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민주당 꽃놀이패

“타협은 없다” 용산 압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마친 민주당이 입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 중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도 있다. 타협의 여지가 적은 법안을 다시 국회에 올리면서 용산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1월 정국에 접어든 민주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판 지각에 변동이 생겼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서 두 자릿수 차이로 패배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껏 몸을 낮췄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전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기도 하다.

신사협정
실효성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선거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대통령실 입장이 나왔다. 다음 날에는 “선거 결과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보선 관련 언급이 전해졌다.

이 밖에도 용산 대통령실서 참모진과 회의하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 등 ‘민생’과 ‘소통’을 화두로 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놨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정운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됐다. 국민의힘 역시 “민생 해결을 위해 협치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하자”는 기조를 내세웠다.


민주당도 발맞춰 ‘민생 최우선’이라는 변화를 선언했다. 지난 23일 단식 치료를 마치고 국회로 복귀한 이 대표는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회의장서 서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잠잠해질 전망이다. 여야가 회의장서의 피켓 소지 및 부착 행위, 고성이나 야유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를 보면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전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야 의견이 서로 달라도 회의장을 나가면 의원들끼리 안부 정도는 묻는 분위기였는데, 21대 국회에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날카로운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홍 원내대표도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 말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가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협치 유효기간 11월?
거부권 꺼내면 또 ‘전쟁’

국민의힘이 의대 정원 확대를 띄우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 역시 차갑게 식어가는 민심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의료계 현안을 통해 각자 이득을 보려는 ‘동상이몽’을 꾀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례적으로 합을 맞추는 만큼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양당의 화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11월 본회의를 앞두고 의석수를 등에 업은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고, 여당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서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11월 국회가 민주당 ‘꽃놀이패’로 가득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여야 대립이 극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두되는 쟁점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야당이 단독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심의·의결 절차를 진행하고 이를 재가했다. 양곡관리법은 쌀이 수요 대비 3~5% 이상 더 생산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두고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 반할뿐더러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양곡관리법과 관련한 여러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11월 정기국회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은 총 14건이다.

개정안은 양곡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이나 목표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하는 ‘목표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국정감사에서도 농민 소득안정을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중심이 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후속 입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거부권만
만지작∼

민주당은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서 한데 모아 종합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농민의 의견을 진솔하게 담고, 정부 입장도 가능하면 수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개정안이 받아들여질지 예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톤다운을 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쟁점인 간호법 제정안은 발의 전인 논의 단계지만 민주당에서는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새롭게 발의될 간호법 제정안은 조항 내 갈등의 소지가 있는 문구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역사회’ 단어를 두고 “의료기관 밖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해왔다.

이에 민주당은 문구 수정을 통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바운더리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도 수정 대상이다. 기존법 5조에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간호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고교 졸업자로 간호학원을 수료한 자’로 명시했는데, 이는 학력 상한을 고교 졸업으로 뒀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교 졸업자’는 ‘고교 이상 졸업자’로 수정될 전망이다.

다만 수정된 간호법 역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이 ‘의료’서 간호 분야를 분리하는 법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때 의료계 파업까지 몰고 온 사안인 만큼 국민의힘 역시 “충분히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사실상 야당의 단독 처리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목적으로 두 법안을 재추진했다고 해석했다. 간호사와 농민 등 집단 표심을 공략하는 한편,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깎고
또 깎는다

만일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연일 강조해온 ‘민생’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이 추진해온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역시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민주당이 다음 달 9일, 국회 본회의서 두 법안을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현행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를 골자로 한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보게끔 하는 것이다.

즉, 사용자 범위는 확대하면서 노조 관련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방송 3법은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함으로써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함이다.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서 21명으로 늘릴 수 있다. 이 밖에도 국회, 학회, 시청자위원회, 언론단체의 추천을 받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도 포함된다.

앞서 두 법안은 정부·여당의 반대 속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채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회법 86조에 따르면 법안이 법사위에 이유 없이 계류된 지 60일 이상 지나면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법안이 직회부 요건을 충족했다”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은 “개정안을 정상적으로 심사하고 있었으므로 이유 없는 계류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4~5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두 법안에 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만 지난 26일 헌재가 두 건의 권한쟁의심판서 무효확인 청구와 권한 침해 확인 청구를 전부 기각하면서 “입법절차는 무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회법 86조 등 국회법상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탄력을 받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힘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생부터 예산까지 꽉
리스크 구석구석 공략

다음 달 예정된 예산 국회서 민주당은 ‘민생 예산’ 증액 추진을 위한 송곳 심사도 벼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새만금에 물어 전북도 예산을 삭감하고, 연구·개발(R&D) 투자금을 대폭 줄인 것이 주요 뇌관이 될 전망이다.

지난 24일, 전북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책임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잼버리가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이냐”며 “조직위에 전북 출신 공무원 75%가 파견 갔는데 공무원을 감시·감독 못한 도지사의 무능이고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예산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부 역시 새만금 (기본)설계서 재수립을 이유로 (기본)계획을 무력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쟁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명확하게 점검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예산을 복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올해까지 부처 예산을 100% 반영했던 예산안을 내년도에 갑자기 5000억원이나 삭감해 22%만 반영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며 ‘보복성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모욕”이라고 소리를 높이는 등 고성이 오갔다. 국민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한 신사협정 약속이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또 다른 쟁점으로 꼽히는 R&D 예산은 31조1000억원서 16.6% 삭감한 25조9152억원으로 책정됐다. 삭감 폭이 큰 분야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ICT R&D) 지원 사업 등이다. 비효율적이고 낭비성인 요인은 정비하고,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R&D는 늘렸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반면 대통령의 해외순방 비용이 증가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강하게 질책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R&D 예산도 깎고 일자리 예산도 깎고 골목상권 살리는 지역상품권 예산도 깎았는데, 해외순방 가는 대통령 예산만 늘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외국에 나가서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000만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어려운 삶을 제대로 챙겨보길 권유드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R&D 예산을 비롯한 청년 일자리나 소상공인 지원예산 등 정부와 반대되는 행보를 강조하며 증액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이는 총선을 앞둔 시점서 2030세대의 민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주당은 잠잠하던 ‘김건희 특검법’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지난 24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던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치명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리스크 중 하나를 재점화해 총선까지 압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된 만큼 김 여사 특검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세를 몰아 민주당 의원들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총선을 앞두고 골고루 뿌려 놓은 민심이 표가 되어 돌아올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화합과 파열 사이

화합의 길로 들어서는 듯했던 더불어민주당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당이 단합과 통합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메시지가 무색할 만큼 매일같이 친·비명계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친명(친 이재명)계가 계속해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의 징계를 요구하자 일부 비명계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하자는 호소는 선동인 ‘해당 행위’”라고 맞불을 놨다.

여기에 비명계를 향한 ‘개딸’의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또다시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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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