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국민의힘 장외투쟁, 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9 17:03:03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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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가리지 않고 주도권 알박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색 짙은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하면서 주도권 뿌리 내리기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또 강경 보수 세력과 함께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장외투쟁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지는 사이 중도층은 점점 더 국민의힘과 멀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엔 “국가의 통치 체계 전반을 뒤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법안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당시엔 “30명까지 증원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었고, 최근엔 연간 4명씩 3년 동안 12명을 늘려 총 26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거여 민주당
뿌리 내리기

대법관 14명 중 재판 업무를 전담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에만 참여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2150건이다.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합의체 사건 외엔 대법관 4명으로 각각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한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밀려드는 상고심 수에 대비해 상고 이유가 ▲헌법·법률 위반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건 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부활 ▲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돼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법사소위를 통과한 직후부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지난 22일엔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을 주도했다.

조 대법원장과 민주당은 지난 5월 이후 갈등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회부 9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 등은 “9일 만에 어떻게 사건 기록 6만여쪽을 검토할 수 있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대법관 증원을 서둘렀다.

검찰청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민주당의 오랜 비원인 검찰개혁 구상이 헌정사상 가장 강경하게 반영된 법안이다. 여기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명분을 보탰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등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일 단위로 계산하는 관행과 달리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그러자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심 전 총장은 끝내 제기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원로 보수 정치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더 구설에 올랐다. 심 전 총장의 당시 대응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논리에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보수색 짙은 기관 장악
“도대체 막을 방법이…”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와 통합돼 사라졌다가 18년 만에 부활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에 대해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돼 ▲예산 편성 ▲재정 정책·관리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기획’과 ‘재정’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부처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오랫동안 나돌았다.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 기능도 지금까지와 달리 영향력을 약화할 새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18년 만에 해체될 예정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18년 만에 부활한다. 국내 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 채 금융감독 기능만 전담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해체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현 정부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승계를 차단하는 부칙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자동으로 임기 종료를 맞이해 해임될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에 이관해 탄생하는 부처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이에 대해서도 “규제 부서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울 우려가 있고, 에너지 정책이 이원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엔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 관련 에너지 정책이 이관되고, 종전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통상부에 남기 때문이다.

이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방안은 관할 상임위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기 때문에 추후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에 태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안은 ▲사법부 ▲검찰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보수 성향이 짙은 국가 핵심 권력기관에 집중돼있다. 이 중 사법부·검찰은 민주당과 악연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정권·절대 다수 의석·40~50대 유권자의 열성 지지를 권력의 축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2연속 압승을 거뒀다.

뻔하디 뻔한
이 끌어내기

하지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세대의 가치관은 돌고 돈다”는 주기·세대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 남성과 마찰을 빚은 지 오래다. 이들은 약 20년 후 주축 세력이 된다. 민주당으로선 3개의 축을 토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금 국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은 그 주도권을 뿌리 내리려는 ‘알박기’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은 총 171석을 보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의석을 합치면 총 190석이기 때문에 불과 107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신당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와 장외집회를 동시에 진행해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에 대응하려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법안 1개당 최소 24시간을 소요시킨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해 최대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5의 찬성으로 강제 종결시킬 수 있다. 범여권 의원이 모두 모여 법안마다 시간 지연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리버스터 효과도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는 1960년대에 불과 2회 진행됐던 것과 달리, 지난 2016년 이후 총 11회가 진행됐다. 지나치게 자주 활용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1일 야당 탄압·독재 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장외집회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 장외집회는 필연적으로 강경 보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구 집회 현장엔 윤 전 대통령 석방 요구와 부정선거론 등 강경 보수들이 선호하는 논점을 적은 깃발이 휘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단에서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 혐의를 받아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호응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장외투쟁?
장외투정?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김 최고위원보다 더 과격한 주장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정청래는 반헌법적 정치 테러 집단 수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1명을 위한 나라가 됐다”며 “이재명이 국민·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인민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처럼 “멈춰 있는 이재명의 재판 5개가 빨리 다시 시작되도록 해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시위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변혁을 이끄는 큰 무대가 되려면, 관점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일부 강경 보수 세력 등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주는 세력과 단절하지 못해 거부감을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대규모 장외투쟁은 필연적으로 과격한 언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해당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장외집회에서 극단 세력과 함께 어우러지면 같은 세력처럼 보이는 나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 민심과 서울 도봉갑에선 당원과 유권자 모두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거의 힘을 못 쓰고 맥이 다 빠져 있다”며 “장외투쟁은 중도층 지지율을 올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중도층에겐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안 맞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시작 후 한 달도 안 돼 국회 밖으로 도망갔다”며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장외투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최약체 지도부라서 땡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이날 장외집회엔 약 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겐 암묵적으로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요구와 당원 동원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에겐 비호감이 쌓일 가능성이 많은 대응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파악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일요시사>와 만나 “보수는 이제 소수 진영”이라며 “이젠 새로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107석을 가지고 개헌만 간신히 저지하는 소수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한 투쟁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점점 멀어지는 중도층
할 일은 ‘과거 복기하기’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 당시 박근혜 대표가 주도해 당사를 매각한 후 여의도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도 일부 타격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선거캠프가 받은 불법 선거자금이 이회창 캠프가 받은 자금의 1/10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선후보 측은 824억원을 받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114억원을 받았다.

1/10을 넘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로까지 연결됐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나름의 쇄신하려는 노력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박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의 출현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경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의견을 바꾸고 있다. 장외집회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세운다고 해서 장 대표가 중도층을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의 ‘용꿈’을 좌우할 첫 시험대가 될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국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권력기관 개편에 몰두하는 틈을 노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 통치 권력의 틀을 확고하게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다수의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다수의 탄핵소추를 했던 특유의 ‘밀어붙이기’ 관성을 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동어 반복도 여전하다.

이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이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헌정 사상 정권교체는 대체로 주어진 힘을 절제해 사용하지 않는 흐름 끝에 진행됐다.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대로
3년 더?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 옹립과 민주당에 적대적인 2030세대 남성과 노년층을 묶어 대항하는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자멸과 지지층이 분열한 끝에 지난 6월, 정권을 내줬다.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장외집회에서 거친 언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성공 사례를 복기하는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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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