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 건국대 사라진 임대보증금 추적

393억 아니라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 임대보증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백한 결론은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학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 문제 해결의 ABC조차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건국대학교 ⓒ고성준 기자

7500억원에 달하는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돈의 출처는 분명한데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용처를 아예 특정할 수 없는 돈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누가‧언제‧어떻게‧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주무부처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이야기다. 

7500억 중
500억 남아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 3월이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 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이 부적정했다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제28조와 동법 시행령 제11조 등에 따라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에 대한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해당 법과 시행령에 따라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사용할 때 교육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앞서 2010년 6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법인에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교부했다. 해당 지침에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해당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상환에 전액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6년 11월(감사원 감사)에 이르기까지 매년 학교법인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 현황을 보고받았을 뿐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또 임대보증금의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 더클래식500 ⓒ카카오맵

감사원 감사 결과 학교법인 289개의 임대보증금 총액 1조1099억8800만원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9120억8400만원, 17개 전문대학 학교법인이 180억9400만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이를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건국대의 경우 그 액수가 독보적이었다. 당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총액은 7566억6000만원으로, 전체 학교법인 임대보증금의 68.1%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런데 이 중 7071억6000만원이 계좌에 없었다. 건국대가 교육부의 허가나 신고 없이 임의로 사용한 임대보증금은 393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감사원 감사로 알려져
2014년에도 교육부 지적 받아

감사원은 교육부에 법인운영비 등의 목적으로 임대보증금을 사용해 실질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 건국대 등 23개 학교법인에 대해 ‘현장조사’를 통해 사유 등을 점검한 후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조치하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법인 운영 수익, 재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2017년 31억원·2018년 83억원·2019년 89억원·2020년 92억원·2021년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조치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관리 소홀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일은 2014년에도 있었다. 2014년 4월 감사원의 대학 교육역량 강화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기채허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정’ 통보를 받았다. 당시 대상이 된 학교가 바로 건국대였다. 확실한 상환재환도 확보하지 않은 건국대에 850억원의 기채를 허가한 것이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건국대는 2010년 2월11월 골프장 건설자금 용도의 기채허가를 신청했다. 교육부는 2주 만인 같은 해 2월25일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건국대가 850억원의 상환재원으로 ‘임대보증금’을 들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임대보증금으로 850억원을 갚을 테니, 기채를 허가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한 것이다. 

감사원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기채허가 신청 당시 건국대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열악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회계의 보유자금과 부채비율이 각각 178억원, 276%로 기채신청 금액(850억원)을 갚을 여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검토 작업 없이 기채를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보전 지시
행정처분은?

교육부는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으로부터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지적받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통보대로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에 대한 보전조치를 지시한 후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한 처리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에 따르면 건국대는 지난해 1월 임대보증금 재원 120억원을 이사회 심의·의결은 물론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현장조사를 통해 ▲수익용 기본재산 부당 관리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해 지적하면서 건국대의 투자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클래식500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유 이사장과 학교법인 감사에 대해서는 ‘임원취임 승인 취소’, 나머지 이사 5명은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법인 전‧현직 실장과 더클래식500 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사임한 상태다. 

건국대는 투자 비용인 120억원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이고, 해당 펀드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교육부 처분에 반발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말 재심의를 청구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교육부 요구사항을 이행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건국대의 재심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존 처분 결과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회계 분리
감사원 방패

옵티머스 투자 건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는 달리 교육부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있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설립자 유가족 측은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 위반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처분하지 않고 있다”며 “옵티머스 건보다 액수도 훨씬 많고 더 중대한 사항인데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건국대가 임의 사용한 임대보증금이 393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9월말 기준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관리 계좌에 남은 돈은 494억9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7566억6000만원의 6.5%만 예치돼있던 것. 
 

▲ 유자은 ⓒ건국대학교

건국대는 미예치금 7071억6000만원에 대해 ▲공사비 ▲고정자산 매입 ▲클래식500 영업손실 ▲지급이자(클래식) ▲세금(클래식) ▲단기대여 ▲교육사업 사용 ▲예치금(광진구 예치금 외) 용도로 지출했다는 내역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수익사업체 운영비 ▲기타 등의 지출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실질적인 감소를 초래했다고 봤다. 


그동안 ‘393억원’은 건국대의 방만한 재정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졌다. 4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이른바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건국대 구성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93억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의뢰했고, 검찰도 393억의 사용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 건국AMC가 클래식500에 1201억원을 대여해주고, 그중 500억원을 출자전환(빚 탕감)하는 편법을 이용했다. 또 그런 부분이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KU골프장 건설에 건국AMC로부터 545억원을 차입했는데, 임대보증금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옵티머스 투자는 후다닥 처리하고
권익위 조사·검찰 수사 묵묵부답

<일요시사>가 입수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건국대는 “1201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클래식500의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09년 회계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클래식500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1504억원 상당을 클래식500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 관련 민원에 대해서도 “545억원은 건국AMC 회계에서 파빌리온 골프장 시설 조성을 위해 먼저 지출된 투자비에 대해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라며 “2012년 회계 분리 과정에서 파빌리온의 시설 조성 자금으로 투입됐던 금액 중 정산되지 않고 남아있던 449억원 상당을 파빌리온의 부채로 계상했다”고 전했다. 
 

건국대는 두 가지 민원 사항에 대해 “클래식500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과 파빌리온 시설 조성에 투입된 비용은 수익용 기본재산 대체취득에 사용된 것으로 인정돼 보전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감사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설립자 유가족 측은 “2011년까지도 클래식500 회계보고서에 대여금이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클래식500은 대여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임대보증금 사용내역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빌리온 골프장 회계에 잡혀 있는 부채(장기대여금) 역시 임대보증금 내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해당 내역들과 기채허가 부분까지 전부 임대보증금 내역으로 포함된다면 건국대의 임의 사용액은 1000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사립정책과 관계자는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는 사립학교법이 아닌 지침을 어긴 걸로 보고 있다. 지침은 강제가 아니고 권고기 때문에 임원 취소 등의 강한 처분을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지침을 어긴 부분에 대한 처분은 이미 내려졌다. 건국대에서 잘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7000억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허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도 “당시 감사원이 감사한 부분이고 또 그 부분(허가 여부)이 쟁점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나몰라?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이 393억원에서 늘거나 주는 등 변동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사원에서 통보받았기 때문에 믿고 가는 것”이라며 “건국대에서 내는 소명자료 등을 확인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여길만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터뷰> 건대 설립자 유가족 측 유현경 여사
“임대보증금 문제 털고 가야”

▲2017년부터 임대보증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있다면.

-건국대 법인은 학교 교육용 부지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부동산 개발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배분되지 못한 것은 물론, 건국대 재정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건국대나 교육부의 태도는. 

-2017년 감사원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의 부당 사용 및 자본잠식에 대해 지적한 이후 감독기관인 교육부에 찾아가서 관리 감독과 재발방지에 대한 조치를 여러 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건국대 임대보증금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고, 또 어떤 조치를 했다는 얘기도 없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재 검찰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의 해결 방안은.

-우선은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더 나아가 건국대 법인이 회계 관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보증금 문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국대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설립자 유석창 박사는 건국대를 성‧신‧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진실된 학교로 만들고자 하셨다. 설립자의 취지에 따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이 건전해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1등 학교보다는 학생과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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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