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허구연)가 지난 7일, 음주 파문의 중심에 섰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야구 대표팀 투수 김광현(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에 대해 벌금 500만원이라는 징계를 발표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경기 출장정지 차원의 중징계는 찾아볼 수 없는 데다 고액의 연봉에 비해 턱없이 낮은 벌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KBO는 이날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징계안을 의결했다. KBO는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 선수를 제외한 25명은 모두 유흥주점을 출입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며 “대표팀 선수단 관리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가대표 운영규정을 보다 세분화해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상벌위에 참석해 소명을 마친 뒤 세 명의 선수들은 “거짓 없이 있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상벌위 결과를 수용하겠다.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KBO는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대회 기간 동안 2차례 유흥주점을 방문해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시켰던 점을 감안해 김광현에게 사회봉사 80시간 및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이용찬과 정철원에게는 1차례 출입한 점을 감안해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징계 결정에 대해 일부 야구팬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10억원(2023년 연봉)에 달하는 김광현의 몸값을 감안한다면 500만원은 껌값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야구선수들을 대표해 국민적 염원을 등에 업고 국제경기에 나간 것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징계”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대표 자격정지나 KBO 프로야구 경기 출장 금지 등의 고강도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상벌위 참석해 “징계 결과 수용하겠다” 사과
온라인 커뮤니티서도 찬반 의견 댓글 엇갈려
온라인 커뮤니티서도 “중징계도 하지 말고 이젠 중계도 하지 말자” “(야구는)레저스포츠다. 저 정도도 과하다. 야구는 체육이 아니고 레저다” “서민들이나 500만원이면 ‘어익후’ 할 텐데 재네들한테는 5억원 정도는 내라고 해야 어익후 한다” “저런 하찮은 선수들 보려고 티켓값 지불한 팬들만 불쌍하다. 프로도 아닌 것이 프로인 척 한다” 등의 KBO 징계 처분 수위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 자체에 대한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단순히 WBC 일정 도중 음주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징계 처분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WBC 1라운드 경기서 졸전을 펼친 끝에 본선 진출에 탈락했지만 음주로 인해 야구팀 전체의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없는 날, 경기 마치고 술 마시러 간 게 징계사유가 되느냐?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16강, 8강, 4강 진출했어도 술 마신 거 징계했겠느냐?”는 반문 댓글도 나왔다. 해당 댓글에는 “국가대표로 나라 세금으로 대회에 출전했으면 최소한 본인 컨디션 유지를 위해 최선은 아니라도 노력은 해야 하는데 유흥주점을 간 게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느냐”고 반박 대댓글이 달렸다.
앞서 KBO는 지난달 31일, 의혹이 제기된 선수들을 상대로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WBC 기간 동안 경기 전날 밤에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며 “다만 이동일이었던 3월7일과 휴식 전날인 3월10일에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후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간 KBO는 “김광현은 선수단이 도쿄에 도착한 7일과 일본전 종료 직후인 11일, 두 차례 해당 장소에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철원은 한 차례 김광현과 동석했고, 이용찬은 일본전 종료 후 11일 두 선수와 별도로 해당 장소에 출입했다”고 인정했다.
현행 야구 국가대표 규정에는 음주 관련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지만 규정 13조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선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앞서 일본 도쿄서 열렸던 WBC서 한국 대표팀은 8강은커녕 약체 호주에게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바 있다. 한국 대표팀은 3월9일, 낙승을 예상했던 호주와의 1라운드 첫 경기서 호주에 7:8로 패한 뒤 ‘숙적’ 일본에게 4:13으로 대패하면서 국내 프로야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후 세 번째 체코, 네 번째 중국전서 각각 7:3, 22:2로 2승을 챙겼으나 결국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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