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로세움3차’ 두산중공업-유령투자자 연결고리 추적

두산이 매각하고 두산이 매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빌딩을 세운 시공사와 인수에 참여했던 투자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예사롭지 않다. 두 팔 걷고 투자자를 돕고 나선 시공사의 행동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표면상 남남일 뿐 한몸이나 마찬가지라는 뜬소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2008년 시선RDI는 ‘바로세움3차(2014년 에이프로스퀘어 명칭 변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9-9번지 일대에 대지면적 2169.30㎡, 연면적 2만7220.37㎡로 15층짜리 오피스빌딩을 짓는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창대했던 시작
처참했던 결말

시작은 순조로웠다.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은 PF 대출 보증을 섰고, 이를 토대로 시행사인 시선RDI는 1200억원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준공을 앞두고 휘청였다.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분양에 참패한 게 결정타였다.

분양 실패의 영향으로 공사비를 받지 못한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PF 상환 불이행을 이유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했고, 바로세움3차를 공매 처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SPC 회사인 ‘더케이’를 설립해 PF 상환용 자금 137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바로세움3차 매각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소유권을 주장한 시행사 측과의 소송전이 2014년까지 지속된 데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침체 정국이었던 탓이다.


그사이 금융 부담은 확대됐다. 프로젝트 초장기 1200억원이던 대출금은 건물 매각 과정이 완료될 무렵에 1590억원으로 치솟았다.

바로세움3차 새 주인 찾기는 2014년을 눈앞에 둔 시점이 돼서야 겨우 성사됐다.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이하 엠플러스9호)’가 2013년 12월24일 바로세움3차 인수대금 1680억원을 납부한 데 따른 변화였다.

매입 당시 엠플러스9호의 설정액(수익증권)은 500억원. 엠플러스자산운용을 휘하에 둔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150억원,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5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인수 비용은 총 7곳의 저축은행에서 끌어온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두산중공업은 향후 10년간 바로세움3차 3∼15층 책임 임대 조건을 내걸 만큼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불어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미 쌓인 손실만 230억원에 달하던 상태였다.

두산중공업은 엠플러스9호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도 발벗고 나섰다. 엠플러스9호의 바로세움3차 인수 나흘 전인 2013년 12월20일,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 사이에 작성된 합의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 간 합의서

해당 문서는 군인공제회가 3∼5년 내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두산중공업에 되팔거나, 두산중공업이 군인공제회에 수익권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콜옵션·풋옵션 개념이다.

또 두산중공업은 군인공제회 이외 투자자의 기일 내 투자를 직접 보증하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정강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확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두산중공업이 투자확약 금액(정강 50억원, 키스톤인베스트먼트 150억원)을 대신 넣는다는 조항이 삽입돼있다.


공교롭게도 두산중공업이 엠플러스9호 투자자 모집에 깊이 관여한 정황은 두산중공업이 해당 빌딩 매입의 주체로 의심받는 이유로 작용한다. 특히 엠플러스9호 수익권자로 끌어들인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불분명한 실체가 이 같은 주장을 부채질한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 및 상환을 주목적으로 하는 유동화 회사로 분류된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엠플러스9호 수익권자에 이름을 올린 건 전적으로 두산중공업 덕분이었다. 자금 조달 과정서 이 같은 특징이 부각된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키스톤제이차’로부터 150억원 전액을 대출받아 엠플러스9호에 투자했다. 키스톤제이차는 대출채권을 ABCP로 발행해 채권시장에 유통했다. 최종 만기일은 2014년 12월24일이었다.

하지만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자본금 1만원에 불과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만기일까지 상환이 불가능했다.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유지하려면 리파이낸싱은 필수였다.

이 과정서 키스톤제이차의 역할은 ‘키스톤제삼차’가 넘겨받았다. 키스톤제삼차는 2014년 12월23일 키스톤인베스트먼트와 150억원 한도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대출 실행을 위해 대출채권과 부수담보권을 기초로 ABSTB(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차환 발행하는 과정을 밟았다.

투자자 끌어
몸소 보증까지 

‘하이아이비제십차(대출금액 179억원)’가 마지막 채권자로 유동화에 참여했던 2017년 3월까지 두산중공업은 리파이낸싱에 꾸준히 관여했다. 특히 신용보강 차원서 이뤄진 지급보증에 적극적이었다.

두산중공업 사업보고서(2014∼2016)를 보면 두산중공업은 수익증권 매입확약과 관련해 키스톤인베스트먼트에 매년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지급보증 액수는 해마다 커졌는다. 

이는 리파이낸싱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비춰진다. 2014년 사업보고서에서 150억원으로 확인된 키스톤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는 이듬해 16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6년 179억원까지 증대됐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여타 유동화증권(ABCP·ABSTB) 발행 과정과 사뭇 달랐다. 통상 유동화증권은 기초자산으로 대출을 선행한 뒤 발행한다. 하지만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유동화증권이 먼저 발행되고, 두산중공업이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초자산이 없는 상태서 두산중공업의 신용도에 의지한 채 유동화증권이 발행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키스톤인베스트먼트를 바로세움3차 매각에 참여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2013년 3월21일 설립 당시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상호는 ‘키스톤제일차’였다. 키스톤제이차(2013년 3월22일)와는 하루 차이로 만들어졌고, 설립인은 동일하다.

키스톤제일차는 설립 일주일 만에 에이치엠씨투자증권의 환매조건부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00억원짜리 ABCP를 발행했다. 발행일은 2013년 3월27일, 만기일은 이튿날이었다.


이 같은 행보는 자본시장법서 금융투자회사의 장외 파생거래 적격 거래상대방에 해당하는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을 채우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전문투자자 등록을 위해서는 등록 전일 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 유지가 필수다. 이를 충족 못하면 펀드 지분투자는 불가능하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덕분에 엠플러스9호 수익권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던 셈이다.

내 편 같은 남
대놓고 챙기기

키스톤제삼차는 두산중공업과 키스톤인베스트먼트과의 긴밀한 관계를 추측케 하는 또 다른 흔적이다. 2014년 4월15일 설립된 키스톤제삼차는 키스톤인베스트먼트의 채권자이자 ABSTB를 발행을 담당했던 유동화회사지만, 이는 사업 목적 및 상호 변경에 따른 것이었다. 

설립 당시 이름은 ‘케이원모우제이차’였고, 당초 목적은 ‘케이원모우제일차’에 이어 홍천에 위치한 ‘클럽모우CC’ 개발사업 관련 ABCP 발행을 위함이었다. 케이원모우제일차는 2014년 4월23일부터 2016년4월20일 만기일까지 300억대 단기사채를 발행한 전례가 있다.

홍천클럽모우CC는 두산중공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3년 클럽모우 골프장 시공업체로 참여한 두산중공업은 시행을 맡았던 장락개발이 자금난을 겪자, 채무 인수 형태로 골프장을 인수했다.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유동화회사 ‘홍천개발제일차’가 설립됐고, 클럽모우CC 프로젝트에 대한 빚은 전부 홍천개발제일차로 이관됐다. 홍천개발제일차는 다른 유동화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유동화회사들은 대출채권을 ABSTB로 발행해 채권시장에 유통했다. 이 과정서 두산중공업은 홍천개발제일차의 채무보증에 나서야 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가 사실상 두산중공업의 의지에 따라 운영됐다는 의혹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단순히 엠플러스9호에 참여했던 회사일 뿐”이라며 “당시 두산중공업의 보증에 나섰던 건 그만큼 매각고자 했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이지만 남 같지 않은 관계
남은 것 없는 결과물…속내는?

흥미로운 점은 엠플러스9호 수익권을 보유했던 3곳 모두 표면상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비슷한 시기에 제3자에게 수익권을 팔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2017년 3월 엠플러스9의 수익증권을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에 원금가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공제회는 2017년 2월 말 투자 원금을 되돌려 받았고, 정강의 2017년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는 투자금 50억원 회수가 기록돼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역시 수익증권을 APC에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두산중공업 사업보고서(2014∼2016) 상에 등장하던 키스톤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지급보증 내역이 2017년에 사라졌다는 점을 통해 유추가 가능하다.

하지만 건물 임대료 등을 통한 수익이 크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들이 3년 만에 원금 그대로 펀드 수익증권을 넘긴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특히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 발생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고 수익증권을 넘긴 꼴이다.

더욱이 엠플러스9호 수익증권을 넘겨받은 APC는 약 2년 후인 지난 2019년 3월 에이프로스퀘어를 2040억원에 마스턴투자운용이 운영하는 ‘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49호’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APC가 투자한 2년이 360억원이라는 시세차익으로 되돌아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엠플러스9호가 바로세움3차를 매각하기 전인 2018년 7월6일 청산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 전 두산중공업 관계자가 검찰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

이런 이유로, APC가 엠플러스9호 수익증권을 사들이는 과정서 일종의 ‘이면계약’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군인공제회와 두산중공업 간 합의서도 2014년경 검찰이 바로세움3차 매각 과정서 불공정계약 행위 여부를 검토하면서 확인된 사안이었다. 당시 검찰에 불려간 두산중공업 사업개발팀 차장 최모씨는 합의서와 함께 제출한 자필진술서에, 두산중공업은 150억원을 출자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APC와 정강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접점도 이면계약서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배경으로 작용한다. APC는 투자 전문 어드바이저로 알려진 자본금 1000만원짜리 유한회사다. 홍콩계 부동산전문 사모펀드 운용사 등을 대신해 국내 부동산 NPL 매물을 찾아주는 업무를 맡아왔다. 김주욱 APC 대표는 우병우 전 수석과 예전부터 교류하던 사이로 알려져 있다.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가능성

한편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우병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던 2017년 3월 박영수 특검은 “우병우의 아내인 이모씨가 상가개발빌딩(바로세움3차)에 투자한 것으로 돼있다. (중략)한 발짝만 들어가면 되는데, 검찰이 딱 거기서 멈춰 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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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