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광진구청 짬짜미 의혹

‘누더기 건물’ 사용승인 허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의 한 신축건물서 1년 넘게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자가 건물 시공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면 보수공사를 하는 식이다. 문제는 민원의 대부분이 사용승인(준공) 허가 이후 건물을 사용하는 과정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건물의 부실시공 의혹과 동시에 광진구청의 사용승인 허가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오가는 이른바 ‘더블 역세권’인 건대입구역 인근은 대표적인 서울 대학가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 건국대병원, 롯데백화점 등 사람을 빨아들이는 시설들이 밀집돼있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 직장인까지 말 그대로 유동인구가 ‘바글바글’한 곳이다.

삐까번쩍
새 건물

지난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건물이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은 오피스텔, 음식점, 예식장, 공공시설물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새것 티가 풀풀 나는 건물서 여전히 망치 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자 A씨는 건물 곳곳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갖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광진구의회서 언급될 정도로 노출된 상태다. 입주자의 문제 제기→시공사 혹은 광진구청의 보수공사가 반복되면서 건물은 말 그대로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건물 시공 과정을 관리·감독한 감리에 대한 두 번의 행정처분 요청, 건축주 고발, 위반건축물 등재 등 최소 4건 이상의 후속조치가 이뤄진 상태고 일부 입주자는 시행사 등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건물을 확인했어야 할 광진구청, 광진소방서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A씨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주차장 출입로 ▲지상 4~5층 무단 공사 ▲방염 등 크게 3가지다. 3가지 모두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건물 1층 일부와 3층, 도로 등은 광진구와 서울시에 기부채납된 부분이다. 서울시는 기부채납 받은 곳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이고 광진구는 서울형 키즈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모와 아이가 드나들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안전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준공 이후 민원 잇따라
6월에는 위반건축물로 건축물대장에

주차장법은 주차장 출입구의 높이와 넓이를 규정하고 있다. 주차장을 오가는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거나 양옆 연석 등에 부딪히는 일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명시한 것이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에 따르면 경사로의 차로 너비는 곡선형인 경우 2차로는 6.5m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자동차가 주차장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넘지 않을 회전 반경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지하주차장은 6.2m로 30㎝나 부족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주자창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침범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1대가 이용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자동차 2대가 동시에 드나들 때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3월 해당 지하주차장서 접촉 사고가 일어났다. 

또 주차장에 진입할 때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벽면으로부터 높이 10㎝, 간격 30㎝ 이상의 연석을 시공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규정에 맞지 않았다. 광진구청은 A씨 등이 민원을 제기하자 연석 부분에 스펀지를 덧대는 등 졸속 공사를 진행했다가 다시 항의를 받고 쇠로 보수해둔 상태다. 


지상 4~5층 무단 공사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당 층을 예식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불거졌다. 

광진구의회서 해당 문제를 지적한 장길천 광진구의원은 “5월에 확인했을 때 4~5층에 3군데씩 구멍을 뚫어놨다”며 “또 지상 6층 신부대기실을 15평 정도 무단 증축했다”고 지적했다. 바닥을 무단으로 해체하는 것은 대수선에 해당한다.

구의회서도
언급됐다

결국 지난 6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4~5층 사용주도 고발 조치당했다.

A씨는 “서울시와 광진구서 기부채납 받은 곳의 천장을 뚫은 것이다. 서울시와 광진구서 사용하는 공간을 훼손하면서 한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원상복구도 아니고 보강공사를 한다는 4~5층 사용주의 말에 바로 동의를 표한 것도 그렇고, 서울시와 광진구가 눈감아 주려다가 문제가 되니 부랴부랴 처리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위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는 광진구청 건축과 소관사항”이라면서 “서울시는 무단 철거로 인한 안전성이 우려돼 광진구청 건축과에 구조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구조기술사로부터 ‘장시간 방치할 경우 강도 및 내구성 저하가 발생하므로 보강이 필요하다. 보강공사를 실시하면 구조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염 처리 미비 의혹은 사안이 더 심각하다. 주차장 출입로나 지상 4~5층 무단 공사의 경우 뒤늦게나마 문제 제기와 후속조치의 단계를 밟고 있는 반면, 방염 처리 문제는 최근에서야 드 러났다. 방염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 최후의 시간을 벌어주는 보루로 여겨진다. 안전 문제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2층에는 최현석 셰프 등 유명 요리사가 운영하는 대형 중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 빠져나가면서 공실이 됐고 최근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3층 역시 광진구서 서울형 키즈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공사를 위해 천장을 뜯어놓은 곳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안전 문제

그는 “주차장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방염 처리를 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천장에 마감 조치가 된 곳은 실제 뜯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2~3층 공사 현장서 확인한 바로는 방염 처리가 안 된 곳이 있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처리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축 건물의 방염 처리와 관련해서는 소방서에서 담당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실내장식물 등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는 11층 이상 오피스텔이 포함된다. 방염 성능이 확인된 제품을 사용하거나 방염 도료를 칠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방염 처리가 미비하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광진소방서는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지상 8층의 야외광장 난간 높이가 규정보다 낮아 추락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장길천 구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장조사 당시 난간의 높이는 1m20㎝가 채 되지 않았다. 안전난간의 높이와 간격이 규정 미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승인 허가가 난 것이다. 이 문제로 감리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 입주민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 시공 의혹이 총체적 난국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착공부터 분양, 관리까지 건물의 A부터 Z를 담당하는 시행사,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 감독 역할을 맡은 감리,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책임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상에 문제가 드러난 부분은 당연히 시공사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건물을 사용하다가 나타난 문제는 법적으로 시공사의 소관이 아니다”며 “시공상 제기된 문제는 처리했다”고 말했다. 시행사 대표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실무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뒤 “회의 중”이라며 나중에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검증 없이 부서 협의로만?
방염 미비 의혹에 소방서 발칵

하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실제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해 현재 처분을 받았거나 조치를 당한 것은 감리(2회), 건축주 등이다. 여기에 조치를 취하고 처분을 의뢰하는 주체는 광진구청이다. 입주민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책임감리제로 진행했다고 해도 광진구청의 현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용승인 허가 이후 우후죽순처럼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광진구청 건축과는 사용승인 허가 전 총 19개 부서와 건물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각 부서에서 적정하다고 회신했기 때문에 사용승인 허가를 내줬다는 게 광진구청의 해명이다. 

장길천 구의원은 지난 7월 광진구의회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구정 질의를 했다. 장 구의원은 “위반건축물을 눈감아주고 잘못 시공된 건축사항을 제대로 현장서 확인하지 않고 하자 발생에 대한 개선사항에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는 잘못이야말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담당 부서의 안일한 검증과 현장 확인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채 일부 부서에서는 감리자의 감리 확인 서류 검토만으로 사용승인 허가 부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탁상행정의 폐단”이라고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지적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시공 행위가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한 처분을 받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끄럽다”
현재진행형

장 구의원의 질의와 김 구청장의 답변이 오간 지 3개월이 지났다. 입주민 A씨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둔 상태다. A씨는 “지금도 건물 곳곳서 부실시공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셈”이라며 “입주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시행사도 광진구청도 덮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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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