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00억 ‘에이프로스퀘어’에 묻은 이상한 흔적들

몰랐어도 문제…알았어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강남 노른자 땅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이 새 주인을 맞이했다. 다만 빌딩을 인수한 시기가 많은 뒷말을 낳게 한다. 굳이 위험 부담을 안고 사들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4월25일 JR투자운용이 운용하는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는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소재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 오피스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개월여 만이다. 매각금액은 3080억원이고, JR투자운용은 신탁형 펀드를 조성해 1271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남는 장사

에이프로스퀘어의 실질 소유자는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지만, 등기상 소유주는 수탁자인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22일 JR자산운용과의 신탁계약을 통해 수탁자로 이름을 올렸고, 엿새 뒤인 지난 4월28일 이전 소유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에이프로스퀘어는 마스턴자산운용이 조성한 ‘마스턴밸류애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9호’가 소유했던 부동산이다. 해당 펀드에는 ▲국민연금 ▲산재기금 ▲군인공제회 ▲현대해상 등이 투자했다.

이번 매각으로 마스턴투자운용은 1000억원대 시세차익을 남겼다. 앞서 마스턴투자운용은 2019년 3월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로부터 해당 오피스를 매입하는 데 204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JR투자운용 입장에서도 에이프로스퀘어는 쏠쏠한 쓰임새가 부각되는 매물이다.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지하 5층~지상 15층, 연면적 2만7220㎡(약 8234평) 규모로 준공됐고, 현재 두산중공업과 위워크가 전체 면적의 약 80%를 임차해 사용 중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에이프로스퀘어를 매물로 내놓을 경우 교통의 요지라는 특성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는 배경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해당 오피스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위치하며, 신논현역(신분당선) 개통과 용산역까지 신분당선 연장 등 추가적인 주변 개발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실질적 몸값에 비해 매각금액이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희소식이다. 몇몇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지조건·면적 등을 고려한 에이프로스퀘어의 현 시세를 4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JR투자운용이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사들인 금액보다 1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호재만 가득한 건 아니다. 소유권을 둘러싼 거듭된 잡음은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을 곤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옛 소유주가 제기했던 헌법재판소 가처분 신청은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의 행적을 유심히 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알면서
모른 척?

지난 3월23일 에이프로스퀘어의 최초 소유주인 시선RDI 측은 헌법재판소에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가처분 신청은 김대근 시선RDI 대표가 지난해 11월19일 헌법재판소에 낸 본안(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등 위헌소헌) 사건과 맞닿아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검사의 공권력 행사 및 불기소 처분 등으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및 평등권,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시선RDI가 검찰의 부당한 조사로 인해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빼앗겼다고 강조하는 한편,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놀랍게도 헌법재판소는 김 대표가 낸 위헌소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1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의 심판에 회부하고, 국선변호인 선정을 결정했다. 개인의 요청에 의해 헌법 개정 여부가 검토되는 지극히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진 셈이다.

위헌소원이 심판 회부되자, 에이프로스퀘어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헌법재판소는 시선RDI 측이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지 닷새 만인 지난 3월28일 법무부 장관 및 법원행정처장, 국회의장, 서울고등법원 등에 가처분 신청 접수를 통지했고, 현재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 심리 중인 상태다.

눈여겨볼 부분은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이 에이프로스퀘어를 인수하고 소유권자로 등재된 시기(지난 4월28일)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가 접수 통지(지난 3월28일)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3월30일 시선RDI 측은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법인 12곳에 가처분 신청 접수 통지 사실과 함께 부동산 매각금지 및 반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신분이었던 JR투자운용은 해당 공문을 발송 이틀 뒤인 지난 4월1일 수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국내 법조계 성향을 감안하면 개인이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며 “본안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 결과가 영향을 받을 텐데, 인수자 측이 급하게 매매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몰랐다는데…정말?

JR투자운용은 헌법재판소 가처분 신청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JR투자운용 관계자는 “해당 사실을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알지 못했다”며 “에이프로스케어 인수 건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탁자인 우리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사실을 JR투자운용으로부터 전해들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에이프로스퀘어 인수에 앞서 이뤄진 헌법재판소 가처분 신청이 현재 심리 중인 상태만으로도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을 난감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가처분 신청 심리 중이라는 상태를 사전에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은 향후 에이프로스퀘어 처분을 고려할 때 제약이 뒤따를 수 있다. 본안 건이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과 연결된 탓이다.

김 대표가 낸 위헌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의 행방이 묘연해질 위험성이 충분하다.

구멍 뚫리면
누구 책임?


JR투자운용의 경우 가처분 신청 사실을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했느냐가 쟁점이다. 사전 인지 상태에서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리스크 요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생긴다. 인지하지 못했다면, 기초적인 리스크 요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향후 생각지 못한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수탁자인 우리은행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신탁 관계에 따라 위탁자로부터 일정한 사무를 위임받은 수탁자는 해당 물건의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은행 측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가처분 금지 신청 내용을 파악할 수 없으며 가처분 금지 신청만으로 수탁 예정자가 이를 확인하기란 어렵단 입장이다. 

등기 검인 절차상에서도 우리은행이 수탁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의한 소유권 이전 시 등기 원인을 증명하는 검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 

우리은행 측은 절차대로 검인 과정을 진행했다고 언급한 상태다. 등기와 관련해 관할인 서초구청의 검인을 완료했으며, 검인된 신탁계약서와 관련한 신고필증을 보관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이 시선RDI 측에 회신한 내용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 시 뒤따라야 할 관련된 부동산매매계약서 및 신탁등기 말소,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른 검인 신고 여부 등이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상에서 부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곳곳에
의문투성


한편 에이프로스퀘어가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목격된 이해하기 힘든 몇몇 구석은 해당 펀드에 투자한 기관 및 법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연결된다. 현 시점에서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에 투자한 기관 및 법인의 정확한 내역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탁계약서상에 수익자가 기재되는 통상적인 사모펀드 사례와 달리 해당 펀드는 이마저도 생략돼있어 실소유주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잡했던 에이프로스퀘어 과거사

2008년 1월 시선RDI는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시선RDI 자본금 5000만원으로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을 세웠고, 시선바로세움은 기업어음 1200억원을 발행했다. 

그러나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이 2011년 5월 상환 실패를 이유로 대위변제에 나서면서, 시선RDI는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잃게 됐다.

이후 시선RDI는 시공사(두산중공업)와 수탁사(한국자산신탁)가 공모해 소유권을 빼앗았다며 소송전에 돌입했지만, 2014년 대법원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손을 들어줬다.

시선RDI는 과거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남성민)는 지난해 7월 시선RDI가 더케이(두산중공업 SPC)을 상대로 낸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 소송 재심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내용들은 민사소송법에 의한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사이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은 제3자에게 넘어갔다.

2013년 12월24일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는 바로세움3차 인수대금 1680억원을 납부하고 빌딩의 새 주인으로 나섰다.

2011년 감정가 2630억원으로 평가받던 빌딩을 1000억원가량 낮은 금액에 매입한 것이다.

매입 당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의 설정액(수익증권)은 500억원, 엠플러스자산운용을 휘하에 둔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150억원,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5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인수 비용은 총 7곳의 저축은행에서 끌어온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다만 이들은 2017년 3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의 수익증권을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에 원금가에 넘겼다.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은 2019년 3월 또 한 번 바뀌었다.

이 무렵 마스턴투자운용이 운영하는 ‘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49호’는 에이프로스퀘어를 2040억원에 사들였다.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는 투자 4년여 만에 시세차익 360억원을 달성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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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