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 건국대 사라진 임대보증금 추적

393억 아니라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 임대보증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백한 결론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학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 문제 해결의 ABC조차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건국대학교 ⓒ고성준 기자

7500억원에 달하는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돈의 출처는 분명한데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용처를 아예 특정할 수 없는 돈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누가‧언제‧어떻게‧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주무부처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이야기다. 

7500억 중
500억 남아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 3월이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 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이 부적정했다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제28조와 동법 시행령 제11조 등에 따라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에 대한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해당 법과 시행령에 따라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사용할 때 교육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앞서 2010년 6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법인에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교부했다. 해당 지침에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해당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상환에 전액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6년 11월(감사원 감사)에 이르기까지 매년 학교법인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 현황을 보고받았을 뿐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또 임대보증금의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 더클래식500 ⓒ카카오맵

감사원 감사 결과 학교법인 289개의 임대보증금 총액 1조1099억8800만원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9120억8400만원, 17개 전문대학 학교법인이 180억9400만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이를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건국대의 경우 그 액수가 독보적이었다. 당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총액은 7566억6000만원으로, 전체 학교법인 임대보증금의 68.1%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런데 이 중 7071억6000만원이 계좌에 없었다. 건국대가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임의로 사용한 임대보증금은 393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감사원 감사로 알려져
2014년에도 교육부 지적 받아

감사원은 교육부에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임대보증금을 사용해 실질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 건국대 등 23개 학교법인에 대해 ‘현장조사’를 통해 사유 등을 점검한 후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조치하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법인 운영 수익, 재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2017년 31억원·2018년 83억원·2019년 89억원·2020년 92억원·2021년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조치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관리 소홀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일은 2014년에도 있었다. 2014년 4월 감사원의 대학 교육역량 강화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기채허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정’ 통보를 받았다. 당시 대상이 된 학교가 바로 건국대였다. 확실한 상환재환도 확보하지 않은 건국대에 850억원의 기채를 허가한 것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건국대는 2010년 2월11월 골프장 건설자금 용도의 기채허가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2주 만인 같은 해 2월25일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건국대가 850억원의 상환재원으로 ‘임대보증금’을 들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임대보증금으로 850억원을 갚을 테니, 기채를 허가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한 것이다. 

감사원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기채허가 신청 당시 건국대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열악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회계의 보유자금과 부채비율이 각각 178억원, 276%로 기채신청 금액(850억원)을 갚을 여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검토 작업 없이 기채를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보전 지시
행정처분은?

교육부는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으로부터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지적받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통보대로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에 대한 보전조치를 지시한 후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한 처리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에 따르면 건국대는 지난해 1월 임대보증금 재원 120억원을 이사회 심의·의결은 물론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현장조사를 통해 ▲수익용 기본재산 부당 관리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해 지적하면서 건국대의 투자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클래식500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유 이사장과 학교법인 감사에 대해서는 ‘임원취임 승인 취소’, 나머지 이사 5명은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법인 전‧현직 실장과 더클래식500 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사임한 상태다. 

건국대는 투자 비용인 120억원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이고, 해당 펀드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교육부 처분에 반발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말 재심의를 청구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교육부 요구사항을 이행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건국대의 재심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존 처분 결과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회계 분리
감사원 방패

옵티머스 투자 건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는 달리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있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설립자 유가족 측은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 위반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처분하지 않고 있다”며 “옵티머스 건보다 액수도 훨씬 많고 더 중대한 사항인데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건국대가 임의 사용한 임대보증금이 393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9월말 기준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관리 계좌에 남은 돈은 494억9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7566억6000만원의 6.5%만 예치돼있던 것. 
 

▲ 유자은 ⓒ건국대학교

건국대는 미예치금 7071억6000만원에 대해 ▲공사비 ▲고정자산 매입 ▲클래식500 영업손실 ▲지급이자(클래식) ▲세금(클래식) ▲단기대여 ▲교육사업 사용 ▲예치금(광진구 예치금 외) 용도로 지출했다는 내역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수익사업체 운영비 ▲기타 등의 지출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실질적인 감소를 초래했다고 봤다. 

그동안 ‘393억원’은 건국대의 방만한 재정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졌다. 4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이른바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건국대 구성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93억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의뢰했고, 검찰도 393억의 사용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 건국AMC가 클래식500에 1201억원을 대여해주고, 그중 500억원을 출자전환(빚 탕감)하는 편법을 이용했다. 또 그런 부분이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KU골프장 건설에 건국AMC로부터 545억원을 차입했는데,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옵티머스 투자는 후다닥 처리하고
권익위 조사·검찰 수사 묵묵부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건국대는 “1201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클래식500의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09년 회계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클래식500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1504억원 상당을 클래식500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 관련 민원에 대해서도 “545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파빌리온 골프장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12년 회계 분리 과정에서 파빌리온의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449억원 상당을 파빌리온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전했다. 
 

건국대는 두 가지 민원 사항에 대해 “클래식500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과 파빌리온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은 수익용 기본재산 대체취득에 사용된 것으로 인정돼 보전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감사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까지도 클래식500 회계보고서에 대여금이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클래식500은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임대보증금 사용내역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빌리온 골프장 회계에 잡혀 있는 부채(장기대여금) 역시 임대보증금 내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해당 내역들과 기채허가 부분까지 전부 임대보증금 내역으로 포함된다면 건국대의 임의 사용액은 1000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사립정책과 관계자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이 아닌 지침을 어긴 걸로 보고 있다. 지침은 강제가 아니고 권고기 때문에 임원 취소 등의 강한 처분을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지침을 어긴 부분에 대한 처분은 이미 내려졌다. 건국대에서 잘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7000억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허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도 “당시 감사원이 감사한 부분이고 또 그 부분(허가 여부)이 쟁점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나몰라?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이 393억원에서 늘거나 주는 등 변동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사원에서 통보받았기 때문에 믿고 가는 것”이라며 “건국대에서 내는 소명자료 등을 확인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여길만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터뷰> 건대 설립자 유가족 측 유현경 여사
“임대보증금 문제 털고 가야”

▲2017년부터 임대보증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있다면.

-건국대 법인은 학교 교육용 부지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부동산 개발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배분되지 못한 것은 물론, 건국대 재정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건국대나 교육부의 태도는. 

-2017년 감사원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의 부당 사용 및 자본잠식에 대해 지적한 이후 감독기관인 교육부에 찾아가서 관리 감독과 재발방지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건국대 임대보증금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고, 또 어떤 조치를 했다는 얘기도 없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재 검찰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의 해결 방안은.

-우선은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더 나아가 건국대 법인이 회계 관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보증금 문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국대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설립자 유석창 박사는 건국대를 성‧신‧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진실된 학교로 만들고자 하셨다. 설립자의 취지에 따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이 건전해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1등 학교보다는 학생과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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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