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 많이 먹는 홍민택 카카오 CPO

82년생 성공신화 한 방에 무너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석 연휴가 끝났다. 장장 열흘 가까이 이어진 휴일 동안 ‘밥상머리’ 화두는 뭐였을까? 정치, 경제 문제를 차치하고 단연 화제가 된 사안은 ‘카카오톡 업데이트’였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카카오톡의 몰락,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말 그대로 대란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불만이 쏟아졌다. 카카오톡 이야기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인 만큼 그동안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말 공장’이 가동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거센 반발
예상 못해?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과장을 조금 보태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됐다. 주가가 흔들렸고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평점이 곤두박질쳤다. 직장인들이 모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현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폭로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 모든 게 불과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났다. 카카오는 지난달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가능성, 일상이 되다’를 주제로 열린 개발자 행사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을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카카오톡은 모바일 시대에서 인공지능 시대로 옮겨가는 이노베이션 윈도(혁신의 창)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15년 만에 바뀌는 카카오톡에 대해 “이렇게 큰 개편은 카카오톡 역사상 처음”이라며 “‘카톡 해’라는 말은 이제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라는 뜻을 넘어 카카오 AI를 통해 더 큰 세상을 경험한다는 새로운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톡의 핵심 기능인 메신저를 넘어 SNS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카카오는 전화번호부식 나열 구조로 돼있던 카카오톡 친구 탭을 피드 형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처럼 친구의 일상, 사진, 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용자는 친구의 프로필을 하나하나 눌러보지 않아도 프로필 변경 내역과 게시물을 타임 라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고도 홍보했다. 이용자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디데이 등을 업데이트하거나 게시물을 작성하면 프로필 홈 내 격자형 피드에 표시되도록 했다.

‘숏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도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오픈 채팅탭’을 숏폼과 오픈 채팅을 이용할 수 있는 ‘지금 탭’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용자는 다양한 숏폼 영상을 스크롤해 보며 공유할 수 있고 채팅방에서 함께 영상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 챗GPT-5 도입도 공식화했다.

문제는 이용자의 반발이 엄청났다는 점이다. 특히 ‘친구탭’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는 곳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 리뷰가 줄을 이었다. 평점 중 가장 낮은 점수인 ‘1점 리뷰’가 쏟아졌다. 10대, 20대 사이에서는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SNS 노린 카카오톡 개편에
이용자 불만 빗발·시총 증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UX(사용자 경험) 그룹 피엑스가 사용자 분석 인사이트 도구인 어피니티 버블로 카카오톡 업데이트 당일이었던 지난달 23일,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달린 리뷰 1000개를 분석한 결과를 같은 달 28일에 발표했다. 대부분 업데이트가 사용자 경험 저하를 야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주제별로 분류하면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뷰가 42%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 니즈 파악 못한 업데이트’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 등 직접적으로 불만감을 표출하는 리뷰도 다수 확인됐다. 사용자 환경(UI)과 디자인 불만이 19%, 친구 목록과 프로필 불만이 10%로 나타났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기능을 과도하게 추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다수 이용자의 반발에 시장도 흔들렸다. 지난달 23일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한 이후 주가 하락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22일 6만6400원이던 주가는 23일 4.67% 하락해 6만33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톡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확산하던 지난달 26일에는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29조3670억원(지난달 22일 기준)이던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26조2268억원으로 3조4000억원이나 줄었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방법’ ‘카카오톡 업데이트 차단 방법’ 등의 글이 게시돼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톡이 자동으로 업데이트 됐다며 한탄하는 게시글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일부 연예인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기사화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렇게 남녀노소가 대통합되는 이슈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카카오톡에 대해 이야기한다. 10명을 만나면 10명 모두 욕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자의 불만이 거세고 수조원의 시총까지 증발하자 카카오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한 지 엿새 만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이 제기된 부분인 친구 탭의 ‘원상복구’를 선언했다. 친구탭 첫 화면을 개편 이전인 전화번호부식 형태로 되돌리는 게 골자다.

6일 만에
백기 투항

인스타그램 방식으로 제공하던 피드형 게시물은 친구 탭에 별도로 추가될 ‘소식’ 메뉴를 통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홍 책임자는 카카오톡 원상복구를 공지한 지난달 29일 카카오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지 글을 올렸다. 공지 글에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추진 배경과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친구 탭 피드백 배경도 전했다.

카카오 경영진도 이용자의 불만을 예상했지만 그 수위가 너무 높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 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폰트 하나만 바뀌어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더 편리하고 자유로운 대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가 적응하리라 본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대한 불만 제기를 넘어 카카오 경영진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는 등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특히 카카오 현직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회사 내부가 ‘내홍 상태’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 중심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다. 홍 책임자는 이번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반대했는데 윗선에서 강행했다고 한다.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겠냐고. 욕 신나게 해도 되는데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줘. 그냥 기획자, 디자이너들은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 위에서 민택이 형이 하나하나 다 지시한 거야”라고 썼다.

‘민택이 형’은 홍 책임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전 토스뱅크 대표인 홍 책임자를 영입했다. 홍 책임자가 토스에서 3년 대표 임기를 마친 시기였다. 홍 책임자는 삼성전자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서 각각 삼성페이, 간편 송금 등 혁신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삼성·토스
카카오 둥지

카카오 측은 홍 책임자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그가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금융 관련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비스 전문가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2년생인 홍 책임자는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IBM과 딜로이트를 거쳐 201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페이 개발에 참여하며 핀테크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2017년 토스로 둥지를 옮긴 홍 책임자는 뱅킹 트라이브 제품 총괄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토스뱅크 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했다.

특히 토스 대표 시절 토스뱅크가 2023년 출시한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은 출시 170일 만에 누적 계좌 수 20만좌, 예치액 4조원, 이자 630억원에 도달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업계에는 카카오가 홍 책임자라는 ‘젊은 피’를 수혈해 새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고 카카오에 대한 국민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홍 책임자가 역할을 잘 해주리라는 기대였다.

지난 8월29일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김 센터장에게 중형이 구형되면서 카카오 주가가 흔들렸다. 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카카오 그 자체로 평가받는 김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에 위기론이 불거졌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도덕적 해이 논란 등으로 국민 기업에서 밉상 기업으로 카카오가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라 더더욱 혁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빅뱅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과감하고 야심차게 밀어붙인 대규모 개편이 사실상 ‘백기 투항’ 형태로 무너지면서 홍 책임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영입된 지 6개월 만에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가 이용자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한 상황인 만큼 내부 혼선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라인드 내부 폭로에
책임론·리더십 시험대

일각에서는 홍 책임자가 카카오 차기 대표 가운데 1명으로 거론됐던 만큼 그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나온다. 친구탭의 원상 복구를 선언했지만 아예 이전 형태로 ‘롤백’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개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홍 책임자는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다.

홍 책임자의 리더십을 둘러싼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내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글에 따르면 “토스 출신 임직원들이 카카오를 장악하면서 실무진들이 (이번 개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으나 오히려 사내 괴롭힘으로 돌아왔다”며 “(업데이트 후) 기존 직원들은 이용자의 불만에 대응하느라 갈려 나가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로만 봐서는 내부에서 개편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홍 책임자가 내부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카카오톡 개편을 강행했다가 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메신저 기능을 하는 ‘대체품’이 많다는 점도 카카오엔 악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는 정말 냉정하다.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면 개선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른 앱으로 갈아탄다. 메신저 같은 경우에는 카카오톡이 유일무이한 앱도 아니지 않나. 그 틈새를 노리는 앱이 나오면 많은 이용자가 카카오톡을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사실상 ‘독점’ 형태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점유율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 업계 1위를 기록했던 포털사이트가 개편 이후 이용자의 반발이 폭주함에 따라 말 그대로 ‘폭망’의 길을 걷다가 현재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실제 메신저 기능에 집중해 온 ‘네이트온’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메신저 본질에 대한 이용자의 수요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덧붙었다.

지난달 30일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트온은 같은 달 27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앱 순위에서도 5위까지 치솟았다. 기존 60~70위권에 머무르다 급상승한 것이다. 카카오톡 개편에 불만을 품을 이용자가 대체 메신저를 찾아 나선 결과로 해석됐다.

AI 접목
위기 돌파?

업계에서는 카카오톡과 AI의 결합이 이번 사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바로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대화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로 도입됐다. 해당 개편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카카오톡 ‘후폭풍’의 기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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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