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포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사망사고 이상한 변명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18 14:19:43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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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와 노동자 죽음은 별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난 10여년 동안 낙동강 상류에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방류하는 등 환경 관련법을 120여차례 위반한 영풍 석포제련소. 사고가 끊이지 않던 이곳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노동자가 삼수소화 아르신(비소)을 흡입해 사망에 이르렀다. 영풍 측은 “환경문제와 사망사고는 별개 문제다. 결부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의 비철금속 제련소다. 영풍은 “제련소로는 세계 최초 폐수 재이용 시설(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장 노동자의 아르신 중독은 예방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다. 이달 초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아르신 중독으로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협력업체
비소 중독

영풍 석포제련소 협력업체 노동자인 60대 남성 A씨는 공정 물질을 저장하는 탱크의 모터를 교체하던 중 아르신을 흡입했고, 지난 9일 숨졌다. A씨의 몸에서는 치사량(0.3ppm)의 6배가 넘는 2ppm의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서 함께 작업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등 3명도 현재 비소 중독으로 병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1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4명의 사상자들은 공기호스가 달린 송기마스크 착용 없이 최대 7시간가량 삼수소화 아르신에 노출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수소화 아르신은 아연을 황산에 녹일 때 발생하는 액화가스 형태의 비소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서 지정한 ‘관리대상 유해물질’이다. 특히, 노동자에게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사업주는 해당 물질로 인한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보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비소 또는 그 무기화학물 노출 근로자의 보건관리지침’에 따르면 비소는 폐암, 방광암 및 피부암 등을 유발하는 인체발암물질이다. 또 “비소와 그 화합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한다” “지급된 보호구는 사업주 및 관리감독자 등의 지시에 따라 반드시 착용한다” 등의 근로자 준수사항이 제시되고 있다.

대응 방법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사고 당시 석포제련소에서는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흡입을 막는 송기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하는데 방독 마스크만 착용하고 있었다고 들었다”며 “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12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전에 충분히 위험을 파악하고 평가했는지, 그에 따른 필수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며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경북 봉화군의 석포제련소는 아연 생산량이 연간 최대 40만톤에 달하는 비철금속 제련소다.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다. 고용부는 사고장소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과 유사 공정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린 상태다.

송기마스크 없이 삼수소화 아르신 노출
관리·감독 소홀 지적에 핑계뿐인 영풍

아울러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포함한 영풍그룹 제련·제철 관련 계열사 7개사를 대상으로 12월 중 일제 기획감독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풍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사고 소식을 협력업체로부터 뒤늦게 전달받으면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근로자들이)작업 도중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호소할 때 병원에 입원한 뒤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유독물질을 발생시키는 석포제련소를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2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포제련소가 아연을 생산하는 과정서 비소와 폼알데하이드 등 유독물질이 발생한다”며 “사람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석포제련소를 당장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997년 이후 지금까지 석포제련소서 8건의 사고로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영풍그룹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노동자 사망사고와 환경훼손 문제는 별개다. 결부시키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는 2025년까지 7000억원 규모의 환경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제련 공정서 나온 폐수를 단 한 방울도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3년째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석포제련소의 공정에 사용한 용수를 일체 외부로 배출하지 않았다. 하루 평균 1,946㎥, 총 71만376㎥의 폐수를 무방류시스템을 통해 처리한 다음 제조공정에 재활용했다.

영풍 측의 입장에 관해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제련소서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환경부가 제련소에 환경인증을 계속 내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를 영풍이 방치해왔다는 면에서 환경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풍의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에 따라 아르신 중독사고 예방책도 충분히 세울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환경단체
폐쇄 촉구

석포제련소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부터 7년 가까이 석포제련소서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던 노동자 진현철씨는 2017년 급성 백혈골수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이밖에 석포제련소 퇴직자 4명은 지난달 27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업병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모두 진씨처럼 제련소서 필터프레스 용해·여과 공정을 맡아왔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약 14년을 영풍석포제련소서 일한 퇴직자 박용택씨는 중금속이 녹아 있는 수증기를 오랜 기간 마신 뒤 이가 조금씩 흔들렸다고 말한다. 

박씨는 “중성액이 담긴 탱크를 받으려고 무전기를 들고 서 있으면 (탱크서)뜨거운 김이 올라오는데 방진마스크(먼지 막는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고 그 김을 다 내가 마신다”며 “만약 회사서 방독마스크라도 하나 주고 ‘위험하니까 이걸 받을 적에는 꼭 쓰시오’ 했으면 이가 안 망가졌을 수도 있잖아요. 어느 날 이가 흔들리더니 뽑고 나면 또 그 옆의 이가 흔들리고. 그러더니 그냥 이가 다 빠져버렸다”고 증언했다.

최근 박씨는 노무사를 만나 산업재해 신청도 준비했으나 직업병과 관련 있다는 의사 소견서를 구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했다.

영풍그룹은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미흡했을 뿐 아닌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했다. 10년 동안 공장 폐수를 상습적으로 무단방류하다 걸려, 8번이나 국정감사에 등장한 ‘단골손님’이었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낙동강에 불법 배출하는 등 환경 법령 위반사례는 120건이 넘었고, 90여차례 이상 행정처분을 받았다.


일례로 2018년 폐수 70t을 낙동강에 불법 방류해 20일 조업정지를 당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환경부 점검서 오염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배출시설을 설치 및 이용한 사실과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가 최종 방류구를 통과하기 전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등이 적발돼 조업정지 60일(2개월) 처분을 경상북도로부터 받았다.

그렇게 분위기 
파악이 안되나?

이에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대구지법 제5형사항소부(최종한 부장판사)는 지난 10월18일 석포제련소서 업무상 과실로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낙동강에 유출되도록 한 혐의(물환경보전법 위반)로 기소된 당시 석포제련소 환경·안전 업무 총괄 상무에 대한 항소심서 원심과 같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폐수처리시설에 대한 충분한 근무자들을 배치해 주기적으로 점검하지 않는 등의 업무상 과실로 셀레늄을 낙동강에 배출했다”며 “영풍은 석포제련소서 얻은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이자 궁극적인 책임자로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카드뮴 오염수 방출로 281억원의 과징금을 받아 환경과 건강권 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환경부의 주민건강 조사 결과 제련소 인근 주민의 카드뮴·납 농도가 국민 평균치의 두세배에 이르렀다. 현재 석포제련소는 2022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환경부의 통합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허가조건 103개 중 54건, 세분류 총 235건 중 123건을 이행 완료한 상황이다.

영풍그룹의 환경훼손 논란은 황산을 싣고 달리는 사유화차 발주 과정서도 드러났다. 영풍은 2018년 12월 말 철도차량 제작업체 ‘고려차량’에 황산조차 20량 제작을 의뢰했다. 그해 1월 황산조차 도면설계에 착수했고 6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 통보했다. 해당 열차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서 나온 황산을 싣고 석포역과 온산역을 왕복 중이다. 


문제는 고려차량이 수입한 화물열차에 탑재된 제동·연결기가 원산지인 중국서조차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불안전한 제품으로 평가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기존 화차와의 호환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연결기 간 호환성이 떨어지면 운행 도중 분리 및 탈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열차 불량으로 탈선·전복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량의 황산 유출로 막대한 환경피해가 불가피하다.

사고 끊이지 않아도…남의 일?
노동부, 중대재해처벌 만지작

2002년부터 코레일의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 부품 사양과 고려차량이 중국서 수입한 사양은 제원상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사양의 A 대차는 북미권서 60년간 사용돼 신뢰성을 확보했다. 반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B 대차는 중국서 1990년도에 개발됐으면서도 현지서 운행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바퀴 단면이 거칠고, 금이 발생하는 등 편마모 현상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B 대차의 바퀴가 선로에 알맞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주행 시 미세한 충돌로 손상이 발생한다고 봤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 결과에 따르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제동장치는 기존 화물열차에 제동장치보다 제동 시간이 2배 이상 늦게 기록됐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업계에선 영풍이 단가를 낮춰 사유화차를 발주하는 상황서, 고려차량이 입찰을 위해 헐값에 중국산 화차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고려차량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국토부 철도차량 형식 승인을 받은 사유화차의 안전성과 차적 편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숱하게 나왔다”며 “신경 안 쓴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영풍이 어떤 그룹인데 화차 수입하는 게 얼마나 한다고 아까워하겠냐”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코레일이 차적에 이미 편입한 황산조차 20량을 계속 운행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영풍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지 오히려 궁금한 대목이다.

영풍은 지난 10월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도 출석해 환경오염 문제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국감장서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통합허가 이후에도 환경부가 적발한 위반사항이 9건, 지자체인 봉화군서 적발한 위반사항이 1건이 있다”며 “대기오염 배출을 조작하기도 하거나 비가 오는 날 낙동강에 카드뮴을 배출하는 등 위반 사항이 무척이나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영민 영풍그룹 대표는 이날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회사 측에서 일정 변경을 신청해 출석을 연기했다.

위험천만
황산 열차

한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영풍 석포제련소서 일한 노동자 2명의 아르신 가스 중독을 진단한 강희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매체와 인터뷰서 “농도가 짙은 아르신가스에 노출되면 콩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예방과 관련해 “사업주 의지가 제일 크다. 어떻게든 (문제를)잡겠다고 하면 했을 것”이라며 “실제 그렇게 안전관리를 하는 곳도 있다. 안전관리 잘하는 기업들은 보호장구를 제대로 안 낀 노동자에겐 아예 일을 못하게도 한다. 여기(제련소)는 그렇게 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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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