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19 16:27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직 당 대표는 집토끼 잡기에 몰두해 있고, 전직 당 대표는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빈틈을 메우기 위해 손을 보태기도, 내밀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다른 활로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지만 그럴수록 실점만 거듭 중이다. 과연 정부여당은 차기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 당 지도부서 천 위원장에게 자꾸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서다. 문제의 발단은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 천 위원장에게 “이 전 대표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핵관 이간질 그러자 천 위원장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 했지만, 윤핵관의 이간질에 넘어가 싸구려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 전 대표와 협력자임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당 지도부는 천 위원장에게 계속 구애를 보냈다. 청년 지지층은 바닥도 모른 채 추락 중이고, 연속적인 실책으로 보수당에 등 돌리고 있는 호남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한 해법으로 여겨서다. 청년과 호남, 두 가지를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천 위원장을 포용해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천 위원장은 이 같은 김 대표의 손을 과감히 뿌리쳤다. 당의 일반적인 대세론에는 이 전 대표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함께 가기 힘든 반윤(반 윤석열)정서로 보는 시각이 강한 탓이다. 사실상 천 위원장, 허은아 의원 등과는 함께 갈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도 그들의 중심 격인 이 전 대표와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전당대회 기간 천 위원장은 ‘천하용인’에 소속돼 한 팀으로 뛰었다. 이 기간 동안 천 위원장도 상당히 많은 공격을 받았다. 배신자로 불렸던 것과는 대비될 만큼 현재 위상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장 국민의힘 지도부는 급할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어서다. 청년을 위한 대책과 호남을 바라본 행보를 하려고는 하지만 어쩐지 순탄치 않다. 물 보내기 운동에 맞춰, 윤석열정부는 4대강 보로 가뭄을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러 여파들로 인해 국민의힘은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위기는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잇따른 말실수 여파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 옹호, 제주 4·3사건 비하 논란 등 벌써 3번째 실책이다. 김 최고위원은 결국 침묵형을 받았고, 당분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지지를 철회한 층이 청년층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도층·수도권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부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김 대표 당선 직후 아주 잠시 반짝했을 뿐이다. 전통적 지지층 역시 부정 평가가 늘면서 위기감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당 지도부는 우향우 성격이 점점 짙어진다는 게 문제다. 집토끼마저 떠나갈까 노심초사 중인 탓이다. 손 내밀기도 애매한 상황 집토끼 결집도 위태위태? 게다가 김기현 당 대표는 제주 4·3사건 추념식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민생’과 서울에 일정이 있다며 참석 불가 이유를 댔다. 그는 제주도 방문 대신 2030부산세계박람회(EXPO, 엑스포) 유치 분수령인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을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사단 방한 일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 김 대표의 판단으로는 엑스포의 경제적 효과 등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도는 전당대회 기간 첫 합동연설 지역으로 김 대표가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바 있던 만큼 더욱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추념식에도 지도부 일부가 방문하기는 했지만 당 대표가 직접 왔어야 한다는 것. 특히 올해 추념식은 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등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 해소 등의 의미가 담겼다. 정부여당 대표의 불참에 유가족들의 반발도 상당히 거셌다. 사실 김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예정돼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당심 100%로 진행되는 선거에서는 중도층을 잡기보다 집 토끼층을 잡으려 했다. 다른 당권 후보들보다도 보수 성향 유튜브에도 출연이 잦았다. 당 대표 당선 때까지는 우클릭 전환이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도부 구성이 시작되자, 우려하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 줄실수 남발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다음 빅 이벤트는 총선이다. 현실적으로 텃밭층 민심도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총선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마저 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적인 우려는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당에도 보내는 메시지라고 읽힌다. 신 변호사는 이번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의 후보 시절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이 보수만 챙기고 있다”며 “이런 탓에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3:4:3 판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누가 더 얻느냐의 싸움이다. 유권자의 다수가 거주하는 수도권 표심이 승패를 결정한다”고 꼬집었다. 대체재 천하람 사실상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만 치중한다고 진단한 셈이다. 실제로 다음 총선에서는 윤 대통령의 측근인 검사 출신이 대거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럴 경우 총선 승리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최근 잠잠한 안철수 의원이 중도층을 공략할 인물로 떠오르는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안 의원이 중도층을 포섭할 수는 있을지라도, 당내에서의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당에서 적으로 낙인찍혀 있는 인물이다. 안 의원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중도층은 캐스팅 보트로 불린다. 이제껏 중도층이 지지를 보내 준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구미를 당길 아이템들을 제시해온 덕이다. 지금은 확장성이 필요한 시기다. 중도층이 빠져나가면서 윤 대통령의 중도층 50% 지지율 선이 붕괴됐고, 이제는 20%대까지 내려앉았다. 여권 전체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중도층은 통상 적극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탓에 중도층을 선점해야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가져갈 수 있다. 이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발목만을 잡는다는 말이 나와도 소용없어졌다. 단순 민주당 핑계만 대는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도권과 중도층의 지지세가 컸기 때문이다. 충청권 역시 윤 대통령의 당선에 한몫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선심성으로 느껴지는 민심 챙기기보다는 민주당과 중도층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를 선점해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선 기간보다 중도층 비율은 10%p 넘게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제1당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제3지대가 탄생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형태다. 중도층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공격하고는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민주당의 지지층이 결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실책으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대론 총선 필패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직접 등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하나의 악재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까지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는 이 대표가 법원을 출두해도, 사법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터져도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다. 더 이상 이 대표의 리스크를 하나의 표 뺏기 수단으로만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지점을 잘 안다는 듯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와는 다른 형식으로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다시 한번 민심 투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서 이 전 대표는 이준석계 후보를 지도부에 단 한 명도 입성시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대신 민심을 얻었다. 당시 전당대회 구도에서 천하용인을 지지세는 민심서 더욱 두드러졌던 바 있다. 천 위원장은 민심으로부터 선두권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팀으로 움직인 점도 많은 이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핵관 대 천하용인의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었던 덕이다. 실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청년층이 지지율이 빠진 것과 전당대회서 천하용인을 지지했던 수치와 비슷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지도부가 노리는 지역들의 빈틈을 노린다. 이른바 순진(순천-진주)한 계획을 세웠다. 10년 만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참석해 언어 통역 봉사를 하고 경남 진주서도 교육봉사활동을 한다. 사실상 당 지도부와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제주도에도 함께 방문했다는 점도 김 대표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 중도 노리며 장외 정치 김, 해결책 마련 위해 고심 제주도 참석한 자리서 이 전 대표는 “지역의 아픔을 다루는 사안에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언제나 진상규명과 회복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며 김 전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는 “(지도부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기본이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미스러운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당 모든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고 왔다”고 강조했다. 천하용인은 지속적으로 민심의 문을 두드려왔는데 이는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들은 험지 등에서 자꾸만 존재감이 커져간다. 모두 국민의힘 취약 장소들이다.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들을 계속 공격하면서 자신만의 세를 불려나가는 한편,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전 징계 결정 직전 이 전 대표는 민심투어에 나서서 장외 여론전을 펼쳐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천하용인 역시 당내만을 공격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새다. 최근 천하용인의 주요 공격 지점도 민주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중도층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이다. 이 부분은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담당한다. 이 의원은 팀 블로그인 고공행진에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역시 중도층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단순히 정치적 공격이 아닌,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를 향한 조직적인 반감을 우려해 마냥 그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이준석계는 개혁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전당대회 당시에는 개혁 이미지가 오히려 당원에게 심판을 받았다.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민심을 자극한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영향력이 줄었지만, 장외서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한 달 만에 시험대 올라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이 본래 지지층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총선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외연확장에 신경써야 한다. 현 상황이 김 대표의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갈 길 바쁜데… 하나씩 터지는 실책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책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실언 이후 이번에는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이다. 조 최고위원은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의 대안을 묻자 “밥 한 공기를 다 비워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같은 당 김기현 대표도 “대책이 될 것 같냐”며 우려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940년대 밥공기 크기로 가면 더 많은 밥을 남기고 더 많이 버려서 해결된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에도 공격거리를 제공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황당무계한 발언이라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다”고 지적하자, 조 최고위원은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행동에 대해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쌀 피자 만들기 캠페인을 펼친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오른팔로 알려진 ‘2인자’ 정조은(가명)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명석 라인’으로 알려진 일부 JMS 간부들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횡령 의혹 때문이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성폭력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정명석의 유죄 가능성이 큰 만큼 정조은도 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이 받는 혐의는 크게 2가지다. JMS 내부서 제기된 부동한 투기·횡령과 성폭력 방조 혐의다. 그간 JMS 탈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범죄를 알고도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준강간 방조? 묵비권 행사 정조은은 정명석이 구속 기소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달 12일 새벽에 진행한 예배서 “사실상 넷플릭스 다큐와 보도 내용 등을 인정하고 지난 과오가 있다면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밝힌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정명석 라인’으로 분류되는 JMS 간부와 신도 대부분이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은 데 이어 사정기관의 칼끝에까지 섰다. 앞서 정조은이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흰돌교회 교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흰돌 교인 전체를 섭리 표상교회로서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인을 혼란에 빠뜨린 점, 영육으로 삶을 위태롭게 만든 하나님의 귀한 생명들을 잃게 만든 점 등의 책임을 물어 흰돌 교역자 정조은 목사, 주충익 목사(본명 오충익)를 직위해제하는 해임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역자단은 2년여간 하늘의 말씀 원본을 훼손해 전했고, 모두 정조은 목사와 뜻을 같이해온 바, 교인들은 그 누구의 설교도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충익 목사가 지난달 21일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청년부 예배서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정조은 목사는 슈스(슈퍼스타·중고등부) 예배 진행 시 2세(JMS 신도들의 자녀)들의 이성관을 혼란스럽게 만듦과 동시에 정명석의 말씀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명석의 ‘옥중 편지’에는 이들 간 갈등을 수습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정명석은 편지를 통해 “절대 싸움과 분쟁과 다투면 안 된다. 거룩한 성전이 싸움터가 되면 너무나도 큰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조은이 목사도 흰돌교회서 사임하지 말고 교인들과 대화하고 단합하고 풀어주고 잡아주고 여러 가지 육적으로 흐른 신앙을 잡아주고,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 사명자 하나 되어 결심대로 잘 좀 해주자”고 덧붙였다. 정명석의 편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는 “해당 편지의 사인과 필적이 선생님(정명석)의 것이 아니다. 정조은이 선생님의 필적을 위조했다”며 “필적 대조 조사를 맡기고 정조은이 임의로 선생님을 사칭한 것이라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혐의로 공동정범 피의자 신분 확인 부동산 투기·횡령 혐의도 경찰 소환 조사 소속된 집단마저 등을 돌린 이후 정조은은 지난달 말 분당경찰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JMS 간부로부터 고발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였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압수수색을 받았다. 대전지검과 경찰이 정명석의 성폭력 사건 공범으로 정조은을 겨눈 것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정명석의 추가 범행과 공범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입건된 조력자 인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JMS의 본거지로 꼽히는 충남 금산군 소재 월명동 수련원뿐 아니라 정조은 주거지와 담당 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몰락하는 정 라인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기보다는 여신도들을 회유해 그 옆에 계속 붙여둔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에게 ‘네 잘못’을 운운한 대목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시도한 것으로도 읽힌다. 에이미씨는 “정조은이 직접 제가 성폭력당하는 걸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저는 그녀가 닫힌 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JMS 피해자와 탈퇴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다지고 있다. 정명석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기소를 통해 구속기간을 연장도 준비 중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동종 혐의인 만큼 경찰이 수사 중인 한국인 여신도 성범죄 사건과 관련, 우선 1명과 관련해 추가 기소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 분리해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판부는 증인을 집중 심리하는 한편 검찰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은 구속기간 내에 선고를 마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명석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이 너무 많고 그마저도 불출석해 재판이 공전하는 등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심리 중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정명석에 대한 지난 4·5차 공판서 “피고인의 ‘특수성’ 때문에 석방을 고려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 방영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고, 피고인의 과거 행적과 조력자 등 내용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어, 보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명석 측 변호인이 요청한 22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모두 채택하기는 어렵다며 진술서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지난달 21일 열린 5차 공판서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해서라도 최소 10명에서 15명 이상은 증인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출석 여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하루 안에 신문을 마쳐야 한다면 의미가 없어 증인들을 출석시키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변호인들은 3일 피해자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들이 신청한 증인을 추가로 채택하는 한편, 금산 수련원에서 현장검증을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어 이달 안에 1심 선고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경 증거 확보 올인 정조은은 정명석이 해외로 도주했을 때 밀착 수행을 담당했다.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을 때다. 정명석은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당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 명으로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4명이다. 그의 범죄 행위는 최근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로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춰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정황 확실 유죄 가능성” 구속 기로 JMS 간부들 ‘배신자’ 낙인도 한몫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1심에서는 피해자 3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형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형을 선고했다.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2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으며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수년 전부터 방조 정황 JMS 탈퇴자와 피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을 밀착 수행했던 만큼 지금까지 그의 성범죄를 훤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JMS 탈퇴자는 “정조은이 밀착 수행을 하면서부터 정명석의 신뢰를 얻었고 신뢰관계 유지를 위해 여성을 공급한 것”이라며 “정명석의 성폭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어도 방조 혐의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고문의 물밑 행보가 민주당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입방아에는 박 고문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의심부터 당 차원의 경고까지, 다양한 소문이 담겨있었다. <일요시사>에 의견을 전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가 ‘도를 넘어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고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옹호했다는 듯한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이라고 얘기를 하시더라”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한번 시험대 서다 그러자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비명(비 이재명)계 쪽에선 곧바로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했다”고 발언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17일 오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나뵀다”며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박 고문의 주장을 에둘러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옹호했다’는 박 고문의 주장과 ‘해석의 차이’라는 비명계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논쟁의 양상은 진실게임으로까지 번졌다. 비명계는 문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논점을 틀었고, 박 고문은 당일 일정에 대해 자세히 증언하며 문 전 대통령 발언의 신빙성을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해당 내용을 직접 묻지도, 또 관련 내용을 들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언론에 알리지도 않는 일종의 ‘관습’ 같은 것이 있다”며 “박 고문의 발언이 진짜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언론에 알리는 일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 꼬집었다. “정계 원로인 박 고문이 왜 그런 행위를 했느냐”는 <일요시사> 질문에는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저런 소문이 많이 들리고 있는데, 최근 당원 대상 강연에 본인을 초빙해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박 고문이 민주당에 복당한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고, 당내 영향력 있는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박 고문은 지난해 말, 민주당 탈당 6년 만에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합 차원에서 그의 복당을 받아들였다. 민주당 박성준 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그동안 최고위서 찬반이 팽팽했지만 대통합 차원에서 복당을 수용하자는 이재명 대표의 의견에 그간 반대하던 최고위원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다”고 복당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비대위원장? 차기 대표? 향후 행보 주목 “모든 계파에 영향력…박 고문 밖에 없다” 박 고문의 복당을 반대했던 최고위원 중 한 명은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6년 전 민주당 분당의 책임이 그에게도 있기 때문”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알다시피 당시 안철수 전 대표와 손 잡고 민주당을 둘로 갈라놓은 장본인 중 하나다. 그가 최근 이 대표에 관한 과도한 칭찬과 함께 복당하려 하는 것에도 숨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고문은 2016년 “통합을 위한 탈당”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서 파생돼 호남에 싹을 틔우던 각종 야권 신당들을 “통합하겠다”며 당을 나왔고, 실제로 안 의원(현재 국민의힘)과 손을 잡은 뒤 국민의당을 이끌었다.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이 2016년 20대 총선서 38석을 확보해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의 명분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민주당을 떠나 호남서 신당을 창당하던 인물들이 당시 친노(친 노무현)계에 저항하던 세력들이었고, 당내 원로인 박 의원이 그 갈등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로 선출된 친노계 민주당을 박 고문이 의도적으로 힘을 뺐다고 본다. 심지어 2015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에 그는 ‘친노’와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으로 본인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때 화두가 된 ‘호남홀대론’서 결정적 역할을 했고, 친노와 호남이 갈라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시 전당대회서 문 전 대통령의 강세를 박 고문이 꺾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통합이냐 분당이냐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당 대표로 당선된 뒤, 민주당 내부에선 갈등이 더욱 고조되어갔다. 갈등 끝에 결국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탈당을 시작했고, 이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호남에 찾아가 선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 신민당의 박준영 의원, 통합신당추진위원회의 박주선 의원, 원외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 등이 그들이다. 박 고문은 당시 호남의 신당들을 통합해야 야권의 힘이 최대한 유지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촉매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호남 신당들을 통합한 뒤에 국민의당과 합치겠다는 ‘대통합론’도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박 고문은 탈당 후 뱉은 말들을 대부분 현실화시켰고, 탈당은 일단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때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민주당 당원들 및 의원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분당의 책임이 있는 중진급 의원들은 아직도 민주당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며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노선을 아예 바꿔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박 고문의 복당이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 대표의 ‘정치적 결단’으로 분석했다. 당내 입지가 불안정한 이 대표가 박 고문을 당내로 받아들여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게자들은 박 고문 역시 이를 알고 민주당에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도넘은 행보 따가운 시선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 보고 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민형배 의원의 복당 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봤는데 이 대표가 직접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을 설득해 복당을 완료시켰다”며 “신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런저런 계산을 끝마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고문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다. 본인의 정치 커리어를 더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들어와야 했고, 이 대표의 의도를 잘 파악한 뒤 현재 당에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고문의 복당을 먼저 처리한 것이 검찰 출석에 흔들릴 이 대표의 입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박 고문은 당에 들어온 뒤 줄곧 이 대표의 입장을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수의 당 관계자들은 이번에 나온 문 전 대통령의 옹호 발언도 같은 맥락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이들은 현재 이 대표를 옹호하는 것도 본인의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한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이 대표를 내치는’ 모양새보다는 ‘이 대표를 지키지 못한’ 모양새가 표 결집에 더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박 고문은 그동안 이 대표 옹호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여의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을 당시 그는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면 안 된다”면서 “반대 의견이 41%나 된다는 여론조사를 참조해야 한다. 이것은 진보 지지층이 이 대표 아래로 뭉쳐졌기에 나올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차기 전당대회 노리나? 과거 분당 사태 책임론도 또 ‘이 대표를 정무위가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의 당헌 80조 논란에 대해서도 “대표직 정지 여부는 민주당서 당무위 의결로 결정하기로 돼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나가서 걱정하는 것은 필요 없다”며 사실상 친명(친 이재명)계가 장악한 당무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은 친명계 라인에 선 박 고문은 후에 있을 총선과 차기 전당대회 모두를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또,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급작스러운 사태로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할 시, 박 고문이 비대위원장 자리도 노려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한 비명께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비명계가 다음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 의원을 떨어뜨리거나, (이 대표에 대한)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가결처리한다면 이 대표의 낙마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며 “그때 공석이 된 당의 리더 자리를 여러 중진 의원, 그리고 권력 의지가 있는 당의 원로들이 노릴 것이다. 박 고문도 그런 인물 중 하나임엔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그리고 친문(친 문재인) 세력까지 모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현재로서는 박 고문 하나뿐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중론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설과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설 등이 힘이 빠져가는 가운데, 박 고문의 비대위원장 설은 오히려 점점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김 전 위원장이나 이 전 대표와는 달리 박 고문은 스스로 권력 의지가 투철한 편이다. 현재도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견 제시를 꺼리지 않으며 당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전주을 지역에 찾아가 무소속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가 당 차원의 경고 카드를 받기도 했다. 내부서 ‘박 고문이 다음 총선을 넘어 차기 전당대회까지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두의 편 모두의 적 그러나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런 박 고문의 행보를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그가 비록 모든 계파에 어울릴만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확실한 지지 계파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9단’이라고 알려진 박 고문의 정치역량은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내년 총선 전까지 박 고문이 ‘모두의 편’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모두의 적’이 될지 민주당 당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일, 한미 등 정상외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상황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일단 외교라인 곳곳에서 들려오던 잡음이 현실화됐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던 수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문정부가 지향했던 ‘미중 균형 외교’를 ‘한‧미‧일 공조 강화’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문정부서 약화됐던 한미동맹 회복을 최우선 현안으로 잡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한미·한일 드라이브 지난달 9일 윤 대통령은 당선 1주년을 맞았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자유 가치연대’ ‘세일즈 외교’ 등으로 요약된다. 한미동맹을 확대,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다. 스스로를 ‘1호 영입사원’이라고 자청하며 외연 확장에 공들인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국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짧은 취임 기간 안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로 만남을 가졌다. 이어 지난해 11월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서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 3자회담을 연이어 진행했다. 당시 한‧미‧일 3국 정상은 ‘프놈펜 성명’을 채택해 공고한 연대를 드러냈다. 프놈펜 성명에는 미국의 대북 억제력 강화, 경제안보대화체 가동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만큼이나 한일관계 회복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문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단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잔뜩 꼬인 한일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지난해 광복절 축사, 올해 3·1절 기념사 등에 담았다.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광복절 축사)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3‧1절 기념사) 등의 내용은 ‘굴욕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집권 2년 차 들어 윤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 공조로 대응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고 핵어뢰를 개발했다고 주장 중이다. 교체설 불거졌다 자진 사퇴 1시간 만에 후임 인사 지명 전술핵탄두 ‘화산-31’ 사진을 공개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진행된 한일정상회담은 그 후폭풍이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이달 말에는 한미정상회담, 5월에는 일본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한미일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교안보 정책 구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적해 있는 현안과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할 외교라인이 삐걱거리고 있다. 처음에는 멀리서 들리던 잡음이 점차 커지더니 현실로 나타났다. 외교라인에서 하나둘 구멍이 생기다가 어느 새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외교라인의 교체가 진행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한 차례 교체설이 불거졌다가 가라앉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라 뒷말이 무성하게 번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후 본인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 한미일 공조 그러면서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의 사퇴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된 뒤 김 전 실장까지 물러나면서 외교라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김 전 의전비서관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한 실책으로 사실상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외무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인 보좌역으로 합류해 대통령실에서 첫 의전비서관을 맡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된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비서관은 1년 동안 맡은 임무를 다했고 굉장히 격무했다. 그래서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교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비서관은 외무고시 30회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외교비서관을 맡아 일했다. 윤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에 동행했고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이 전 비서관의 교체를 두고도 문책설이 제기됐으나 대통령실은 일축한 바 있다. 그러던 중 김 전 실장까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 특히 김 전 실장의 사퇴는 언론 보도를 통해 교체설이 불거지고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한 뒤에 진행돼 더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경질이냐 갈등이냐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는 없었다. 그러나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대통령도 만류한 걸로 아는데 본인이 거듭 이 같은 바람을 피력해 고심 끝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외교라인의 교체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나갔지만 실제로는 경질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에서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는 이유다. 특히 그 배경으로 걸그룹 블랙핑크가 언급돼 눈길을 끈다. 방미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제안하는 서신을 여러 차례 보냈는데, 우리 외교라인에서 확답을 하지 않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행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부분이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외교라인 수장을 교체할만한 이유로 적합한지를 두고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하기 어려운 외교적 실책이 있는데 이를 밝히지 않기 위해 블랙핑크를 앞세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전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갈등설도 부각됐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의견 교환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실장과 김 차장과의 갈등을 두고는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것은 아니다”라고 갈등설에 관해 언급했다. 한미 정상회담 한달 앞두고 비서관 2명까지 3명 갈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알력설이)정설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통파 외교관이 지금 다 그만둔 것”이라며 “저런 경우는 보통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통 외교관 출신이 일제히 그만두고 있고 비외교관 라인은 그대로 건재하지 않나. 그러면 정통 외교관 라인이 비외교관 라인에 졌다고 봐야 된다”고 부연했다. 사퇴 배경으로 거론되는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초청 행사 보고 누락에 대해서는 “그것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외교라인 교체로 이어졌다는 말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3월4주(지난달 21~23일)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긍정과 부정평가 이유로 모두 일본‧외교 관계 언급이 크게 늘었다.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지난달 6일), 한일 정상회담(지난달 16~17일)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라인이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의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지명했다.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대미·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2020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윤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맡았다. 대통령실은 주미대사 후임자를 신속히 선정해 미국 백악관에 아그레망(타국의 외교사절을 승인하는 일)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임 실장 봉합 단계? 조 신임 실장은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이란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1개월 동안 윤정부의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 주춧돌을 잘 놨다고 생각한다”며 “그 주춧돌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윤정부의 국정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보답하는 게 임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앞에 놓인 ‘의혹의 산’이 계속 험난해지는 모양새다. 산을 하나 넘었다 싶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이 대표의 눈앞에 ‘재판’이라는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 공방의 시작이다. 최근 정치권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재명’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설 때부터 예상된 모습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이만큼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던 경우는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이 ‘사상 초유의 상황’인 셈이다. 1830억 5503억 지난 22일 검찰은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이 처음 불거지고 1년6개월 만이다. 대장동 의혹 등은 2021년 9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일정, 사업방식,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 실무진이 주장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해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또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민간업자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취하게 한 혐의를 적용했다. 성남FC 구단주로 있던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점, 네이버의 뇌물을 기부금으로 포장하도록 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함께 기소됐다. 선거법 이어 또 다시 재판행 이 “법원서 진실 가려질 것” 이 대표는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대장동 사건은 이미 8년 전에 불거졌던 검찰 게이트”라며 “당시 ‘정영학 녹취’가 이미 검찰에 압수됐고, 그 녹취 내용에 당시 범죄 행위가 적나라하게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사하지 않고 묵인‧방치했던 검찰”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어 “이미 정해놓고 기소하기로 했던 검찰이, 다만 시간을 지연하고 온갖 압수수색 쇼, 체포영장 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며 “진실은 법정에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은 5503억원의 공익 환수 성과고, 성남FC 광고 유치는 적법했다는 입장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 선거법 위반 혐의에 이어 두 번째 기소된 이 대표는 재판에 출석해 검찰과 시시비비를 다퉈야 한다. 가장 크게 쟁점이 되는 부분은 역시 ‘이익’이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성남도개공이 일정 수준의 이익만 확보한 것이 과연 배임죄가 되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받도록 해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남도개공 내부 문건을 근거로 이익의 70%(약 6725억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 차액인 4895억원을 배임 액수로 특정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기관이므로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익 배분을 비율로 정하면 예측을 벗어난 경기변동 시 행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불안정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배임이냐? 아니냐? 그러면서 부산 엘시티, 양평 공흥지구, 제주도 오등봉지구의 민간개발을 언급했다. 부산시장과 양평군수, 제주지사가 허가해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100% 취득한 것을 배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수 이익’도 쟁점이다. 검찰은 성남도개공이 1830억원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고 이 대표 측은 5503억원을 환수했다고 주장 중이다. 이 대표 측은 1공단 공원화와 서판교 터널 조성 비용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에 성남도개공은 그만큼 더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비용’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성남시는 물론 성남도개공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 다시 말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나온 이익을 분배하는 구조 등에서 이 대표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확정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개발이익을 민간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이 대표가 특혜를 몰아줬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변동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했고 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성남도개공과 성남시가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정이익 방식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업자의 이익이 커진 것은 부동산시장의 활황으로 인한 것일 뿐 공사가 이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제3자 뇌물죄’ 입증 여부가 관건이다. 제3자 뇌물죄는 형법 제130조에 규정돼있는 것으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제3자 뇌물죄는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8년 자유한국당·장영하 변호사 등의 고발로 시작해 지난해 대선 직전에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성남지청 수원지검 박하영 검사(현재 사임)가 검찰 내부망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관련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심 결과 언제쯤? 수사팀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데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이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터져 나온 의혹에 경찰이 재수사를 진행했고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관계자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네이버와 차병원, 푸른위례 등까지 수사를 확대해 이 대표를 기소하기에 이른 것. 반면 이 대표 측은 성남FC 광고를 위한 적법한 후원금 모집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자치단체장은 관내 기업·단체·기관·독지가를 상대로 기부나 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며 “경남FC를 보유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관내 기업에 후원(무상)을 요청해 수많은 기업에서 수억원씩 후원을 받아 이를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소된 혐의로 집행유예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정형과 양형기준을 고려하면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한 바 있다. 검찰의 말대로면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기다. 이번 국회의원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그 전에 이 사건의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제기부터 6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하도록 돼있지만 훈시 규정에 불과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줄줄이 나올 수사 결과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 시점이 되면 반드시 터지게 돼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정자동 호텔 의혹 ▲가스공사 부지 개발특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 산더미 민주당, 당 대표 지키기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도 ‘428억원 약정’ 의혹은 이번 공소사실에 빠졌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배당금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단 김씨는 428억원이 자신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법적 방어와 동시에 정치적 방어도 동시에 해야 한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해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 같은’ 부결로 나오면서 정치적 위기 상태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은 친명계(친 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기름을 붓고 있는 형세다. 일단 민주당은 ‘방탄 이재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당헌상 직무정지 규정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2일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헌 80조 유권해석 결과를 정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예외조항이 있는데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민주당 당무위는 이 예외조항을 근거로 이 대표의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혐의 여부가 아닌 정치탄압 의도를 고려했다는 것.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당헌 80조3항에 따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의결, 80조1항에서 규정한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위기 더 문제다?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서면서 당내 내분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방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 당무위 결론 이후 “정당 민주주의가 또다시 이재명 방탄 앞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