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국민의힘 장외투쟁, 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9 17:03:03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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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가리지 않고 주도권 알박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색 짙은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하면서 주도권 뿌리 내리기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또 강경 보수 세력과 함께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장외투쟁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지는 사이 중도층은 점점 더 국민의힘과 멀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엔 “국가의 통치 체계 전반을 뒤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법안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당시엔 “30명까지 증원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었고, 최근엔 연간 4명씩 3년 동안 12명을 늘려 총 26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거여 민주당
뿌리 내리기

대법관 14명 중 재판 업무를 전담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에만 참여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2150건이다.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합의체 사건 외엔 대법관 4명으로 각각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한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밀려드는 상고심 수에 대비해 상고 이유가 ▲헌법·법률 위반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건 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부활 ▲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돼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법사소위를 통과한 직후부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지난 22일엔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을 주도했다.

조 대법원장과 민주당은 지난 5월 이후 갈등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회부 9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 등은 “9일 만에 어떻게 사건 기록 6만여쪽을 검토할 수 있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대법관 증원을 서둘렀다.

검찰청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민주당의 오랜 비원인 검찰개혁 구상이 헌정사상 가장 강경하게 반영된 법안이다. 여기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명분을 보탰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등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일 단위로 계산하는 관행과 달리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그러자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심 전 총장은 끝내 제기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원로 보수 정치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더 구설에 올랐다. 심 전 총장의 당시 대응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논리에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보수색 짙은 기관 장악
“도대체 막을 방법이…”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와 통합돼 사라졌다가 18년 만에 부활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에 대해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돼 ▲예산 편성 ▲재정 정책·관리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기획’과 ‘재정’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부처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오랫동안 나돌았다.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 기능도 지금까지와 달리 영향력을 약화할 새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18년 만에 해체될 예정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18년 만에 부활한다. 국내 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 채 금융감독 기능만 전담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해체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현 정부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승계를 차단하는 부칙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자동으로 임기 종료를 맞이해 해임될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에 이관해 탄생하는 부처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이에 대해서도 “규제 부서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울 우려가 있고, 에너지 정책이 이원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엔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 관련 에너지 정책이 이관되고, 종전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통상부에 남기 때문이다.

이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방안은 관할 상임위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기 때문에 추후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에 태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안은 ▲사법부 ▲검찰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보수 성향이 짙은 국가 핵심 권력기관에 집중돼있다. 이 중 사법부·검찰은 민주당과 악연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정권·절대 다수 의석·40~50대 유권자의 열성 지지를 권력의 축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2연속 압승을 거뒀다.

뻔하디 뻔한
이 끌어내기

하지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세대의 가치관은 돌고 돈다”는 주기·세대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 남성과 마찰을 빚은 지 오래다. 이들은 약 20년 후 주축 세력이 된다. 민주당으로선 3개의 축을 토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금 국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은 그 주도권을 뿌리 내리려는 ‘알박기’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은 총 171석을 보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의석을 합치면 총 190석이기 때문에 불과 107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신당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와 장외집회를 동시에 진행해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에 대응하려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법안 1개당 최소 24시간을 소요시킨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해 최대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5의 찬성으로 강제 종결시킬 수 있다. 범여권 의원이 모두 모여 법안마다 시간 지연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리버스터 효과도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는 1960년대에 불과 2회 진행됐던 것과 달리, 지난 2016년 이후 총 11회가 진행됐다. 지나치게 자주 활용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1일 야당 탄압·독재 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장외집회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 장외집회는 필연적으로 강경 보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구 집회 현장엔 윤 전 대통령 석방 요구와 부정선거론 등 강경 보수들이 선호하는 논점을 적은 깃발이 휘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단에서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 혐의를 받아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호응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장외투쟁?
장외투정?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김 최고위원보다 더 과격한 주장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정청래는 반헌법적 정치 테러 집단 수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1명을 위한 나라가 됐다”며 “이재명이 국민·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인민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처럼 “멈춰 있는 이재명의 재판 5개가 빨리 다시 시작되도록 해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시위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변혁을 이끄는 큰 무대가 되려면, 관점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일부 강경 보수 세력 등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주는 세력과 단절하지 못해 거부감을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대규모 장외투쟁은 필연적으로 과격한 언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해당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장외집회에서 극단 세력과 함께 어우러지면 같은 세력처럼 보이는 나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 민심과 서울 도봉갑에선 당원과 유권자 모두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거의 힘을 못 쓰고 맥이 다 빠져 있다”며 “장외투쟁은 중도층 지지율을 올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중도층에겐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안 맞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시작 후 한 달도 안 돼 국회 밖으로 도망갔다”며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장외투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최약체 지도부라서 땡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이날 장외집회엔 약 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겐 암묵적으로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요구와 당원 동원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에겐 비호감이 쌓일 가능성이 많은 대응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파악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일요시사>와 만나 “보수는 이제 소수 진영”이라며 “이젠 새로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107석을 가지고 개헌만 간신히 저지하는 소수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한 투쟁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점점 멀어지는 중도층
할 일은 ‘과거 복기하기’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 당시 박근혜 대표가 주도해 당사를 매각한 후 여의도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도 일부 타격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선거캠프가 받은 불법 선거자금이 이회창 캠프가 받은 자금의 1/10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선후보 측은 824억원을 받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114억원을 받았다.

1/10을 넘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로까지 연결됐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나름의 쇄신하려는 노력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박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의 출현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경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의견을 바꾸고 있다. 장외집회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세운다고 해서 장 대표가 중도층을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의 ‘용꿈’을 좌우할 첫 시험대가 될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국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권력기관 개편에 몰두하는 틈을 노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 통치 권력의 틀을 확고하게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다수의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다수의 탄핵소추를 했던 특유의 ‘밀어붙이기’ 관성을 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동어 반복도 여전하다.

이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이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헌정 사상 정권교체는 대체로 주어진 힘을 절제해 사용하지 않는 흐름 끝에 진행됐다.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대로
3년 더?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 옹립과 민주당에 적대적인 2030세대 남성과 노년층을 묶어 대항하는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자멸과 지지층이 분열한 끝에 지난 6월, 정권을 내줬다.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장외집회에서 거친 언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성공 사례를 복기하는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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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