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월 데드라인’ 시나리오

‘김용발’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난관에 부딪혔다. 대장동 사건에 얽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선고가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에게 내려지는 첫 심판인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둘을 한 세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12월, 총선 레이스 출발점에 선 ‘이재명 호’가 사정거리에 포착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관계자들이 ‘화천대유’라는 특정한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줬으며,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꼽히는 ‘위례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건이기도 하다.

대장동 사건
측근 첫 심판

지난 9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벌금 3억8000만원과 7억9000만원 추징도 덧붙였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1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불법 선거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금액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2013~2014년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원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은 범죄자를 단정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단시간에 중범죄자가 된 이유는 유동규와 정민용의 진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역시 “이 사건은 유동규 사기극”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대장동 특혜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정 변호사 역시 “유동규가 ‘대장동 설계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하셨다. 천재 같지 않냐’고 하면서 확정 이익에 관해서는 ‘시장이 다 설명·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도 “2015년 초부터 천화동인 1호(대장동 개발 주주 회사)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코앞에 두고 큰 거 온다”
또다시 설설 끓는 이재명 리스크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심 선고가 오는 30일로 예정됐다. 내년 22대 총선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에 촉각을 세우는 만큼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꼽은 자신의 최측근인 만큼 1심 선고 결과가 ‘이재명 재판 바로미터’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부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을 겹쳐서 보는 만큼 한쪽의 판결이 곧 다른 한쪽에 색안경을 끼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김 전 부위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검찰 수사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단숨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2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대표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와 이 대표에게 날아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굵직한 이벤트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최측근까지 무죄 판결이 난다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반대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 닥칠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판결 따라…
총선 밑그림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구속될 가능성은 무척 적다”고 내다봤다. 12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총선 출마가 가닥 잡히는데, 사실상 출마가 확정된 의원에 한해서는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속만 안 됐을 뿐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배지를 단 이 대표가 과연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시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불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활용됐다고 봤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 의혹이 유죄로 판결난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대선서 민주당이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법원 출석 부담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배임·뇌물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출석 요일을 두고 이 대표 측과 재판부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공판을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에 진행하되 매달 셋째 주는 월요일에만 열기로 합의를 봤다.


현재 선거법 공판은 매달 2회, 대장동 공판은 주 1.5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재판이 이뤄진다면 어느 주에는 최대 3회 법원으로 출석해야 한다. 선거유세 등 지역구에 충실해야 할 지금으로서는 당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탄핵안 두고
복잡한 셈법

오는 30일은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지만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는 날이기도 하다. 정치권서 이날을 국회 분수령으로 꼽는 이유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기로에 선 시점서 탄핵 카드를 쥔 민주당은 신중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만일 김 부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면 ‘이재명 방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중 발생한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에 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예고했던 필리버스터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탄핵소추안이 72시간 안에 열리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의 셈법이 어긋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본회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만큼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당이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법사위 심사 예정이었던 안건은 여야 모두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파행하는 건 민생보다 정권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내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비명(비 이재명)계를 비롯한 당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재판 결과부터 탄핵 재추진까지
30일 분수령…판세 읽는 친명계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앞서 민주당은 야당 혁신을 위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2월 중하순, 늦으면 다음 해 1월 초순을 ‘민주당 혁신의 시간’으로 내세웠다. 12월9일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부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2월 무렵에는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을 잡는 일인데, 현재 민생 법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만큼 (2월)전후로 민주당이 다시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 인적 쇄신 단행을 예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뭉친 만큼 비명계 의원의 거취가 불안정하다는 평이 나온다. 만일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서 당내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빌미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다면 비주류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는 현역 의원의 경우는 교체율이 최소 30% 이상이 일반적인 만큼 이번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친명(친 이재명) 색으로 덧칠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 친낙(친 이낙연) 등으로 분류된 중진 의원일수록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의 시간을 맞이하기도 전에 내홍이 인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단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최근 ‘혁신계’로 불리는 비명계 의원이 이끄는 ‘원칙과 상식’ 모임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당내서 탈당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뿐이다.

‘유쾌한 결별’로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제시했던 그는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소통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탈당과는 한발 거리를 둔 원칙과 상식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그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오는 12월을 기점으로 이 대표 체제에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시사할 경우 당 장악력 약화는 물론 이 대표의 리더십까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살길을
찾아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가담된 인물들이 덩이 식물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관계가 형성됐다. 이 대표는 측근들의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총선의 신호탄이 울리기도 전에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덮을 만한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최근 터진 행사 홍보 현수막 문구로 인한 ‘청년 비하’ 논란과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막말 탓에 민심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겹겹이 위기에 둘러싸인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본회의 열어? 말어?

지난 23일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다음 일정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줄곧 30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과 쌍특검이 안건에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서 30일 본회의 불투명, 이런 기사가 나오는데 완전히 오보”라며 “30일 본회의는 의장이 확실한 약속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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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