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수산업자' 연결고리 김경희 인맥 아지트 정체

‘김씨 게이트’ 몸통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 언론계,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건국대’라는 교집합이 드러난 것. 그 중심에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언급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이사장의 행적을 쫓았다.

서울 한낮의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27일.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다. 햇볕을 피해 정류장 근처 그늘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역에서 성북동 주민센터, 성북동 성당 방향으로 걸어가자 거짓말처럼 인적이 줄어들었다. 

인적 드문
주택가 사이

도보로 약 1㎞, 검정 외관의 2층 건물이 보였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성북동 레스토랑’ N이었다. N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셰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박영수 특검도 자주 N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도로가에 있는 N의 입구에서 건물까지 나무 계단이 놓여 있었다. 한동안 조경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잡초가 눈에 띄었다. 무슨 용도였는지 모를 매트가 건물 입구에 겹겹이 쌓여 있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N은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1층 내부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전시장 같은 느낌을 풍겼다. 갖가지 옷과 넥타이가 내부 곳곳에 놓인 채였다. 당초 N은 1층을 박물관으로, 2층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2층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입구에 ‘뮤지컬 박정희’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붙여놨다. 눈길을 끈 건 내부에 CCTV가 10대가량 설치돼있다는 점이다. 건물로 들어가니 A 대표가 직접 손님을 반겼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다른 손님도, 종업원도 없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추가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개된 사진 속 장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전 이사장, 김씨, 건국대 교수들, 현직 검사 등이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파티’를 한 곳이다. 당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만찬을 즐겼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검찰‧언론계‧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폭로로 시작됐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 7명에게서 116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북동 음식점 ‘N’ 단골
박영수 특검도 자주 갔다

사건 초기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투자한 모 사립대’ 정도로 언급됐다. 하지만 김씨의 인간관계 등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중심으로 오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 전 이사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이사장은 2017년 4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건국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딸인 유자은 현 건국대 이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건국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10회 이상의 개인전, 300여회의 그룹전을 개최한 중견 서양화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듯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적 에세이 <희망으로 꽃을 피워>를 출간하는 등 김 전 이사장의 이름은 언론의 ‘문화 섹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짜 수산업자의 등장으로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건국대와 관련 있다. 김씨 인맥의 핵심이자 구치소 동기로 알려진 송모씨는 건국대 특임교수 출신이다. 박영수 특검도 건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할 무렵 교수로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의 최근 행적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은 ‘골프장’과 ‘성북동 음식점 N’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스마트KU파빌리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성북동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김 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김씨 등과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해 8월15일과 10월31일. 성북동 음식점이 언급된 건 지난해 10월31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동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 건국대 교수, 언론인, 김씨의 소개로 참석한 현직 검사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뗀 줄
알았더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날 모임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당시 건국대는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 등 김 전 이사장과 유 이사장이 연루된 의혹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송부하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들로 모두 서울동부지검에서 담당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건에서 검찰의 논리는 거의 같다. 검찰은 임대보증금 393억원과 건국대가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일 김 전 이사장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에 대한 ‘송부 사건 조사 결과’를 건국대 창학자 유석창 선생의 유가족 대표인 유현경 여사에게 보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유 여사 측의 제보를 검토한 뒤 대검으로 송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등 경찰은 이 사건을 모두 내사종결한 바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검찰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가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부동산의 변형물로 보아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이라 보기 어렵고, 교육부 내부지침을 근거로 임대보증금을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돈의 성격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이나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월27일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던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수익용 재산?
보통 재산?

교육부는 이 사건이 지난해 8월말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 등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재산을 투자할 경우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투자 시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감사원이나 교육부의 판단과도 상반된다. 임대보증금 393억원 논란은 2017년 3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중 393억원을 ‘임의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지출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없이 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건국대가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도록 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최근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가 “현장조사 결과 내려진 처분사항 조치 등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감사원·법원과 다른 검찰 판단
골프치고 밥 먹으며 무슨 얘기?

교육부는 유 이사장과 최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외에도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요구 ▲건국대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처분했다. 

건국대는 교육부에 현장조사 결과 처분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은 사용 시 이사회와 교육부 승인이 필요 없는 보통재산인데 교육부가 임대보증금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기본재산이라고 잘못 해석해 징계했다는 건국대 주장에 “건국대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같은 투자에는 교육부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교가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수익 사업은 교육부 승인이 필요한 의무부담행위이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사건 불기소 처분 논리와 상반된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질의에 “사립학교법 위반사항이 있어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과 교육부,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이사장의 행적과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이 주선한 골프 회동과 N에서의 식사 자리가 ‘은밀한 부탁’이 오간 자리였다는 의혹이다.

김 전 이사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박영수 특검이나 가짜 수산업자, 현직 검사, 교수 등의 이름만 나오는데, 실제 N에 드나들었던 인물들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들이 상당하다. N은 김 전 이사장의 아방궁이자 아지트였다”고 주장했다.

N의 A 대표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 행정법원 판결을 보면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니지만’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기본재산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건국대 혼자 수익용 기본재산을 아니라고 우기면서, 로비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고 의심받고 있어 조금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무혐의
배경 의문

김 전 이사장의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전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인맥이나 활동한 것들이 지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임 이사장이 그 사람들하고 회동한 이유나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학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언론에서 전임 이사장의 행적과) 옵티머스 수사 무마를 연관 짓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 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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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