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7억과 50억 클럽’ 3000억 빌딩 계약의 비밀

자기들이 팔아놓고 매도인에 물어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3000억원대 고층 건물. 이 건물을 사이에 둔 소유권 분쟁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대 4000억원대로 평가받는 이 건물을 둘러싼 시공사와 시행사, 신탁사 그리고 사모펀드 등의 이해관계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상태다. 최근에는 법정 공방 과정에서 10년 전 ‘부동산매매계약서’가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에이프로스퀘어(전 시선바로세움 3차)는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건물로 2011년 준공됐다. 에이프로스퀘어는 지난 10여년 동안 소유주가 5차례나 바뀔 만큼 부침을 겪었다. 시공사와 시행사, 사모펀드 등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가격변동도 컸다. 

시끄러운
노른자땅

2008년 1월 시행사 시선RDI는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을 만들었다. 시선바로세움은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2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당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은 시공사로 참여했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분양 지연 등으로 시선바로세움의 대출금 변제가 늦어졌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후 두산중공업이 대신 대출금을 변제하는 듯 한 수순이 뒤따랐고, 결과적으로 더케이(두산중공업의 SPC)로 우선수익자가 변경됐다. 이후 더케이의 수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이 에이프로스퀘어를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건물 매입을 위한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는 시선RDI→더케이(두산중공업의 SPC)→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의 수탁자)→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9호의 수탁자)→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2호의 수탁자)으로 바뀌었다.

각각의 사모펀드는 엠플러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제이알투자운용이 조성했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시행사에서 시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갈 당시 분양 지연, 대위변제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다며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2011년 시작된 시행사와 시공사, 수탁사 간의 법정 공방은 2014년 대법원까지 간 끝에 시선RDI의 패소로 끝났다. 

하지만 김대근 대표는 2019년 11월, 5년 전 재판에서 다루지 못했던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시선RDI가 더케이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수익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은 처음에는 각하됐지만 이례적으로 재재심까지 이어졌다.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소유권 분쟁
법정 공방 과정에서 나온 계약서

최근에는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이 다른 방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처음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이른바 대장동 사건과의 연결고리다.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 사건 너머로 대장동 사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의외의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악연을 주장한 바 있다.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시선RDI가 연전연패를 기록한 이유로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을 꼽기도 했다(<단독> ‘대장동 3인방’ 처음 얽힌 4000억 사건 추적(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2233), <일요시사> 1349호).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민간업체의 핵심 멤버고,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은 김만배씨에게 50억원을 약속받은 정관계 인사를 뜻하는 ‘50억 클럽’의 멤버로 의심받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박 전 특검을 통해 김만배씨를 소개받았고 이들 세 사람은 자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고 한다. 

김대근 대표는 2010년경 지인을 통해 박 전 특검을 소개받았다. 에이프로스퀘어를 한창 짓고 있던 시기다. 김대근 대표는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산호에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을 지급했다. 박 전 특검은 2010년 7월 에이프로스퀘어 상량식 행사에도 참석할 만큼 김대근 대표와 친분이 두터웠다. 

박 전 특검은 2011년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이 불거졌을 당시 시선RDI 측 변호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대근 대표와 김만배씨의 인연 역시 박 전 특검의 소개로 이뤄졌다. 2010~2011년 법조기자였던 김만배씨를 박 전 특검이 김대근 대표에게 연결했던 것.

김대근 대표는 “그 당시 한창 잘나가던 무렵이라 대부분의 술값은 내가 냈다”며 “김만배에겐 현금으로 여러 번에 걸쳐 뭉칫돈을 건넨 적 있다. 4000만원가량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갑자기 툭
대장동 사건

세 사람의 관계는 박 전 특검이 소송에서 손을 떼면서 급격하게 냉각됐다. 2014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김대근 대표는 이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8~2019년 무렵 김만배씨를 찾기에 이른다.  

김대근 대표는 김만배씨에게 연락했고 동생 계좌를 통해 300만원(2018년 5월18일), 200만원(2018년 9월21일), 100만원(2018년 9월21일), 100만원(2019년 1월31일) 등 총 700만원을 송금받았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엔 어떤 거래도 오가지 않았다. 김대근 대표와 김만배씨의 인연은 그때로 끝이었다. 

최근 검찰이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박 전 특검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과거 행적이 공개되면서 덩달아 김대근 대표와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이 부각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에이프로스퀘어 소유권 분쟁과 대장동 사건의 등장인물이 겹치는 점을 언급하면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에이프로스퀘어 판 50억 클럽’ 의혹이다. <일요시사>는 두산중공업의 SPC(특수목적법인)인 더케이가 엠플러스자산운용으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맺은 ‘부동산매매계약서’(이하 계약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시선RDI와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간의 소송 과정에서 나온 문건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매도인은 한국자산신탁, 더케이의 신탁사이고 매수인은 한국증권금융, 엠플러스자산운용에서 조성한 펀드인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이하 엠플러스9호)의 신탁사다. 엠플러스9호는 에이프로스퀘어 매입을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2013년 12월20일 매도인과 매수인은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1680억원에 넘기기로 계약했다. 

인물 겹치고
다른 부분은?

흥미로운 대목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맺은 계약 내용에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매매대금을 ‘매매대금 중 47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2순위 우선익자의 채권과 선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납부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 당시 에이프로스퀘어의 2순위 우선수익자는 시공사(두산중공업)가 만든 더케이였다.

다시 말해 두산중공업과 엠플러스자산운용 간 47억원에 이르는 금전거래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해당 액수만큼을 제하고 매매대금을 치르는 조건이었다는 뜻이다. 엠플러스9호의 설정액(수익증권)은 500억원.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150억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5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한국자산신탁과 한국증권금융이 매매계약을 맺은 2013년 12월20일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는 군인공제회가 3~5년 내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두산중공업에 되팔거나, 두산중공업이 군인공제회에 수익권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은 군인공제회 이외 투자자의 기일 내 투자를 직접 보증하기도 했다. 실제 합의서에는 정강(50억원)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150억원)가 투자확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두산중공업이 투자금을 대신 넣는다는 조항이 삽입돼있다. 엠플러스9호 조성에 두산중공업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합의서에 대해 “군인공제회와는 다시 팔거나 사는 게 가능한 콜옵션-풋옵션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자산운용펀드 파생상품 시 많이 활용되는 금융계약조건”이라며 “쌍방이 필요한 상황에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옵션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와의 관련성도 부인했다.

대신 정산 조건으로 갈음?
돈의 성격 두고 의혹 제기

하지만 당시 합의서 내용에는 47억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전 두산중공업 관계자가 검찰에 제출한 자필진술서에도 마찬가지다. 기타 투자자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에 정강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각각 50억원과 150억원을 투자했고 투자금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했다며 두산중공업은 150억원을 출자하지 않았다고 밝혔을 뿐이다.

일반적인 사모펀드와 마찬가지로 엠플러스9호는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조성됐다. 건물을 매입해 비싼 가격에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특정 기업과 47억원에 이르는 금전거래를 한 이유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된다.

두산중공업이 선상계한 47억원의 성격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엠플러스9호의 설정일은 2013년 12월24일로 계약일과 불과 나흘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일단 정강의 2017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는 투자금 50억원 회수가 기록돼있다. 다만 김대근 대표는 선상계한한 금액과 정강의 투자금의 연관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47억원이라는 액수를 봐서는 정강(50억원)의 투자금이 의심스럽다”며 “두산중공업이 정강에 47억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이를 대신 정산해주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갈음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병우는 에이프로스퀘어 매입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해주고 투자금 없이 펀드에 참여한 게 아닌가”라며 “대장동 사건의 50억 클럽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017년 3월 엠플러스9호의 수익증권은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군인공제회,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정강 등 3곳은 표면상으로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이후 APC는 2019년 3월 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49호에 에이프로스퀘어를 2040억원에 넘겼다. 

수익 없이
본전치기?

두산중공업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SPC인 더케이의 신탁사가 매도인인 즉, 두산중공업이 매도인인 상황에서 매도인에게 계약 내용에 대해 물어보라는 엉뚱한 답변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매매계약은 10년 전에 체결된 것이고 시행사(시선RDI)와의 소송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부분도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문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와 관련된 민형사상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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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