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국대 이사장 징계의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방향으로 질주하던 열차가 갑자기 탈선했다. 탈선의 원인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왔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서야 당시 열차가 철로를 벗어난 이유가 어렴풋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열차를 달리게 만들고 또 끝내 멈춰 세운 현장에 작용한 거대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옵티머스 사태는 라임 사태와 함께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린다. 2019년 라임 사태가 불거지고 채 1년도 되지 않은 2020년 6월 피해액이 5000억원대에 이르는 옵티머스 사태가 터졌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속여 투자자를 모았다.

문제는 공공기관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부실기업의 채권을 사들여 펀드를 돌려막기 하면서 자금을 빼돌렸다. 이 사건으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는 2022년 7월 대법원서 징역 40년형이 확정됐다. 라임‧옵티머스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인물과 기관이 법의 철퇴를 맞는 동안 유유하게 그 집중포화를 피해 간 대학과 이사장이 있다는 점이다. 건국대와 유자은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100억원이 넘는 돈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유 이사장에게 가해진 징계는 ‘엄중 경고’에 그쳤다.

2020년 8월말 건국대 내부가 술렁였다. 건국대가 학교법인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일부인 120억원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는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확산되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시기였다.

구성원 사이에서는 건국대가 투자금 12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는 흉흉한 소문이 이어졌다. 

언론 등을 통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교육부는 2020년 9월 현장 조사에 나섰다. 교육부는 건국대가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전문투자형 사모신탁’에 120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부는 건국대가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보고 조치를 취했다.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는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에 대해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국대가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하려면 교육부의 허가 조치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뜻이다.

2021년 12월 처분 완화
배경 두고 갑론을박 일어

하지만 교육부의 현장 조사 결과 건국대는 이 과정 없이 투자금을 넣었다. 교육부는 2020년 11월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과 건국대 법인 감사에 대해서는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추진하고 이사 5명에 대해서도 경고 조치를 내렸다.

건국대 법인 전·현직 실장 2명에겐 문책·징계,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에겐 문책·중징계를 요구했다. 건국대 법인에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했다. 유 이사장과 더클래식500 사장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수사도 의뢰했다. 이보다 앞서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유은혜 당시 교육부 장관이 건국대의 옵티머스펀드 투자를 ‘사립학교법 위반’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건국대의 옵티머스펀드 투자 사건은 세 갈래로 진행됐다. 먼저 교육부의 의뢰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여기에 건국대가 교육부의 징계 조치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유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밟았다. 검찰-교육부의 공격에 유 이사장은 ‘사면초가’ 상태가 됐다. 

하지만 검찰이 옵티머스펀드에 들어간 건국대의 투자금을 ‘보통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보통재산은 사용 전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본재산과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어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단호하더니
갑자기 왜?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가 “투자의 구체적 경위와 동기에 대한 고려 없이 상품 위험성이 낮다는 설명을 듣고 투자한 것이라는 피의자의 입장만 고려해 내린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발하며 서울고검에 항고를 제기했지만 재차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눈여겨볼 지점은 교육부와 건국대가 직접 맞붙은 행정소송 결과다. 앞서 교육부는 건국대의 현장 조사 결과 처분 재심의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여기에 행정소송은 교육부의 완승으로 끝났다. 건국대의 옵티머스펀드 투자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 조치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셈이다.

건국대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나온 날은 2021년 7월23일. 그보다 앞서 교육부는 2021년 7월13일 유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계고했고 건국대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21년 9월15일 유 이사장을 상대로 청문이 진행됐다.

건국대가 행정소송서 패소하면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건국대 내부에서는 유 이사장이 낙마하고 교육부서 관선이사를 파견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머니인 김경희 전 이사장에 이어 딸인 유 이사장도 결국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교육부 장관이 국감서 언급하는 등 교육부의 단호한 태도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교육부가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과 달리 징계는 대폭 감경된 ‘엄중 경고’로 결정됐다. 2021년 12월 당시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유자은 이사장의 임원 승인 취소 절차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3년 동안
감감무소식

그 배경으로 건국대가 옵티머스펀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부분이 언급됐다. 실제 건국대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금 120억원을 모두 돌려받은 바 있다.

2022년 7월 행정소송 항소심서 교육부가 이겼지만 징계는 이미 감경된 뒤였다.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를 비롯해 구성원의 반발에도 교육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징계 감경 조치 사유를 둘러싸고 추측이 난무했고 청문 절차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해당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그대로 종료됐다.

건국대의 옵티머스펀드 투자 사건이 일어나고 3년이 지났지만 유 이사장의 징계 감경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됐다. 국감서 언급될 만큼 정치권의 관심을 받았고 교육부가 유 이사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징계 조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사안이기에 반전이 준 충격이 컸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포착됐다. 교육부는 ▲시정 요구 이행 정도 ▲법원 판례 ▲청문 결과를 들어 징계 조치를 감경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건국대가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사유 3건에 대한 시정 요구 사항을 모두 완료한 점을 들었다.

건국대가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규정을 제정했고 ▲투자 손실금 보전을 완료했으며 ▲재산 관리 책임 임원 제도 도입 등 이사회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든 것이다. 여기까지는 교육부가 유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중단하면서 밝힌 내용과 맞닿아 있다. 

해임 위기에서 기사회생
교육부 판단 문제없었나

눈길이 가는 지점은 ‘법원 판례’ 부분이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의 징계를 엄중 경고로 감경 처분하는 과정서 사용한 판례가 김경희 전 이사장과 관련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이사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근거로 유 이사장의 징계를 감경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법인이 관할청의 시정 요구를 모두 이행한 이상 관할청은 사립학교법상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언급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건국대 법인에 대한 회계 감사를 진행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한 사항 등에 대한 시정 요구 등을 거쳐 이사장(당시 김경희)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교육부의 통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서 모두 김 전 이사장이 승소했다. 이 과정서 교육부는 김 전 이사장의 연임을 승인했다. 또 2심 패소 이후 상고도 포기했다. 다시 말해 교육부는 자신들이 패소한 소송의 판례를 근거로 삼아 유 이사장을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셈이다. 

청문과 관련해서는 ‘현장 조사 결과 처분사항 조치 및 시정조치 요구 등이 적법하나 시정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건이 없어 보여 3인 모두 임원 취임 승인 취소 부적절’ 의견을 냈다고 언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정 조치 이행 여부와 청문 결과 등을 종합해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에게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면서도 “판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래서
말 없었나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유자은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는 김경희 전 이사장 사례와 상당히 닮아있다. 교육부는 엄마의 판례를 이용해 딸을 구한 셈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진 소송을 가지고 징계 감경 사유로 사용했다는 게 어이없다”면서 “그동안 교육부가 유자은 이사장의 징계 감경 과정에 대해 그토록 숨긴 이유가 이것이었느냐”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반론보도> <단독> 건국대 이사장 징계의 전말 관련

<일요시사>는 지난 2024년 2월25일자 종합면 및 26일 인터넷 사회면에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교육부 허가 없이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2020년 11월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추진했으며, 국정감사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사항이라고 언급하고 행정소송에서도 모두 승소했으나 실제 징계는 ‘엄중 경고’에 그쳐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측은 “투자 주체는 대학이 아닌 법인 산하 수익사업체였고, 당시 교육부 조사 결과 처분서에는 이사장에 대해 <별도 조치 예정>으로 언급돼있을 뿐이었으며, 행정소송 재판부는 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은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취소 처분이 되지 않은 것은 사립학교법 및 기존 판례에 근거한 정당한 결정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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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