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레임덕-게이트 함수관계

‘4년차 징크스’ 비리의 문 열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숙명이자 1987년 직선제 이후 한 명도 빠짐없이 되풀이된 대통령의 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문정부에서도 4년차 징크스가 나타날까.

대한민국 대통령은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가장 높은 때다. 임기 초 고공행진을 벌이던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린다. 

정점 찍고
하향곡선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 국민들의 중간 점검 과정에서 지지율은 등락을 반복한다. 지지율의 하락세가 뚜렷해지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왔다는 신호다. 대부분 임기 4년차, 정치권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그때부터 ‘절름발이 오리’가 된 대통령은 뒷방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부분 첫해 직무 긍정률 정점에서 점진적 하락 후 답보 상태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았다.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 현직 대통령보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동태에 더 관심이 쏠리곤 했다. 이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레임덕에 쐐기를 박는 게 바로 게이트다. 게이트, 정치가나 정부 관리가 관련된, 비리 의혹에 싸여 있는 사건을 말한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몰락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파생된 단어로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사건의 핵심 단어나 중심인물과 함께 ○○○게이트로 불린다.


여기에 대통령 측근이나 정부 고위 관리가 연루돼있는 경우 권력형 게이트라고 칭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게이트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측근에서 시작된 비리 의혹은 대부분 사정기관의 수사를 거쳐 대통령을 향했다. 여러 대통령이 직‧간접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외면이 뒤따랐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으로 직선제를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노태우정부 4년차인 1991년 ‘서울 강남구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이 터졌다. 박근혜정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역대 최대 측근 비리 사건에 이름을 올린 사건이다.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의 시작이자 정‧경‧관이 유착한 대형 스캔들이었다. 

1987년 이후 한 명도 빠짐없이
측근 비리 논란으로 몰락 자초

당시 수서 택지 개발 예정 지구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주택신축이 불가능했는데, 서울시가 특정 주택조합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가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이 청와대 관계자, 국회의원, 건설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넸던 사실이 드러났다. 

대검은 정태수 회장, 장병조 청와대 비서관 등을 구속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과했지만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임기 막바지(1992년 5월)에 이르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2%까지 떨어졌다. 국민의 과반(56%)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문민정부’ 김영삼정부도 권력형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시행, 하나회 해체,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으로 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기 첫해 1분기 71%로 시작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분기와 3분기에 83%까지 치솟았다.

김영삼정부에서 진행한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 이른바 백두사업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미국의 회사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

검찰 수사 결과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이 최종 사업자로 낙찰된 미국 회사 소속의 로비스트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차남 김현철(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씨가 연루된 한보 사태도 집권 4년차인 1996년에 일어났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2200억원에 불과한 한보가 5조7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과해도
민심 싸늘

배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 있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정계와 관계, 금융계의 핵심부가 서로 유착하면서 행한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김현철씨는 구속됐다. 이후 IMF 사태 등으로 악화된 경제상황은 김영삼정부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국민의정부’ 김대중정부는 임기 3년차인 2000년부터 갖가지 게이트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줄줄이 연루돼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진승현 MCI 부회장이 2300억원 불법 대출과 주가조작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부 실세 등 정관계에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이용호 C&C그룹 회장이 보물선 인양 등 사업을 앞세워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가 기업체로부터 청탁성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규선 게이트’ 등이 잇따라 이어졌다.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장남 김홍일(사망)씨는 나라종금 인사 청탁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차남 김홍업(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고, 삼남 김홍걸(무소속 국회의원)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참여정부’ 노무현정부 때는 사행성 게임 ‘바다 이야기’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2004년 출시된 아케이드 게임인 바다이야기는 심각한 중독성과 도박성으로 문제가 됐다. 2006년 바다 이야기 대표이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고,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여권(당시 열린우리당) 유력 인사가 관련 업체 지분을 갖고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척 연루설까지 불거지면서 게이트로 비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별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
탄핵까지

임기 말 ‘신정아 게이트’가 터지자 노무현정부는 완벽한 레임덕 상태로 접어들었다.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의혹에서 시작된 논란은 유력인사들이 신씨를 비호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게이트로 확산됐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변양균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신씨와 변 전 실장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의혹도 같이 불거지면서 노무현정부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명박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시 집권 4년차인 2011년 ‘함바왕’ 유상봉씨가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배건기 청와대 전 감찰팀장이 물러났고,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은 구속됐다.

최근 사기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된 유씨가 재수감을 앞두고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가 구속됐다. 친형인 이상득(전 국회의원)씨까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의 금품 수수 사건도 연이어 터졌다. 

박근혜정부 4년차인 2016년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민간인 최순실씨가 ‘비선 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한 사건으로 국정 농단 사태라고도 불린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비화됐으며, 그 결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일어났다.

2016년 7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같은 해 10월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전 국민적 사건으로 확대됐다. 연인원 1300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과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다음해 3월 헌법재판소는 ‘주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아직까진 지지율 유지
라임·옵티머스 재점화?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4년차에 이르러서도 40% 안팎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중이다. LH 사태로 30% 벽이 깨지고 4·7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내주는 등 위기를 겪긴 했지만 최근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하긴 어렵다. 지뢰가 곳곳에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화두로 떠올랐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 정치권, 언론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뿌렸다고 폭로했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언급됐고, 박영수 특검이 포르쉐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특정 의혹이 게이트로 비화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금융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잠잠해지는 듯했던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 김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건국대는 지난해 1월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건국대가 이사회와 교육부의 허가 없이 투자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교육부는 조사를 거쳐 유자은 이사장 등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5월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던 유 이사장 등에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이 불거지기 한 달 전인 8월과 교육부 조사가 이뤄진 이후인 10월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김씨를 비롯해, 김씨가 소개해준 부장검사를 만났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항의의 뜻을 비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고발한 건국대 임대보증금 393억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분에도 관심이 모이는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김씨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경찰 조사 이후 ‘정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권 쪽 인사가 와서 Y(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경찰과도 조율됐다는 식으로 말했다. 저는 안 하겠다, 못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철벽방어
언제까지

윤석열 캠프가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에 반응했다.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할 사람이 아니라고 저는 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를 펼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의 불똥이 유력 대선후보 쪽으로 튀면서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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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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