이양희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다. 황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인물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국민의힘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황 변호사는 임명 이후 첫 안건으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징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지지부진했던 ‘50억 클럽’ 수사를 재개했다. 군불만 때다가 본격적으로 밥을 짓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멤버는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이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1년 8월의 일로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달군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대장동 사건과 연루된 인물,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재판인데…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가장 큰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진행 속도가 더뎠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0억 클럽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가리킨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곽 전 의원 역시 기소 이후 1심 재판서 뇌물죄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와 검찰 수사가 좌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일반 사원에게 지급하기엔 퇴직금이나 위로금 규모가 커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의 담당 업무, 액수를 볼 때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곽, 1심에서 뇌물죄 무죄 검찰 보강 수사 압수수색 곽 전 의원의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0억 클럽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을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의 집단 퇴장에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민주당 진성준·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을 병합 심사해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 제공 행위 ▲위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자에 관해 많은 사실관계가 수사로 밝혀지는 시점에 특검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수사 지연과 증거 멸실로 이어져 신속한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뇌물 무죄 특검 가나 정치권이 특검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했다.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 곽 전 의원이 뇌물을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속여 받은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곽 전 의원 부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이끌어내는 듯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곽 전 의원을 재수사하면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표적은 박영수 전 특검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 및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도 곧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외에도 김만배씨와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김 전 총장은 김만배씨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부분 법조계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 전 총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50억 클럽 인사의 면면이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일단 곽상도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지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이 1심 재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야당인 민주당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들이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알선수재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특검은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 표적 정치권, 특검이냐 검찰이냐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건져낸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었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20년 7월 선거법 위반 판결 전후로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11일 재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가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을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불기소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 관련 모든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 6명 어디까지 법조계에선 검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면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상황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립된 지 2년이 넘었다. 출범 이후 기대와는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와 재판에 넘겨도 재판부로부터 뭇매를 맞을 정도로 수사 전문성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최근 ‘대우산업개발 뇌물’ 사건 인지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검사가 직접 프린트를 해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극심하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매력적인 기관이 아니라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답답하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접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신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사실상 윤석열정부로부터 외면받은 이후 정치권의 관심도 꺼졌다. 첫 자체 수사에 착수했으나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수처 안팎서 나온다. 첩보 입수 후 강제수사 전환 공수처가 ‘대우산업개발 뇌물’ 사건을 인지한 것은 올해 초다. 경찰 간부가 약 2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상한 자금흐름까지 포착했다. 지난달 13일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송창진)는 김모 서울경찰청 경무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을 받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이 지인 A씨에게 2억원가량을 송금해 현금화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회장이 ‘삼촌’으로 부르는 A씨는 2억원을 전액 5만원권으로 인출해 이 회장에게 다시 건넸다. 공수처는 이 돈이 김 경무관이 받기로 했던 3억원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가족의 부동산 매매 대금일 뿐 자금세탁과 무관하고 현재도 금고에 보관 중이라며 의혹을 부인 중이다. 공수처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 회장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계장과 친분이 있는 김 경무관을 통해 수사무마를 청탁했다는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김 경무관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경찰청에 보임하기 전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며 금품을 수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청탁 대가로 3억여원을 약속하고 실제 1억여원을 김 경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추후 자금 거래 추적 결과에 따라 수뢰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통화 분석을 통해 이 회장이 분식회계에 대한 경찰 수사정보를 인지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서 이 회장의 변호인 B 변호사가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자신이 사건관계인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면서 조사 전날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그 이유다. 공수처는 B 변호사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이 회장과 사건관계인을 동시에 변론하는 행위 등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을 법률 자문하는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대우산업개발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했다면서 이들에 대한 징계 개시도 변협에 신청했다. 또 지난달 21일과 22일, 이달 3일 서울경찰청, 대우산업개발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첫 인지수사…성과 내기 안간힘 “인력난 해소 안 돼” 수사 골머리 공수처가 최근 확보한 대우산업개발 이 회장과 한재준 대표의 통화 녹취록엔 수사정보가 유출된 듯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지난해 8월 한 대표와의 통화에서 “방금 경찰 전화를 받았다”며 경찰 측으로부터 수사정보를 들은 듯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수사에 반발 중이다. 김 경무관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토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측은 “김 경무관에게 전달했다는 1억여원은 김 경무관이 아니라 이번 사건과 무관한 후배 사업가와 채무관계를 정리한 것이고, 입증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김 경무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의 첫 인지 범죄 사건이다. 지난 2월 검찰 출신 ‘특별수사통’ 송창진(사법연수원 33기) 부장검사를 새로 임명한 뒤 수사3부는 공수처의 주력 수사부서로 거듭났다. 이번 수사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으면 사실상 ‘존재 이유’는 증명한 셈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수처 내부에선 ‘인력난’이라는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공수처 전·현직 관계자들은 산적한 업무량 때문에 휴직계를 마음대로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대변인실 직원이 행정업무 부서에 발령될 만큼 기본적 사무 업무를 처리할 인력이 타 기관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직 공수처 관계자는 “휴직했던 직원이 출산 직전까지 근무하다가 바로 복귀했다. 사람 1명이 없으면 여러 명이 배로 일을 해야 한다. 대변인실 관계자가 행정업무 부서로 가는 등 어쩔 수 없는 인력난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력 문제는 김진욱 공수처장도 직시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서 김 처장은 “인력난이 제일 큰 문제”라고 밝혔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이다.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2023년 3월 기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각각 23명, 38명으로 정원 미달이다. 특수통 영입 주력 부서로 행정직원도 미달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체 정원이 채워진 바 없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관계자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사정기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거나 수사 의뢰가 온 사건만 수사한다. 인지수사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고 수사 과정상 여건이 되지 않으면 검찰에 다시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서 법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정치권마저 공수처에 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전문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비서·감사·예산·인사·급여·계약·지출·결산·기록관리 등 공수처 운영의 기반이 되는 행정직원들의 환경이 바뀌는 게 급선무다. 현재 공수처는 분야당 1명의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조직 운영 업무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 중앙·지자체·공공기관서 정원 외 파견 직원을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로부터 지원받는 수사 담당 인력과는 별개다. 파견된 행정직원들은 통상 6개월~1년 단위로 근무한다. 원소속 기관과 지자체 사정에 따라 파견 기간이 다르지만 업무에 익숙해질 때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와중에 정치권과 법조계로부터 ‘종이호랑이’라는 비판과 함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은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공수처는 ‘메리트’ 없는 기관으로 낙인찍혔고 ‘가고 싶지 않은 기관’으로 불리게 됐다. 문서 출력할 인원도 없다?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뒤 <공수처 조직역량 강화 방안 마련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공수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서 170명으로 2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공수처장·차장 포함)는 부장검사 5명·부부장검사 7명·검사 26명 등 총 40명이 필요하고, 수사관은 검사 인력의 두 배인 80명, 행정직원은 50명이 적정 인력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 인력이 늘어나려면 국회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사관을 40명서 80명, 행정직원을 20명서 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안은 검사를 25명서 4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립을 주도한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관심이 없다. 민주당 일각에선 공수처가 자초한 일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과거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과 대통령 직속 검찰 과거사위원회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이 ‘태클’이었다는 주장이다. ‘고발 사주’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공수처가 맡았던 사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7개월가량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구속영장·체포영장 등이 모두 기각됐다.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그 밖에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검사 뇌물수수 혐의 사건 역시 1심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수사 전문성 논란도 지속됐다. ‘공수처 폐지’를 거듭 강조하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조용하긴 매한가지다. 지난해 4월 작성된 윤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공수처법 개정이 언급된 것과는 딴판이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가량의 대외비 문서다. 수사관이 행정업무까지 커버 “국회서 법개정 시급” 설립 주도한 민주당조차 무관심…스스로 자초했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검찰·경찰·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 과제와 함께 담겼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 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애매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상의 한계 때문에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정무직 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 이상(대체로 2급 이상)과 가족이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 감사원, 금융위원회 등의 경우 3급 이상 공무원까지 수사 대상에 속한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범죄 ▲허위 공문서 작성, 강요, 공갈, 횡령·배임, 알선수재 등 ▲변호사법 위반, 정치자금 부정수수, 정치 관여, 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국회 위증 등이다. 통상 고위공직자 비리는 기업인과 얽힌 구조가 많다. 예시로 대장동과 같은 부동산·금융 범죄가 그렇다. 검찰과 경찰은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 공여자인 민간인 조사를 시작으로 자금 흐름을 먼저 파악한다. 정황이 포착되면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을 소환 조사한 이후 고위공직자의 혐의 입증에 매달린다. 현행 공수처법상 이 같은 수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고위공직자 본인이 부하 직원, 실무자를 거치지 않고 민간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3급 이상이 아니면 수사에 제동이 걸리거나 분리 후 타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차이도 크다.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수사 대상이어도 기소 대상이 아니라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사건서 손준성 검사의 공범으로 판단했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대표적이다. 애매한 수사 대상 김 의원은 사건 당시 변호사였다. 고위공직자가 아니라서 손준성 검사와 따로 떼어내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이첩했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수사 대상과 수사권, 기소권 역시 공수처 설치법을 둘러싼 국회 여야 합의 과정서 원안이 바뀐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법 설계 문제는 공수처 안팎서도 신중히 검토한 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수처 권한 확대와 직결되는 만큼 학계와 전문가, 관계 기관, 국회 등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 측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은커녕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준비를 다시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공언했던 ‘올해 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나섰다. 신문을 끝마쳐야 하는 증인만 50명에 달하는 탓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나 법정에 출석했지만, 검찰은 아직 첫 번째 증인에 대한 주신문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보니 장기화 전망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50명에 관한 신문을 모두 끝내는 데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8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검찰이 피고인 진술조서 확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재판 현장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 능력이 상실돼 피고인을 법정서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중략)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재판부가 피의자 진술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 8월부터 전면 수정돼 피의자가 검찰서 어떤 진술을 했건, 재판장서 뒤집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피고인 혹은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해당 진술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보다 많은 사람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한두 명의 참고인 조사만으로 재판에 임하다가 참고인의 변심으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느니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제 검찰의 신문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분이 넘는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그 30분도 1시간으로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정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증인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들을 모두 신문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증인의 숫자를 본 법조계 사람들은 재판의 장기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내 판결’ 물거품…증인 신청만 54명 개정된 형사소송법, 재판 지연에 한몫 공직선거법상 1심의 심리 기한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또 2심 및 3심 선고도 원심 선고 직후 각각 3개월 이내에 내려져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가 지난해 9월8일 진행됐으니 1심 선고기일은 지난 지난달 8일까지여야만 했다. 그러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명목상으로는 해당 선고기일을 강행 규정으로 명시해놓고 있지만, 이번 같이 선고기일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법조계에선 해당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이 증인 신청을 늘리던 지난해 말, 재판부는 “(증인을 이렇게 늘리면)6개월 안에 되겠느냐”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을 고려하면 6개월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걱정이 담겨 있던 발언이었다. 법조계에선 50명의 증인 한 명 한 명을 검사가 신문하고, 변호인이 반대 신문한다면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지금부터 적어도 4개월 이상 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재판 자체가 격주로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데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알지 못했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2021년 12월21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물이다. 당시 여권은 “이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기억서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전 처장 발언으로부터 2개월 전인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언론에 보도되며 일파만파로 퍼졌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선거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 같으니 국토부 직원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반응하며 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나 검찰은 이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가 재판서 이기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고, 사건 조사를 마친 뒤 그를 재판부에 넘겼다. 그 관련한 재판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이 대표의 의원직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서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다만 해당 재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민주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당헌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분상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비명계로부터의 거센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현재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당 대표를 누가 인정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재판에 검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 출석이 언론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마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뒤 지속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과 관련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서 “절대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측에 힘을 실어줬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법정서 처음 마주한 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돌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재판에만 집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고, 이 대표는 계속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 전 본 부장은 “(이 대표가)궁금한 사항을 물어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말씀드린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따로 통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 대표가 민주당 부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남시장 나올 이재명씨’라고 이야기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띄우려고 한다”는 등 구체적인 상황을 증언했다. 재임 중 재판 익숙한 이재명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 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난 사실은 수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김 전 처장을 기억할 특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폰을 주요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김 전 처장 휴대폰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돼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검찰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대표)이 김씨와 따로 통화한다는 말을 어떤 경위로 들었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나하고도 말을 했다.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측이 불리한 재판을 최대한 끌어 다음 선거를 대비하려는 전략을 세운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임기 중 공직선거법상으로 재판을 받은 경험이 한 차례 있었다.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직에 부임하고 있던 그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5년 전, 이 대표가 몰린 혐의 역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이었다. 법조계 “신문만 수개월” 길어질수록 웃는 친명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직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경험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것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판단해 재판부에 넘겼다. 2심서 이 대표가 받은 형은 벌금 300만원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대표는 당선 무효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서 극적으로 이기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사직 상실을 넘어 정치생명 위기까지 거론되던 그가 다시 살아나던 순간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소됐는데 최종 무죄 판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대표는 당시 도지사 임기의 절반 이상을 재판받으며 보냈다”며 “이번 소송 또한 그보다 더 걸렸으면 걸렸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 임기를 모두 채운 뒤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계 관계자들도 검찰이 ’급하게‘ 재판을 끝내려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증인을 신문해 ’유죄 확정‘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인 50여명 중 40여명이 이 대표 측이 아닌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을 끌면 이 대표에게도 좋은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없으면)대표직을 내려놓은 명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검찰도 이를 알지만 속도보다는 정교함에 초점을 두고 재판을 준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에는 김 전 처장의 유족,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민용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가는 입꼬리 법조계 관계자는 “(증인들)대부분이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 FC 의혹 등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들로 주요 증인이기도 하다”며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증인들의 출석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도 버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대표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다. 재판 관련 뉴스에 여론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는 데다 본인의 임기를 계속 채울 수 있어 영향력을 잃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파기환송심까지 염두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을 수년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재판 패배 시 400억원 물어내야? 재판에 지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입장서도 그의 패소는 중대한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는다면, 민주당이 지난 대선서 보조받은 434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 건물을 팔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법에 당선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비용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알린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비용을 반환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보전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는 것에 다양한 법 적용 방법과 해석이 들어가 법정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