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방위 금품 살포' 의혹 수산업자 김씨

사기 친 검은돈으로 재벌 행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중견급 검사와 서장급 경찰, 유력 신문사 논설위원, 방송사 앵커. 한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의 면면이다. 이들에게 금품을 바친 사업가는 과거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가 하면, 현재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상습사기범을 둘러싼 ‘검·경·언’ 게이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나 기타 정치 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을 두고 게이트라고 한다. 1972년 6월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Watergate Affair)에서 유래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재선을 위해 비밀 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되며 하야했다. 당시 ‘게이트’라는 용어는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따온 것이다. 

드러나는
유착 관계

이후 국내에서는 정치 권력과 관련돼 일어나는 대형 스캔들을 말할 때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박동선이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이 사건은 ‘코리아게이트’라고 불린다. 이후에도 이용호, 정현준, 진승현 등 게이트라는 이름의 여러 비리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2021년 7월, 현직 부장검사와 경찰 고위 인사, 유력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43)씨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김씨는 검·경·언의 유력인사들과 유착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수 백억원대 사기행각도 벌인 것으로 밝혀져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검사는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소속 이모 부장검사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이 수산업자 김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혐의를 조사하다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부장검사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보낸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금품수수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니 이 부장검사가 금품을 받은 정황이 뚜렷했다는 것.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목소리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근무하면서 김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 초반에는 이 부장검사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명품 시계, 고가의 식품, 자녀의 학원비 등 2000~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가 선물했다고 밝힌 시계는 ‘IWC’로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경찰의 압수수색 이틀 뒤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이 부장검사를 부부장검사로 강등 발령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이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이 부장검사가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확인한다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전환해 공수처에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뇌물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달리 공수처법이 규정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해서다.

‘뇌물 고리’ 검·경·언 강타
거물 정치인 연루설도 돌아

다만 현시점에서는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근거가 불명확하다.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대한 수사를 진행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경찰로서는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 경우 성과가 공수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첩시키지 않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이 전 논설위원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 측 대변인에 선임되고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돌연 사임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당시 그는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만 밝혔다.

현재까지 이 전 논설위원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또 엄성섭 TV조선 앵커와 일간지 기자 2명의 금품수수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엄 앵커는 중고차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이 자리는 이상목 앵커가 대신 맡아 진행했다. 그는 2017년 4월부터 전날까지 해당 방송을 해 왔다.

엄 앵커는 개인 유튜브 ‘엄튜브’ 커뮤니티에도 “오늘 방송은 쉬어가게 됐다”고만 간략히 밝혔다. MBC에 따르면 엄 앵커는 기자들의 전화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산하의 언론인이 뇌물 금품 사건에 연루된 것에 언론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의 입건 사실을 다루지 않고 있어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 그룹에서 언론인의 비리 사건이 5년간 3차례 있었지만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줘왔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 거짓”
가짜 경력


<조선일보> 소속원들이 뇌물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송희영 주필은 기사 청탁 대가로 대우조선해양에서 금품·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냈고, 이듬해 기소됐다. 2019년 언론사 간부들이 기업 로비스트인 홍보대행사 대표와 기사를 대가로 금품·향응·자녀취업 등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박수환 문자 사건’에 부장급 이상 8명이 연루됐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반복된 악의적 보도 행태를 비롯해 기자 등 언론인 일탈과 불법행위 연루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인 비리와 불법에 관대한 구시대적 관행이 낳은 적폐의 결과”라고 짚었다.

김씨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은 건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품수수 관련 내사를 받던 배 총경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금품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이 부장검사에겐 뇌물수수 혐의를, 민간인인 언론인에겐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마치 자신이 1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일대에서 어선 수십대로 사업을 하며 인근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재력을 과시했다.


그는 “선박 운용사업에 투자하면 선주가 되게 해주겠다” “선동 오징어 매매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로 수익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이 116억원에 달했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산업체로 소개한 회사 주소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포항 구룡포읍 빈집으로 드러났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실제로 자신의 정관계 인맥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렇게 쌓은 인맥과 대외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김씨는 서울과 대구, 포항 등을 오가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사기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피해자는 김씨가 어선을 정박해놨다는 구룡포항에서 김씨를 직접 만난 뒤 투자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34회에 걸쳐 86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보냈다.

유령직 6개
행적 보니…

피해자 가운데는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고향인 포항 구룡포리 주민들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오징어를 말려 팔던 것을 보고, 김씨가 가짜 수산물업체를 차려 사기를 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씨는 법률사무소 사무장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사기 행각을 벌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7년 12월 특별사면되기도 했다.

평소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은 재력가·사회활동가로 꾸며 정계·언론계 등 인맥을 과시한 김씨는 특정 인사와 안면을 트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고위층 인사를 소개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믿음의 벨트’를 이용한 것.

김씨는 이렇게 속아 넘긴 유력인들에게 활발한 로비활동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들은 검찰과 경찰, 언론 등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김씨가 3대3 농구 사업을 하는 A 사단법인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여야 인사들이 축사를 보냈다. 취임식에는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도 참석했으며, 엄 앵커는 축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엄 앵커는 “김 회장 취임 이전과 김 회장 치임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감히 단언 말씀드립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A 법인은 지난해 5월 김씨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으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김씨가 등재돼있지 않았으며, A 단체의 활동도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단체의 임원은 2019년에 만들어진 이후 김씨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수산물 업체 대표, 인터넷언론사 부회장, 한국언론재단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 한국다문화가족협회 대구경북후원회장, 몽골스포츠교류재단 상임부회장 등을 맡은 것으로 언론에 소개됐다.

전방위 로비 ‘게이트’로 번지나
휴대폰 상납 리스트 확보 수사 중

하지만 모두 등기 임원이 아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언론재단과 유니세프, 한국다문화가족협회 관계자들은 모두 “김씨가 속했다는 관련 위원회·단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계·정계·체육계 등 인사들과 교류한 정황이 나오면서 금품수수 의혹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금품 수수 사건에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난감한 입장이다. 이 전 논설위원이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50분경 대선 출마 선언 후 첫날 일정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실마다 돌며 기자들과 인사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소통관 프레스라운지(간이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통해 언론의 협조를 부탁하는 인사말을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한 배경이 부장검사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이 아니냐, 금품 수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알고 있었느냐. 이것이 사퇴의 배경이 된 게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본인의 신상에 대한 개인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뭐 거기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본인의 신상 문제라서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서로 간에 양해했다”고 답했다.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냐” “사퇴 전에 모르셨다는 것이냐” “이 전 대변인이 사퇴 전에 이 사실을 보고했느냐” 등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윤 전 총장은 아무런 답변하지 않은 채 프레스라운지에서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재차 “사퇴할 때 이 전 대변인이 총장께 말씀드렸냐”고 물었지만 “본인의 개인 신상에 관한 거니까”라는 말만 반복하고 입을 닫았다. 취재진은 윤 전 총장을 따라다니면서 “인사 실패라는 평가는 어떻게 보느냐, 처음 열흘밖에 안 된 상태에서 그만둔 것은 인사 실패 아니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윤 전 총장은 대선 행보 첫날부터 삐끄덕했다는 평가다. 본인 의혹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속 시원히 답변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다는 데 정치권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불똥 튄 
정치권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의 말을 전한 사람의 범죄 의혹에 대해서 무작정 몰랐다는 말로 넘어가는 것은 부족하다”며 “유력 대권주자의 인사 문제는 주요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일컬어진다. 이동훈 전 대변인의 금품수수 관련 보도로 인해 국민은 윤석열 캠프에 대한 신뢰도 의혹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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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