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롤스로이스’ 범서방파 나씨 소름 돋는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4 11:42:40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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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촌 오른팔서 고깃집 사장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만취 상태로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운전하다 뺑소니 사고를 낸 50대 남성의 정체가 범서방파 간부 나모씨로 드러났다. 나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도로에 정차된 차를 들이받은 뒤 달아나다 붙잡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서 나씨가 범서방파를 사실상 이끌어 온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는 이날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밀리면서 인근에 서 있던 50대 주차 안내 직원이 다리를 다쳤다.

음주 운전 사고
“날 몰라?” 윽박

나씨는 사고 직후 피해 차량 주인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름 석 자만 대면 아는 사람”이라며 되레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다 경찰이 출동한 것을 확인하고는 현장을 벗어났다가 인근서 10여분 만에 검거됐다. 나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나씨는 2010년쯤 범서방파의 우두머리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서방파를 지배하던 김태촌은 앞서 교도소서 복역하다가 출소한 1989년 양모씨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씨가 2010년쯤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나씨가 그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나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잠잠하던 원로 조직폭력배의 일탈 행위가 드러나면서 나씨의 과거사도 재조명받고 있다. 나씨는 지난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A 그룹 총수 보복폭행에도 연루됐던 거물로 알려졌다. 

2007년 5월 A 그룹 김모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당시 청담동서 B 식당을 운영하던 나씨를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나씨의 음식점을 압수수색한 결과 사건이 발생한 그해 3월8일 저녁, A 그룹 법인카드로 식대를 계산한 매출전표를 찾아냈다.

당시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씨와 A 그룹 김모 비서실장이 함께 식사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

범서방파 출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당시 상황에 대해 “나씨가 A 그룹 보복폭행 사건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범서방파가 개입해 진두지휘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A 그룹 보복폭행 사건은 2007년 3월8일 새벽 서울 청담동 G 노래방(가라오케)서 술을 마시던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북창동 S모 클럽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8명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벌였다가 집단 폭행을 당하는 바람에 심하게 부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총알 택시’ 운영하던 잡배서 거물로
연예인 단골로 유명 ‘청담동 그 집’

김 회장이 업소를 찾아가자, 불만있으면 와보라는 식으로 종업원이 명함을 던지고 갔다고 한다. 이에 격노한 김 회장은 아들을 폭행한 인물에게 보복을 가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G 가라오케를 통해 S 클럽 종업원들을 불렀다.

S 클럽 종업원들은 자신들 5명에 노래방 종업원 3명을 끼워서 대신 내보냈는데 그들은 김 회장의 경호원들에게 청계산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이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 폭행을 저지른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호소하자 김 회장은 경호원들을 이끌고 가게로 쳐들어갔다.

북창동 S 클럽에 도착한 김 회장은 “내 아들 폭행한 놈들을 끌고 오라”는 말에 가게 측이 폭행 가담자를 데려오자, 김 회장의 아들이 자신을 폭행한 사람에게 직접 주먹으로 보복을 가했다고 한다. 이때 종업원들도 경호원에게 폭행당했으며 쇠파이프와 전기 충격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나씨에게 B 식당에 온 사람이 김 비서실장과 오씨가 맞는지, 이들 두 명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지, 오씨의 지시로 폭행 현장에 인력을 동원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또 주 피의자인 김 회장이 “청계산에도 가지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이날 김 비서실장, 사택 경비 용역업체 직원 등 5명, D 토건 김모 사장 등을 모두 재소환했다. 경찰은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씨와 D 토건 김모 사장, G 가라오케 장모 사장 등이 각각 조직폭력배 등 외부인력을 동원했다고 봤다.

경찰은 이날 오씨가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김 회장 측으로부터 조폭 동원의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씨에 대한 계좌 추적을 실시했으며, D 토건 김 사장을 상대로 인력 동원 부분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전날 자진출두한 G 가라오케 장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북창동 S 클럽에 갔지만 룸에 들어가지는 않고 주변에 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은 있는데 조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입산
한우로 

경찰은 장씨가 A사 측 누구의 부탁을 받고 현장에 갔는지, 직접 폭행을 하지는 않았는지 추후 더 조사했다. 수사관계자는 “쇠파이프와 전기봉으로 폭행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의자·참고인 조사가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주중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나씨는 조직폭력배 범서방파 출신이며, 2007년 A 그룹 회장 폭행 사건 당시 A 그룹 간부와 범서방파가 B 식당서 회합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씨가 운영하던 B 식당은 평소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소문난 한우 고깃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씨가 마냥 연예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나씨의 가게를 방문했던 배우 최모씨는 나씨와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쌍방폭행으로 이어져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나씨의 한 측근은 “최씨가 날린 주먹에 눈을 다친 나씨는 처음엔 보복하려고 했으나, 이를 기회 삼아 최씨와 친분을 맺었다”고 전했다. 

폭행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실제로 친해졌고 언제 가더라도 식사 중인 연예인 한두 명은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씨 말에 의하면 B 식당을 찾는 이들 중 연예인을 포함한 방송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님 중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24시간 종일 영업에 연중무휴로 3년째 계속 문을 열어놔 야간촬영이나 휴일 활동이 많은 연예인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잘나가던 나씨는 B 식당을 운영하면서 30여t에 이르는 수입 소고기를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 표시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2007년 9월7일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판매하면서 한우로 허위표시 해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씨에게 식품위생법 위반죄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태촌
자금줄

재판부는 판결문서 “피고인들이 인터넷과 방송 매체를 통해 최상급 한우만 엄선해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식당 내부에 한우 사육 사진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국산 수입 갈비살·안창살 30여t이 마치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표시한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인정한 원심 판결은 옳다”고 밝혔다.

앞서 2004년 수입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았다는 혐의로 대구지검에 구속됐을 때 나씨의 가게를 드나들던 단골 연예인 12명 정도가 그를 구명하기 위한 확인서를 써줘 화제가 됐다. 당시 연예인들이 구명활동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나씨의 가게를 드나들면서 선물을 받는 등 융숭하게 대접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유력하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를 두고 일각에선 김태촌의 ‘자금줄’로 부르기도 했다.

나씨는 음식점 경영보다 ‘사채놀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고 알려졌다. 그 증거로 지난 2003년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윤모 회장에게 20억원을 빌려주고, 40억원을 받으려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이 과정서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과시하듯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등을 변호사로 선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나씨의 암흑가 진출은 총알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승객을 태우는 일명 ‘나라시 택시’를 운영하고 관리한 나씨는 심야에 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의 장소서 손님을 모아 제법 돈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당국에는 불법으로 규정돼있으며, 150km/h 이상을 우습게 찍는 총알택시로 유명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 성능에 따라 250km/h까지 올려 어둠을 가르고 질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인천 ‘뉴송도호텔’서 일어난 칼부림 난동 때 낫을 들고 활개 친 것을 계기로 김태촌의 신임을 얻어 오른팔의 자리에 올랐다.

다사다단했던 암흑가 2인자
MZ조폭으로 이어진 범서방파

도박 사건에 연루돼 반대파 조직에 납치·폭행된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를 납치 폭행한 폭력조직은 국제PJ파로, 조직 두목이 나씨에게 전화해 “큰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으니 2억을 준비해서 나오라”고 유인했다.

그후 먼저 기다리고 있던 상대 조직원이 탄 차가 나씨를 납치해 경기 기흥휴게소까지 끌고 갔으며, 나씨는 차 안에서 당한 무차별 폭행으로 갈비뼈 등을 다쳤다. 그는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차에서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고, 납치했던 국제PJ파 조직원 6명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범서방파의 조직원 수는 총 100여명 정도로 추산되나, 김태촌 사후 세력 확장을 꾀하는 신진 무리는 20~30대 젊은 세대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한 투자사 대표 C씨가 범서방파·이천연합파 등 기존 조폭 구성원들 중 1983년생이 모여 결성된 조직폭력배 ‘불사파’를 동원해 구속 기소됐다. 불사파 조직원은 서울 강남구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피해자를 협박·폭행해 미술작품 등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특수강도미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투자사 대표 C씨 등 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해 9월27일 밝혔다. 불사파 조직원들은 ‘1997년작 영화 <넘버 3>에 등장하는 조폭 이름서 영감을 얻어 작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미술작품 투자금 28억원에 대한 이자 등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미술작품 ‘○○○ 100호’를 빼앗기 위해 지난 8월1일 피해자를 감금했다. C씨가 동원한 조폭들은 피해자에게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가 해당 작품이 없다고 호소하자, 이들은 87억원의 채무상환을 요구하고 피해자 남편의 연대보증을 강요했다. C씨 일당은 피해자에게 ‘87억원의 빚이 있다’는 진술을 강제로 녹음하게 하고, 스마트폰에 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행적을 추적하기도 했다.

C씨 등은 피해자에게 ‘조폭 등을 시켜 묻지마 살인 방식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피해자 양손을 탁자 위에 올리게 한 뒤 샤프펜슬로 손등을 내리친 혐의도 받는다.

사건·사고
잇달아 연루

C씨가 1983년생 조폭들이 모인 MZ 조폭 ‘불사파’를 동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불사파는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하면서 결속을 다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음에도 월세 1300만원짜리 강남 고급 아파트 등에 살면서 고가의 외제차를 몰았다. 감금·폭행·협박에는 C씨가 동원한 귀화 조선족 폭력배도 가담했다. 경찰은 아직 신원을 확보하지 못한 피의자 3명을 조속히 검거하겠다고 전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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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하면…’ 오세훈 다음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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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가운데 오 시장 자신도 당의 상징색 붉은색을 기피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사법 리스크 대응과 대권 도전을 위해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과연 오 시장은 화려한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은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책임당원 50%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로써 오 시장은 서울시장 5선에 도전하게 됐다. 오 시장은 후보 확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을 내어주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제동 장치가 사라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과 충돌 장과 대립 오 시장은 지난달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을 2회에 걸쳐 거부했다. 당시 오 시장은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과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명확한 의견 표명 및 실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에게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이어졌다. 오 시장은 후보 확정 직후엔 MBN <토요와이드>에 출연해 장 대표의 미국 방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차피 여기 있어도 역할이 크지 않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외국에 오래 머무는 것은 고의로 선거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후보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발언 이후 주요 언론은 장 대표를 일컫는 보도를 하면서 ‘후보의 짐’이란 표현을 제목에 포함시켰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도 지난 22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면, 10표는 붙일 수 있어도 100표는 잃는다”며 “오 시장의 말대로 후보의 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참모들은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위해 연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김인규 정무비서관 등은 지난달 사직했고, 지난 17일에는 박찬구 정무특보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에는 경선 경쟁자였던 같은 당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오 시장은 “장 대표가 선대위에 들어갈 공간은 없다”며 “중도 확장 선대위로 중도 바다로 나아가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선대위를 구성하는 움직임은 부산·대구·경기·경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 시장이 장 대표와 대립각을 유지하는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고 있다. 김건희 국정 농단 특검은 지난해 12월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후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오, 장동혁에 “후보의 짐” 비판…당권 도전 암시? 독자 선대위 구성 예상…대구 포함 각지 번지는 중 오 시장은 지난 3일 진행된 재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정에서 나온 증언을 SNS 재료로 활용하면 선거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니 지방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지난 22일 공판기일에는 오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피고인 신문·결심 등 남은 절차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아울러 오 시장에게는 일각에서 “제2의 사법 리스크가 될 조짐이 있다”고 우려하는 사안도 있다. 오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강버스 사업이다. 지난 14일엔 ㈜한강버스 2025년도 감사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됐다. 여기에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했고, 순자산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등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한강버스의 부채 약 1538억원 중 925억원은 서울시 산하 SH공사로부터 빌려온 단기·장기 차입금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SH공사는 차입금의 만기를 운항 개시일로부터 20년까지 연장해 줬다. 또 ▲선박 보험금 청구권 ▲사업 계좌의 예금 채권 ▲미래 수익권 등도 모두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그런데 SH공사는 후순위 채권자로 설정돼 우리은행·신한은행에 대출 원리금이 전액 상환되기 전까지는 대여금을 변제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11명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7명인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는 서울시·㈜한강버스가 지난달 체결한 업무협약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여기에는 ▲㈜한강버스의 운항 결손액 ▲선착장 셔틀버스 비용 지원 근거 조항 ▲서울시 요청에 따른 사용 비용 별도 지원 규정이 담겨있었다. 발목 잡을 한강버스 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변경안에 문제가 있으니 부결시켜야 한다”는 뜻을 모아 별도 표결도 하지 않은 채 위원장의 선언만으로 부결시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SH공사에 재정적 부담을 끼쳤다”며 “오 시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었다.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1차 토론회에서 오 시장의 한강버스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오 시장이 다른 나라에 가서 겉보기만 보고 온 후 한강에 시민의 세금을 뿌려대고 계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도 지난달 국회의 요구에 따른 한강버스 관련 감사 이후 서울시에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선착장 건설비만 비용으로 반영하고, 선박 구입비는 제외하는 등 위법·부당 사항이 있으니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한강버스 사업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5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하면 행정사무 감사 등을 거친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2일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붉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서울 도봉구 쌍문역 인근 쌍리단길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윤 전 의원과 지난 19일 오찬 회동을 할 때는 짙은 녹색 재킷을 입었다. 지난 20일에도 시민 비만율 저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상징 동물인 해치가 그려진 흰색 후드 재킷을 입었다. 넥타이도 붉은색이 사라졌다. 지난 18일 서울시장 후보 선출 직후엔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오 시장으로선 5선에 실패하거나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하면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오 시장 자신을 사법 리스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한다. 마이웨이 독자 노선 오 시장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 당선돼 4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후에는 국회 경험이 없다. 오 시장의 ‘서울시장 4선’ 경력은 오 시장의 이미지를 ‘서울시장’으로 굳혔다. 스스로도 부족한 국회 경험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아는지 기회가 되면 당권 도전에 나섰다.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가·언론에서 먼저 오 시장을 잠재적인 당권·대권주자로 분류하는 사례가 많았다. 오 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잠재적인 당권·대권주자로 분류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고,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계파 갈등이 극심했다. 오 시장에 대해선 “뚜렷하게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오 시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과 “오 시장이 혁신을 내세우면서 독자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공존했다. 그는 당내 역학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기보다 흐름을 관망하면서 나서야 할 명분과 시기를 신중하게 판단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후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후 바른정당으로 옮겼지만, 출마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유일하게 직접 당권 도전에 나섰던 시기는 지난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였다. 당시 그는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면서 당내 중도·개혁 보수 선두 주자임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당시 승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였으며 오 시장은 2위에 머물렀다. 다만, 국민 여론조사에선 황 전 대표를 앞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을 들었다. 이는 여전히 오 시장이 당권 도전에 무관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로 작동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그러자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두고 변형된 예측이 나왔다. 우여곡절 5선 도전 결과는? 한강버스에 명태균 리스크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시장이 후보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녹색 넥타이를 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을 장동혁 대표의 빨간색이 아닌 자신의 초록색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아닌 장 대표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이기면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고, 지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건데, 이미 서울시장 선거는 포기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고 의원의 주장은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가장한 차기 당권 다툼에 돌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제22대 대선은 오는 2030년 3월에, 제10회 지방선거는 오는 2030년 6월에 치러진다. 일각에선 이 시간대를 두고 “오 시장이 당권 도전에 나서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돼 5선 임기까지 소화할 경우, 임기 만료 직전 자연스럽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명분과 시기를 제공한다. 만약 오 시장이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면, 부족한 국회 및 정당 운영 경험도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고 의원은 “낙선하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당선 가능성이 없는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낙선을 미리 결론 내린 후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는 정치인은 없다. 오 시장도 5선을 염두에 두고 장 대표와 대립하면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고, 당심도 그를 후보로 밀어줬다. 따라서 “오 시장이 서울시장 5선과 당권 및 대권 도전을 동시에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부지사가 오사카유신회·일본유신회를 창당한 사례가 있다. 현재도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부지사는 일본유신회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선 흔히 보기 어려운 형식이다. 이는 자치권이 상대적으로 강한 일본 정치 풍토와 지역 기반 인물 중심 정치가 뿌리 깊은 오사카의 정치적 특성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떨어져도 레드 카펫 하지만 오 시장이 눈여겨볼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모델이다. 오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권 장악을 통해 부족한 국회 경험을 채우면서 레드 카펫을 깔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되면 당이라는 배경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과연 오 시장은 화려하게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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