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포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사망사고 이상한 변명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18 14:19:43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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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와 노동자 죽음은 별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난 10여년 동안 낙동강 상류에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방류하는 등 환경 관련법을 120여차례 위반한 영풍 석포제련소. 사고가 끊이지 않던 이곳에서 근무한 협력업체 노동자가 삼수소화 아르신(비소)을 흡입해 사망에 이르렀다. 영풍 측은 “환경문제와 사망사고는 별개 문제다. 결부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의 비철금속 제련소다. 영풍은 “제련소로는 세계 최초 폐수 재이용 시설(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장 노동자의 아르신 중독은 예방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다. 이달 초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아르신 중독으로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협력업체
비소 중독

영풍 석포제련소 협력업체 노동자인 60대 남성 A씨는 공정 물질을 저장하는 탱크의 모터를 교체하던 중 아르신을 흡입했고, 지난 9일 숨졌다. A씨의 몸에서는 치사량(0.3ppm)의 6배가 넘는 2ppm의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서 함께 작업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등 3명도 현재 비소 중독으로 병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1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4명의 사상자들은 공기호스가 달린 송기마스크 착용 없이 최대 7시간가량 삼수소화 아르신에 노출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수소화 아르신은 아연을 황산에 녹일 때 발생하는 액화가스 형태의 비소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서 지정한 ‘관리대상 유해물질’이다. 특히, 노동자에게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사업주는 해당 물질로 인한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보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비소 또는 그 무기화학물 노출 근로자의 보건관리지침’에 따르면 비소는 폐암, 방광암 및 피부암 등을 유발하는 인체발암물질이다. 또 “비소와 그 화합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한다” “지급된 보호구는 사업주 및 관리감독자 등의 지시에 따라 반드시 착용한다” 등의 근로자 준수사항이 제시되고 있다.

대응 방법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사고 당시 석포제련소에서는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흡입을 막는 송기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하는데 방독 마스크만 착용하고 있었다고 들었다”며 “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12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전에 충분히 위험을 파악하고 평가했는지, 그에 따른 필수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며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경북 봉화군의 석포제련소는 아연 생산량이 연간 최대 40만톤에 달하는 비철금속 제련소다.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다. 고용부는 사고장소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과 유사 공정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린 상태다.

송기마스크 없이 삼수소화 아르신 노출
관리·감독 소홀 지적에 핑계뿐인 영풍

아울러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포함한 영풍그룹 제련·제철 관련 계열사 7개사를 대상으로 12월 중 일제 기획감독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풍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사고 소식을 협력업체로부터 뒤늦게 전달받으면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근로자들이)작업 도중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호소할 때 병원에 입원한 뒤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유독물질을 발생시키는 석포제련소를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2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포제련소가 아연을 생산하는 과정서 비소와 폼알데하이드 등 유독물질이 발생한다”며 “사람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석포제련소를 당장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997년 이후 지금까지 석포제련소서 8건의 사고로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영풍그룹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노동자 사망사고와 환경훼손 문제는 별개다. 결부시키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는 2025년까지 7000억원 규모의 환경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제련 공정서 나온 폐수를 단 한 방울도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3년째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석포제련소의 공정에 사용한 용수를 일체 외부로 배출하지 않았다. 하루 평균 1,946㎥, 총 71만376㎥의 폐수를 무방류시스템을 통해 처리한 다음 제조공정에 재활용했다.

영풍 측의 입장에 관해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제련소서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환경부가 제련소에 환경인증을 계속 내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를 영풍이 방치해왔다는 면에서 환경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풍의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에 따라 아르신 중독사고 예방책도 충분히 세울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환경단체
폐쇄 촉구

석포제련소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부터 7년 가까이 석포제련소서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던 노동자 진현철씨는 2017년 급성 백혈골수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이밖에 석포제련소 퇴직자 4명은 지난달 27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업병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모두 진씨처럼 제련소서 필터프레스 용해·여과 공정을 맡아왔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약 14년을 영풍석포제련소서 일한 퇴직자 박용택씨는 중금속이 녹아 있는 수증기를 오랜 기간 마신 뒤 이가 조금씩 흔들렸다고 말한다. 

박씨는 “중성액이 담긴 탱크를 받으려고 무전기를 들고 서 있으면 (탱크서)뜨거운 김이 올라오는데 방진마스크(먼지 막는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고 그 김을 다 내가 마신다”며 “만약 회사서 방독마스크라도 하나 주고 ‘위험하니까 이걸 받을 적에는 꼭 쓰시오’ 했으면 이가 안 망가졌을 수도 있잖아요. 어느 날 이가 흔들리더니 뽑고 나면 또 그 옆의 이가 흔들리고. 그러더니 그냥 이가 다 빠져버렸다”고 증언했다.

최근 박씨는 노무사를 만나 산업재해 신청도 준비했으나 직업병과 관련 있다는 의사 소견서를 구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했다.

영풍그룹은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미흡했을 뿐 아닌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했다. 10년 동안 공장 폐수를 상습적으로 무단방류하다 걸려, 8번이나 국정감사에 등장한 ‘단골손님’이었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낙동강에 불법 배출하는 등 환경 법령 위반사례는 120건이 넘었고, 90여차례 이상 행정처분을 받았다.

일례로 2018년 폐수 70t을 낙동강에 불법 방류해 20일 조업정지를 당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환경부 점검서 오염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배출시설을 설치 및 이용한 사실과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가 최종 방류구를 통과하기 전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등이 적발돼 조업정지 60일(2개월) 처분을 경상북도로부터 받았다.

그렇게 분위기 
파악이 안되나?

이에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대구지법 제5형사항소부(최종한 부장판사)는 지난 10월18일 석포제련소서 업무상 과실로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낙동강에 유출되도록 한 혐의(물환경보전법 위반)로 기소된 당시 석포제련소 환경·안전 업무 총괄 상무에 대한 항소심서 원심과 같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폐수처리시설에 대한 충분한 근무자들을 배치해 주기적으로 점검하지 않는 등의 업무상 과실로 셀레늄을 낙동강에 배출했다”며 “영풍은 석포제련소서 얻은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이자 궁극적인 책임자로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카드뮴 오염수 방출로 281억원의 과징금을 받아 환경과 건강권 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환경부의 주민건강 조사 결과 제련소 인근 주민의 카드뮴·납 농도가 국민 평균치의 두세배에 이르렀다. 현재 석포제련소는 2022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환경부의 통합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허가조건 103개 중 54건, 세분류 총 235건 중 123건을 이행 완료한 상황이다.

영풍그룹의 환경훼손 논란은 황산을 싣고 달리는 사유화차 발주 과정서도 드러났다. 영풍은 2018년 12월 말 철도차량 제작업체 ‘고려차량’에 황산조차 20량 제작을 의뢰했다. 그해 1월 황산조차 도면설계에 착수했고 6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 통보했다. 해당 열차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서 나온 황산을 싣고 석포역과 온산역을 왕복 중이다. 

문제는 고려차량이 수입한 화물열차에 탑재된 제동·연결기가 원산지인 중국서조차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불안전한 제품으로 평가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기존 화차와의 호환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연결기 간 호환성이 떨어지면 운행 도중 분리 및 탈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열차 불량으로 탈선·전복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량의 황산 유출로 막대한 환경피해가 불가피하다.

사고 끊이지 않아도…남의 일?
노동부, 중대재해처벌 만지작

2002년부터 코레일의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 부품 사양과 고려차량이 중국서 수입한 사양은 제원상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사양의 A 대차는 북미권서 60년간 사용돼 신뢰성을 확보했다. 반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B 대차는 중국서 1990년도에 개발됐으면서도 현지서 운행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바퀴 단면이 거칠고, 금이 발생하는 등 편마모 현상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B 대차의 바퀴가 선로에 알맞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주행 시 미세한 충돌로 손상이 발생한다고 봤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 결과에 따르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제동장치는 기존 화물열차에 제동장치보다 제동 시간이 2배 이상 늦게 기록됐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업계에선 영풍이 단가를 낮춰 사유화차를 발주하는 상황서, 고려차량이 입찰을 위해 헐값에 중국산 화차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고려차량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국토부 철도차량 형식 승인을 받은 사유화차의 안전성과 차적 편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숱하게 나왔다”며 “신경 안 쓴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영풍이 어떤 그룹인데 화차 수입하는 게 얼마나 한다고 아까워하겠냐”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코레일이 차적에 이미 편입한 황산조차 20량을 계속 운행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영풍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지 오히려 궁금한 대목이다.

영풍은 지난 10월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도 출석해 환경오염 문제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국감장서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통합허가 이후에도 환경부가 적발한 위반사항이 9건, 지자체인 봉화군서 적발한 위반사항이 1건이 있다”며 “대기오염 배출을 조작하기도 하거나 비가 오는 날 낙동강에 카드뮴을 배출하는 등 위반 사항이 무척이나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영민 영풍그룹 대표는 이날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회사 측에서 일정 변경을 신청해 출석을 연기했다.

위험천만
황산 열차

한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영풍 석포제련소서 일한 노동자 2명의 아르신 가스 중독을 진단한 강희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매체와 인터뷰서 “농도가 짙은 아르신가스에 노출되면 콩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예방과 관련해 “사업주 의지가 제일 크다. 어떻게든 (문제를)잡겠다고 하면 했을 것”이라며 “실제 그렇게 안전관리를 하는 곳도 있다. 안전관리 잘하는 기업들은 보호장구를 제대로 안 낀 노동자에겐 아예 일을 못하게도 한다. 여기(제련소)는 그렇게 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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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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