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건국대 옵티머스 커넥션 의혹

이사장 사건 무마에 입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와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사건에도 김씨의 이름이 등장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2016년 1억여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12월30일 특별사면됐다. ‘생계형 사기’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김씨는 지난 4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사기 액수가 10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생계형 잡범
대형 사기꾼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7명의 피해자로부터 116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으나 실제 선박을 운용하거나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6억4000여만원, 전직 언론인 송모씨가 17억4000여만원을 김씨에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 그는 과거 사기죄로 복역하던 중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의 소개로 김 전 의원의 형을 알게 됐다.

여기에 김씨는 지난해 12월 한 사기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공동협박)하고, 올해 1월 같은 피해자가 과거 자신에게 팔았던 승용차를 회수하자 차를 받아내도록 수행원들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근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직위해제된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김씨의 폭로에서 시작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수사를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가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와 수산물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7일 자진사퇴했다. 박 특검 외에 특검팀 수사지원단장도 김씨의 선물제공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말 수면 위로
교육부, 검찰 수사 의뢰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등이 거론됐다.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와 인연이 이어지면서 각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송씨는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의 손길이 서울의 한 사립대에도 뻗쳤다는 의혹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지난 7일 경찰이 김씨가 해당 사립대 이사장 관련 사건을 무마하는 데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씨가 이사장 측에 연결해준 현직 부장검사의 직무 관련성을 따져보며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한 것을 말한다. 당시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으로 12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또 투자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이 사건을 김씨가 소개해준 부장검사가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방위로
로비했나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은 지난해 8월말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8월28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충주지역본부 충주병원지부는 건국대 산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사학기관에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학교 법인 재산의 용도변경은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사립학교법 위반과 공금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사학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노조는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과 최종문 더클래식500 대표를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슈가 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26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는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가 이사회와 교육부 허가 없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점을 지적하면서 “건국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상습적”이라며 “앞서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120억원
회수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건국대의)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실은 언론 보도 이후 내부 보고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해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과 건국대 법인 감사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추진하고, 이사 5명에 대해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유 이사장과 최 사장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건국대는 ‘학교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어 “옵티머스 투자로 피해를 본 다른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더클래식500 역시 펀드 사기 판매의 피해자”라면서 “학교법인은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5월27일 유 이사장과 최 사장이 받고 있던 사립학교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투자할 때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본 것이다. 

또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같은 달 25일,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 것도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
‘가짜 수산업자’가 검사 연결?

실제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전액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검찰의 이런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교육부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일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검찰의 이러한 판단을 규탄하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항고장을 서울고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검찰의 처분에 김씨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여부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김경희 건국대 전 이사장과 A 부장검사의 골프 회동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관련해 A 부장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이들이 만난 시점은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한 달여 전이다. 

건국대 측은 김 전 이사장 등이 골프 회동을 가진 시점과 교육부 고발, 검찰 수사 등이 시기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골프 회동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관련해 청탁이 있었는지, A 부장검사가 실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여부 등이다. 직무관련성에 따라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골프장서
무슨 얘기?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서 정말 놀랐는데, 이런 의혹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확실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따로 할 말은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가짜 수산업자’ 김씨 인맥의 중심
전직 언론인 송모씨 누구?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인맥은 전직 언론인 송모씨와 만나면서 넓어지기 시작했다. 김씨와 송씨가 인연을 맺은 건 구치소 수감 시절. 김씨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후에도 송씨와 인연을 이어가며 그 친분을 토대로 이른바 유력 인사들을 소개받았다. 

송씨는 부산 지역 일간지와 서울의 월간지 기자 출신으로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교도소서 만난 인연
건대 특임교수 출신?

오랜 기자 생활로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최근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특임교수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건국대 한 관계자는 “학교법인에서 대외협력실 실장을 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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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