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건국대 옵티머스 커넥션 의혹

이사장 사건 무마에 입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와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사건에도 김씨의 이름이 등장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2016년 1억여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12월30일 특별사면됐다. ‘생계형 사기’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김씨는 지난 4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사기 액수가 10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생계형 잡범
대형 사기꾼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7명의 피해자로부터 116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으나 실제 선박을 운용하거나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6억4000여만원, 전직 언론인 송모씨가 17억4000여만원을 김씨에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 그는 과거 사기죄로 복역하던 중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의 소개로 김 전 의원의 형을 알게 됐다.

여기에 김씨는 지난해 12월 한 사기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공동협박)하고, 올해 1월 같은 피해자가 과거 자신에게 팔았던 승용차를 회수하자 차를 받아내도록 수행원들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근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직위해제된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김씨의 폭로에서 시작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수사를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가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와 수산물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7일 자진사퇴했다. 박 특검 외에 특검팀 수사지원단장도 김씨의 선물제공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말 수면 위로
교육부, 검찰 수사 의뢰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등이 거론됐다.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와 인연이 이어지면서 각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송씨는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의 손길이 서울의 한 사립대에도 뻗쳤다는 의혹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지난 7일 경찰이 김씨가 해당 사립대 이사장 관련 사건을 무마하는 데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씨가 이사장 측에 연결해준 현직 부장검사의 직무 관련성을 따져보며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한 것을 말한다. 당시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으로 12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또 투자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이 사건을 김씨가 소개해준 부장검사가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방위로
로비했나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은 지난해 8월말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8월28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충주지역본부 충주병원지부는 건국대 산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사학기관에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학교 법인 재산의 용도변경은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사립학교법 위반과 공금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사학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노조는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과 최종문 더클래식500 대표를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슈가 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26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는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가 이사회와 교육부 허가 없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점을 지적하면서 “건국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상습적”이라며 “앞서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120억원
회수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건국대의)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실은 언론 보도 이후 내부 보고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해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과 건국대 법인 감사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추진하고, 이사 5명에 대해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유 이사장과 최 사장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건국대는 ‘학교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어 “옵티머스 투자로 피해를 본 다른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더클래식500 역시 펀드 사기 판매의 피해자”라면서 “학교법인은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5월27일 유 이사장과 최 사장이 받고 있던 사립학교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투자할 때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본 것이다. 

또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같은 달 25일,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 것도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
‘가짜 수산업자’가 검사 연결?

실제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전액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검찰의 이런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교육부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일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검찰의 이러한 판단을 규탄하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항고장을 서울고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검찰의 처분에 김씨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여부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김경희 건국대 전 이사장과 A 부장검사의 골프 회동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관련해 A 부장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이들이 만난 시점은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한 달여 전이다. 

건국대 측은 김 전 이사장 등이 골프 회동을 가진 시점과 교육부 고발, 검찰 수사 등이 시기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골프 회동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관련해 청탁이 있었는지, A 부장검사가 실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여부 등이다. 직무관련성에 따라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골프장서
무슨 얘기?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서 정말 놀랐는데, 이런 의혹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확실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따로 할 말은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가짜 수산업자’ 김씨 인맥의 중심
전직 언론인 송모씨 누구?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인맥은 전직 언론인 송모씨와 만나면서 넓어지기 시작했다. 김씨와 송씨가 인연을 맺은 건 구치소 수감 시절. 김씨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후에도 송씨와 인연을 이어가며 그 친분을 토대로 이른바 유력 인사들을 소개받았다. 

송씨는 부산 지역 일간지와 서울의 월간지 기자 출신으로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교도소서 만난 인연
건대 특임교수 출신?

오랜 기자 생활로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최근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특임교수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건국대 한 관계자는 “학교법인에서 대외협력실 실장을 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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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