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 건국대 사라진 임대보증금 추적

393억 아니라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 임대보증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백한 결론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학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 문제 해결의 ABC조차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건국대학교 ⓒ고성준 기자

7500억원에 달하는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돈의 출처는 분명한데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용처를 아예 특정할 수 없는 돈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누가‧언제‧어떻게‧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주무부처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이야기다. 

7500억 중
500억 남아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 3월이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 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이 부적정했다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제28조와 동법 시행령 제11조 등에 따라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에 대한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해당 법과 시행령에 따라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사용할 때 교육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앞서 2010년 6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법인에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교부했다. 해당 지침에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해당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상환에 전액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6년 11월(감사원 감사)에 이르기까지 매년 학교법인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 현황을 보고받았을 뿐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또 임대보증금의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 더클래식500 ⓒ카카오맵

감사원 감사 결과 학교법인 289개의 임대보증금 총액 1조1099억8800만원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9120억8400만원, 17개 전문대학 학교법인이 180억9400만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이를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건국대의 경우 그 액수가 독보적이었다. 당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총액은 7566억6000만원으로, 전체 학교법인 임대보증금의 68.1%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런데 이 중 7071억6000만원이 계좌에 없었다. 건국대가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임의로 사용한 임대보증금은 393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감사원 감사로 알려져
2014년에도 교육부 지적 받아

감사원은 교육부에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임대보증금을 사용해 실질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 건국대 등 23개 학교법인에 대해 ‘현장조사’를 통해 사유 등을 점검한 후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조치하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법인 운영 수익, 재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2017년 31억원·2018년 83억원·2019년 89억원·2020년 92억원·2021년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조치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관리 소홀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일은 2014년에도 있었다. 2014년 4월 감사원의 대학 교육역량 강화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기채허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정’ 통보를 받았다. 당시 대상이 된 학교가 바로 건국대였다. 확실한 상환재환도 확보하지 않은 건국대에 850억원의 기채를 허가한 것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건국대는 2010년 2월11월 골프장 건설자금 용도의 기채허가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2주 만인 같은 해 2월25일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건국대가 850억원의 상환재원으로 ‘임대보증금’을 들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임대보증금으로 850억원을 갚을 테니, 기채를 허가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한 것이다. 

감사원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기채허가 신청 당시 건국대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열악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회계의 보유자금과 부채비율이 각각 178억원, 276%로 기채신청 금액(850억원)을 갚을 여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검토 작업 없이 기채를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보전 지시
행정처분은?

교육부는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으로부터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지적받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통보대로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에 대한 보전조치를 지시한 후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한 처리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에 따르면 건국대는 지난해 1월 임대보증금 재원 120억원을 이사회 심의·의결은 물론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현장조사를 통해 ▲수익용 기본재산 부당 관리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해 지적하면서 건국대의 투자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클래식500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유 이사장과 학교법인 감사에 대해서는 ‘임원취임 승인 취소’, 나머지 이사 5명은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법인 전‧현직 실장과 더클래식500 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사임한 상태다. 

건국대는 투자 비용인 120억원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이고, 해당 펀드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교육부 처분에 반발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말 재심의를 청구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교육부 요구사항을 이행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건국대의 재심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존 처분 결과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회계 분리
감사원 방패

옵티머스 투자 건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는 달리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있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설립자 유가족 측은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 위반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처분하지 않고 있다”며 “옵티머스 건보다 액수도 훨씬 많고 더 중대한 사항인데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건국대가 임의 사용한 임대보증금이 393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9월말 기준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관리 계좌에 남은 돈은 494억9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7566억6000만원의 6.5%만 예치돼있던 것. 
 

▲ 유자은 ⓒ건국대학교

건국대는 미예치금 7071억6000만원에 대해 ▲공사비 ▲고정자산 매입 ▲클래식500 영업손실 ▲지급이자(클래식) ▲세금(클래식) ▲단기대여 ▲교육사업 사용 ▲예치금(광진구 예치금 외) 용도로 지출했다는 내역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수익사업체 운영비 ▲기타 등의 지출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실질적인 감소를 초래했다고 봤다. 


그동안 ‘393억원’은 건국대의 방만한 재정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졌다. 4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이른바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건국대 구성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93억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의뢰했고, 검찰도 393억의 사용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 건국AMC가 클래식500에 1201억원을 대여해주고, 그중 500억원을 출자전환(빚 탕감)하는 편법을 이용했다. 또 그런 부분이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KU골프장 건설에 건국AMC로부터 545억원을 차입했는데,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옵티머스 투자는 후다닥 처리하고
권익위 조사·검찰 수사 묵묵부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건국대는 “1201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클래식500의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09년 회계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클래식500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1504억원 상당을 클래식500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 관련 민원에 대해서도 “545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파빌리온 골프장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12년 회계 분리 과정에서 파빌리온의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449억원 상당을 파빌리온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전했다. 
 

건국대는 두 가지 민원 사항에 대해 “클래식500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과 파빌리온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은 수익용 기본재산 대체취득에 사용된 것으로 인정돼 보전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감사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까지도 클래식500 회계보고서에 대여금이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클래식500은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임대보증금 사용내역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빌리온 골프장 회계에 잡혀 있는 부채(장기대여금) 역시 임대보증금 내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해당 내역들과 기채허가 부분까지 전부 임대보증금 내역으로 포함된다면 건국대의 임의 사용액은 1000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사립정책과 관계자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이 아닌 지침을 어긴 걸로 보고 있다. 지침은 강제가 아니고 권고기 때문에 임원 취소 등의 강한 처분을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지침을 어긴 부분에 대한 처분은 이미 내려졌다. 건국대에서 잘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7000억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허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도 “당시 감사원이 감사한 부분이고 또 그 부분(허가 여부)이 쟁점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나몰라?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이 393억원에서 늘거나 주는 등 변동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사원에서 통보받았기 때문에 믿고 가는 것”이라며 “건국대에서 내는 소명자료 등을 확인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여길만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터뷰> 건대 설립자 유가족 측 유현경 여사
“임대보증금 문제 털고 가야”

▲2017년부터 임대보증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있다면.

-건국대 법인은 학교 교육용 부지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부동산 개발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배분되지 못한 것은 물론, 건국대 재정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건국대나 교육부의 태도는. 

-2017년 감사원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의 부당 사용 및 자본잠식에 대해 지적한 이후 감독기관인 교육부에 찾아가서 관리 감독과 재발방지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건국대 임대보증금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고, 또 어떤 조치를 했다는 얘기도 없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재 검찰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의 해결 방안은.

-우선은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더 나아가 건국대 법인이 회계 관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보증금 문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국대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설립자 유석창 박사는 건국대를 성‧신‧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진실된 학교로 만들고자 하셨다. 설립자의 취지에 따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이 건전해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1등 학교보다는 학생과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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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