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롤스로이스’ 범서방파 나씨 소름 돋는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4 11:42:40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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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촌 오른팔서 고깃집 사장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만취 상태로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운전하다 뺑소니 사고를 낸 50대 남성의 정체가 범서방파 간부 나모씨로 드러났다. 나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도로에 정차된 차를 들이받은 뒤 달아나다 붙잡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서 나씨가 범서방파를 사실상 이끌어 온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는 이날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밀리면서 인근에 서 있던 50대 주차 안내 직원이 다리를 다쳤다.

음주 운전 사고
“날 몰라?” 윽박

나씨는 사고 직후 피해 차량 주인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름 석 자만 대면 아는 사람”이라며 되레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다 경찰이 출동한 것을 확인하고는 현장을 벗어났다가 인근서 10여분 만에 검거됐다. 나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나씨는 2010년쯤 범서방파의 우두머리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서방파를 지배하던 김태촌은 앞서 교도소서 복역하다가 출소한 1989년 양모씨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씨가 2010년쯤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나씨가 그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나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잠잠하던 원로 조직폭력배의 일탈 행위가 드러나면서 나씨의 과거사도 재조명받고 있다. 나씨는 지난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A 그룹 총수 보복폭행에도 연루됐던 거물로 알려졌다. 

2007년 5월 A 그룹 김모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당시 청담동서 B 식당을 운영하던 나씨를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나씨의 음식점을 압수수색한 결과 사건이 발생한 그해 3월8일 저녁, A 그룹 법인카드로 식대를 계산한 매출전표를 찾아냈다.

당시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씨와 A 그룹 김모 비서실장이 함께 식사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

범서방파 출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당시 상황에 대해 “나씨가 A 그룹 보복폭행 사건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범서방파가 개입해 진두지휘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A 그룹 보복폭행 사건은 2007년 3월8일 새벽 서울 청담동 G 노래방(가라오케)서 술을 마시던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북창동 S모 클럽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8명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벌였다가 집단 폭행을 당하는 바람에 심하게 부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총알 택시’ 운영하던 잡배서 거물로
연예인 단골로 유명 ‘청담동 그 집’

김 회장이 업소를 찾아가자, 불만있으면 와보라는 식으로 종업원이 명함을 던지고 갔다고 한다. 이에 격노한 김 회장은 아들을 폭행한 인물에게 보복을 가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G 가라오케를 통해 S 클럽 종업원들을 불렀다.


S 클럽 종업원들은 자신들 5명에 노래방 종업원 3명을 끼워서 대신 내보냈는데 그들은 김 회장의 경호원들에게 청계산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이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 폭행을 저지른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호소하자 김 회장은 경호원들을 이끌고 가게로 쳐들어갔다.

북창동 S 클럽에 도착한 김 회장은 “내 아들 폭행한 놈들을 끌고 오라”는 말에 가게 측이 폭행 가담자를 데려오자, 김 회장의 아들이 자신을 폭행한 사람에게 직접 주먹으로 보복을 가했다고 한다. 이때 종업원들도 경호원에게 폭행당했으며 쇠파이프와 전기 충격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나씨에게 B 식당에 온 사람이 김 비서실장과 오씨가 맞는지, 이들 두 명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지, 오씨의 지시로 폭행 현장에 인력을 동원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또 주 피의자인 김 회장이 “청계산에도 가지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이날 김 비서실장, 사택 경비 용역업체 직원 등 5명, D 토건 김모 사장 등을 모두 재소환했다. 경찰은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씨와 D 토건 김모 사장, G 가라오케 장모 사장 등이 각각 조직폭력배 등 외부인력을 동원했다고 봤다.

경찰은 이날 오씨가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김 회장 측으로부터 조폭 동원의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씨에 대한 계좌 추적을 실시했으며, D 토건 김 사장을 상대로 인력 동원 부분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전날 자진출두한 G 가라오케 장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북창동 S 클럽에 갔지만 룸에 들어가지는 않고 주변에 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은 있는데 조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입산
한우로 

경찰은 장씨가 A사 측 누구의 부탁을 받고 현장에 갔는지, 직접 폭행을 하지는 않았는지 추후 더 조사했다. 수사관계자는 “쇠파이프와 전기봉으로 폭행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의자·참고인 조사가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주중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나씨는 조직폭력배 범서방파 출신이며, 2007년 A 그룹 회장 폭행 사건 당시 A 그룹 간부와 범서방파가 B 식당서 회합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씨가 운영하던 B 식당은 평소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소문난 한우 고깃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씨가 마냥 연예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나씨의 가게를 방문했던 배우 최모씨는 나씨와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쌍방폭행으로 이어져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나씨의 한 측근은 “최씨가 날린 주먹에 눈을 다친 나씨는 처음엔 보복하려고 했으나, 이를 기회 삼아 최씨와 친분을 맺었다”고 전했다. 

폭행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실제로 친해졌고 언제 가더라도 식사 중인 연예인 한두 명은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씨 말에 의하면 B 식당을 찾는 이들 중 연예인을 포함한 방송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님 중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24시간 종일 영업에 연중무휴로 3년째 계속 문을 열어놔 야간촬영이나 휴일 활동이 많은 연예인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잘나가던 나씨는 B 식당을 운영하면서 30여t에 이르는 수입 소고기를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 표시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2007년 9월7일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판매하면서 한우로 허위표시 해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씨에게 식품위생법 위반죄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태촌
자금줄

재판부는 판결문서 “피고인들이 인터넷과 방송 매체를 통해 최상급 한우만 엄선해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식당 내부에 한우 사육 사진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국산 수입 갈비살·안창살 30여t이 마치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표시한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인정한 원심 판결은 옳다”고 밝혔다.

앞서 2004년 수입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았다는 혐의로 대구지검에 구속됐을 때 나씨의 가게를 드나들던 단골 연예인 12명 정도가 그를 구명하기 위한 확인서를 써줘 화제가 됐다. 당시 연예인들이 구명활동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나씨의 가게를 드나들면서 선물을 받는 등 융숭하게 대접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유력하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를 두고 일각에선 김태촌의 ‘자금줄’로 부르기도 했다.


나씨는 음식점 경영보다 ‘사채놀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고 알려졌다. 그 증거로 지난 2003년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윤모 회장에게 20억원을 빌려주고, 40억원을 받으려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이 과정서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과시하듯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등을 변호사로 선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나씨의 암흑가 진출은 총알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승객을 태우는 일명 ‘나라시 택시’를 운영하고 관리한 나씨는 심야에 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의 장소서 손님을 모아 제법 돈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당국에는 불법으로 규정돼있으며, 150km/h 이상을 우습게 찍는 총알택시로 유명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 성능에 따라 250km/h까지 올려 어둠을 가르고 질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인천 ‘뉴송도호텔’서 일어난 칼부림 난동 때 낫을 들고 활개 친 것을 계기로 김태촌의 신임을 얻어 오른팔의 자리에 올랐다.

다사다단했던 암흑가 2인자
MZ조폭으로 이어진 범서방파

도박 사건에 연루돼 반대파 조직에 납치·폭행된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를 납치 폭행한 폭력조직은 국제PJ파로, 조직 두목이 나씨에게 전화해 “큰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으니 2억을 준비해서 나오라”고 유인했다.

그후 먼저 기다리고 있던 상대 조직원이 탄 차가 나씨를 납치해 경기 기흥휴게소까지 끌고 갔으며, 나씨는 차 안에서 당한 무차별 폭행으로 갈비뼈 등을 다쳤다. 그는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차에서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고, 납치했던 국제PJ파 조직원 6명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범서방파의 조직원 수는 총 100여명 정도로 추산되나, 김태촌 사후 세력 확장을 꾀하는 신진 무리는 20~30대 젊은 세대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한 투자사 대표 C씨가 범서방파·이천연합파 등 기존 조폭 구성원들 중 1983년생이 모여 결성된 조직폭력배 ‘불사파’를 동원해 구속 기소됐다. 불사파 조직원은 서울 강남구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피해자를 협박·폭행해 미술작품 등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특수강도미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투자사 대표 C씨 등 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해 9월27일 밝혔다. 불사파 조직원들은 ‘1997년작 영화 <넘버 3>에 등장하는 조폭 이름서 영감을 얻어 작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미술작품 투자금 28억원에 대한 이자 등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미술작품 ‘○○○ 100호’를 빼앗기 위해 지난 8월1일 피해자를 감금했다. C씨가 동원한 조폭들은 피해자에게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가 해당 작품이 없다고 호소하자, 이들은 87억원의 채무상환을 요구하고 피해자 남편의 연대보증을 강요했다. C씨 일당은 피해자에게 ‘87억원의 빚이 있다’는 진술을 강제로 녹음하게 하고, 스마트폰에 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행적을 추적하기도 했다.

C씨 등은 피해자에게 ‘조폭 등을 시켜 묻지마 살인 방식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피해자 양손을 탁자 위에 올리게 한 뒤 샤프펜슬로 손등을 내리친 혐의도 받는다.

사건·사고
잇달아 연루

C씨가 1983년생 조폭들이 모인 MZ 조폭 ‘불사파’를 동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불사파는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하면서 결속을 다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음에도 월세 1300만원짜리 강남 고급 아파트 등에 살면서 고가의 외제차를 몰았다. 감금·폭행·협박에는 C씨가 동원한 귀화 조선족 폭력배도 가담했다. 경찰은 아직 신원을 확보하지 못한 피의자 3명을 조속히 검거하겠다고 전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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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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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