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9일, 대전서 음주운전 사고로 어린이보호구역을 걷고 있던 초등학생 배승아(9)양이 결국 숨을 거뒀다. 그런데 하필 이날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출연자들 중 ‘음주운전 3회’ 이력이 있는 그룹 클래지콰이 멤버 호란을 4년 만에 출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호란은 “따뜻한 응원 덕에 용기 내서 끝까지 서 있을 수 있었다. 곧 싱글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며 “기억해주고 많이 들어달라. 노래하면서 행복했다. 조만간 공연으로 인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각종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말 뻔뻔함의 극치다” “아, 아무리 양보해도 이건 아니지” “섭외 담당자가 잘못했네” 등 MBC <복면가왕> 제작진은 물론 MBC를 향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MBC가 보도국이나 뉴스 쪽은 참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예능국 오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며 “MBC 예능에 박OO부터 온갖 OOOO들이 나오고 쓰레기 양산해내는 거 보면 뉴스 볼 때만 살짝 보고 절대 MBC는 안 본다”고 비판했다.
물론 일각에선 <복면가왕> 녹화일이 매 격주 화요일마다 진행돼 대전 초등학생 음주운전 사고를 미리 예상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비판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복면가왕>의 경우 다른 예능프로그램과는 달리 녹화분은 2주 후(1라운드), 3주 후(2라운드, 3라운드 및 가왕전)에 방영되고 있다. 또 토너먼트 방식인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 한 명이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방송이 불가피해질 경우 대체제가 없는 만큼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앞서 호란은 2016년 9월29일, 음주 상태로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 방송국으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그는 “전날 밤, 술을 마신 후 아침 방송을 위해 운전을 했다”며 “변명의 여지 없이 깊이 반성하며 모든 방송의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호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당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0.106%였다. 당시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이듬해 1월엔 음주운전 혐의로 700만원의 벌금으로 약식 기소됐다. 당시 그의 음주운전은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2017년 1월9일, 호란이 2016년 이전인 2004년과 200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복면가왕> 제작진은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들게 불편함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시청자분들의 엄격하고 당연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두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며 “시청자 여러분의 질타를 받으며 반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겠다. 또한 시청자 여러분과 현 시대의 정서를 세심히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복면가왕> 제작진은 이날 방송분 중 호란 출연분을 삭제 처리 후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음주 경력이 있는 호란의 복귀 방송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현재 방송계서 활약 중인 방송인들의 이력이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농구선수 출신 허재는 5회, 같은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바 있는데 이들은 현재도 여전히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허재는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JTBC <뭉쳐야 찬다> MBN <자연스럽게> 등에 출연했거나 현재 출연 중이다.
서장훈도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KBS Joy <연애의 참견>. ENA <명동사랑방>, AXN <풀어파일러>, tvN <돈 잘 버는 젊은 사장> 등 40여개가 넘는 예능 및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