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수산업자' 연결고리 김경희 인맥 아지트 정체

‘김씨 게이트’ 몸통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 언론계,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건국대’라는 교집합이 드러난 것. 그 중심에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언급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이사장의 행적을 쫓았다.

서울 한낮의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27일.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다. 햇볕을 피해 정류장 근처 그늘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역에서 성북동 주민센터, 성북동 성당 방향으로 걸어가자 거짓말처럼 인적이 줄어들었다. 

인적 드문
주택가 사이

도보로 약 1㎞, 검정 외관의 2층 건물이 보였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성북동 레스토랑’ N이었다. N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셰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박영수 특검도 자주 N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도로가에 있는 N의 입구에서 건물까지 나무 계단이 놓여 있었다. 한동안 조경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잡초가 눈에 띄었다. 무슨 용도였는지 모를 매트가 건물 입구에 겹겹이 쌓여 있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N은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1층 내부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전시장 같은 느낌을 풍겼다. 갖가지 옷과 넥타이가 내부 곳곳에 놓인 채였다. 당초 N은 1층을 박물관으로, 2층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2층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입구에 ‘뮤지컬 박정희’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붙여놨다. 눈길을 끈 건 내부에 CCTV가 10대가량 설치돼있다는 점이다. 건물로 들어가니 A 대표가 직접 손님을 반겼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다른 손님도, 종업원도 없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추가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개된 사진 속 장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전 이사장, 김씨, 건국대 교수들, 현직 검사 등이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파티’를 한 곳이다. 당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만찬을 즐겼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검찰‧언론계‧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폭로로 시작됐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 7명에게서 116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북동 음식점 ‘N’ 단골
박영수 특검도 자주 갔다

사건 초기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투자한 모 사립대’ 정도로 언급됐다. 하지만 김씨의 인간관계 등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중심으로 오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 전 이사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이사장은 2017년 4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건국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딸인 유자은 현 건국대 이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건국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10회 이상의 개인전, 300여회의 그룹전을 개최한 중견 서양화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듯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적 에세이 <희망으로 꽃을 피워>를 출간하는 등 김 전 이사장의 이름은 언론의 ‘문화 섹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짜 수산업자의 등장으로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건국대와 관련 있다. 김씨 인맥의 핵심이자 구치소 동기로 알려진 송모씨는 건국대 특임교수 출신이다. 박영수 특검도 건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할 무렵 교수로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의 최근 행적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은 ‘골프장’과 ‘성북동 음식점 N’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스마트KU파빌리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성북동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김 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김씨 등과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해 8월15일과 10월31일. 성북동 음식점이 언급된 건 지난해 10월31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동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 건국대 교수, 언론인, 김씨의 소개로 참석한 현직 검사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뗀 줄
알았더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날 모임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당시 건국대는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 등 김 전 이사장과 유 이사장이 연루된 의혹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송부하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들로 모두 서울동부지검에서 담당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건에서 검찰의 논리는 거의 같다. 검찰은 임대보증금 393억원과 건국대가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일 김 전 이사장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에 대한 ‘송부 사건 조사 결과’를 건국대 창학자 유석창 선생의 유가족 대표인 유현경 여사에게 보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유 여사 측의 제보를 검토한 뒤 대검으로 송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등 경찰은 이 사건을 모두 내사종결한 바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검찰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가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부동산의 변형물로 보아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이라 보기 어렵고, 교육부 내부지침을 근거로 임대보증금을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돈의 성격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이나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월27일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던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수익용 재산?
보통 재산?

교육부는 이 사건이 지난해 8월말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 등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재산을 투자할 경우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투자 시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감사원이나 교육부의 판단과도 상반된다. 임대보증금 393억원 논란은 2017년 3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중 393억원을 ‘임의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지출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없이 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건국대가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도록 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최근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가 “현장조사 결과 내려진 처분사항 조치 등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감사원·법원과 다른 검찰 판단
골프치고 밥 먹으며 무슨 얘기?

교육부는 유 이사장과 최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외에도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요구 ▲건국대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처분했다. 

건국대는 교육부에 현장조사 결과 처분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은 사용 시 이사회와 교육부 승인이 필요 없는 보통재산인데 교육부가 임대보증금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기본재산이라고 잘못 해석해 징계했다는 건국대 주장에 “건국대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같은 투자에는 교육부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교가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수익 사업은 교육부 승인이 필요한 의무부담행위이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사건 불기소 처분 논리와 상반된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질의에 “사립학교법 위반사항이 있어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과 교육부,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이사장의 행적과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이 주선한 골프 회동과 N에서의 식사 자리가 ‘은밀한 부탁’이 오간 자리였다는 의혹이다.

김 전 이사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박영수 특검이나 가짜 수산업자, 현직 검사, 교수 등의 이름만 나오는데, 실제 N에 드나들었던 인물들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들이 상당하다. N은 김 전 이사장의 아방궁이자 아지트였다”고 주장했다.

N의 A 대표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 행정법원 판결을 보면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니지만’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기본재산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건국대 혼자 수익용 기본재산을 아니라고 우기면서, 로비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고 의심받고 있어 조금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무혐의
배경 의문

김 전 이사장의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전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인맥이나 활동한 것들이 지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임 이사장이 그 사람들하고 회동한 이유나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학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언론에서 전임 이사장의 행적과) 옵티머스 수사 무마를 연관 짓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 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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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