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 건국대 사라진 임대보증금 추적

393억 아니라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 임대보증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백한 결론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학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 문제 해결의 ABC조차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건국대학교 ⓒ고성준 기자

7500억원에 달하는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돈의 출처는 분명한데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용처를 아예 특정할 수 없는 돈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누가‧언제‧어떻게‧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주무부처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이야기다. 

7500억 중
500억 남아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 3월이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 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이 부적정했다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제28조와 동법 시행령 제11조 등에 따라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에 대한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해당 법과 시행령에 따라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사용할 때 교육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앞서 2010년 6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법인에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교부했다. 해당 지침에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해당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상환에 전액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6년 11월(감사원 감사)에 이르기까지 매년 학교법인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 현황을 보고받았을 뿐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또 임대보증금의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 더클래식500 ⓒ카카오맵

감사원 감사 결과 학교법인 289개의 임대보증금 총액 1조1099억8800만원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9120억8400만원, 17개 전문대학 학교법인이 180억9400만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이를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건국대의 경우 그 액수가 독보적이었다. 당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총액은 7566억6000만원으로, 전체 학교법인 임대보증금의 68.1%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런데 이 중 7071억6000만원이 계좌에 없었다. 건국대가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임의로 사용한 임대보증금은 393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감사원 감사로 알려져
2014년에도 교육부 지적 받아

감사원은 교육부에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임대보증금을 사용해 실질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 건국대 등 23개 학교법인에 대해 ‘현장조사’를 통해 사유 등을 점검한 후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조치하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법인 운영 수익, 재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2017년 31억원·2018년 83억원·2019년 89억원·2020년 92억원·2021년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조치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관리 소홀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일은 2014년에도 있었다. 2014년 4월 감사원의 대학 교육역량 강화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기채허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정’ 통보를 받았다. 당시 대상이 된 학교가 바로 건국대였다. 확실한 상환재환도 확보하지 않은 건국대에 850억원의 기채를 허가한 것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건국대는 2010년 2월11월 골프장 건설자금 용도의 기채허가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2주 만인 같은 해 2월25일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건국대가 850억원의 상환재원으로 ‘임대보증금’을 들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임대보증금으로 850억원을 갚을 테니, 기채를 허가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한 것이다. 

감사원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기채허가 신청 당시 건국대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열악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회계의 보유자금과 부채비율이 각각 178억원, 276%로 기채신청 금액(850억원)을 갚을 여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검토 작업 없이 기채를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보전 지시
행정처분은?

교육부는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으로부터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지적받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통보대로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에 대한 보전조치를 지시한 후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한 처리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에 따르면 건국대는 지난해 1월 임대보증금 재원 120억원을 이사회 심의·의결은 물론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현장조사를 통해 ▲수익용 기본재산 부당 관리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해 지적하면서 건국대의 투자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클래식500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유 이사장과 학교법인 감사에 대해서는 ‘임원취임 승인 취소’, 나머지 이사 5명은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법인 전‧현직 실장과 더클래식500 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사임한 상태다. 

건국대는 투자 비용인 120억원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이고, 해당 펀드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교육부 처분에 반발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말 재심의를 청구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교육부 요구사항을 이행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건국대의 재심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존 처분 결과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회계 분리
감사원 방패

옵티머스 투자 건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는 달리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있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설립자 유가족 측은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 위반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처분하지 않고 있다”며 “옵티머스 건보다 액수도 훨씬 많고 더 중대한 사항인데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건국대가 임의 사용한 임대보증금이 393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9월말 기준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관리 계좌에 남은 돈은 494억9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7566억6000만원의 6.5%만 예치돼있던 것. 
 

▲ 유자은 ⓒ건국대학교

건국대는 미예치금 7071억6000만원에 대해 ▲공사비 ▲고정자산 매입 ▲클래식500 영업손실 ▲지급이자(클래식) ▲세금(클래식) ▲단기대여 ▲교육사업 사용 ▲예치금(광진구 예치금 외) 용도로 지출했다는 내역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수익사업체 운영비 ▲기타 등의 지출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실질적인 감소를 초래했다고 봤다. 


그동안 ‘393억원’은 건국대의 방만한 재정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졌다. 4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이른바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건국대 구성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93억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의뢰했고, 검찰도 393억의 사용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 건국AMC가 클래식500에 1201억원을 대여해주고, 그중 500억원을 출자전환(빚 탕감)하는 편법을 이용했다. 또 그런 부분이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KU골프장 건설에 건국AMC로부터 545억원을 차입했는데,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옵티머스 투자는 후다닥 처리하고
권익위 조사·검찰 수사 묵묵부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건국대는 “1201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클래식500의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09년 회계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클래식500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1504억원 상당을 클래식500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 관련 민원에 대해서도 “545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파빌리온 골프장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12년 회계 분리 과정에서 파빌리온의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449억원 상당을 파빌리온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전했다. 
 

건국대는 두 가지 민원 사항에 대해 “클래식500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과 파빌리온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은 수익용 기본재산 대체취득에 사용된 것으로 인정돼 보전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감사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까지도 클래식500 회계보고서에 대여금이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클래식500은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임대보증금 사용내역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빌리온 골프장 회계에 잡혀 있는 부채(장기대여금) 역시 임대보증금 내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해당 내역들과 기채허가 부분까지 전부 임대보증금 내역으로 포함된다면 건국대의 임의 사용액은 1000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사립정책과 관계자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이 아닌 지침을 어긴 걸로 보고 있다. 지침은 강제가 아니고 권고기 때문에 임원 취소 등의 강한 처분을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지침을 어긴 부분에 대한 처분은 이미 내려졌다. 건국대에서 잘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7000억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허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도 “당시 감사원이 감사한 부분이고 또 그 부분(허가 여부)이 쟁점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나몰라?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이 393억원에서 늘거나 주는 등 변동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사원에서 통보받았기 때문에 믿고 가는 것”이라며 “건국대에서 내는 소명자료 등을 확인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여길만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터뷰> 건대 설립자 유가족 측 유현경 여사
“임대보증금 문제 털고 가야”

▲2017년부터 임대보증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있다면.

-건국대 법인은 학교 교육용 부지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부동산 개발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배분되지 못한 것은 물론, 건국대 재정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건국대나 교육부의 태도는. 

-2017년 감사원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의 부당 사용 및 자본잠식에 대해 지적한 이후 감독기관인 교육부에 찾아가서 관리 감독과 재발방지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건국대 임대보증금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고, 또 어떤 조치를 했다는 얘기도 없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재 검찰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의 해결 방안은.

-우선은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더 나아가 건국대 법인이 회계 관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보증금 문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국대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설립자 유석창 박사는 건국대를 성‧신‧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진실된 학교로 만들고자 하셨다. 설립자의 취지에 따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이 건전해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1등 학교보다는 학생과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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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