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갔던’ 친문 기업의 추락

‘문’ 달아준 날개 ‘윤’ 다 떼버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좋은 날이 마냥 이어질 순 없다는 뜻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업은 부침이 더 있는 편이다. 호황과 불황을 넘나드는 시장의 시류에 잘 올라타야 한다. 그와 동시에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바로 정치권이다. 특히 정부의 성향이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정부서 추진됐던 정책들이 여럿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은 ‘문재인정부 지우기’가 윤정부의 핵심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정권교체가 10년 주기로 이뤄질 때는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편이었다. 

5년 만에
바뀐 분위기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면서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 국회서 우위를 점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서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대선서 승리해 균형의 추가 맞춰졌다.

여소야대 국면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삼아 입법을 시도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국은 경색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의 행보는 특히 외교와 경제정책서 두드러진다. 윤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했던 문정부의 중립외교를 뒤엎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세일즈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청하면서 순방 외교에 몰두 중이다. 경제와 외교를 접목해 대한민국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역시 ‘친노동’ 정책을 우선시했던 문정부와 상반되는 행보다. 

이 과정서 문정부서 흥했던 기업이 윤정부 들어 쪼그라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정부서 이른바 잘나가던 기업이 정권교체 이후 타격을 입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윤정부에선 그 정도가 노골적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에 이어 그 대상이 되는 기업까지 엎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첫손에 꼽히는 기업은 카카오다. ‘공룡기업’으로 불리는 카카오는 내수시장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배경으로 각종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어 문정부와 ‘밀월관계’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전 정부 정책 뒤엎기
외교부터 경제까지

하지만 카카오 계열사가 100여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문정부 말에 이르러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칼을 뽑았다. 점유율 90%가 넘는 메신저 앱(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 계열사가 표적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주요 서비스 접속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 과정서 카카오의 사후 처리가 문제로 떠올랐다. 양적으로는 크게 확장됐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숙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 밉상’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윤정부는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카카오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단순 규제를 넘어 카카오 계열사에 처벌의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선봉에 섰고 칼끝은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까지 겨누고 있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이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카카오는 의혹에 연루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야심차게 금융업에 뛰어든 초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고 향후 금융 관련 사업은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카카오를 ‘콕’ 찝어 ‘철저한 조사’ ‘반드시 제재’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해당 발언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나왔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이 부도덕한 형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대책을 내놓겠다며 즉각 반응했다. 

국민 기업
국민 밉상

카카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가려졌을 뿐 문정부서 승승장구했던 건설사의 입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호반건설·중흥건설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정부가 호남기업을 타겟으로 잡았다는 말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벌떼 입찰’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호반건설·대방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제일건설 등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먼저 호반건설이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647억원)에 이어 부당지원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3번째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해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가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한 후 이를 총수 자녀 소유 회사와 그 자회사에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조사 과정에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 측은 지난 9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2심 법원서 다룬다. 과징금 폭탄 외에도 호반건설 앞에 놓인 산은 높고 험하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호반건설을 겨냥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직후다.


장관이 직접
“화가 난다”

원 장관은 “호반건설이 벌떼 입찰로 알짜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은 뒤 그걸 두 아들 회사에 양도해 아들을 번듯한 회사 사장으로 만들었다”며 “2013~2015년 벌어진 일에 대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 벌었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그러면서 “국토부서 해당 시기에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가 입찰 등록기준을 충족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공소시효(5년) 소멸을 들어 김상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지만 국토부 입장은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호반건설의 승계 작업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가 껑충 뛴 중흥건설 역시 공정위가 불붙인 벌떼 입찰 의혹으로 표적이 된 상태다. 문정부서 ‘벌떼 입찰’로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를 5개 건설사가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호반건설이 18필지로 가장 많았고 중흥건설이 11필지로 나타났다.

우미건설(17필지), 대방건설(14필지), 제일건설(7필지) 등도 이름을 올렸다. 


문정부서 보조금을 몰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에디슨모터스는 여권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관계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에디슨모터스 자금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회사에 지원된 정부 자금 1960억원 중 문정부 시절 집행된 금액은 19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디슨모터스는 2017년 당시 강영권 회장이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를 인수한 뒤 지금의 사명으로 바꿔 운영한 회사로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

카카오·호반건설·에디슨모터스
전폭적인 지원→조사·감사 대상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서 문정부와 전북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법정관리와 경영진 기소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에디슨모터스에 돈을 댄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전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전북도가 에디슨모터스로부터 입은 직접 피해 추계액은 52억3700만원에 이른다. 앞서 문정부 당시 행정안전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군산형 일자리 산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에 막대한 금융지원은 물론 빚보증까지 해줬다. 2021년 7월 전북도와 군산시는 각각 50억원씩 출연해 100억원을 빌려줬고 전북도 산하기관인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이 대출에 대한 빚보증을 섰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고 전북신보는 올해 초 보증에 따라 대신 빚을 갚았다. 

전북신보는 국정감사에서 “에디슨모터스 대위변제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군산형 일자리를 이끌기 위해 대승적으로 사업을 지원했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에디슨모터스로 인한)피해는 고스란히 전북도민이 지게 됐다”며 “왜 이런 피해를 보게 됐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서 에디슨모터스로 지원한 돈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진공은 2018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회에 걸쳐 에디슨모터스에 약 129억원을 지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에디슨모터스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고 곧 감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국감서 밝혔다. 

5년 뒤엔
또 누가?

한 경제계 인사는 기업의 흥망성쇠 주기가 5년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대권의 향배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엎는 과정서 이른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기업이 철퇴를 맞고 있다. 반대로 또 다른 기업은 친정부라는 바람을 타고 위로 오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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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