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①비굴한 창업주 구하기

정권에 무릎 꼬리 내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궁지에 몰린 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고양이를 물거나 납작 엎드려 죽은 척을 하거나. 순응을 택한 쥐는 고양이의 눈을 피해 살길을 찾으려 든다. 깊게 몸을 수그리고 살살 눈치를 보면서 때를 기다린다. 고양이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다가 앞발을 휘두른다. 쥐는 바닥에 늘어진다.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퇴로가 차단된 상태서 ‘가둬놓고 패는’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무너진 하늘 틈으로 솟아날 구멍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문재인정부와는 ‘밀월 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독했던 터라 윤석열정부의 태도에 더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꽃길 끝나고
가시밭길로

결국 카카오는 꼬리를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십분 활용해 정부의 방향에 발 맞추기로 한 것. 현재 최대 화두인 윤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카카오가 힘을 더하는 방식으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검색 결과서 뉴스 제휴 언론사 기사만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변경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지난 5월부터 전체 언론사와 뉴스 제휴 언론사를 구분해 검색 결과를 제공한 6개월 간의 실험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의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 제휴 언론사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다음에 따르면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사 소비량은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많았다.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전체 언론사보다 높은 검색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점을 기본값 변경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설정 변경을 통해 전체 언론사 기사를 볼 수 있도록 기본값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음의 발표 이후 뉴스 제휴를 하고 있지 않은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다음과 뉴스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대부분 대형·주류 언론으로 분류된다. 다음이 뉴스 제휴 언론사의 우선 검색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의도적으로 중소 언론사를 배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이하 인신협)는 지난달 24일 ‘국민의 다양한 뉴스선택권을 원천 봉쇄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악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놨다. 인신협은 “100개 남짓한 다음 CP(콘텐츠 제휴)사 가운데 제평위(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면밀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곳은 단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CP사들은 포털사이트가 자체 계약을 통해 입점한 매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P사라는 타이틀이 해당 언론사의 뉴스 품질을 담보하는 것도 결코 아니며 언론사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올해 들어 포털은 기사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평위 활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뉴스 품질 심사기구의 가동도 중단하면서 이제는 국민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뉴스 검색 시스템 바꿔
정부 언론 길들이기 발 맞춰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뉴스 검열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다음이 뉴스 검색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CP사로 변경한 것은 카카오 사주 구하기, 정권의 입맛 맞추기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유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인터넷신문 검열(심의) 주장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 등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속내의 반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판적 인터넷 언론의 언로를 차단, 통제하는 현 정권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검색 사이트 카카오의 이 같은 행태는 권력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한국 검색서비스 사업자의 추악한 민낯의 단면”이라고 일갈했다.  


윤정부는 최근 언론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민 KBS 사장 등이 계속 입길에 오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서 이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자 이 전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KBS는 박 사장의 행보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카카오가 뉴스 검색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CP사만
알 권리?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을 들고 있다. 카카오에 대한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에서 창업자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뉴스 검색 시스템 변화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이미 카카오는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누더기가 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토스하고 검찰이 스파이크를 때리는 방식으로 두들겨 맞는 사이 핵심 관계자는 구속까지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달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배 대표는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기업지배권 경쟁 과정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런 혐의로 배 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 등의 법률대리인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사업 강제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양벌 규정에 따라 배 대표와 함께 카카오 법인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만일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은행 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한다.

검찰 수사
막아보려?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모두 매각도 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대주주 지위가 박탈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검찰의 칼끝이 정조준하고 있는 곳은 김 전 의장이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15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전 의장을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카카오그룹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셈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그룹의 일부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에 김 전 의장의 자택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 카카오는 다음의 뉴스 검색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몸을 바짝 낮춰 ‘항복’ 의사를 표했지만 검찰은 전선을 확대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 과정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바람픽쳐스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수 당시 바람픽쳐스가 3년간 매출을 내지 못한 자본잠식 상태 이른바 ‘깡통회사’였다는 점이다. 검찰은 바람픽쳐스 인수 과정서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김 전 의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플랫폼 관련 고발 건도 있다.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KLAY)와 관련해 횡령·배임 혐의로 김 전 의장 등이 고발된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카카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 해당 고발 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범수 구속 가능성에 벌벌
경영쇄신 카드 좌초 가능성↑

일단 김 전 의장은 ‘경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는 내부 경영쇄신위원회와 외부 독립조직으로 설립된 준법과신뢰위원회(준법신뢰위)를 구성하고 비상경영에 준하는 대수술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장이 직접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다. 

준법신뢰위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최근 1기 위원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연내 공식 출범한 뒤 ‘직접 제재 권한’ 등을 통해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전 의장의 구속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에 대한 수사 전선을 넓히고 있는 상황서 김 전 의장이 법망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김 전 의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쇄신은 좌초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입장서 김 전 의장의 구속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경영쇄신이 ‘겉핥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카오는 창립 이래 제대로 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사방팔방서 가해지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 카카오 내부는 처음 겪는 전방위적 압박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다. 바깥의 공격을 방어해야 할 내부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내부 상황에 대해 ‘작심발언’을 이어 가면서 파열음이 나오는 중이다. 김 총괄은 김 전 의장이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라 그 파장은 더 큰 상태다. 

내부 시끌
폭망 기류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가져다준 전례 없는 메리트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큰 발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국민 대신 정부를 택했다. 국민기업이 국민 밉상 기업으로 전락한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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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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